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지지 못함도 하나의 지헤


  그 당시부터 적당히 야무지지 못한 것도 하나의 소중한 지혜라 생각했다. 내가 자라난 가정에 불화가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엄격한 성격 탓이었다. 아버지는 오늘 해야 할 일은 반드시 오늘 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을 게을리 할 의도가 있거나 결과적으로 게을리한 사람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성실하신 분이었지만, 나는 성실함에 대한 두려움만 사무쳐 있었다. 그래서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하지 않는다'로 나의 약점을 인정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나님, 그것을 바라시나이까 (61)


 소노 아야코, 오경순 역 


 



 

 

















 허당임을 인정하면 사람들은 만만해보인다고 여길까.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야말로 불순한 사람들. 전학. 촌동네로 이사를 왔다. 딸아이를 데리고 새로운 학교로 새로운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새로운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아이들은 우오오오오오오 괴물들의 포효소리를 내며 아이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이름을 채 밝히기도 전에 우리의 공간에 낯선 존재가 찾아왔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있겠는가, 아이들은 몸짓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예쁜 아이를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님, 앞으로 잘 보살필게요, 라는 담임선생님의 환대도 감사했다. 도도하게 굴지 마라, 세상은 항상 너보다 위에 있다. 이 말을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딸아이에게 누누 이야기한다. 도도한 척 콧대 높이지 마라, 하고. 딸아이는 어리둥절해했다. 떨리는 심장을 부여안고 어떻게 하지,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선생님이 무서우면 어쩌지, 다시 예전 서울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지면 어쩌지 하며 걸었는데 막상 당도해보니 온통 웃는 얼굴들, 환한 공간, 낯설지만 가슴이 부풀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빛이 딸아이 얼굴에도 드러났다. 


 그러고보니 나는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허당이라고 불리웠을 정도로 허당끼가 많다. 결혼을 해서도 역시 내가 허당이라는 사실 시댁 어르신들께 즉시 간파당했다. 카페를 해서 망하고난 후에 알았다, 내가 조금 더 허당이었다면 이보다 조금 더 허당이었다면 그래도 망했을까, 하고 질문하는 시간. 더 허당이었다면 아주 완벽하게 말아먹었거나 허당인 척 했더라면 조금 더 나아졌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안과 밖이 다른 표현법을 계속 취할 것이다, 쉬이 바뀌지 않으니, 노력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노력을 해서 바꿀 수 있는 테두리에 있는 것이고 제아무리 노력을 해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인간이란 원래 그러한 것, 그리 말할 수 있으리라. 아주 인생의 더럽디 더러운 쓴맛을 다 보고난 후에 아 역시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나는 그냥 룰루랄라 계속 놀면서 인생을 허비했어야 했어, 자책. 하지만 세상의 비정한 맛을 혀로 핥고나니 스펙트럼이 달라진 건 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딸아이가 지금보다 더한 허당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네가 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그래서 더 관대한 사람이 되기를. 세상이 아무리 비정하다고 해도 그 안의 품은 따스하기만 하니 그곳이 바로 너와 내가 있어야 할 곳, 우리들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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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8 0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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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8 1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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