동네에 새로 카페가 생겼다. 오십대 중반의 중년 여성이 오너인 것처럼 보였고 멀끔하게 생긴 젊은 남성 스탭 둘. 정확히 말하면 우리 동네는 아니고 옆 동네이지만 거리 나누기도 애매한지라. 이 카페 말고_ 커피도 맛있고 크로와상도 맛있는 카페가 좌측 옆동네에 새로 생겨서 (솔직히 라떼는 별로) 두 번 가서 공부를 해봤고 (아줌마들이 어마어마하게 평일에 많이 나와서 수다를 떠는 경우는 가끔인듯, 나처럼 혼자 책 한 권 들고 슬렁슬렁 나와서 두세 시간 읽다가 돌아가는 아줌마들이 꽤 되는듯. 점심시간에 근처 직장인들이 우루루루 와서 짧은 시간에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 돌아가는 시간만 좀 번잡스러운듯) 앞서 말한 카페는 우측 옆동네에 새로 생겼는데 산꼭대기에 있는 건 아닌지라 슬렁슬렁 걸어서 가면 30분 정도 걸리니 왔다갔다 산책코스로도 괜찮겠다 싶어서 일단 동네 언니랑 약속을 잡아서 가보기로 했다. 동네 언니는 중학교 국어 선생님인데 그림도 잘 그리고 드레스 입고 노래 부르는 사진도 있어서 처음에는 화가나 음악 선생님인가 하고 나 홀로 짐작했다. 표현할 것들이 어마어마할듯 싶은데 가능하면 표현을 절제한다. 그게 느껴져서 신기하다. 안에 열정이 표면에 드러나는 인간 타입이 예술가 타입 아닌가 싶은데 언니가 그렇게 생겨서. 나이가 들고보니 얼굴 생김새가 중요하지 않더라. 관상이 그 인간의 역사를 보여준다고 하고 그 인간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아예 안 믿는 것도 아니면서 일단 겉모습에 속지 말자 그게 쭈욱 가는듯. 내가 아는 어떤 미인은 남녀노소 모두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뱀의 성정 그대로인지라 그걸 보고나니까 아무리 미인이어도 그 예쁜 얼굴이 독사처럼 보여서 곁에 가까이 가지를 못하겠더라. 애니웨이 그 절제, 그기나긴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데 그렇게 살아가기가 나는 불가능해서 표현을 절제하는 이들을 보면 존경심이 무한정 일어난다. 


 어제는 딸아이와 말레피션트를 보았다. 거기에서 꺼이꺼이 하고 울게 된 장면이 있는데 코널 죽을 때 왜 그렇게 눈물이 나오던지. 인간이 이런건가 인간이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나. 인간이 왜 이런건가 하고 묻고 묻다가. 2015년 5월 30일 허수경이 쓴 문장들. 


 말레피션트 2 보고난 후에 이 문장을 바로 읽어서 그런건지 어떤건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아침 딸아이 등교만 아니었다면 밤새워서 잠을 잊고 밀린 책을 오래도록 읽고싶었던 어젯밤. 딸아이는 해리 포터 불사조 기사단 1,2권을 샀고 나는 마사 누스바움 언니 책 보여서 슬쩍 담아갖고 왔다. 갱년기는 갱년기인지 온종일 쇼핑몰 안에서 에어컨 약하게 나온다고 계속 짜증냈다. 갱년기 증상 너무 일찍 찾아온다. 마음은 열일곱이지만 몸은 갱년기야. 참을인자 수백만 번 되새기다가 갱년기가 되어버리고말았다. 아 이제 그렇게 살기 싫어 그런 마음도 든다. 이런 것도 갱년기 증상인가.  잇 프레이 러브도 다 읽었고 켈리 양 소설 리뷰도 써야하고 그런데 할 일이 잔뜩 쌓여있어서 뒤로 뒤로 미뤄놓기. 허수경의 글을 읽고 있노라니 만사 모든 게 소중해 함부로 다룰 건 아무것도 없는듯. 죽음을 바로 앞에 두고도 죽음을 몸으로 느끼면서도 이런 글이 쓰일 수가 있나 싶어서 목이 컥컥 막혔다. 허수경 읽고 있다가 독일어 공부 다시 하고싶어서 자 나를 초대해줘 하고 동네 언니에게 톡을 했다. 영어 공부하고 있노라면 독일어 공부하고 싶어지는데 뿌리가 은근 비스무리해서 그런듯. 외국에 나가서 살고싶다고 난리부르스를 추곤 했는데 갱년기여서 그런지 중년을 향해 가기 때문에 그런건지 좋은 사람들과 그냥 여기 이 미세먼지 많은 나라에서 평생을 살아야하는가보다 싶기도 하다. 










 


 

- 우리가 사는 시간은 인간을 고문하고 내쫓고 강간하고 우리가 사는 시간은 인간의 자연을 뭉개고 막고 우리가 사는 시간은 식물과 동물들을 인간의 노예로 만든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영리하고 그래서 모든 것을 다 안다고 믿지. 하지만 얼마나 많은 것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지. (263-264)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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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건축가 2019-11-04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휴식처 같은 카페 같아요

수연 2019-11-04 11:34   좋아요 1 | URL
제가 봤을 때는 건축가님이야말로 마음의 휴식처에서 삶을 즐기시고 있는 것처럼 보여 부럽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