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부터 읽다가 만 책들이 이렇게 쌓여있다. 하아....

전부 한 삼분의 일 정도 읽다가 안 읽고 있는데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 주의가 산만해서다.

게다가 저 책들은 다 집중력이 필요한 책들인데 책을 살 당시에는 작가나 책의 주제에 호기심이 있어서 집중해서 읽겠다 마음 먹었는데 그 시기가 지나버리니까 흥미가 떨어졌다고나 할까? 게다가 요즘은 또 너무 더워서 독서를 할 수가 없다는 핑계를 대본다. 


아무튼 빨리 다 읽어버려야지. 책 쌓인 거 보고 있으니 너무 답답하다.






점심엔 이렇게 탄수화물 폭탄 잔치를 하고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기나 해볼까 하고 도시 외곽으로 나갔다.

무슨 국립 숲 체험관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거기는 미리 예약을 해야하고 입장료도 받는 곳이고, 그 바로 아래 계곡은 누구나 가서 놀 수 있는 곳이라 그쪽으로 갔다. 근데 갓길마다 차가 주르륵. 어디 주차할 곳이 하나도 안 보여서 그냥 그 계곡 공기 냄새만 맡고 물 흐르는 소리만 듣고 돌아서 나왔다.

휴가철이 지나도 아직 많이 더우니까 시원한 계곡은 여전히 인기로구나

다음에 조용해지면 가봐야지.






자연에서 못 논다면 수영장에서 놀면 되지ㅋㅋㅋㅋ

그래서 또다시 수영장엘 갔다.

이번에 수영복이랑 수모도 새로 사서 개시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던 것이다ㅋㅋㅋㅋ

사진 속 강아지 그림이 새로산 수모다.

그동안 수영장엘 한 10번 정도는 간 거 같은데 똑같은 수영복만 입으니까 내가 지겨워서 한벌 더 산거다.

요즘은 쇼핑할때 옷보다 물옷을 더 많이 구경한다ㅋㅋㅋㅋㅋ잘 하지도 못하면서 장비 욕심만 부리고 있다.


수영장에 가면 일단 킥판 잡고 발차기 200미터를 준비운동으로 해 주고, 내 어설픈 자유형으로 20미터를 왔다갔다 하면서 한 100미터 해준다. 20미터만 가는 이유는 그 이후로 물이 쑤욱 깊어져서 수심 1.8미터가 되기 때문.


초급레인에 가보면 늘 오는 사람들이 와있다. 그래서 나혼자 그분들 보며 내적친밀감을 느끼곤 한다.

그분들 중 한분은 일전에 내 앞에 가고 계시다가 깊은 물로 조금 들어가셨는데 당장 라이프 가드님이 와서 거기까지는 들어가지 말라고 제지하는 거다. 그분은 라이프 가드님이 우리 초급레인에 언제나 관심을 갖고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웃으셨다. 나도 따라 웃으며 늘 관심 받고 있는 초급레인 사람들이 어쩐지 좀 귀여워 보였다ㅋㅋㅋㅋㅋ








요즘 유행하고 있는 챗지피티 명령어를 넣어보았다.

내가 챗지피티랑 대화하는게 저런 주제가 다 이기 때문에 저렇게 대답을 해주던데,

챗지피티 너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나 그렇게 단순한 사람 아니라고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요즘엔 영어공부할때 챗지피티 한테만 의존하는데 얘 없을땐 어떻게 했나 몰라.

진짜 세상 참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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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8-24 0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따라해봤어요, 망고 님! 제 결과도 잠시 후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신발 너무 예쁜거 아닙니까? >.<

망고 2025-08-24 12:46   좋아요 0 | URL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락방님 채경이는 과연 뭐라고 할지ㅎㅎㅎ
십년째 신고 있는 제 고무신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단발머리 2025-08-26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발도 수영모자도 너무 이뻐요~~
계곡이 여전히 인기가 많군요. 올해는 저는, 물 근처에도 못 가본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챗지피티랑 이야기하는 거는 50퍼센트가 <바닷가의 루시> 내용에 대한 거에요. 윌리엄은 왜 바람을 폈니?를 세 번 정도 물어본 거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근데 가끔 챗지피티가 작품 내용과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다른 소설과 헷갈리기도 하더라구요.
저도 망고님처럼 영어 공부할 때 이용하고 싶은데 말이지요~~

앤 브론테 소설 찜하고 갑니다^^

망고 2025-08-26 10:41   좋아요 0 | URL
8월말인데도 계속 덥고 게다가 주말이라 계곡이 더 붐볐나봐요.
근데 윌리엄은 왜 바람을 폈을까요?ㅋㅋㅋㅋㅋ루시랑 이혼할 생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계속해서 불륜을 저지르는 윌리엄은 대체 뭔 생각인지... 사실 저는 루시 시리즈 읽으면서 윌리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냥 그는 그런 인간이다 하고 넘기고 루시가 하는 자기 이야기들에 가슴아파 했던 거 같은데, 단발머리님이 윌리엄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때 너무 새롭고 좋아요. 오 그렇게 깊은 생각까지 소설에서 끌어올 수 있구나 하고.
근데 챗지피티 거짓말도 잘 하고 내가 하는 이야기에 그럴듯하게 맞장구 쳐주며 아부하는 거 볼때마다 조금 웃겨요ㅋㅋㅋㅋㅋ 특히 책 이야기 할때 좀 잘 못 알아듣더라고요. 은근히 바부팅ㅋㅋㅋ

 

새벽에는 온도가 19도 였다.  창문으로 바람도 솔솔 들어오고 어찌나 시원하던지.

낮에는 30도 이상 올라가지만 일주일 전이랑 비교하면 이정도 더위는 더위도 아니다.

이제 뭐 32도 정도는 시원하다 느끼지 않나?ㅋㅋㅋㅋㅋ




마당에는 여름 꽃 플록스가 탐스럽게 피었다.

뜨거운 여름 햇살에도 시들지 않고 팡팡 피어나는 꽃이다. 여름내내 오래 피고 향기도 좋다. 



    

올해의 옥수수 수확ㅋㅋㅋㅋㅋㅋㅋ

텃밭에 낑겨서 겨우겨우 자라서 이정도. 

내년에 심을 씨앗은 확보 했으니까 된거지ㅋㅋㅋㅋㅋ




 

신나게 수영장에 갔다가 샤워장에 들어가기 전에 봤더니 수건을 안 가지고 왔다는 걸 발견!

어쩐지 가방에 공간이 많이 남더라...수건 없다고 집에 돌아가기는 좀 그렇고, 다시 옷 입고 매점에 가봤다.

혹시 수건도 파냐고 했더니 다행스럽게도 판다고 하더라. 

수건 사가지고 라커룸에 와서 다시 옷 벗고 샤워장으로 갔다. 대체 옷을 몇번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건지ㅋㅋㅋㅋ

샤워장에선 수영복을 입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수영복 입기가 힘이 들었다. 초반에 힘을 다 뺀 덕분인가? 

내 수영복은 두겹짜리인 일명 탄탄이 수영복인데 이게 두겹이라 입고 벗을 때 조금 많이 힘이든다. 

그래도 쫘악 잘 올려서 입으면 되는데 오늘은 뭔가 좀 올리기가 힘들었어.

그래서 낑낑 거리며 입고 있는데 옆에서 샤워하시던 분이 말없이 내 수영복을 쭈욱 올려주셨다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수영복 입힘당함을 경험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분이 너무 고마워서 막 웃으면서 "감사합니다" 했더니 그분도 쿨하게 웃으며 떠나셨다. 

처음 보는 분이 수영복을 입혀주셨어ㅋㅋㅋㅋㅋ아 너무 마음이 따뜻해진다. 수영장은 정말 좋은 곳이구나ㅋㅋㅋㅋㅋㅋㅋ






8월에도 책을 한권만 사기로 마음먹었다. 

데이브 에거스 <비틀거리는 천재의 가슴아픈 이야기>.

<왕을 위한 홀로그램>을 재밌게 읽어서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이 책을 산거다.

예상보다 책이 두껍다. 

사실 요즘 깔깔 웃을 수 있는 재밌는 책을 찾아다니는데 이 책은 가슴 아픈 이야기라잖아... 어쩐지 묵혀둘 거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도 언젠간 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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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8-10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플록스도 예쁘고, 옥수수도 넘 예쁘고 수영장 에피소드도 예쁘네요~!
더워서 지치는 여름을 이렇게 지내시는 망고님 이야기가 넘 좋으네요~~^^

망고 2025-08-10 18:15   좋아요 1 | URL
그래도 요며칠 시원해서 좋지 않나요? 더위에 적응을 했는지 30도 정도는 덥게 느껴지지 않는 강한 한국인이 되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
꽃도 비루한 옥수수도 수영장 에피소드도 예쁘게 봐주시는 그레이스 님은 정말 예쁜 분이십니다😍

햇살과함께 2025-08-10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포도송이 같은 것도 옥수수인가요? 처음 봐요. 문 열고 잤더니 어제 밤엔 춥더라고요. 이렇게 여름이 가는 걸까요? 뒤통수 한번 치고 갈 거 같은데 ㅎㅎㅎ

망고 2025-08-10 20:24   좋아요 1 | URL
짙은 보라색 옥수수인데 처음 보시나요? 엄청 쫀득하고 맛있어요 크기는 좀 작은 종인데 저희집에선 낑겨 자라느라 더 작게 열렸어요🤣
여름 아직 안 갈거 같아요 조만간 뜨거운 맛 한번 더 보여줄듯 합니다 그래도 8월이니 7월만큼은 아니겠죠🙏

바람돌이 2025-08-10 2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2도는 시원? 그건 아니고요 ㅎㅎ
옥수수가 종류가 모두 다르네요. 올해는 몰라도 내년에는 저 씨앗이 모두 풍성한 씨앗을 이루겠네요. 저는 수영복 입고 벗는거 항상 힘들덴데 저렇게 서로 도와주는 모습도 훈훈합니다.

망고 2025-08-10 20:56   좋아요 2 | URL
과장이 심했나요?ㅋㅋㅋㅋ올해의 여름을 경험했더니 약간 좀 미치는거 같아요 30도 정도는 우스워 보이는ㅋㅋㅋㅋㅋ
사실 다 보라색옥수수 한 종류인데 여물지 못해서 저렇게 되었어요ㅋㅋㅋ내년에는 텃밭에 옥수수만 심어서 제대로 키워볼까 싶기도 한데...어쩔지 가봐야 알겠죠ㅋㅋㅋㅋ
수영장에서 종종 수영복입힘당함을 겪는다는 경험담들이 올라오는데 오늘 제가 그걸 경험했어요😅 수영복 입힘당함을 경험했던게 언제였더라...유치원때였나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5-08-11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팡팡 피어나는 꽃, 그 향기가 궁금합니다.
수영장은 정말 좋은 곳, 저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네요^^

망고 2025-08-11 16:23   좋아요 0 | URL
달큰하고 가볍고 은은한 꽃향기인데 그냥 평범한 꽃향기 떠올려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도 요즘 수영장 디니면서 재밌고 기분 좋아요ㅎㅎㅎ

단발머리 2025-08-11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고님 텃밭은 매직랜드일까요? 어쩜 옥수수가!
옥수수가 이렇게 이쁘단 말입니까~
꽃이 제일 예쁜 거 아니구요 ㅋㅋㅋㅋ 망고님댁 딸기랑 옥수수가 세상에서 제일 이뻐요!

정겨운 수영장 풍경 너무 좋으네요. 수영복 입힘을 당할 때는 놀라웁지만ㅋㅋㅋ참말로 필요한 도움 ㅋㅋㅋㅋㅋ

망고 2025-08-11 16:29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과 다락방님은 작물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군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내년에는 먹거리를 더 심어야 하나 고민중입니당ㅋㅋㅋ
저도 말로만 듣던 수영복입힘을 겪어보니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옆에서 얼마나 답답해 보였으면 쑤욱 올려주셨을까 생각하니 좀 웃기기도 해요🤣 울엄마 왈 너는 행동이 느릿느릿해서 옆에서 도와주게 만드는 인간이다 이러심ㅋㅋㅋㅋㅋㅋㅋ
 
왕을 위한 홀로그램
데이브 에거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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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미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나는 영화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저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재밌을 거 같아서 읽게 되었다. 재밌다는 느낌이 문학적으로 만족스러워서 재밌는 게 아니라 진짜 웃겨서 재밌을 것이라 예상했다는 말이다. “왕을 위한 홀로그램이라니, 어쩐지 좀 코믹한 상황이 펼쳐질 거라는 느낌이 오지 않나? 나만 그런가?

하지만 읽어보니 내 예상은 빗나갔고 오히려 우울하고 가라앉는 분위기가 이 소설을 지배하고 있었다. 책을 덮고 나서는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 가야할 목적지를 모른 채 서 있는 사람의 막막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앨런 클레이는 54세의 중년 남성이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출장을 와 있다. 홍해 연안 사막에 새로 만들고 있는 계획도시인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IT 시스템을 팔려는 미국 기업 릴라이언트를 위해 일하고 있는 중이다. 20대의 IT 기술자 셋과 함께 이 도시에 왔지만 최신 기술에 대해 문외한인 앨런은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 한다. 젊은 직원들도 세대가 다른 앨런에게 딱히 큰 기대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여기 오기 전 앨런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부인과는 오래전에 이혼을 했고 딸은 좋은 대학에 다니지만 어마어마하게 비싼 학비를 내야하는데 앨런은 그 돈을 감당할 수 없어서 결국 집을 내놓은 상태다. 몇 년 전 소규모 자전거 제작 공장을 만들어 볼까 하다가 여기저기서 빚을 지게 되었는데 갚을 능력은 없어서 소송에 걸릴 위기다. 집에 사무실을 차리고 컨설팅 일을 하고는 있었는데 요 몇 년간은 찾는 사람이 없어서 TV 스포츠 중계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앨런은 이 계약만 성사시키면 많은 커미션을 받게 될 것이고 지금까지의 안 좋은 상황이 한방에 정리될 것이었다.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사우디 왕한테 홀로그램 시연을 해야 하지만 왕은 언제 올지 일정을 알려주지 않고, 앨런과 젊은 직원들은 사막의 텐트 속에서 왕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왕을 기다리면서 앨런은 호텔이 있는 도시와 KAEC를 왔다갔다하며 사색에 잠겨 살아온 날들을 회상한다.

그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는 미국의 자전거 제조 회사 슈윈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때가 그의 전성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미국의 제조업은 슬슬 더 싼 노동력이 있는 나라로 공장을 옮겨가고 있었다. 슈윈 또한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래서 앨런은 노조를 파괴하고 공장을 헝가리, 대만, 중국으로 옮기는 일에 손을 거들었다. 결과적으로 슈윈을 파산하게 하고 고용된 노동자들의 삶을 망친 일에 기여한 꼴이었다.

이제 더 이상 미국에선 자전거를 만들지 않는다. 어디 자전거뿐인가? 미국의 공장들은 앨런 같은 사람들의 노고를 거쳐서 해외로 옮겨가 버렸고 현재 미국의 제조업은 무너졌다. 새로운 세계 무역센터 건물에 들어갈 유리마저 중국에서 만들다니 말 다 했지. 그런 일에 일조한 앨런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와 같은 관리자들, 그 일에 힘을 쏟아 붓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의 결정은 근시안적이었다. 동료들의 결정도 근시안적이었다. 그 결정들은 어리석고 편의적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자신의 결정이 근시안적이거나 어리석거나 편의적인지 몰랐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장차 자신들을, 앨런을 지금 같은 꼴로 만들게 될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지금 앨런은 거의 파산 상태에 실업자와 다를 바 없었으며 집을 사무실 삼아 운영하는 1인 컨설팅 회사의 사장이었다. (10-11 )

 


앨런은 어떻게 보면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성실하게 일을 하며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려고 했을 뿐인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실제 물건을 팔러 다니던 영업 사원이었던 앨런은 제조업이 무너져 버린 현재엔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자신을 그렇게 만든 것은 어쩌면 바로 자신이다. 그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일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왕을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면서 앨런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다. 홀로그램이라는 그가 알지 못 하는 기술을 팔러 온 지금, 무능한 늙은 꼰대 취급을 받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쓸쓸하다.

혼자서 사막의 폐허 같은 건설 현장을 누비고 다니며 자신의 집 돌담을 쌓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던 미국에서의 삶을 떠올린다. 미국은 아주 사소한 것조차 만들어낼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는 은유일 것이다. 미국은 이제 실체 없는 홀로그램 같은 것이나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 이런 현실에선 앨런은 무능력자다. 가끔 자신이 그렇지 않다고, 아직은 힘이 있다고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두 여성과의 만남에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임이 드러나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든 유일한 친구의 집에 가서는 이리 사냥이라는 아찔한 실수로 관계를 망쳐버린다.

그러면 앨런의 마지막 희망인 왕을 위한 홀로그램은 어떻게 될까? 그는 과연 계약을 따낼 수 있을까? 홀로그램은 마치 사막의 신기루 같다. 실체가 없는... 잡을 수 없는...더 이상 실제 물건을 만들어내지 않는 미국. 홀로그램은 어쩌면 미국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기다리던 왕은 홀로그램 시연을 무표정하게 관람하고 계약은 중국 업체와 해버린다.

앨런은 사막 한가운데에 허무하게 남겨진다. 뜨거운 곳에서 이토록 싸늘한 결말이라니...

 

 

2012년에 나온 소설로 영화는 2016년에 나왔고 우리나라에서 2018년에 번역서가 나왔다. 그동안 모르고 있던 소설이었는데 어쩌다 우연하게 읽게 되었다. 늦게나마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참 괜찮게 읽었다.

일단 이 소설의 배경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압둘라 경제도시라는 곳이 매우 생소했다. 사막에서 도시가 막 지어지고 있는 초기의 모습을 공허하고 쓸쓸한 문장으로 읽는 느낌이 좋았다. 그 배경에 미국 제조업의 몰락이라는 주제를 얹어 놓으니 소설은 말할 수 없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사색적이기도 하고 조용히 침잠하는 느낌도 들면서 약간 묘했다. 그래서 그런지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데도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랐다. 분위기에 취해 집중하며 읽었다는 소리다.

작가의 다른 번역서도 찾아보다가 데뷔작이라는 비틀거리는 천재의 가슴 아픈 이야기도 사놓았다. 오랜만에 좋은 작가를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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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8-08 14: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화되었다고 하는데, 그 주인공이 톰 행크스라니 무척 기대되네요!
고생하던 주인공이 원하는대로 마지막은 꼭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는 저의 바램을 내려 놓아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망고님!

망고 2025-08-08 20:34   좋아요 1 | URL
주인공이 고생을 하지는 않고요ㅎㅎㅎ 오지 않는 왕을 지루하게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지내는 내용이라... 파산 직전 걱정이 한가득인 상황에 처해 있어서 생각이 복잡한거죠. 이 소설은 주인공의 생각, 그리고 분위기에 취하는 소설입니다. 지루하지 않으니까 한번 읽어보셔요
 
네, 수영 못합니다 - 물이 무서워 수영을 못하는 남자의 포복절도 수영 입문기
다카하시 히데미네 지음, 허하나 옮김 / 폭스코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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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포복절도 수영 입문기? 배꼽빠지게 웃긴 수영 입문기? 라는 말인지. 하나도 안 웃긴데... 게다가 이 사람은 물을 진짜 무서워 하고 수영을 완전 못 하는 사람도 아닌거 같다. 수영 초급반에서 배우는 내용이 너무 고급스러운 점은 좀 놀랐다. 아니 음파 부터하는게 국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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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8-08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하는 사람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못 헤아리죠ㅋㅋㅋㅋㅋㅋ이 사람 진짜 수영 입문이 아니었던가 봐요!

망고 2025-08-08 20:36   좋아요 1 | URL
일본에서는 학교에서 수영을 가르친다고 하니까, 이 사람도 수영 수업을 분명 들었을 거고 학창시절 수영시합에 나가기도 했다고 해요. 비록 수영을 하지 않고 수영장을 걸어서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초급반에선 처음부터 헤엄치기를 시키는데 작가가 헤엄을 치긴 해요 한번 헤엄치고 걷고 이래서 문제지... 암튼 이정도만 해도 완전 물 공포증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게다가 이 책은 소개와는 다르게 하나도 안 웃겼어요. 어디서 웃어야 하는건지?ㅋㅋㅋㅋㅋ
 
본투리드 홀로그램 저점도 볼펜 세트 (5개입) - 0.5mm (검정) 본투리드 전통 문양 굿즈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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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나전칠기 무늬가 예쁘고 5개 전부 검정 잉크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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