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아빠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똑똑하다고 하면 속상하다 할 정도로 똑똑이들인데 왜 그토록 사기를 많이 당하고만 걸까_ 어렸을 때도 궁금했고 커서도 궁금했다. 사기를 당하고 재산을 날리고 사기를 당하고 재산을 날리고 또 사기를 당하고 재산을 날리면서 나와 동생들의 호화로운 생활은 어느 시점에서인가 정지 상태였다. 그리고 내가 커서 사기를 당해보고난 후에야 알았다. 그토록 믿었던 사람이 내 등을 후려갈기고 머리통을 도끼로 박살낼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엄마아빠의 말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사기를 당하는 동안에는 사랑에 급빠져서 상대방이 완벽한 인간으로 보이는 것처럼 콩깍지가 낀다. 옆에서 모두 사기꾼 같아, 사기를 당하고 있는 거 같아_라고 말하는데 아니야, 네가 그를 잘 알지 못해서 그래,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얼마나 믿음직스러운 사람인데_ 내가 사기꾼을 급변호하는 것이었다. 백이면 백 모두 사기를 당해도 나는 안 당해_ 라고 말하던 내 베프도 사기를 당했다. 그토록 똑똑하며 그토록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한가득한 인간도 사기꾼에게 걸리면 맥도 못 추는 것. 그래서 나는 사기를 당하고난 후에 그 누구도 만나기를 거부했다. 인간이란 끔찍한 존재야, 라면서 가족과 베프들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다 연락처에서 삭제했다. 그리고 곧이어 베프라고 믿었던 친구에게도 제대로 사기를 당했다는 걸 알고는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일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사기꾼을 소개한 친구와 언젠가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그 인간이 사기를 친 걸 너는 알고 있었냐 알고 있으면서 나한테 그랬던가 차갑게 말했다. 네 잘못은 아니지만 그런 사기꾼을 선배라고 가까이 지내는 것 또한 안 좋지 않겠는가 했지만 내게 사기를 쳤지 그 친구에게는 사기를 치지 않았던 걸 보면. 사기꾼 물론 밉다, 그런데 사기를 직접 친 사기꾼보다 사기꾼을 소개한 친구가 더 밉다. 사기꾼들은 일단 인간의 심리라는 것에 대해서 빠삭한듯. 그래서 사기꾼에게 믿음을 갖게끔 만들고. 뒤돌아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허황된 말이었고 논리적으로 그릇되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내 마음은 아니야, 아닐거야, 설마 그럴 리 없어, 강하게 의심을 거부하는 것이었고. 아 그때 멈추었다면 그랬다면 그렇게 큰 돈을 날리지 않았을 텐데_ 소중한 내 사람들도 잃지 않았을 텐데_ 후회를 해보는 것이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김웅의 검사내전을 계속 읽는다. 너무 큰 수업료를 대가로 치뤘지만 인생 공부는 정말 제대로 했던 날들. 빚도 얼추 갚았지만 그래도 상처는 여전하다. 조용히 책에 코 처박고 남은 나날들을 평화롭게 고요하게 보내고싶다. 사기꾼들이 활개를 치고 살아가는 거야 어디 이 땅만 그렇겠는가 싶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아 진짜 개 같아 개 같아 중얼거리면서 페이지를 넘기는 폭염주의 나날들이다. 엄마와 아빠가 사기를 수없이 당했던 경험들을 돌아보고 내가 겪었던 사기 체험담을 들춰보니 속지 않으려면 믿음을 주는 첫 순간부터 아예 없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아 얘가 나를 믿기 시작하는구나 하고 사기꾼이 눈치채는 그 첫 순간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믿음을 안겨주고 웃음을 짓는 그 첫 순간만 없다면 눈에 피눈물 고일 일 따위 평생 겪어보지 않는 편이 낫다. 이 땅은 사기를 쳐도 달아날 구멍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여러 명의를 통해서. 욕망이 언제나 문제다. 스스로 머리 밀고 절로 들어가지 못할 바에야 욕망의 씨앗들조차 조용히 제거하는 편이 좋다. 욕망과 믿음과 타인. 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하나 있긴 한데 사기를 치고 당할 때에도 욕망과 믿음과 타인의 바운더리가 존재하고 그 이외 인간사에서 정말 필요하다 싶은 것들, 예를 들어 진리를 논할 때 역시 욕망과 믿음과 타인의 바운더리가 겹쳐진다는 점. 이게 문제라면 문제겠다. 지능과는 아무 관계 없다. 사기꾼이 대놓고 사기를 치겠다고 한다면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하물며 대한민국의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조차 말하지 않는가. 무조건 피하는 게 수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고 이 땅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며 타인들에게 공포감을 지니게 된다. 그렇게 삶이 쪼그라진다. 그러니 가능하면 피하자, 사기를 당하지 말자 부탁하고 싶어진다.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두 손을 잡고 머리를 수그리면서 두 눈을 마주하고 믿음을 주고받을까봐 겁나서 고개를 수그리고 얼굴을 보이지 않으면서 우리 서로 제발 삶이 쪼그라드는 일은 이제 그만 하자 그러고 싶어진다. 









 

세계 커피시장을 정복할 뻔했던 그 남자는 결국 기소되어 처벌받았다. 하지만 피해자는 권리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사실 사기꾼 입장에서는 합의를 하는 것보다 그 반의 반값으로 신상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니 법이 돈을 돌려줄 거라고 믿지 말고 일단 속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 P109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것은 큰 위기이다. 재산을 비롯한 물리적인 피해를 당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정신적 상처를 입는다. 더욱이 사람과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 잃는다. 살면서 누구나 어려움을 겪는다. 흔히 사람들은 위기가 기회라고 설교한다. 정말 그럴까?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직접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없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듯 위기는 위기다. 그것이 기회라고 말하는 사람은 위기를 겪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 P117

바보 같게도 나는 그에게 살다 보니 세상이 다 사기 같다고 말했다. 영민 씨 같은 사람에게 세상은 더욱 그렇다고 했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라는 말도 사기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식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특혜를 준다. 청년에게 위로를 건넨다는 교수나 종교인도 정작 관심은 돈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정의와 법치주의를 부르짖는 검찰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사기의 주연일지 모른다. 어쩌면 개처럼 일하는 형사부 검사들의 선의와 신실함이 이 사기의 가장 화려한 기술로 악용되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세상은 늘 영민 씨 같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과 기대를 훔쳐 가는지 모른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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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3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14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상곡(夜想曲) 2019-08-1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를 보면 인간이 왜 사악하고 간신이 판을 치는지 왜 매국을 하는지 여실히 알수있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 전부가 사람을 보는 눈이 없고 인간의 본성을 통찰하지 못한다) 역사를 안다는건 인간의 민낮을 꿰뚫어보는것이다

수연 2019-08-14 08:47   좋아요 0 | URL
네 야상곡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사람 보는 눈이 한참 낮아서 당한 일 같습니다.

야상곡(夜想曲) 2019-08-14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연님께 추천 드리고싶은 책으로는 한비자와 후흑,36계 그리고 유세객이나 모사꾼들의 지침서라고 불리우는 귀곡자와 전국책을 꼭 권하고 싶네요. 특히나 귀곡자와 전국책은 종횡학의 총론과 각론으로 불류될만큼 유세객들의 필독서라고 알려진 책입니다

수연 2019-08-14 09:16   좋아요 0 | URL
추천해주신 책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