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나 목사와 마찬가지로 할머니도 올가가 더 이상의 교육을 받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부려먹을 일거리가 없는데도 집에서 입학시험을 준비하려던 그녀를 잠시도 편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 때문에 올가는 여름에 책을 싸들고 숲가의 조용한 장소로 도망쳤다. 그곳으로 헤르베르트가 찾아왔다. 개와 함께 왔으며 가끔은 총도 들고 왔다. 그는 올가에게 비가 올 때 비를 피하며 공부할 수 있는 사냥오두막 하나를 알려주었다. 그는 심심찮게 그녀를 위해 작은 선물을 챙겨 왔다. 과일 한 개나 케이크 한 조각, 포도즙 한 병 등. 

 대개 그는 올 때마다 달려서 왔으며 숨을 헐떡거리며 그녀 옆 풀밭에 누워 그녀가 공부를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그다음 그의 첫 질문은 이랬다. "오늘 아침까지 모르던 무엇을 알게 됐어?" 

 그녀는 흔쾌히 대답했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자신이 마음에 새긴 것과 다시 망각한 것 그리고 다시 한 번 읽어야 할 것들을 깨달았다. (32-33) 












 

 집에 돌아와보니 아이들이 테라스에서 모두 나란히 누워서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석양 무렵. 방금 전에 어미가 창문 바로 앞에서 냐옹냐옹 울어대 가까이 다가갔더니 잔뜩 화가 난 얼굴로 하악질을 했다. 아침에 밥 줬잖아! 하고 앗차! 시간이 이렇게나 흐른 것을. 사료를 갖고 얼른 나갔더니 모기떼가 덤빈다. 사료통을 보고난 후에야 하악질을 멈추고 어미는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새끼들은 후다닥 뒤로 도망. 그릇 안에 사료를 담고 마주한 어미에게 미안, 미안, 사과를 하고 이제 막 들어왔다. 어미와 새끼들이 사료 그릇으로 달음박질쳐 간다. 수영을 마치고 아이스밀크티를 마시고 앞으로의 공부에 대해서 연인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서점에 가서 책 구경, 김현 선생님의 책과 올가 중에서 한참 왔다갔다 하다가 올가를 들고 왔다. 밤이 되어 정신이 돌아오면서 공부한 것들을 조금씩 올리는데 카톡, 선생님 이렇게 더운 날 공부가 너무너무 안됩니다_ 답톡을 보낸다. ㅋㅋㅋㅋㅋ 이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데 안 하면 넘 하고싶어서 미칠 거 같지 않나요? 공부 조금 하고 밑줄 긋기, 마지막 문장에. 무엇을 해야할지 명확하게 깨닫게 되는 순간들. 저 길냥이들에게 이제 이름을 붙여줘야 할까. 내 일상의 나날들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양이들이 마리 이외 또 생겼으니. 저 아이들의 나날들에 나는 사료와 물을 주는 최초의 인간(일까)이 되었으니. 서로가 의도치 않게 서로의 삶에 스며들고 말았으니 이름을 붙여줘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저 아이들도 나를 어떤 인간에서 한 인간으로 인식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그렇게 해서 그녀는 자신이 마음에 새긴 것과 다시 망각한 것 그리고 다시 한 번 읽어야 할 것들을 깨달았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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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8-06 1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서점에서 <올가> 책 주문했다가
빨랑 보내 주지 않아서 취소한 기억이
납니다.

인연은 그렇게 오다가도 후퇴하기도
하는가 봅니다.

수연 2019-08-06 19:33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은 겉과 속이 다른 말씀을 한 마디도 안하세요. 그런 점이 참 좋은 거 같아요.

수연 2019-08-06 19:34   좋아요 0 | URL
아 올가는 기대했던 것보다 좋아요. 인간과 인간 사이 신뢰가 어떤 식으로 형성이 되는지 이제야 알 것도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