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삼사십 페이지면 올해 안에 완독할듯.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오늘은 예정보다 조금 더 읽고 자려고 한다. 앞산 언덕에 살고 있는 길냥이 녀석들에게 깜박하고 밥 주는 걸 잊었다. 잠깐 바람을 쐬려고 나갔더니 두 녀석이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길길이 날뛰며 우리를 하루종일 굶어죽일 셈이냐, 이 닝겐아! 하고 미친듯 냐옹냐옹 혼냈다. 주로 같이 나타나던 세 마리에서 한 마리가 줄고 요즘은 이렇게 둘이 나란히 붙어다닌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얼른 사료를 통 안에 가득 담아내놓으니 내가 사라지기도 전에 냅다 달려와 통 안에 코를 처박는 두 마리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치즈는 안나, 깜둥이는 까레니나. 어젯밤 간만에 마신 폭탄주 넉 잔에 아침 골이 살짝 아팠지만 별다른 숙취가 없어서 아침밥을 고봉으로 먹었다. 다이어트는 개뿔. 














"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늘 그러하듯 본명하고 시원시원한 표현과 우아한 말투로 말했다. "외부 세계에 대한 나의 모든 표상이 인상에서 나온다는 케이스의 이론에 난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존재라는 가장 근본적인 개념은 감각을 통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개념을 전달할 특별한 기관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죠. 그러나 부르스트, 크나우스트, 프리파소프*는 당신에게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존재에 대한 당신의 의식은 모든 감각의 총체에서 나오며, 존재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감각의 결과라고 말입니다. 부르스트는 심지어 노골적으로 말합니다. 감각 없이는 존재에 대한 개념도 없다고 말이죠."

"내 생각은 정반대입니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말을 시작했다. 그러나 레빈이 보기에 그들은 또 가장 중요한 문제에 접근했다가 다시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는 교수에게 질문을 던져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면, 만약 감각이 모두 사멸하고 육신이 죽어 버리면, 더 이상 어떠한 존재도 있을 수 없는 겁니까?" 그가 물었다.

교수는 대화의 중단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기라도 한 듯 짜증을 내며 질문을 던진 낯선 남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철학자라기보다는 배를 끄는 인부처럼 보이는 이 남자를 흘깃 돌아보고는 세르게이 이바노비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눈길은 마치 '여기에서 왜 그런 얘기가 나와?' 하고 묻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교수처럼 결코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말투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머릿속에는 교수에게 답하면서 동시에 그런 질문을 낳은 단순하고도 당연한 시각을 이해할 만한 여유로움이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겐 아직 이 질문을 해결할 만한 권리가 없어......"

"자료가 없을 뿐입니다." 교수는 이 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논증을 계속했다. "아닙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프리파소프가 노골적으로 지적했듯이, 만약 감각이 인상을 그 기초로 삼고 있다면, 우리가 이 두 가지 개념을 엄격히 구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레빈은 더 이상 이야기를 듣지 않고, 교수가 어서 가기만을 기다렸다. (56-57)

* 톨스토이는 패러디적이고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위해 이 이름을 지어냈다. 이 이름은 각각 '소시지', '인색한 혹은 날카로운', '식량'을 뜻한다.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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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9-10-14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리에 누워서 읽기는 힘들겠어요 졸다가 얼굴에 떨어뜨리면 대참사^^; 완독 응원합니다^^

수연 2019-10-14 11:28   좋아요 0 | URL
완독완독완독 ^^ 잠자리에서 누워서 들고 못 읽어요 문나잇님, 팔 아파요 ㅋㅋ

stella.K 2019-10-14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다보면 재밌나요? 올해래봤자 두달 반 정도 남았는데 매일 30페이지라.
웬지 도전할 수 있을 것만 같군요.
지금까지 톨스토이의 작품은 부활과 단편선 밖엔 없는 것 같은데
안나는 여성 서사라 죽기 전에 한번은 읽어야 할 텐데 생각만하고 있습니다.ㅠ

수연 2019-10-14 19:58   좋아요 0 | URL
같이 읽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