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이 뛰어다니는 개들이 나무라면, 평생 목줄에 묶여 얌전히 걸어 다니는 개들은 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개들은 인간의 소유물, 인생의 장식품밖에 안 된다. 그런 개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광대하고 고귀하고 신비한 세계를 상기시켜주지 못한다. 우리를 더 상냥하거나 다정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목줄에 묶이지 않은 개들만 그걸 해줄 수 있다. 그런 개들은 우리에게만 헌신하는 게 아니라 젖은 밤이나 달, 수풀의 토끼 냄새, 질주하는 제 몸에도 몰두할 때 하나의 시가 된다.

너무 멀어서 우리 귀엔 들리지도 않는 천둥이 벤의 귀를 압박해오면 녀석은 우리를 깨워 먼저 M에게, 그 다음엔 나에게 벌렁거리는 가슴으로 뜨겁게 기댄다. 그러곤 우리가 따스한 목소리로 천천히 속삭여주는 사랑의 말을 듣는다. 하지만 폭풍우가 지나가면 녀석은 다시 용감해져서 밖에 나가고 싶어한다. 문을 열어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미끄러지듯 나가버린다. 이른 새벽의 서걱거리는 푸른 공기 속에서 우리는 녀석이 바닷가를 따라 일출의 첫 분홍빛으로 달려가는 걸 지켜본다. 우리는 풍경과 하나가 된 그 즐거움에 - 자연 속에서의 그 위대하고 아름다운 기쁨에 매료된다. 개의 즐거움을 보고 우리의 즐거움도 커진다. 그건 작은 선물이 아니다. 그건 우리가 자신의 개와 길거리의 개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모든 개들에게 사랑뿐 아니라 경의까지 보내야 하는 커다란 이유다. 음악이나 강이나 부드러운 초록 풀이 없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개들이 없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58-59)




 
































안나 카레니나를 읽다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읽다가 완벽한 날들로 마무리. 안의 시집도 읽어야 하고 미드 번역을 위한 공부법도 읽어야 하고 밀린 미드도 잔뜩 봐야하고 새로운 프렌치 스토리도 봐야한다. 영화관에는 차마 갈 생각을 하지도 못한다. 어제는 기나긴 산책을 하다가 공중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오는데 T가 잠깐 훑은 기사들 중 하나를 들려줬다. 섬에서 죽은 일가족 기사였다. 여섯 살과 여덟 살 아이들이 제 부모 손에 죽임을 당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막막했다. 모든 불행한 가정들의 모습은 모두 다 제각각이라고 톨스토이는 썼지만 그 불행의 근저에는 모두 자본이 깃들어있다. 자본과 우울. 가을 날씨는 참담할 정도로 아름다운데 이렇게 좋은 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 세상이 지옥으로 느껴졌을 그 참담함. 대한민국이 어째서 자살공화국이 되었는지_ 오늘은 도서관에서 그에 관련된 책을 빌려와야겠다. 어제 T에게 한 말, 나는 어마어마한 욕망덩어리인데 그런 마음을 갖고 메리 올리버를 읽고 있으면 막 부끄러워져서 쥐구멍으로 숨어들고싶어. 하지만 생각해봐, 터질 거 같은 욕덩을 갖고 있으니까 더 메리 올리버를 열심히 읽어야 하는 건 아닐까? T는 웃으면서 답했다. 메리 올리버도 이해해주실 거야, 이 인간아, 인생은 이렇게 유한하단다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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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10-16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섬에서 일가족이 죽은 사건이 있었나요? 몰랐네요.
그제 조국 장관의 사임과 설리의 자살 소식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설리는 정말 안타깝더군요. 좋아하는 연애인은 아니지만
스물 다섯 밖에 안 됐는데 악플에 시달려 그렇게 허망하게 가다니...
천정환의 자살론 왠지 읽어보고 싶네요.

수연 2019-10-17 11:10   좋아요 0 | URL
다음에서는 메인화면에 뜨던데 네이버에서는 안 뜨더라구요. 자꾸 일가족 자살 사건이 보도되는데_ 불행한 사건들이 자꾸 들리니 마음이 안 좋네요. 저는 설리 확신 있게 자기 뜻 표현하는 거 보고 말도 예쁘게 하고 얼굴도 예뻐서 좋아했는데 안으로는 얼마나 곪았을까 싶어 안타까웠어요. 그냥 연예인 말고 다른 거 해도 재능이 많아보였는데. 도서관에 빌리러 갔더니 대출중이어서 못 빌려왔어요 ㅠㅠ

카스피 2019-10-17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살론이란 책도 있네요.자실은 맘 아픈 일인데 자살이 워낙 많다보니 자살에 관란 책이 나올 정도군요.

수연 2019-10-17 18:35   좋아요 0 | URL
자살하고픈 나라 말고 살기 좋은 나라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인생들이 많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