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관에 다녀왔다. 고등학교 다닐 때 일주일에 한 번씩 왔다갔다 하던 종로도서관. 이십대 초반에 왔다갔다 했고 이십대 후반에도 몇 번 왔다갔다 했는데 그 이후로는 처음이다. 삼십대에는 홍대에 있는 마포구립도서관과 정독도서관에 왔다갔다 했으니까. 사십대가 되어서 오랜만에 갔다. 기분 묘했다. 일단 건물은 그대로. 나 고등학생일 때랑 별반 다를바 없는. 기계도 바뀌었고 인왕관이 새로 생긴 걸 빼면 달라진 건 별로 없는듯. 오늘 가서 최대의 수확은 인왕관. 근데 책이 거의 새 책이더라. 사서님들이 사진 찍지 마 했는데 몰래 찍었다. 인왕관 생긴지 얼마나 됐어요? 하니 2년 좀 넘었다고. 겨울에 강좌는 열리나요? 하니 10월 강좌가 올해 마지막이라고. 내년 강좌 지금 기획중이라고. 완전 두근두근거려요 하니 철학 전공하셨어요? 아뇨. 저 철학이랑 엄청 먼 인간이에요. 후훗 하고 웃으니 사서님 약간 얼굴 굳으셨다. 뭐지 이 또라이는. 그런 눈빛. 후훗 하고 웃지 않았다. 엄청 크게 웃었다. 저 철학이랑 엄청 먼 인간이에요, 움하하하하하하. 이렇게. 어쨌거나 도서관에서 대출증 새로 만들고 책 빌리고 있는데 친구에게서 연락왔다. 좋아하는 시인님 있는데 그 시인님이랑 친구랑 친구 사이라 우리 조만간 같이 술 마시자. 뿌잉뿌잉 했다. 돈까스 안 튀겨? 물어봐서 응 나 이제 백수야 완전한 백수. 아 부러워 라고 친구가 그래서 뭐가 부러워 부럽긴. 동생 동네로 이사갔다고 그러니 나중에 그 동네에서도 보고 서울에서도 봐야지 하고. 인왕관 완전 좋아. 도서관에서 연필 드로잉 수업 하던데 마음 같아서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 그림 못 그리니까. 그리고 빌려온 책은 문성원 선생님의 [철학의 슬픔]. 머리말 다 읽고 대출.



 






 














잠을 설치면서 누워 있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깜박깜박 잠이 들곤 하는데, 잠들었던 순간은 꺠어 있던 기억에 묻혀 버리는 모양이다. 철학자라고 별반 다를 리 없다. 스스로는 깨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잠들었을 수도, 게다가 코를 골았을 수도 있다. 자기중심성에서 깨어나자고 하지만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냐고 추궁하면, 답이 궁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자기중심적 태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깨어나서 타자에 주목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타자성 가운데서 어떤 가능성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 어차피 삶은 깨어남일 테니 말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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