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새로운 소설이 나온다고 한다. 

내년 그러니까 2026년 5월 출간.

아니 표지까지 다 만들어 놓고 내년에 나온다는 건 또 뭐야. 빨리빨리 올해를 넘기지 말았어야지ㅠㅠ

제목은 "우리가 결코 말하지 않는 것들" 너무 좋은데?


Artie Dam 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소설의 주인공인가 보다. 학교 선생님이고 이웃들과도 잘 지내고 겉으로 보기에는 잘 살고 있는 듯 보이는 사람인데 그의 내면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조차도 서로에대해 모른다는 고립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중 어떤 비밀을 알게 되고 그때부터 그의 삶이 흔들리는데... 


책 소개는 대충 이런 내용이다.

비밀? 뭘까? 출생의 비밀인가? 오오 나 출생의 비밀 좋아하는데ㅋㅋㅋㅋㅋㅋ

내년까지 어떻게 기다리지ㅠㅠ

작년에는 추석 연휴를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새 소설과 함께 재밌게 보냈는데, 올해도 이 긴긴 연휴 새 소설과 보냈으면 얼마나 좋아. 왜 내년에 나오냐고요!!!!


올리브 시리즈도 루시 시리즈도 아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니 기대가 많이 된다.

또 모르지 건너 건너 들리는 소문이나 스치는 사람으로 올리브나 루시의 소식이 들려올지도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25-10-01 2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아직 번역 안된 책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또 새로운 책이라니. 제가 기쁘면서 슬픕니다. 번역을 빨리해줘라!!!
흠.. 그런데 내년 5월이면... 제가 그 때쯤이면 번역본 없이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 자신에게 기대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ㅋㅋ

망고 2025-10-02 12:57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지금도 충분히 스트라우트 책이라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다락방님이 지금껏 읽으셨던 원서들보다 스트라우트 문장이 어렵지 않아요. 물론 5월에 새책이 나오면 당연히 후루룩 읽게 되실 겁니다. 벌써부터 1등만 하시는데요 뭘😁

단발머리 2025-10-02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어머어머!!!!!!! 이 기쁜 소식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님, 기억하시나 모르겠어요ㅋㅋㅋㅋㅋㅋㅋ 작년 9월에, 정확히는 9월 12일에 망고님이 <Tell me Everything> 나왔다고 알려주셔서 그 때도 제가 깨방정을 떨면서 그 책을 샀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때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해피 추석! 이렇게 인사를 했더라구요 ㅋㅋㅋ
이번에는 책을 만날 수는 없지만 책 소식만으로도 너무 기쁘네요. 아마존 들어가서 봤더니 지금 주문하라고. 내년 5월에 주겠다고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소식 감사해요! 망고님, 해피 추석!!

망고 2025-10-02 22: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네 기억하죠. 이 글 쓰면서도 단발머리님이 소식들으면 기뻐하시겠다고 생각했어요ㅋㅋㅋㅋㅋ
근데 왜 내년 5월일까요? 책 표지도 나왔고 책 소개도 보면 이미 다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왜 올해를 넘기냐고요!!!!! 내년 5월까지 기다리기 힘들어요ㅠㅠ
암튼 단발머리님이 기뻐해 주셔서 저도 기쁘고요 해피 추석 배부른 추석 보내세요(❁´◡`❁)
 



넷플릭스에 나오자마자 찜해 두고 있었는데 미루다가 이제야 봤다. 얼마 전에 이 드라마가 에미상을 휩쓸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이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말이다.

드라마는 4부작으로 짧다. 하루 저녁 집중하면 후루룩 다 볼 수 있다.

 

소년의 시간이라고 제목을 번역했지만 원제목은 Adolescence. 사춘기, 청소년기라는 영단어.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외웠던 것 같다. 선생님이 너희들의 지금 시기라며 외우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사실 한국 제목이 더 좋은 것 같다. 더 함축적이고 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라서.


1부에서는 경찰이 가정집을 급습해서 13살 소년을 체포해 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근데 보다보면 익숙한 드라마의 장면이 아니라, 그러니까 이야기 속 장면이 아니라, 실제 사건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부 끝날 때 까지 이거 뭔가 현장감이 느껴지고 내가 저 인물들과 함께 움직이는 듯 엄청 기빠지는 느낌이 든다 싶었는데, 그 이유가 1부 내내 원 컷 으로 진행이 되어서 그렇다는 걸 1부 다 보고 나서 깨달았다.

이렇게 원 컷으로 쭉 가니까 보고 있는 나도 한번에 쭈욱 봐진다. 멈췄다 보거나 중간에 끄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냥 저절로 집중하게 된다.





내용은 엄청 심각하다. 13살 소년이 또래의 소녀를 살인하고 경찰에 체포된다. 이 소년은 왜 그랬을까? 경찰은  살해 동기와 증거물 조사를 위해 학교에 찾아가고 공립학교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심란하게 펼쳐진다. 학생들은 SNS 속에서 자기들만의 언어로 혐오를 주고받고 그 속에서 따돌림과 고립으로 고통받는데, 교사들과 형사들은 학생들의 문화를 모른다. 선생님 세대는 매트릭스는 알지만 학생들의 빨간약, 파란약의 은어는 알지 못 하고, 학생들은 영화 매트릭스를 알지 못 하는 식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모르고 있는 사이 유해한 콘텐츠를 접하고 그것들에 생각을 잠식당한 채 이미 극단적인 사고를 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구금시설에 갇힌 소년은 여성 심리학자와 상담을 하는데, 13살 밖에 되지 않는 소년이 심리학자를 쥐고 흔들려는 교활함이 섬뜩하게 다가온다그저 그 또래의 미성숙한 사춘기 소년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여성 심리학자를 지배하고자 하는 폭력성을 내보이는 것이다. 상담을 할수록 소년에게 분명히 보이는 자기 비하는 엉뚱하게도 여성 혐오라는 분노로 표출되고 앞에 있는 여성 상담사에게 정확히 전달된다남성 상담사에게는 하지 못 하면서 여성 상담사에게 폭력적인 분노를 분출하는 13세 소년,  이 소년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소년은 80퍼센트의 여성이 20퍼센트의 남성을 좋아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퍼져 있는 인셀 문화다. 20퍼센트에 들지 못 해 느끼는 절망감과 자기 비하는 소년의 마음속에서 내내 끓고 있다가 어떤 계기가 만들어 졌을 때 폭발하여 결국 살인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괴로워한다. 내가 잘못 키워서 아들이 이렇게 되었을까? 아들이 자기 방에서 인터넷에서 어떤 해로운 정보를 얻는지 부모가 어떻게 그걸 다 간섭하고 통제할 수 있었겠나? 아들을 남자답게 키우기 위해서 축구장에도 데리고 다니고 아들을 한 번도 때린 적도 없는데 왜 내 아들이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아버지는 반문하고 괴로워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저지르지 않았을 뿐 가족들을 통제하고 분노를 참지 못 해 창고를 때려 부수고 부인과 딸이 늘 비위를 맞추도록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들은 늘 아버지에게 남자다움을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축구를 잘 못 한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외면을 받곤 했다. 아버지의 실망감을 다 느끼고 있었을 소년은 아버지를 보고 배운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기 때문에. 그래서 아버지의 남성성, 엄마와 누나에게 군림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체득했을 것이다.

 

소년에게 주어진 이 모든 환경, 인터넷 콘텐츠가 퍼뜨리는 인셀 문화와 그로 인한 여성혐오, 가정에서 체득된 폭력적인 남성성이 모두 소년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고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작년에 읽었던 인셀 테러가 떠올랐다

정확히 이 드라마에서 꼬집고 있는 점들을 이 책에서 먼저 만나서 예방 주사를 맞긴 했지만 또 이렇게 드라마로 보게 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꼰대처럼 이런 말도 내뱉게 된다. ‘...요즘 아이들 어쩌면 좋지...’ 

요즘 부모들도 아이들 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을 거고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5-09-30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인셀 테러 읽다가 멈춰서 다시 안읽고 있는데 다시 처음부터 읽어봐야겠어요.

망고 2025-09-30 12:30   좋아요 1 | URL
일단 파이널 이그잼 잘 보신 후 여유있을때 읽어보셔요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9-30 12:46   좋아요 2 | URL
일단 파이널 이그잼 잘 보신 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다음에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30 13:26   좋아요 2 | URL
네, 일단 파이널 이그잼.. 휴..

단발머리 2025-09-30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3살 소년 내면에 깊이 각인된 여성 혐오에 대해 알려면.... 요즘 인터넷 문화를 알아야 할까요? 아무리 해도.... 그러니깐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봐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진심으로.... 사회적인 참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보기도 겁나는.....

망고 2025-09-30 13:12   좋아요 1 | URL
요즘 게임을 해도 채팅창이 말도 못 하게 더럽고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그렇고요...이게 전세계적으로 그런가봐요 예전에는 방구석에서만 극단적인 사고를 혼자 떠들어댔다면 이제는 그걸 콘텐츠로 만들어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니까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책 ˝인셀 테러˝ 에 이런 문제들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요. 인셀 문화를 설파하는 어른들, 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요즘 교실 풍경 등등... 아주 열받는 내용들 많이 나오는데 이게 현실이니까...ㅠㅠ
드라마도 한번 봐보세요.
 


산책하기 좋은 날.

조금 걷고 커피를 마시러 들어갔다.




이시봉이도 데리고 갔다. 

커피 마시며 옆에 가만 있으라고 했더니 말 잘 듣는 명랑한 이시봉이ㅋㅋㅋㅋㅋ




이시봉이랑 함께 보는 풍경




풍경 감상하며 이시봉이를 좀 잘 살펴보려고 했으나 그냥 집에서 보기로 했다. 

이렇게 맑고 좋은 날은 오히려 책에 집중하기가 어렵지. 

괜히 가방만 무겁게 데리고 다녔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독서괭 2025-09-27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랑한 이시봉이 ㅋㅋ 저 강아지 이름인건가요? 풍경이 너무 좋네요~ 오늘 날씨 정말 좋았어요!

망고 2025-09-27 23:46   좋아요 1 | URL
이기호 작가의 신작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입니당ㅋㅋㅋㅋㅋㅋ저 표지의 강아지 이름이 이시봉이랍니다. 초반을 읽고 있는데 약간 우울한 내용이네요ㅠㅠ
오늘 정말 날씨 좋았죠. 이런 날은 집에 있을 수가 없어요😆

단발머리 2025-09-27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랑한 이시봉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좋은 날에는 책이 할 일이 없죠. 풍광만 보고 싶을 뿐이에요!!

망고 2025-09-27 23:5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이렇게 좋은 날 무슨 책입니다!ㅋㅋㅋㅋㅋㅋ 원래는 운동겸 걸어다니려고 했지만 덥고 눈 부셔서 카페로 들어가서 놀았어요ㅋㅋㅋㅋ 지는 해를 바라보며 얼굴에 햇빛 잔뜩 쐬고 왔습니다ㅋㅋㅋㅋ

자목련 2025-09-29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랑한 이시봉이도 그 시간을 즐겼을 것 같아요 ㅋㅋㅋ

망고 2025-09-29 14:31   좋아요 0 | URL
그쵸? 산책 시켜줘서 혈색이 좋아졌더라고요ㅋㅋㅋㅋ햇볕에 종이가 바삭바삭😆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
앤 브론테 지음, 손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브론테 자매들 중 막내인 앤 브론테의 소설은 처음이다. 셋째 이지만 위의 두 언니가 어린나이에 죽어서 실질적으로 장녀가 된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그 동생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고 나도 어릴 때 아주 재밌게 읽었다. 사실 브론테 자매라고 하면 나는 샬롯과 에밀리 브론테 둘만 있는 줄 알기도 했다. 막내인 앤 브론테는 두 언니들에 비해 덜 알려진 작가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뒤의 해설을 읽어보니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이 출간되자 두 언니들의 작품을 뛰어넘는 놀라운 판매고를 올렸다고 한다. 또한 당시 엄청나게 인기를 끈 소설이었지만 평론가들은 여성은 읽지 말라고 경고할 만큼 위험한 소설로 분류되기도 했다고 한다. 읽어보니 그럴 법도 한 게 그때가 빅토리아 시대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 급진적인 작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참한 결혼 생활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여성의 권리를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이 소설이 최초의 진정한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는 것도 당연해 보였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던 황량한 와일드펠 저택에 그레이엄 부인이라는 젊고 아름다운 과부가 5살 난 아들 아서와 이사를 와서 세 들어 살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그레이엄 부인에게 호기심을 보이지만 부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세히 하지 않고 이웃과 교류도 잘 하지 않은 채 은둔해서 살아간다. 생계는 직접 그린 그림을 팔아서 해결한다고 한다.

이웃의 총각 길버트 마컴은 그레이엄 부인을 보고 반하게 되고 호감을 표현 하며 책도 빌려 주고, 아들 아서와 놀아주기도 하고, 그레이엄 부인이 그린 그림에 진정한 찬사도 보내면서 점점 친해진다.

그러던 중 마을 사교계에서는 그레이엄 부인에 대한 소문들이 솔솔 피어오른다. 와일드펠 저택의 주인인 로런스가 몰래 그 집을 드나들며 그레이엄 부인과 만나고 다니고 어린 아들 아서가 사실은 로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라는 거다. 이 소문을 듣고 길버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무시했으나 어느 날 그레이엄 부인과 로런스가 만나는 현장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소문을 믿게 된다. 분노에 휩싸인 길버트는 친구인 로런스를 갑자기 때리고(욱 하는 성격인 듯?) 그레이엄 부인에게 따지고 드는데, 그레이엄 부인은 이 모든 소문이 다 오해라며 길버트에게 자신이 처녀시절부터 써오던 일기를 건네주며 읽어보라고 한다.

 

 

그 일기에는 그레이엄 부인, 아니 헬렌이 겪은 모든 일들이 담겨 있었다.

처음 사교계에 진출해서 남편인 아서를 만나 사랑에 빠졌는데 헬렌의 보호자인 이모는 아서가 좋은 남편감이 아니라며 반대를 했다. 하지만 헬렌은 사랑에 눈이 멀어 아서의 잘못 된 점을 자신이 고쳐줄 수 있다며 결혼을 강행한다. 나쁜 남자에 빠진 여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 고쳐 쓸 수 있다고, 자신이 잘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게 어쩜 이렇게 똑같은가...

결혼하자마자 신혼여행을 갔을 때부터 이 결혼 뭔가 잘못 되었다는 느낌이 왔지만 신혼 때는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모든 걸 이해하고 그에게 맞춰 주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남편 아서는 조만간 헬렌에게 싫증을 내고 총각 시절부터 알고 지내며 시시덕거렸던, 헬렌과도 아는 사이인 친구의 사촌과 바람을 피운다. 헬렌이 남편을 추궁하자 남편은 뻔뻔스럽게 그래서 너가 뭘 할 수 있는데?”를 시전하고 헬렌은 그때부터 그저 공식적으로만 아내인 채로 살아가기로 한다. 결혼을 한 여자는 남편에게 종속된 채 남편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대. 헬렌은 남편의 폭언과 학대를 견디며 그저 남편을 무시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남편이 어린 아들까지 망치게 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자 아버지 닮은 개쓰레기 아들로 키울 수 없다는 결심이 더더욱 굳어지게 되면서 아들을 데리고 도망가기로 계획한다.

비참한 결혼생활의 끔찍한 기록들을 자세하게 묘사해서 그 시대 여성들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소설은 그 상황을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지점까지 나아간다.

헬렌은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다. 지주인 친 오빠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데도 헬렌은 오빠가 도와준 살림살이 등의 비용까지 돈을 벌어 갚을 거라고 다짐하는 점에서 자립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자유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남편의 돈도 오빠의 돈도 받지 않고 스스로 자립해야 한다는 의지가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캐릭터에게 굳건히 심어져 있는 것에서 작가 앤 브론테의 현명한 통찰이 엿보인다.

 


헬렌의 이 모든 기록들을 읽어 보고 길버트는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고 헬렌의 끔찍한 결혼생활을 알게 되면서 헬렌을 이해하게 된다. 헬렌에 대한 사랑은 더욱 깊어지지만 아직 남편이 있는 상태, 이혼하지 않은 상태의 유부녀에게 계속 구애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헬렌의 뜻에 따라 더 이상 만나지 않고 시간을 갖기로 한다.

여기에서 길버트와 또 다른 남자 하그레이브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헬렌의 비참한 결혼 생활 동안 끊임없이 구애해 왔던 남편의 친구 하그레이브. 처음에는 친절하게 헬렌을 도와주는 듯 보였지만 싫다는 헬렌에게 계속해서 구애하며 왜 나를 안 만나 주냐고 화를 냈던 남자였다.

하그레이브 역시 남편 아서와 마찬가지로 여성을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고 소유물로 생각하는 자였고 남편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조금 더 신사의 예절을 가장하고 있을 뿐이라는 정도.

헬렌과 길버트의 로맨스가 약간은 뜬금없고, 로맨스가 로맨스로 다가오지 않아서 전혀 떨림이 없다는 불만이 있기는 한데, 이 소설에 나오는 남자들 중 가장 깨어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좋은 남편감에 대한 교훈을 작가는 길버트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해서 더 불행해 지는 경우가 말도 못 하게 많아 안 하고 살아도 괜찮겠지만(실제로 헬렌은 아끼는 동생에게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해 준다) 그래도 한다면 최소한 길버트 같이 섣불리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이기적인 구애를 하지 않으며 기다려라고 할 때 기다릴 줄 아는 남자랑 하라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두 언니들의 작품에 비해서 이 소설은 그렇게 즐기지 못 했다. 읽는데 시간도 오래 걸렸고. 문제를 현실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해결 방안 까지 제시하는 의미 있는 소설인 건 맞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기대하는 상상력이 들어설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게다가 이렇게나 길게 세세하고 교훈적인 대화와 묘사가, 그리고 감흥 없는 로맨스가 조금은 사족처럼 붙어서 나오는 건 읽기에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래도 앤 브론테가 이 소설이 출간되고 다음 해인 29세에 세상을 떠났다니까 이 소설은 20대 중후반에 썼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 대단한 것 같기도 하다. 그 나이에 여성의 현실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깊이 있는 작품을 써냈다는 점에서 말이다. 내가 그 나이일 때 뭐 했더라...

아무튼 브론테 자매들은 참 대단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 오고 나서 시원함을 넘어서 선선해졌다.

그렇게 덥던 여름이 이렇게 가버렸네ㅎㅎㅎ



적립금이 또 쌓여서 책을 샀다ㅋㅋㅋㅋㅋ

이기호 작가의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책 표지가 너무 귀엽다. 

이 책 사기 전에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도 읽었는데 단편들이 다 괜찮았다.

그래서 이기호 작가의 신작을 빌려 읽겠다는 계획을 틀어서 이렇게 사고야 말았다. 

지금 앤 브론테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을 읽고 있는데, 여기 나오는 남편놈이 매우 뻔뻔하고 진짜 나쁜놈이라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있다. 그래서 이거 다 읽으면 재밌는 책을 보고 싶었다. 마침 이시봉 이책을 읽으며 되겠다.







오랜만에 수제버거를 먹었다. 

탄단지가 모두 들어간 균형잡힌 식사랄까ㅋㅋㅋ

맛있게 먹고 선선한 바람 맞으면서 산책도 했다.




줄줄이 서 있는 오리배를 보면서 유유히 산책.

이제는 안 더워서 이렇게 걸어 다닐 수도 있고 참 좋네

많이 추워지기 전에 열심히 걷기 운동도 해야겠다.





근데 선선해져서 여름만큼 수영장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ㅋㅋㅋㅋ

강습 안 받았으면 이제 수영장 안 갔을 것 같다. 강습 가기전에도 물 차가울텐데 가지 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때마다 한달전 새벽에 줄 섰던 열정을 다시 기억해내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때까지 한 번도 안 빠졌다. 내 자신 기특해ㅋㅋㅋㅋㅋ

나와 같이 9월달 부터 시작한 회원들은 선생님이 말하시길 잘 해서 진도가 엄청 빠르다고. 

벌써 2주차에 자유형을 왕복하고 배영까지 배웠으니까 빠르긴 빠른것 같다.

나는 가기 전에는 게으른 마음이 들긴 하지만 일단 수영장에 가면 너무 재밌다.

사이드 킥 연습을 많이 해서 이제는 숨 쉬기도 나아졌다. 자유형으로 한바퀴 돌아도 그전처럼 숨이 막 막히지 않는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하는구나 싶다ㅋㅋㅋㅋㅋㅋ


어제는 선행을 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본 평영 동작을 혼자서 연습해 보기도 했다.

근데 이 평영이 미친놈이네.... 앞으로 안 나가네....팔동작 복잡하고 발차기도 어렵다. 

평포자가 그렇게 많다던데....내가 그렇게 되는거 아니야?ㅠㅠ 평영 잘 할 수 있을까?

에잇 걱정은 나중 일단은 자유형부터 잘 하자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5-09-20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쪼록 계속 힘내세요. 작년 겨울에 추워서 달리기 소홀했더니 나중에 다시 달릴 때 힘들더라고요 ㅜㅜ 독서도 수영도 응원합니다!!

망고 2025-09-21 17:14   좋아요 0 | URL
지금도 수영장 물 차가울까 걱정하며 다니는데 한겨울 오면 어떻게 하나 싶긴해요ㅋㅋㅋ그래도 재밌어서 계속할거 같긴 하지만요
저도 다락방님도 외국생활 늘 응원합니다!

자목련 2025-09-21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번도 안 빠진 망고 님, 대단해요!
저도 <교회~ 강민호> 좋은 기억이 있어요. 귀여운 표지의 이번 소설집도 그럴 것 같아요^^

망고 2025-09-21 17:16   좋아요 0 | URL
저는 이기호 작가 책을 읽어본적 없어서 신작 주문 전에 한번 읽어본건데 교회오빠 단편집 정말 다 좋더라고요 재밌기도 하고 여운도 남고. 이번 소설은 강아지 이야기라 더 기대하고 있습니다ㅎㅎㅎ

단발머리 2025-09-21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는 맨날맨날맨날 만날 때마다 수영 배우라고 노래를 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님 글 읽고 나면 저도 수영, 그래 수영.... 이런 생각 하게 되고요. 날이 쌀쌀해지니 수영 마치고 머리카락 잘 말리고 와야 할거 같아요. 바짝 말려 주세요, 망고님!

저도 이기호 작가 그 책 교회 오빠 ㅋㅋㅋㅋㅋ 읽었는데, 거기 단편을 다 읽은거 같지는 않아요. 신간이 나왔군요. 아는 사람인 것처럼 반갑네요^^

망고 2025-09-22 14:44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수영은 겨울에 배워서 여름에는 즐기는 거래요ㅋㅋㅋㅋ어머님도 그렇게 추천하시는데 효도하셔야죠. 단발머리님도 얼른 수영 강습 신청해서 저랑 같이 다닙시다ㅋㅋㅋㅋㅋㅋ제가 머리가 길고 숱도 많아서 바짝 말라기 힘들어 늘 대충 말리고 다니긴 하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기호 작가 신작은 강아지 이야기인가 봐요. 이시봉이 강아지 이름이래요ㅋㅋㅋ재밌을 것 같아서 곧 읽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