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말이 내 발가락을 따뜻하게 만들었다_라는 문장을 보자마자 이 문장과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책을 덮고 물어보았다.누군가에게 그 누군가의 발가락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말을 건네본 적 있는가. 진심으로 말 한 마디가 가슴에 바로 도달해 발가락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문장을 읽자마자 다가와서 바로 내 발가락을 만져보았다. 말의 힘, 언어의 힘, 타인의 힘. 딸아이가 광화문 집회에서 빠져나오며 물어보았다. 엄마,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뭐야?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었다. 고등학생 때 담임 선생님 말씀이 곧바로 떠올라서. 


 진보는 나 말고 너를 먼저 생각한다. 우리를 먼저 생각한다. 너가 있어야 내가 있고 그래야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보수는 나를 먼저 생각한다. 우리라는 개념은 나와 나의 친지들, 나의 가족들, 나의 친구들을 뜻한다. 너가 내가 되기 힘들고 너가 우리에게 들어오기 힘들다. 너와 나의 경계를 어떤 식으로 가늠하는지 그 태도가 진보와 보수를 가른다. 진보가 먼저인지 보수가 먼저인지 그건 각자 판단할 일이다. 살아가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 스스로가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애매해지는 경계는 분명 존재한다. 그것까지 무시하기는 힘들듯. 그럼에도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빗님이 오시기 전에 얼른 나가야할듯. 요즘 들어 계속 헷갈리는 영역. 진보와 보수 사이. 켈리 양의 문장 하나가 온통 내 발목을 감고 놓아주지 않는 날이다. 소낙비가 올듯. 우산 들고 나가봐야지. 진보가 건네는 말은 어떻게 발가락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지 보수가 건네는 말은 어떤 식으로 발가락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딸아이에게는 선생님 말씀 뇌리에 박혀있는 그대로 말해주었다. 고개를 끄덕끄덕. 그 이후 다른 질문은 없었고 나도 네가 진보인지 보수인지를 묻지 않았다 딸아이에게. 다만 아빠 말씀 떠올랐다. 빨갱이 같은 년. 아빠, 내가 정녕 빨갱이의 피를 지니고 있을까? 하늘에 있는 아빠 쳐다보며 물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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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10-28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때 멋진 담임샘을 만나셨네용:)

vita 2019-10-28 22:01   좋아요 0 | URL
고등학교 2학년 담임샘이 좀 많이 멋진 분이셨어요. 학교가 그렇게 좋은 곳인줄 처음 알았죠. 불량학생이었는데 ^^

cyrus 2019-10-2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딸아들이 지민이처럼 질문하면 전 대답을 못할 것 같아요.. 아는 대로 대답을 하긴 하는데 횡설수설하지 싶어요.. ㅎㅎㅎ

vita 2019-10-28 22:02   좋아요 0 | URL
나는 보통 99% 횡설수설이야 ㅋㅋ 저건 머릿속에 박혀있어서 ^^

빵굽는건축가 2019-10-29 0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가락을 따뜻하게
말초신경까지 따뜻함이 전해 진다는 말이네요 ^^

vita 2019-10-29 11:09   좋아요 1 | URL
말초신경을 언어로 뜨끈하게 데필 수 있다는 게 인간의 특징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