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째서 교복 입고 다닐 때는 의지가 발동되지 않았던 걸까. 아! 대학교 다닐 때만 의지가 발동되었어도 좋았을 텐데! 아! 딱히 번역을 위해 이 한몸 던지리오_라는 생각도 없는데 번역 관련서가 나오면 꼭 챙겨서 읽게 된다. 어렸을 때 공부 잘했으면 번역가 하고 싶었어요 실은. 통역하는 분들도 정말 멋지다고는 생각하는데 통역하는 분들보다 번역하는 분들 내 마음속에서는 더 멋져보여. 

정말 안타까움 만발하지만 오늘도 웃으면서 영어 공부. 조금씩 다시 영어가 좋아지고 있다. 읽을 책이 늘어가면서 홀로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약속을 최소한으로 잡는다. 동생이 프랑스어 과외하러 가기 전에 삼십분 짬이 난다고 해서 둘이 잠깐 수다 떨면서_ 언니에게는 은둔자의 기질이 있는 거 같아, 동생아, 푹 아일랜드 이런 외딴 곳에 가서 처박혀서 영어 공부만 하면 정말 좋겠다_ 하니 응 네게는 왕따 기질이 있지, 내가 그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캐치했지, 언니야가 내 언니만 아니었다면 정말 수백번 버렸을 거야. 그러면서 하하호호. 만일 시간을 되돌리면 무얼 제일 많이 하고 싶어? 동생에게 물으니 아주 방탕하게 놀아야지. 미친듯. 동생의 대답. 일평생 모범생으로만 살아왔다. 성적표는 온통 수수수수, 가끔 우수수수수, 나는 꿈에도 꾸지 못했던 1등급. 언니는 만일 되돌아간다면 정말 미친듯 공부할거야. 도서관에 콕 처박혀서 뇌가 핑핑 돌기 직전까지.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면서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의 결과물_ 즉 현재를 살아간다. 우와 정말 번역가가 되는 건 엄청 고되고 힘들고 빡세구나! 미드 번역을 위한 공부법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엘리자베스 길버트 인스타그램 팔로우했다. 언니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요. 하고 하트를 날리고 그가 알아듣지도 못할 한글로 댓글을 쓰고. 그러면서 우리 예쁜 설리도 그런 댓글만 읽었으면 그렇게 허망하게 가지 않았을 텐데 싶어서 또 잠깐 우울했다. 중간중간 치밀어오르는 감당할 수 없는 가벼움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캐치할 때 있다. 하지만 어떻게 세상에 완벽할 수가 있겠어 하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그래도 이 정도 사랑스러움이라면 까짓거 지켜주고싶다. 바로 옆옆자리에서 6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신사와 5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숙녀분께서 논문 가제본을 들고 이바구하시는 걸 우연히 엿들었다. 깍듯하게 교수님, 교수님 신사분에게 그러시는 걸 보니 제자? 대학원생들 나이, 보통 30대 초중반. 그렇다고 스스로를 너무 낮게 대하지 말라는 노신사분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5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숙녀분께서는 고운 패션 모자를 쓰고 고운 패션 안경을 끼셨다. 다 늙어서 이 나이에 공부를 한다는 게 너무 부끄러워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계속 더 공부하고 싶어요, 교수님. 존경을 표하는 모습 아름답고. 나이들어 공부를 한다는 게 배움의 길이라는 게 끝이 없지만 그래도 이왕 늦게 도전했으니 하고싶은만큼 실컷 해봐요, 이젠 책을 오래 보고싶어도 볼 수가 없어, 글씨가 흐릿흐릿해서. 완전 멋졌다. 그 교수님, 그 제자 언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과외가 끝난 동생에게 전화를 다시 걸었다. 동생아, 너는 더 이상 방탕하게 노는 꿈을 꿀 수 없지만 몸도 부실하고 아이들도 한창 뒷바라지해줄 나이니까_ 이 언니는 어쩌면 꿈이 실현될 수도 있을지 몰라 하고 놀렸다. 동생이 웃으면서 너는 참 하고싶은 게 어쩌면 그토록 많을 수 있니? 신기방기야. 집으로 돌아와 라면에 대파 송송 넣고 청양고추 하나 송송 넣고 계란 탁 풀어서 넣고 묵은지랑 냠냠냠 먹고 밥을 말아서 먹을까 말까 하다가 참고 토마토 하나 먹고 라떼로 입가심하면서 밀린 빨래를 탁탁 널면서 흥얼흥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9-10-1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의지로 구입한 교재를 한 번도 보지 않으면 교재 구입비가 헛되이 쓰는 거잖아요. 그래서 교재 구입비를 생각한다면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어요.. ㅎㅎㅎ

수연 2019-10-17 18:36   좋아요 1 | URL
너도 모범생이자나 ㅎㅎㅎㅎㅎ 요즘은 공부 절반 놀기 절반 그런 나날들만 계속 이어지면 좋겠어요, 파파 할머니 되어서도~

moonnight 2019-10-18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번역가를 꿈꾸었던 때가 있었어요. (먼 산 -_-;) 늘 열심히 읽으시는 수연님 멋지십니다^^

수연 2019-10-18 10:03   좋아요 0 | URL
저도 한때 꿈꾸었으나 좀 많이 불가능해보여요. 일단 번역가가 갖춰야 할 것 중 하나가 꼼꼼함이라는데 저는 전혀 꼼꼼하지 않아서요;; 그냥 번역가는 다음 생으로 패스하려구요. 늘 읽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제대로 들어가는 건 없는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