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전집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희진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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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램지 부인은 우리 엄마랑 같은 모습. 나는 엄마처럼 살고싶지 않아, 이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엄마라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부터 그건 그렇게 되고싶다 되고싶지 않다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영역에 속해있는 것.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옷차림새가 그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이렇게 해서 성립되는건가. 엄마처럼 살고싶지 않아_ 했지만 이 말은 즉 나는 나쁜 엄마가 될 겁니다_로 들릴 수도 있겠다. 교보문고에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또 책과 음반을 충동구매하고 곧바로 나왔다. 간단하게 밥을 먹었고 디저트는 집에서 해결하자 했는데 요즘 유행한다는 대만 음료가 궁금해서 마셔보았다. 아 제 취향은 정말 아니더군요. 쫀득거리는 알맹이들도 느낌이 거북스러워서 마시다가 결국 동행에게 넘겼다. 난 진짜 더 이상 못 마시겠어. 느글거려. 


 예상보다 어렵다. 등대로. 댈러웨이 부인은 열 번도 넘게 읽었는데 등대로 다시 읽으라고 하면 아무래도 가능하지 않을듯. 문학사적 위치와 별개로 읽는 흐름이 뚝뚝 끊겨서 재독은 지금 당장은 정말 힘들듯. 램지 씨는 숨이 막힐 정도로 싫다. 램지 부인은 가여워 등장할 때도 저 세상으로 가서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을 때에도 그저 한없이 가엾기만 해서 설명할 도리가 없다. 가부장제는 언제쯤 끝이 날까? 딸아이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알 수 없음...... 으로. 교보문고에서 사춘기에 막 접어든 소녀와 갱년기에 막 접어든 중년 여성이 별 것도 아닌 걸로 서로를 죽일 것처럼 대하는 모습을 우연히 문구 코너 앞에서 마주했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살기가 느껴져서 정말 무서웠다. 화장실에서 막 나온 딸아이와 동행에게 그 광경을 묘사하면서 우리도 그렇게 될까? 그렇게 하지 말자, 그리 하지 말자, 하고 딸아이 손을 꼬옥 붙잡으니 엄마가 나한테 무조건 지면 싸울 일이 없지_라고 딸아이가 답하길래 아니, 뭐라고 요것아! 하고 냉큼 소리를 질렀다. 가부장제도 사춘기도 갱년기도 결국은 제대로 숨을 쉴 수 없게 만드는 그 강압성에 있는듯. 


 등대로_ 어렵습니다. 하지만 읽기 잘 했고. 죽기 전에 과연 다시 읽을 수 있을까_ 그냥 댈러웨이 부인 앞으로 열 번 더 읽는 걸로 대체할까보다. 아 근데 맞아, 나 스페인어 번역본으로 읽겠노라고 이거 사놓은 거 같은데 작년에...... 당장 읽지 않을 거 같은 책은 이제 구입하지 말아야겠다. 결심하는 가운데 아까 독일어 원서 코너 가서 새로운 원서가 뭐가 들어왔나 어디 한번 구경할까 하고 왔다갔다 쓰윽쓰윽. 아 그런데 독일어 원서 코너 앞에 어린 소녀들이 많아서 깜놀했다. 독일로 떠나서 공부하려는 어린 소녀들이 이토록 많다니! 하고 놀라워하면서. 울프 언니 리뷰 쓰려고 했는데 결국 오늘도 독일어로......


 

이 아이들은 언제 올 건가? 그들은 모두 언제 떠날 건가? 그녀는 안절부절을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서 분노가 끓어오르는 상태에서 저 남자는 결코 주는 법은 없고 취하기만 한다고 생각했다. 부인은 계속 주었다. 주고, 주고, 또 주다가 그녀는 결국 죽고- 이 모든 것을 남겨놓았다. 그녀는 정말 부인에 대하여 화가 나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브러시가 약간 떨리는 채 그녀는 울타리, 계단, 벽을 바라보았다. 이게 모두 부인의 짓이었다. 그녀는 죽었다. 릴리가 마흔네 살이나 되어가지고서도 한 가지 일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여기 서서 그림 그리는 척하며, 그런데 이것만은 장난삼아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도,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부인이 늘상 앉아 있곤 하던 자리는 지금 비어 있다. 그녀는 죽은 것이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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