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오기 전에 - 죽음 앞에서 더 눈부셨던 한 예술가 이야기
사이먼 피츠모리스 지음, 정성민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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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욕망이 생긴 것이라면, 항상 행복한 결말을 바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미디어는 그런 욕망으로 가득 차있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훨씬 깊은 곳에는 또 다른 충동이 자리 잡고 있다. 살고자 하는 의지다. 인생이 안겨주는 슬픔을 안고 살아가려는 의지, 상실을 견디며 살아가려는 의지, 사랑을 품고 살아가려는 의지. 인생의 길을 찾으며,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려는 의지. 그것이 에밀리의 이야기다. 나의 이야기. 


 당신의 비밀을 내게 말해주길. 가장 깊은 밤에 내게 속삭여주기를. 할 수 있으면, 당신의 욕망들을, 당신이 느끼는 두려움들을 말해주길.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먹기를 좋아하는지 내게 말해주길. 아직 잠에 취해 있는 듯 모든 것을 알려주기를. 우리는 인간이다. 나는 듣고 있다. 당신의 몸으로, 당신의 목소리로 말해주기를. 왜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지 말해주기를. 내가 간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고민하지 말고, 당신의 모습 그대로 내게 전해주기를. 가벼운 바람에도 당신은 몸을 떤다. 내게 말해주기를. 나는 당신에게 완전히 사로잡힌다. (208-209)



 흔히 말하는 불행이란 것을 경험하다보면 그 사이 세상은, 곁의 사람들은 모두 종이로 만들어진 것처럼 무용하게 느껴진다. 그 불행을 온전하게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생각 한 겹의 차이가 기나긴 밤을 불면으로 지새우게 할 수도 있고 오랜 달리기에 지친 몸을 아무 생각 없이 침대 위에 눕히자마자 곯아떨어지게 할 수도 있다. 천천히 글자들이 몸 속에 들어오는 동안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기, 곁의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기, 저기 어두운 곳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는 누군가가 안전하게 집에 도착하기를 바라는 일이 아주 천천히 진행된다. 이 사람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이 글을 썼는지 모르겠으나 그에 뒤따르는 속도로 가능하면 오래 읽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어디 쉬운가. 언어를 바꾸는 일이 어디 쉬운가. 인생을 바꾸는 일이 어디 쉬운가. 그 어느 것도 쉬운 것은 없다. 세상을 바꾸는 것도, 언어를 바꾸는 것도, 인생을 바꾸는 것도.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거고 내 주변 사람들 모두가 말하는 일이다. 세상을 바꿀 생각은 아주 크진 않지만 조금 갖고 있고 언어를 바꾸는 일은 도전을 해보고 실패하면 다시 본래의 언어로 돌아오면 되는 일이고 인생을 바꾸는 일이 난이도가 꽤 높지만 이게 또 아주 불가능해보이지는 않는데 하면 다들 몸을 부르르 떤다. 이런 세상살이 한움큼도 모르는 물러터진 사람아! 라고. 아주 조금 귀가 트이고 아주 조금 말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걸 몸으로 느끼면서 이렇게 천천히 하다보면 인생도 달라질지 모르겠다 싶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야 아직도 산처럼 거대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0시부터 24시까지 매해 1월 1일부터 12월 마지막 날까지 행복해지겠다는 생각을 비우니 옅어진다. 두려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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