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의 무지를 알게 되는 날이 온다.”

 

누가 했던 말이었더라. 가슴을 후벼 파는 구절이었지만 이 말은 반쪽 진리에 불과하다. 독서는 끊임없이 나의 무지를 까발긴다. (매일 만나는 나의 무지!) 24인의 파워 라이터 중 내게는 금시초문의 작가가 8명이나 있었다. 이름을 안다하더라도 책을 읽어보지 않은 작가는 9. 내 목으로 곧장 죽비가 내려친다.

 

철학자 강신주 : 삶이든 글이든 자기 감정에 당당하라

 

어렵다는 철학을 이렇게 쉽게 설명해 낼 수 있다니! 그러면서도 그는 인문학 장사꾼들은 감히 엄두낼 수도 없는 경지에 닿아있다. 한국지성사의 쾌거.

 

철학자 강신주에게 시인 김수영은 특별한 존재다. 인문학의 본질이 민주주의라는 것,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 이가 바로 김수영이다. 김수영이 당대 문인들에게 내뱉은 지금 문단은 언어의 고통 이전의 고통이 부족하다는 일갈은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리하여 언어 이전의 삶의 심화를 얼마나 충실히 수행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는 김수영의 산문을 통해 시뿐만 아니라 산문도 온몸으로 밀어 붙여야 완성되는 것임을 배웠다. 아울러 상처와 치부를 감추지 않는 정직한 글이 가장 큰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배웠다.

 

글쓰기에서 지향점을 제시해준 외국 작가로는 발터 베냐민을 꼽았다


베냐민의 산문을 통해 사물, 인간 혹은 사건에 대해 어떻게 거리를 두며 글을 써야 하는지를 배웠어요.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돼요. 너무 가까우면 신변잡기식 글이 되고, 너무 멀면 리얼리티가 떨어지거든요.”

 

그가 열정적으로 쏟아낸 많은 말들 가운데 가장 크게 공감이 갔던 부분은 인문학의 목적이 민주주의의 완성에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인문학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나 기업가들의 경영 마인드 개선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인문학의 목적은 자본에 인간의 얼굴을 덧씌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강신주의 말대로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각자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사회학자 고병권 : 제도권 밖에서 현장을 이야기하다

 

수잔 손택을 떠올릴 정도로 고병권의 글쓰기는 현장을 바탕으로 한다.

 

사유를 밀고 나가는 고병권의 글쓰기 방식은 니체를 다룬 책 <언더그라운드 니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라운드는 토대’, ‘근거라는 뜻인데, 고병권은 근거들의 근거 없음의 영역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금권정치든 귀족 정치든 각각의 근거나 원리가 있는데, 민주주의는 그런 근거의 근거 없음을 드러낼 때 시작된다는 것이다.

 

고병권은 리영희 선생을 한 예로 들었다. 리 선생은 독재정권의 근거 아래로 뚫고 내려가 근거 없음을 폭로한 이다. 그는 언더그라운드 개념을 정치체에 적용하면 민주주의를 사유할 수 있다고 했다. 고병권에게 이런 아이디어를 준 게 니체의 <서광>이다.

 

가난은 찢어진 팔꿈치가 아니라 그걸 신경 쓰게 되는 상황이에요. 단지 재화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해 갖게 되는 복잡한 감정인 거죠. 저는 빈곤이라는 말과 가난이라는 말을 나누려고 해요. 원래 빈곤이 결핍과 관계된다면 가난은 고생과 관계된 말이죠. 결핍이나 궁핍에서는 빨리 벗어나야 해요. 하지만 고생이나 고통에서는 그저 도망치려 해선 안 됩니다. 거기에는 우리를 일깨우고 성숙케 하는 뭔가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가난학을 공부하고 싶기도 하고요.”

 














법학교수 김두식 : 내부자로서의 양심적 고백

 

그는 책을 써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보다도, 책 한 권 한 권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공부한 결과물이라는 데 의미를 둔다. 그가 출판사의 기획에 의한 책 쓰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자신의 문제의식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 <헌법의 풍경>4만 부가 넘게 팔리며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자 수많은 출판사에서 청소년을 위한 법률교양서와 같은 책을 제안해왔지만 거절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고통쓰럽게 쓰되, 쉽게 읽혀야 한다를 원칙으로 글을 쓴다. 이는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최일남 선생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체득한 원칙이다. 최일남 선생은 독자로 하여금 인터뷰이가 어떤 사람인지 훤히 알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는 스스로 바보가 아닐까 의심이 들 만큼 이해되지 않는 책들을 많이 봐왔는데,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 그런 마음을 고쳐먹었다.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책은 잘못된 책이 아닐까라고 말이다. 자기 위로만은 아니다. 그는 진짜 대가들을 만나면 어떤 분야든지 한 시간만 같이 얘기를 나눠도 그 분야에 대해 눈뜰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정작 어려운 이야기를 계속하고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인용한다는 것이다. 자기 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일수록 읽기 쉬운 책을 쓰는 법이다.














 

정치학자 김원 : ‘독한 글로 시대의 통념을 깨다

 

<박정희 시대의 유령들>, <여공1970 그녀들의 반 역사>는 김원을 무서운 신예로 떠오르게 했다. 1960~1970년대 현대사를 관통하며 주목받지 못한 사람과 사건을 담아낸 일련의 작업들은 그의 말대로 보통 사람들의 삶을 복원해내고 싶은 열망에서 움텄다.

 

자료 수집 과정에서 만나는 이들의 인간적 고뇌, 숨소리까지 깃들어 있는 한 권 한 권의 책들은 방대한 사료와 저자의 깨달음까지 더해져 세상에 나온다. 모든 글이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그는 좋은 글이란 무엇보다 독자가 저자의 고민을 읽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자격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좀 힘들고 마음이 무거워지더라도 작가의 글 쏙에 담긴 고민을 독자가 엿보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군사평론가 김종대 : 기록하지 않으면 망각되는 군대 문제

 

김종대는 지금까지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시크릿파일 서해전쟁> 두 권의 단독저서를 비롯해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 안보>, <저항하는 평화>, <봉인된 천안함의 진실>등 여러 권의 공저를 냈다.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을 쓸 때는 2년 동안 육해공 고위 장교 31명을 만나 총 250여 회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오래 들어주는 자세다.

 

김종대는 스스로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초창기에 쓴 글들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란다. 그러나 글쓰기는 노력으로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말과 술과 글은 많이 할수록 늘어나죠. 다작으로 유명한 강준만 교수를 보세요. 활자 중독증이에요. 글을 쓰려면 글에 중독돼야 합니다. 저는 뭔가를 쓰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들은 페이스북에라도 꼭 씁니다.”

 














셰프,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 재료가 좋으면 과정이 즐겁다

 

박찬일은 자신의 글이 음식 사회사 혹은 음식 문화에 대한 잡담이라며, 평소 얼마나 읽고 공부하느냐가 글쓰기의 질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한 음식이 음식 사회사나 문화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밝히기 위해서는 일단 자료 취재를 꼼꼼히 해야 한다.

 

이런 공력이 그대로 드러난 책이 <백년 식당>이다. 그는 이 책에서 설렁탕과 육개장, 냉면 추어탕 등 우리 음식의 연원에 대한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하나의 음식이 생기고 모습을 바꿔가는 데는 당대의 경제적 조건이나 유행 등 인간 세상의 모든 것들이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박찬일은 요리는 이미 인문의 영역으로 들어갔다고 말한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쓴 마이클 폴란이나 <대구>의 작가 마크 쿨란스키처럼 요리나 음식 재료를 가지고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을 분석하는 작가도 유명하다.














 

역사 저술가 박천홍 : 근대 사료를 포착해 현재에 다리를 놓다

 

박천홍은 2003년 철도를 통해 한국 근대사의 문명을 다룬 <매혹의 질주, 근대의 횡단>을 내놓으며 단박에 주목을 받았다. 그 밖에 <여행하며 읽는 우리 고전>시리즈와 <인간 이순신 평전>을 냈고, 지금은 근대 지식의 형성사를 담아낼 책을 한 권 집필 중이다.

 

글쓰기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싶은지 정확히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료는 그다음에 찾으면 된다. 한번 시작한 사다리 타기처럼 하나의 자료가 또 다른 자료를 찾게 만들고 길을 안내해줄 것이다. 질문을 제대로 던져야 제대로 된 답을 얻듯, 자기만의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의식만 확고하면 그에 필요한 자료가 발견되기 마련이고, 홀리듯 이야기가 써집니다. 역사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에요. 전문 역사학자가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거든요.” 

 














디자인연구자 박해천 ; 논픽션의 새로운 기법, ‘비평적 픽션

 

박해천은 카이스트 학부와 석사과정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영국 미들섹스대학에서 공간문화연구 석사과정을 마쳤다. 앞서 그는 2011년에 아파트 문제를 다룬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박해천은 20159월쯤 <콘크리트 유토피아><아파트 게임>을 잇는 3부작의 마지막 책을 펴낼 예정이다. ....그는 앞선 두 책과 새로 나올 책을 묶어 콘크리트 유토피아 3부작이라고 이름 붙였다. “디자인과 관련해 모디니티를 상징하는 독특한 재료들이 있어요. 플라스틱, 유리, 콘크리트 같은 것들이죠. 그 가운데서도 한국 중산층의 성장과 다자인 문화의 형성에서는 콘트리트가 핵심적인 키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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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10-0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정말 흥미로운 책이네요.^^

시이소오 2016-10-09 11:00   좋아요 1 | URL
ㅋ 바로 찾으셨네요. 분량이 너무 많아서 8명 씩 쪼갰습니다. 정희진, 정여울 등은 3부에.. ㅎㅎ

yureka01 2016-10-09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지평이 넓어요^^.

시이소오 2016-10-09 11:09   좋아요 1 | URL
세상은 넓고 책은 많아서
`독서만권 행만리로`
해야겠 습니다^^

나뭇잎처럼 2016-10-0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주주의 완성`에 별표 세 개. 밑줄 쫙. 빨간 동그라미 빡. 입니다요. ㅎㅎ

시이소오 2016-10-09 14:07   좋아요 0 | URL
`민주주의가 완성된 세계`의 모습이 어떨지요?

궁금하고 기대되네요 ^^
 
불가능한 도약, 공간이동
데이비드 달링 지음, 박병철 옮김 / 한승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박영숙의 <유엔 미래 보고서>의 미래 달력을 보면 공간이동(teleportation)2038년에 이루어진다고 나와 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공간이동의 기원

 

<, 보라(Lo!)>

 

20세기 초, 전 세계의 신기한 이야기를 수집하는 찰스 호이 포트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자신이 모은 자료를 여러 권의 시리즈로 출판했다고 하는데, 세 번째로 출판된 책인 <, 보라>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사물이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신기한 현상이 소개 될 것이다. 앞으로 이 현상을 공간이동(teleportation)’이라 부르기로 한다.”

 

<육체 없는 인간 The man without a body>

 

처음으로 물질전송장치를 도입한 소설은 1877년 에드워드 페이지 미첼의 <육체 없는 인간>이라고 한다. 이 책엔 물질을 원자 단위로 분해하는 장치를 개발한 어떤 과학자가 등장해, 고양이를 전송하는데 성공한 이후 자기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결과는? 


머리만 전송됐다.

 

<분해장치 The Disintegration Machine>- 아서 코난 도일

 

당신의 몸을 산산이 분해하여 우주 공간에 뿌린 후, 그 역과정을 거쳐 다시 원래의 형태로 되살리는 장치가 가능할 것 같지 않소?”

 

<특별한 배달 Special Delivery> - 조지 스미스, 1945

 

물체를 원자 단위로 스캔한 후 낱낱이 분해하여 소립자의 형태로 보관하는 물질은행을 도입하였다고 한다.

 

<혼합된 인간 The Mixed Man> 밴 보그트, 1952

 

두 가지 형태의 공간 이동이 등장한다. 사람의 몸을 전기적 영상의 형태로 전송한 후 수신지에서 생체 조직을 이용하여 원형을 복구하거나, 전자의 흐름으로 변환시켜서 전송한 후 원래의 원자 구조를 복구하는 방법

 

<나의 목적지 별들 The Stars My Destination> 앨프레드 베스터, 1956

 

공간이동이 지배하는 문화를 전팅(jaunting)이라 불렀다.


<변종 달 Rogue Moon> 앨지스 버드리, 1960

 

지구에서 달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데이터화하여 전송한 후, 달에 있는 신선한 재료를 이용하며 몸을 재조립한다.

 

<엑스 맨> 마블 코믹스

 

나이트크라울러의 뱀프bamf’ 기술.

 

<파리 The Fly > 조지 란젤란 1957

 

과학자가 공간이동 중 파리 한 마리 때문에 괴물이 된다.

 

<스타 트렉>

 

“Beam me up, Scotty”

 

공간이동이 가능하기 위해선 양자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양자론과 정보 이론을 모르고선 공간이동은 그저 상상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 또 양자론이다. 양자론에 관련된 서적을 몇 십권 읽었던 건 같은데 매번 볼 때마다 신기하고 여전히 내 머리론 이해가 안 간다. 전공을 할 수도 없고.

 

빛의 역사

 

1997년 인스부르크 대학교의 한 실험실, 과학자들은 소량의 빛을 조작하여 1미터 떨어진 곳으로 복제 빛을 만들어 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공간이동이 실현된 것이다. 저자는 공간이동을 이해하기 위해선 빛의 성질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17세기 아이작 뉴턴은 빛의 근원을 입자설로 설명했던 반면 동시대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호이겐스는 빛이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토마스 영

 

영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빛이 파동임을 최초로 증명했다. 그러나, 그당시 뉴턴이 장악한 과학계에서 과학의 이단아로 취급받았다.

 

맥스웰

 

전기와 자기가 도일한 현상의 다른 측면임을 간파하고 이와 관련된 모든 현상들을 네 개의 간단한 방정식으로 요약했는데, 바로 그 유명한 맥스웰 방정식이다. 맥스웰 방정식에 의하면 전자기판의 진행 속도는 초당 약 300,000km였다. 이 수치는 그 당시 알려진 빛의 속도였다. 그래서 맥스웰은 1867 빛은 전자기파다라고 선언했지만, 영과 마찬가지로 맥스웰 역시 살아있는 동안 과학계에서 거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막스 플랑크

 

1860년대에 독일의 물리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와 영국의 켈빈 경이 열역학 제 2법칙을 발견할 때엔 엔트로피 법칙으로 불렀다.

 

이 세계는 위치 에너지(potential energy)가 최소화되거나 엔트로피가 최대화되는 쪽을 향해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아이들 방이 어지럽혀지는 것과 시간이 미래로 흐르는 것 등을 우리는 엔트로피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플랑크는 열역학 제 2법칙 혹은 엔트로피의 개념에 완전히 매료되었다다. 이것만이 궁극적 진리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시기에 오스트리아의 루트비히 볼츠만이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그는 기체 이론에 확률을 도입한다. 엔트로피는 시간을 따라 증가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뿐 절대적으로증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열역학 제 2법칙은 궁극적 진리가 아니라 단지 확률적으로 옳은 법칙인 것이다.

 

볼츠만의 이론을 반박하기 위해 플랑크는 흑체 복사와 진동자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던 중 흑체의 에너지가 조그만 조각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가정하게 된다. 이 가정에 따르면 에너지는 유한한 개수의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

 

E = hv (h= 플랑크 상수, v = 진동자의 진동수)

 

플랑크는 에너지가 무한히 작은 부분으로 분할 될 수 없음을 천명하고 에너지의 최소 단위에 양자(quantum)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플랑크는 자신의 이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아인슈타인

 

사실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받은 건 상대성이론 보다는 광전효과 때문이다. 광전 효과를 설명하면서 아인슈타인은 빛이 양자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 역시 빛의 입자설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의 물리학으론 빛은 입자면 입자고 파동이면 파동이었지 입자면서 동시에 파동일 수는 없었다. (21세기인 지금도 난 이해할 수가 없다.)

 

 

양자역학을 내가 이해한 바대로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광자는 파동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관찰자가 있을 경우엔 입자처럼 행동한다.”

 맥

양자역학을 거시 세계로 옮겨 놓으면 곧장 을 연상할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영혼 역시 일종의 광자는 아닐까? 인간이 육체를 입어, 입자가 되었다는 건 무한한 공간 어딘가에 관찰자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러한 수수께끼 때문에 숱한 영성 단체에선 양자 역학을 열심히 공부한다. (그러나,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는 엄연히 다르다.)

 

하이젠베르크

 

러더퍼드가 원자의 내부 구조를 태양계의 축소형이라 생각했다면 보어에 따르면 전자는 임의의 궤도를 도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개수의 안정된 궤도를 돌고 있으며 각 궤도에는 기본양자와 관련된 정수가 할당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하이젠베르크는 원자 내부에 있는 전자들이 궤도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원자의 특성과 에너지 전이를 간단한 숫자배열로, 이 모든 현상을 지배하는 법칙도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자신의 계산 결과를 막스 보른에게 보냈다. 보른은 하이젠베르크의 식이 수학자들이 개발해 놓은 행렬 계산과 유사함을 간파한다. 대개 운동량(p)과 위치(q)의 곱은 순서를 바꿔도 결과는 똑같다. 8곱하기 55곱하기 8은 둘 다 40이지만 행렬계산에서는 pqqp의 값은 결과가 다르다.

 

보른과 요르단이 그 차이를 계산해 봤더니, 플랑크 상수가 포함된 어떤 특정한 값이 얻어졌다.

 

pq qp = ih/2π (i = -1의 제곱근)

 

 

슈뢰딩거

 

슈뢰딩거의 주장은 파동이 입자처럼 행동한다면, 입자도 파동처럼 행동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 예전의 양자 역학 책에도 이 내용이 실렸던가?? 나 역시 위의 문장과 똑같이 생각했었다. 위의 내용을 만일 거시 세계에 대입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물론 양자역학이 미시 세계에서만 통용된다는 건 나도 안다. 그렇다고 상상하지 말란 법은 없잖은가?)

 

입자인 인간이 진동수가 엄청나게 빨라진다면 파동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붓다는 인도에서 사라졌다가 잠시 후 스리랑카에서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혹은 파도바의 성 안토니우스, 밀라노의 성 암브로시우스와 같은 성자들과 수도승들은 동시양처(bilocation ; 하나의 존재가 두 장소에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의 기술을 습득했다고도 전해지고 있다. 단서는 성자들이 우리에 비해 뇌의 파동이 현격히 다르다는 것이다. , 비브라씨옹이 다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온갖 신비적인 현상들, 예를 들어 텔레파시, 채널링, 축지법도 오랜 시간의 훈련을 통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옛날의 선인들은 하루에 반은 책을 읽고, 하루에 반은 명상을 했다. 만일 이십년, 혹은 삼십 년 동안 매일 매일 명상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간의 진동수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명상이 아닐까?

 

언젠가는 파동철학(vibration philosophy)를 집대성할 수 있다면 재밌을텐데.....

 

막스 보른

 

슈뢰딩거가 ψ(파동함수)실재하는 파동으로 믿은 반면 보른은 파동함수를 실재하는 물리량이 아니라 주어진 계의 양자 상태를 서술하는 함수로 해석하였다. 즉 보른은 자연의 법칙에 무작위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지적한 물리학자였다. 이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자연의 궁극적 진리가 우연과 확률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만은 결코 수용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그 유명한 구절이 튀어 나온다.

 

신은 주사위 노름을 하지 않는다 (God does not play dice) ”

 

닐스 보어

 

보른은 전자는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을 때에도 여전히 입자로 존재한다. ψ로 표현되는 확률 파동의 저변에는 분명한 물리적 실체가 존재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보어는 우리가 관측을 시도하지 않는 한, 전자와 같은 물리적 객체는 어떤 실체를 가진 채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 단지 파동함수의 형태로만 존재한다. 우리가 관측을 행하지 않는 한, 전자나 광자 등과 같은 양자적 객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가능성현실로 나타나려면 관측행위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관측이 없으면 실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어의 주장을 이후 코펜하겐 해석으로 부른다.

 

코펜하겐 해석을 가장 잘 표현한 시는 김춘수 시인의 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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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10-0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얽힘현상 생각하다가 공간이동은 그래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양자역학이 상대성이론처럼 일반화 되는 시절이 와도 공간 이동이 가능할까, 완전한 양자역학 시대가 오면 상대성 이론은 불가피하게 수정해야하는데, 서구물리학계는 어디까지 가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이소오 2016-10-07 09:35   좋아요 0 | URL
광자 하나를 공간 이동 시키는 것과 수십 조의 광자로 이루어진 인간을 공간 이동 시키는 건
차원 자체가 다르다고 봅니다.

서기 3000년 이후라면 모를까, 근 미래에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아요 ^^

기억의집 2016-10-07 10:14   좋아요 0 | URL
삼천년도 전에 지구는 멸망할 것 같아요! 온난화 심각해서 북극이든 남극이든 빙하가 사라지는 모습 보니 지구가 거의 물에 잠기겠구나 싶던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보면 지구면적이 5억 1천만킬로미터중 육지가 일억오천오백 킬로미터라던데, 그러면 삼분의 일이죠. 저런 상태면 거의 물에 잠기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삼천년 후에 바다물밖에 없는 지구일 수도~

시이소오 2016-10-07 10:22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대로 공간이동 하기 전에 지구가 멸망할 확률이 더 높아보이네요.

전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지 않으면 지구는 공멸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공간이동 전에 환경운동을 우선시 해야 겠어요. ^^

사마천 2016-10-07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간이동은 스타트렉에 나오는데, 아직 어렵다고 보입니다. 공간이동할 정도로 물리적으로 분리한다면 그 전에 암세포를 소형 로봇으로 유도폭탄시키는 일이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이건 꽤 진행되었거든요

시이소오 2016-10-07 09:47   좋아요 1 | URL
공간이동이 가능한 세계까지 살아 있을 것 같지 않아요. ㅎㅎ

yureka01 2016-10-07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Kal Ort Par (recall) _ 울티마 온라인 게임에 공간이동 주문 마법입니다,^.^.
룬 (이동할 좌표)에 마법시전하면 뽕하고 공간이동하죠...^^..
그런 마법을 과학적으로 풀어 놓았네요^^.

시이소오 2016-10-07 10:01   좋아요 2 | URL
`beam me up` 이군요. ㅎㅎ
 
불평등의 대가 -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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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불평등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러나, 한국의 불평등은 미국을 초월한다.

 

한국은 OECD 가입 국가 중 빈곤층이 여섯 번째로 많은 나라며, 빈곤 격차는 멕시코, 스위스, 미국에 이어 4, 지니 계수는 멕시코에 이어 2등이다. 3등은 미국이다

(만일 불평등 올림픽이 열린다면 미국, 멕시코, 한국은 메달을 따논 당상이다. 한국이 멕시코를 제치고 금메달을 딸 날이 얼마 안 남은 듯하다. )

 

폴 크루그먼이 대체불가능한 위대한 경제학자로 언급한 스티글리츠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이력을 지니고 있지만, 대개의 노벨 경제학 수상자들처럼 학자적 양심을 팔아먹고 신자유주의를 부르짖는 대신 세계화로 인해 초래된 불평등을 고발한다.

 

이 책은 미국에 대해 씌여졌지만 한국과 싱크로율 99프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왜 유독 한국과 미국은 불평등한 나라로 전락한 것일까? 왜 이렇게 빈부격차가 심각해 진 걸까?

저자는 현재의 미국 사회를 불평등사회로 진단한다. ‘불평등은 미국 발 금융위기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금융업자들이 야기한 금융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정작 금융위기를 양산한 자들은 수십억의 상여금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위1%들은 지대추구를 통해 정부로부터 막대한 돈을 퍼 담고 있으면서 OECD 국가 중 복지 예산 비중이 가장 낮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복지로 망한다는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 저자가 보기에 오늘날의 불평등은 시장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파생된 결과가 아니라 정치에 의해서 형성되고 확대된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상위 1프로가 정치를 장악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이 이들에 의해 철저히 무너지고 있다.

 

상위 1프로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부를 축적한다.

 

 

상위 1프로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법들 ; 경제

 

1. 낙수경제이론

 

그들은 상위 계층에 돈을 몰아주면 성장이 가속화되어 <모두>가 그 혜택을 받게 될 거라고 주장한다. 이른 바 낙수 경제 이론trickle-down economics이다. 개소리다. 상위 계층의 부는 하위 계층의 희생으로 나온 것이다. 분수 경제 이론 trickel up economics만이 효과를 낼 수 있다.

 

2. 부자 감세.

 

한국의 경우 노무현 정부 때 63.7 %에 이르렀던 상위 20%의 세금 증가율은 이명박 정부에서 13.2%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하위 20~40% 계층의 세금 증가율은 3.8%에서 65.&% 늘어났다.

 

3. 지대 추구 rent seeking

 

지대rent’라는 용어는 원래 토지로 인한 수익을 이르는 말이었다. 지대는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임금은 노동자들이 제공한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지대라는 용어는 독점 이윤 혹은 독점지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어,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얻는 소득을 의미하게 되었다.

 

국가 자산을 공정한 시장 가격 이하로 장악하는 방식

) 석유, 광물

 

2. 정부에 물건을 팔면서 시장 가격 <이상>을 받아 챙기는 방식.

 

) 제약 산업(박근혜 정부가 추진중인 의료 민영화)과 방위 산업 (한국의 원자력 산업)

 

3. 공식적인 정부 보조금이나 비공식적인 보조금을 받는다.

4. 은행권의 약탈적인 대출.

 

대부분의 지대 추구는 쉽게 말하자면 정부가 기업에게 퍼주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 로비스트들이 활동하기 마련이다.

 

4. 가격 담합

 

5. 시장의 투명성을 떨어뜨리기

 

-잘 드러나지 않는 파생 상품 거래.

 

6.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

7. 과도한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

-망해도 정부가 손실을 감당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8. 정부로부터 낮은 금리로 대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금융권에 제로에 가까운 금리로 무한정 빌려주고,

금융권이 그 돈을 다시 훨씬 높은 금리로 정부에 빌려 주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눈에 띄지 않게 수십억 달러를 금융권에 퍼주었다.

 

9. 약탈적인 대출과 신용카드 관행

 

정치에 의해 형성 되고 확대되는 불평등

 

불평등은 정치에 의해서 형성되고 확대되어 온 것이다. 국민들이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믿음이 강해지면, 시민에 대한 의무감을 던져 버린다. 정부와 국민 간의 신뢰가 깨지면 정치에 대한 환멸감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더욱 깊어진다. 상위 1프로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결과다. 상위 1%는 하위 99%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걸 원하지 않을뿐더러 투표율이 높은 걸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 상위 1%는 대한민국 선관위에서 보듯 <자기 정파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짓거리를 서슴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훼손은 곧바로 법치주의의 훼손으로 이어진다. 전경환의 무한 형 집행 정지가 계속 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상위 1%의 유전무죄의 세상이다. 경찰, 검찰 등은 상위 1%의 꼭두각시가 되어 하위 99%를 법이라는 명분으로 차별하고 핍박하는데 앞장선다

상위 계층의 언론 지배 역시 불신과 환멸을 낳는 또 다른 요인이다.

 

스티글리츠가 딱히 지적하진 않았지만 국민들이 불평등에 계속 노출되면 쉽사리 분노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없게 된다. ‘묻지마 살인이 횡행하게 될 것이다. 하위 99%가 대부분 희생자가 될 것이지만 지강헌 사건을 돌이켜 봤을 때 이들은 강남 유명 백화점 고객 명단을 입수했었다. - 결국엔 상위 1%도 안심할 수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대안

 

상위 계층의 과도한 방종을 억제한다.

 

금융 부분의 규제.


1. 차입투자의 규제 및 유동성 규제

2. 은행들의 경영 투명성 강화 강제


특히 장외 파생 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정부의 보증을 받는 금융 기관들이 장외 파생 상품에 대한 지급 보증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국가가 은행들이 도박하겠다니까 원금 보장 해주는 거다.

은행이 다 잃으면?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돌려준다. 은행이 도박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은행 : 저기, 오링 났는데요.

정부 : , 그래? 얼마 잃었어?

은행 : 10.....

정부 : 그거 갖고 쫄긴. 우리한텐 호구들이 있잖아. 호구들한테 걷은 세금으로 메꾸면 돼!!

 

3. 은행들과 신용카드 회사들이 서로 경쟁하도록 하여 이들이 경쟁 원리에 따라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은행 시스템은 고객을 착취하고 상인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신용 카드 및 현금 카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4. 은행들의 약탈적인 대출과 신용카드 관행을 규제해야 한다. 또한 지나치게 높은 이자율을 부과하는 고리 대금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싱가폴에선 대출 이자가 1%면 최고로 높은 이자인 걸로 알고 있다. 거의 0프로 대다. 한국은 대출 이자 20% 넘는 건 우습다. 이게 고리대금업자지 은행인가? 은행이 도박 질 한 걸 왜 국민 세금으로 구제하는 건가? 얼마를 쳐 먹고!! 부실 은행 파산시키고 남은 은행은 전부 국유화해라. 4대강 삽질 할 돈이면 전 국민에게 무이자 대출도 가능했을 것이다.

 

5. 과도한 위험 감행 행위 및 근시안적인 행동에 대한 유인을 조장하는 상여금을 억제해야 한 다.

 

독점금지법의 강화와 집행의 효율성 강화.

 

-독점 시장과 불완전 경쟁 시장은 지대를 창출하는 주요 원천이다. 이제는 단순히 경쟁만으로는 독점을 막을 수 없다. 우위 기업들은 경쟁을 억제할 수단을 가지고 있고, 혁신의 싹을 짓밟아 버리기도 한다. 경쟁 우위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높은 가격은 경쟁을 왜곡시킬 뿐 아니라 조세와 흡사한 기능을 한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핸드폰 통신 사업 업체들일 것이다. 전 세계 70억이 핸드폰을 쓴다. 2013년 자료에 의하자면 한국의 핸드폰 사용자 수는 2500만 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드폰 요금은 낮아질 생각을 안 한다. 아마도 정부와 기업, 기업과 기업 간의 로비와 담합으로 점철돼 있을 것이다. 핸드폰 요금을 낮출 수 없다면 통신 사업도 국유화 해라!!

 

파산법의 총체적인 개혁 파생상품의 취급에서 깡통 주택 및 학자금 대출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무상 공여 중단 공공 자산의 배분 및 정부 조달 사업 관리 강화

 

-정부의 무상 공여를 통해서 납세자들이 낸 세금이 기업들과 부유층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기업 지원금의 폐지 숨겨진 보조금의 폐지

 

-이런 보조금들은 흔히 세법 조항 안에 감춰져 있다. 각종 조세 회피 통로와 조세 예외, 면제, 우대 규정들은 조세 제도의 누진성을 약화시키고 유인을 왜곡한다. 기업지원은 세법 조항에 감춰진 것 외에도 저리 기업 융자, 정부 지급 보증 등의 방식으로도 이루어진다.

 

사법 개혁 사법 접근권을 민주화하고 군비 경쟁들 줄인다.

 

-상위 1프로 만을 위한 사법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한다.

 

조세 개혁

 

조세 회피 통로의 차단과 소득세 및 법인세 분야의 누진성 강화

 

-피게티의 연구에 따르면 상위 계층의 담세율은 70프로가 적당하다고 한다.

 

유산세 제도의 효율성 강화 및 집행의 효율성 확보

 

실효성 있는 유산세 제도를 복원하면 새로운 부호 계급의 출현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중하위 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

 

교육접근법을 개선한다.

공정한 기회.

 

서민의 저축을 지원한다.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축을 하려는 유인 (, 조건부 보조금이나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지원 프로그램의 확대 등)을 제공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평등성이 강화되고, 안정성이 강화되고, 기회가 확대되어, 중하위 계층의 소득 점유율이 개선될 것이다.

 

전 국민의 의료를 보장한다.

 

사회 보호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정부 프로그램 ( 근로 장려세 제도, 저소득층 및 장애인 의료 보험, 식료품 할인 구매권, 사회 보장 연금 등)은 빈곤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마련하고 규제 완화 경쟁을 막는 방향으로

세계화를 관리한다.

 

완전 고용 경제를 복원하고 유지한다.

 

완전 고용과 평등성 제고를 위한 재정 정책

 

완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통화 정책과 통화 담당 기관

 

중앙은행의 책임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고, 인플레이션에 지나친 주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성장, 고용, 안정의 균형 잡힌 조율로 주안점을 이동시켜야 한다.

 

무역 불균형의 시정

 

적극적인 노동 시장 정책과 개선된 사회 보호 프로그램

 

노동자들이 최소한 사라진 일자리만큼 만족스러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교육 및 과학 기술에 대한 대대적인 정부 투자가 시행되어야 한다.

 

새로운 사회 계약

 

노동자와 시민의 집단행동을 지원한다.

모든 국민에게 혜택을 베푸는, 즉 정의와 공정한 승부, 기회라는 원칙에 부합하는 사회와 정부를 유지하는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누군가가 감독해야만 하는 일이다.

 

소수계 우대 조치를 통해서 차별의 관행을 일소한다.

 

성장의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 복원

 

공공 투자를 근간으로 한 성장이 중요하다.

 

투자와 혁신의 방향을 전환하여 일자리와 환경을 보존한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성장>을 이루느냐에 있다고 강조해 왔다. 다시 말해 문제는 성장의 질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성장은 대다수 사람들의 형편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성장, 환경의 질이 훼손되는 성장, 사람들의 불안감과 소외감이 지속되는 성장이 아니다.

 

정치 개혁 어젠다.

 

기업의 정치적 영향력을 제한해야 한다.

- 선거 관련 기부 행위 금지.

 

언론이 상위 1%의 입장에 편향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독립성을 유지하는 다양한 연구 기관에 공적인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대안 정책의 타당성을 따지는 논쟁이 객관적인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투표 참여율 높이기

호주, 벨기에, 룩셈부르크가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게 재산형을 부과하는 식으로 투표를 의무화함으로써 자금력이 정치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 (호주의 투표율은 90프로를 웃돈다.)

 

 

아직 희망이 있을까?

 

두 가지 개혁의 경로

 

하위 99퍼센트의 소득층이 자신들이 상위 1퍼센트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으며, 상위 1퍼센트에게 이로운 것은 자신들에게 이로운 것이 아님을 깨달아 가는 경로다.

 

상위 1퍼센트가 미국에서 진행되어 온 일들은 우리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상위 1프로는 언젠가는 이것을 깨닫는다. 문제는 이들은 뒤늦게야 이것을 깨닫는 다는 점 이다.

 

, 하나는 하위 99프로의 개혁이라면 다른 하나는 상위 1프로의 개혁일 것이다. 과연 이 땅에선 희망이 있을까?

 

미국의 상위 1프로가 대체로 기독교를 통해 하위 99프로를 세뇌한다면 한국의 상위 1프로는 경상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혈연, 지연, 학연을 통해 하위 99프로를 세뇌한다. 즉 미국이 십자가로 세뇌시킨다면 한국은 피로 세뇌시킨다. 물론 한국에선 보조적으로 십자가가 동원되기도 한다.

 

소설을 한 번 써 볼까?

 

한국에서 위로부터의 개혁은 불가능하다. 색누리당이??? 친일파와 군사독재세력이 주축인 색누리당은 절대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개혁은 가능할까? 미국과 달리 한국은 남북한 분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6.25세대가 집권세력이 조작하고 왜곡한 언론과 방송을 보고 휠체어 타고서라도 투표하는 현실에선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아이나 여자나 할 것 없이 학살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이미 묵인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무기를 팔아 이익을 챙겼듯 미국은 전쟁을 필요로 한다. 미국이 극심한 불평등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면 결국 또 다시 전쟁 밖에 답이 없다.

 

일본이 전쟁국가가 된 것은 오바마가 승인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속국이기 때문에 미국 허락 없이 일본은 전쟁국가가 될 수 없다. 오바마는 왜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만들었을까?

 

(전두환은 미국이 허락했기에 80년에 광주시민들을 학살 할 수 있었다. 이후 호헌철폐를 외쳤던 6.29 , 전두환은 서울을 비롯한 대 도시에 사단병력을 투입하려고 했다. 그 당시 만일 미국에서 허락했다면 차지철 말대로 족히 200만 명은 학살됐을 것이다. 국제 사법 재판소에 제소해야 할 이런 새끼를 대한민국 경찰이 보호 중이다.)

 

3,4년 후에 미국이 전쟁을 한다면 이번엔 어딜까?

한반도다.

 

새누리당이 또 다시 집권한다면 어쩌면 리비아, 시리아, 이집트와 같이 정부가 전복될 수도 있을까?

 

( 여러 시나리오가 있겠지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박근혜 집권 마지막 해로, 선거에서 질 것 같으면 바로 전쟁이 터질 수도 있다. )

 

한민족이 살기 위해선 통일 밖에 답이 없다.

 

투표를 할 땐 자신이 상위 1%인지 하위 99%에 속하는지 제발 확인하고 투표하자.

하위 99%에 속하는 이가 상위 1%에게 속아 상위 1%를 지지하는 당에 투표한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희망이 없다.

 

 

(2014831일 쓴 글인데, 이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썸짓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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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그린 2016-10-0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동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북한에 관심 별로 안줄 것 같단 생각이듭니다 여러모로 IS가 만드는 골치거리가 상당하기에.... / 일본과 한국이 닮아간다는 얘기는 많은데 미국 과도 비교해서 한국의 상황을 진단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것 같네요 읽어보고 싶습니다

시이소오 2016-10-06 12:21   좋아요 0 | URL
그동안 중동 때문에 한반도는 비극을 피해간 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네요.
남중해, 한반도에서의 미중의 갈등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런지.....

한국과 미국은 `불평등`으로 보면 실로 너무나 흡사해 놀라울 지경입니다. ㅠㅠ

코발트그린 2016-10-06 13:44   좋아요 0 | URL
고견 감사드림다 미중 갈등에 종속된 한국 경제가 안습일 따름이군요 이래저래 서민만 고통입니다

시이소오 2016-10-06 13:47   좋아요 0 | URL
주변에 사드 때문에 사업 망한사람들도 있어요. 정치가 삶과 무관하다고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네요 ㅠㅠ

2016-10-06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6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6-10-0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고 있기로는 미국의 지니계수는 0.4에 근접했고, 한국은 0.35 (0.30 조금 넘음)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제가 알고 있는 것과 좀 다르네요. 제가 알고 있던 것이 2010년(?) 데이터라서 3년 사이에 크게 달라진 것인가요. 혹시 소득 지니계수가 아닌 자산 지니계수인가요?

시이소오 2016-10-06 12:23   좋아요 0 | URL
이 책에 제시된 자료가 2013년 이전 자료라 지금 자료와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함 다시 확인해 봐야 겠네요. ^^;

cyrus 2016-10-0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비교해서 안습인 점이 공신력 있는 연구 기관이 많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연구 기관도 권력의 힘에 종속되면 진짜 문제점을 보지 못합니다.

시이소오 2016-10-06 13:31   좋아요 1 | URL
죄다 어용연구소들 천지죠. 그런면에서 선대인, 우석훈, 장하성같은 분들이 계셔 다행입니다 ^^

코발트그린 2016-10-06 13:37   좋아요 1 | URL
정부관련기관이나 세리에 전문인력이 많은데 통계가 입맛에 맞게 조작될 가능성이 있으니 더 그런건가 싶네요 사설연구기관이나 언론의 활약을 기대해야 하는가요?

cyrus 2016-10-06 13:42   좋아요 0 | URL
To. Homo Sap님 / 맞습니다. 통계에 까막눈인 사람들은 연구기관의 치명적인 오류와 의도적인 조작을 알 수가 없습니다.

시이소오 2016-10-06 13:57   좋아요 0 | URL
지난번 현대 경제연구소에서 객관적 통계를 제시했는데 정부에서 비난한 사례가 생각나네요. 어이가 없어서.

하긴 박정희 각하는 빈부격차 얘기하면 북괴동조로 감옥에 쳐 넣으신분이니,ㆍ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6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계란 그래프의 어느 지점을 보느냐에 따라 다르죠... 저쪽 보면 상승인데 이쪽 보면 하강이고.... 주로 이런 식으로 농락을 하지 않습니까..

시이소오 2016-10-06 15:15   좋아요 0 | URL
정부 발표 실업률 통계보면 실로 어이가 없죠. 말만하면 거짓말. 피곤해요. ㅋ

AgalmA 2016-10-06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과연봉제, 의료민영화 등을 반대하며 요즘 노조가 파업 궐기하고 있던데 관심없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채 지나가고 있고, 당장 자기 불편에만 투덜대는 이 나라에서 아래로부터의 혁명은 점점 요원해 보입니다. 휴...

시이소오 2016-10-06 15:49   좋아요 1 | URL
의료민영화는 반대해야 하지 않을까요? 돈 없는자 다 죽이겠다는 건데요 .

AgalmA 2016-10-06 15:59   좋아요 1 | URL
백남기 씨 사망 진단 문제도 있지만 서울대학병원에서 노조가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며 투쟁한 지 벌써 몇 년 째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 지.... 한국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는 너무 자주 묻혀요...

시이소오 2016-10-06 16:20   좋아요 3 | URL
데모한다고 투덜대는 사람들 보면, 참 어이가 없죠. 어떻게보면 자기가 할걸 대신하는건데 고마워해야 할 일을. 의료 민영화는 무슨수를 써서라도 막아내야 겠습니다 !!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 카를 융 자서전
칼 구스타프 융 지음, 조성기 옮김 / 김영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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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제가 변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읽지 않았을 책 중 아마 자서전도 그 중 한 부류에 속하지 않을까 싶네요. 프로이드에 대한 중요 저작들은 대충 다 들여다 본 것 같은데 융은 좀 거리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말하는 원형이니 집단의식이란 개념자체가 제겐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처럼 들렸거든요. 오쇼는 어느 책에서 프로이드나 융이나 전부 정신병자들이라고 했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것 같습니다. 아마도 오쇼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겁니다. 만일 오쇼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융에 대한 평가는 아마 크게 바뀌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 책을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읽는 독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만 영성에 대한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도 꽤 도움이 되는 책일 것입니다. 제가 예전엔 무시하곤 했던 그의 특징들 때문인데요, 그는 아인슈타인이 그랬던 것처럼 결국 신비주의자였습니다. 그는 첫 장에서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다라고 선언합니다. 곧이어 엄밀히 말해 나의 생애에 이야기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은 영원한 불멸의 세계가 무상한 세계로 침투했던 사건들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적 체험들을 주로 이야기하게 되는데, ......나는 나 자신을 내적 사건들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그것들이 내 생애의 특이성을 이루며, 나의 자서전은 그러한 내적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 


융의 용어로 말하자면 내적 체험이란 결국 2의 인격을 뜻합니다. 밖으로 나가지 마라. 진리는 내적 인간에 깃들어 있다

 

대개의 자서전은 자신이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를 떠벌리는데 반해 융은 자신의 내적 세계, 2의 인격을 통해 삶의 의미를 포착하고자 합니다.

 

나의 존재의미는 인생이 나에게 물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나 자신이 세계를 향해 던지는 하나의 물음이며, 나는 거기에 대한 나의 대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단지 세계에 주는 대답에 의지할 뿐이다. ”

 

그는 분명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그 무엇의 도움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 그러한 앎을 얻고자 했습니다. 그가 인도를 여행했을 당시, 만약 그가 원했다면 그는 유명한 인도의 여러 성자들을 만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죠.

 

내가 성자들로부터 배우고 그들의 진리를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면 그것은 나에게 도둑질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들의 지혜는 그들에게 속하고, 나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만이 나에게 속할 뿐이다......오직 나 자신으로 살아야 하고, 나의 내면이 말하는 것이거나 본성이 내게 가져다주는 것으로 살아야한다.”

 

 

다소 고지식해 보이는 선언일 수도 있겠지만 그는 안전한 길을 가는 자는 죽은자와 같다라고 말할만큼 자신에게 철저해지길 원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깨친 의식으로 그가 깨우친 방법은 아이러니하게 꿈을 통해서 였습니다. 꿈속에서 어떤 요기(Yogi: 요가 수행자)한 사람이 제단 앞 바닥에 연꽃 자세로 앉아 있길래 가까이 가서 얼굴을 보았더니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이었다고 하죠. 그가 잠에서 깨어나 깨달은 건 아 그 사람이 나를 명상하고 있었구나그가 하나의 꿈을 꾸었고, 그가 깨어난다면 자신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마치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일화를 통해, 그는 우리의 무의식적 존재가 참다운 것이고 우리의 의식 세계는 일종의 환상이거나 가상적 현실이라고 여기게 되는데, 그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사유는 힌두교의 마야와 별반 다른 내용이 아닙니다. 결국 그는 그의 자기인식이란 것이 고대 기독교의 ()인식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인류에게 결정적인 물음은 당신이 무한한 것에 관련되어 있느냐, 그렇지 않는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의 시금석이다.....우리가 이생에서 무한한 것에 이미 접속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느낄 때 우리의 욕구와 자세가 달라진다. 결국 인간이 가치있는 것은 오직 본질적인 것 때문에 그러하다

 

우리가 만일 본질적인 것, 혹은 무한한 것을 받아들인다면 융의 입장에선 온갖 대극을 이루는 이원론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그리고 모든 것을 견딘다 ”(고린도 전서13:7). 이 구절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아무것도 덧붙일 것이 없다. 내가 사랑이라는 말을 따옴표 속에 넣은 것은 그 말이 단지 열망, 선호, 총애, 소원등과 같은 것을 의미하지 않고 개체보다 우월한 전체, 하나인 것, 나눌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암시하기 위해서다. “

 

자신의 존재의미를 탐구하던 융이 도달한 곳은 결국 신을 인식하는 것이었으며, 그것은 사랑을 통해서 이를 수 있는 것이겠죠?

 

융의 가장 유명한 일화는 신에 관한 물음일 겁니다. ‘신을 믿습니까?’란 질문에 아뇨, 저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 알뿐입니다.”라고 답했다죠. 언제쯤 저는 신을 믿음으로서가 아니라 지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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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0-06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면 프로이트는 좀 황당한 반면 융은 나름 현실적이잖아요..

시이소오 2016-10-06 15:18   좋아요 0 | URL
이 리뷰, 제가 꽤나 예전에 쓴건데 아. 예전엔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신기해했네요. 지금이야 당연 프로이드보단 융이죠^^

우빠사마 2019-03-20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비(앎에 기반한)>지식>믿음
 

도서정가제 시행전 마지막 날, 인터넷 서점 사이트 전부 다운되는 바람에 미처 구입하지 못했던 책이다.

 

안용태의 <영화읽어주는 인문학>보다 먼저 정여울은 철학과 영화의 만남을 주선했었다. 안용태가 철학위주로 영화를 보고자 했다면 정여울은 좀 더 영화중심적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영화의 내러티브를 쫓아간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다 세 번이나 울컥했다.

 





롤랑 바르트와 <색계>, 푼크툼, 세계와 나는 상처의 틈새로만 만난다.

 

정여울은 punctum풍크툼으로 번역했으나, punctum의 의미를 고려하자면 푼크툼으로 쓰는 게 더 적절해보인다. 철학자, 사상가들의 어떤 개념들은 인상파 화가의 그림만큼이나 매혹적일 때가 있다. 내게는 바르트의 푼크툼이 그러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는 그저 평화롭다 못해 권태로웠던 세상이 돌이킬 수 없는 영혼의 상처를 입었을 때야 비로소 그 투명한 속살을 보여준다. 절대로 나을 것 같지 않은 상처, 그렇게 지독한 상처의 틈새로만 간신히 보이는 세계의 투명한 아름다움. 그것을 롤랑 바르트는 푼크툼이라고 불렀다. 명쾌하게 분석될 것만 같은 세계가 어느 순간 전혀 해독할 수 없는 상형문자로 바뀌어 버릴 때,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푼크툼과 만나는 순간이다."

 

푼크툼은 라틴어로 뾰족한 물체로 인해 받은 상처, 흔적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사진의 푼크툼은 평온했던 이의 의식을 찌르는, 나에게 상처를 입히고 자극을 주는 우연하고 돌발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푼크툼의 특징은 물론 예리한 아픔이지만, 푼크툼의 더욱 중요한 특징은 그 상처가 이해할 수 없고 분석할 수 없다는 것, 그리하여 예비하거나 대처할 수도 없고, 정리해서 요약할 수도 없다는 데 있다.

 

그는 사진의 이미지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다. 스투디움과 푼크툼, 스투디움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일반화된 상징이라면, 푼크툼은 좀처럼 해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아픔을 낳는 상징이다. 스투디움이 소통 가능한 획일적인 상징이라면 푼크툼은 소통 불가능한, 그리하여 더욱 소중한 비밀을 간직한 상징이다.”

 

나는 사랑을 푼크툼과 연결하려 한 적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정여울의 혜안이다. 스투디움의 사랑의 방식이 있다면 푼크툼의 사랑의 방식이 있다. 푼크툼으로서의 사랑을 말할 때 <,>만큼 적절한 영화도 없어 보인다.



 

내가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진정으로 나를 아프게 하지 못한다.”

 

-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지프 캠벨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를 찾으러 가는 길 끝에서 를 발견한다.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이후 캠벨의 영웅의 여정내러티브는 어느새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작법이 되어버렸지만 원형과도 같은 이야기 방식이기에 오늘날에도 그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역시 전형적인 캠벨의 영웅의 여정의 길을 따른다.

 

여러분의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비판을 미루어두어야 한다. (....) 비판을 미루어두는 것은 이른바 너는 할지니라는 용을 죽이는 것이다. 그놈을 죽여버려라. 우선 글을 쓰도록 하라. 비평가는 잊고 그저 쓰기만 하라. 비판적 요소를 끌어안고 문장을 다듬는 것은 그 다음에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누가 과연 이런 걸 보려고 하겠어?“하는 생각 때문에 괴로울 수도 있다. 그러면 여러분의 주장에 대해 공감할 만한 사람을 떠올린 다음, 그 사람을 위해 글을 쓰라. (...) 가령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한 소녀를 위해 쓴 것이었다. ”

 

- 조지프 캠벨, 박중서 역 <신화와 인생>, 갈라파고스, 386

 

방랑하는 시간은 긍정적인 시간이다. 새로운 것도 생각하지 말고, 성취도 생각하지 말고, 하여간 그와 비슷한 것은 절대 생각하지 마라. 그냥 이런 생각만 하라. “내가 어디에 가야 기분이 좋을까? 내가 뭘 해야 행복할까? (.....)룰렛 공은 결코 , 여기 내려앉는 것보다는 차라리 저기 내려앉아야 사람들이 나를 더 좋아할 거야하고 생각하진 않는다. (....)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생각을 치워버려야 희열이 온다.

 

- 조지프 캠벨, 박중서 역, <신화와 인생>, 갈라파고스, 99~100

 


수잔 손택과 <굿 윌 헌팅>, 편집되는 고통, 유통되는 슬픔을 넘어

 

이 글을 읽고 다시 < 굿 윌 헌팅>을 보고 싶어졌다. 인용된 윌과 숀의 대화 장면에서 눈물이 핑 돌다니!

 

숀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이셨다. 늘 고주망태였지. 완전히 술에 찌들어서, 두들겨 팰 사람을 찾곤 했지. 난 엄마와 동생이 맞지 않게 하려고 먼저 덤볐지. 반지를 끼고 계신 날이면 더 볼 만 했어.

윌 그 남자는 .......늘 탁자에 렌치와 각목과 혁대를 늘어놓고는, 절더러 선택하라고 했죠.

숀 나 같으면......혁대로 하겠다.

윌 전 렌치를 택하곤 했어요.

숀 왜?

윌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이었죠.

숀 네 양부였니?

윌 네...... 제 평가 결과는 어때요? 애정결핍 같은 건가요?

숀 이 기록들.....모두 다 헛소리야. 네 잘못이 아냐.

윌 알아요.

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봐. 네 잘못이 아니야.

윌 알아요.

(숀은 윌의 내장기관까지 다 뚫어버릴 듯한 깊은 눈빛으로 윌을 바라보며 다시금 힘주어 말한다) 네 잘못이 아냐.

윌 안다고요!

(숀은 점점 윌을 벽 쪽으로 몰아 세운다) 아냐, 넌 몰라. 네 잘못이 아니다.

(윌은 숀의 집요한 반복에 분노와 공포를 동시에 느낀다) 안다니까요!

(다시금 소름끼치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같은 문장이지만 매번 다른 울림으로 윌에게 다가가간다) 네 잘못이 아냐.

(감정이 폭발하며) 알았으니까 성질나게 하지 말라고요!

숀 네 잘못이 아니야.

(이제는 절규하는 윌) 제발, 성질나게 하지 말란 말이에요. 선생님만이라도!

(숀은 여전히 놀라우리만큼 차분한 목소리로, 같지만 다른 이야기를 한다. 네가 죄책감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평생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숀은 이 짧은 문장으로 대신하는 듯하다) 네 잘못이 아니었어. 네 잘못이 아냐.

(윌은 그제야 숀의 메시지를 알아듣고, 처음으로 울어버린다. 그리고 숀에게 안겨 마음껏 운다) 젠장, 정말 죄송해요.

(윌을 힘껏 품에 안으며) 다 잊어버려.

 


수잔 손택의 실천 역시 영화 <굿 윌 헌팅>만큼 감동적이다. 우리처럼 타인의 고통을 연민으로 바라보며 안도하는 대신 그녀는 고통받는 사람들 곁으로 날아가 그들과 함께 했다. 그녀는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에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출했다.

 

문화, 특히 진지한 문화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사라예보 사람들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존엄성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 예를 들면, 화장실이 오물통이 되지 않도록 변기에 물이 나오게 하는 데 거의 하루 종일 매달리면서 굴욕감을 느끼는 것이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공공장소로 가서 줄을 서 떠온 물을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이다. 이런 굴욕감은 공포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사라예보의 연극 관계자들에게는 큰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그것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해왔던 일들을 계속한다는, 즉 자신들이 정상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고작 물 긷는 사람이나 인도주의적 원조를 받는 수동적인 사람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사라예보에서는 자신의 일을 계속하는 사람을 가장 운 좋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 그런 상황 속에서도 나와 배우들은 월급을 받지 않았다. 다른 연극인들도 기꺼이 우리 리허설에 참석하곤 했는데, 이것은 단순히 우리의 작품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매일 극장에 간다는 사실이 좋아서였다. 연극을 공연한다는 것은 하찮은 일이 아니라 오히려 정상성을 표현하는 즐거운 일인 셈이다.”

 

- 수잔 손택, 김유경 역, <강조해야 할 것> 시울, 412~413

 

문학은 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고, 발휘하도록 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 아닌 다른 사람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에 감응할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겠습니까? 아주 잠깐만이라도 우리 자신을 잊을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겠습니까?

 

- 수잔 손택, 이재원 역, <타인의 고통> 이후, 208

 

질 들뢰즈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시계로 잴 수 없는 시간의 무한탈주.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이 있다. 들뢰즈는 크로노스와 아이온의 시간을 말한다. 직선적 시간의 중력으로 인간을 빨아들리려는 모든 권력, 그것이 바로 크로노스의 시간이다. 한편 영원히 이 순간에 빠져들고 싶은 희열의 시간, 그것은 아이온의 시간이다.

 

심리학적으로 중요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중대한 의미를 갖는 시간, 이런 시간들을 현상학적 시간, 또는 아이온의 시간이라고 한다. (...) 노동이나 이동, 소비 생활등의 모든 영역에서 절대적 속도를 갖는 것, 속도의 중력에서 벗어난 외부를 창조하는 것, 강요된 속도나 시간에 벗어난 자율적인 속도와 리듬을 갖는 것. 이것이야말로 낡은 시간적 형식을 변형시키는 일이며, 자율주의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형식의 시간, 새로운 리듬의 시간을 창안하는 것이 될 것이다.

 

- 이진경, <근대적 시간공간의 탄생>, 푸른 숲, 76~77

 

잃어버린 시간, 다시 말해 시간의 흐름, 존재했던 것들의 소멸, 존재들의 변화에 대해 사유하도록 강요하는 기호들이 있다. 그것은 우리와 친숙했던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는 뜻밖의 계시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윌에게 익숙하지 않게 되어버린 그 사람들의 얼굴은 시간의 기호들과 시간의 영향을 순수한 상태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사람들의 얼굴 특성을 변질시키고 다른 특성들을 늘리거나 또 무르게 하고 부숴버린다. 시간은 그 자체로는 비가시적이기 때문에, 우리 앞에 나타나기 위해 육체들을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육체들을 만나기만 하면 어디서든 그들을 붙잡아 그 위에 자신의 환등기를 비춘다.

 

- 질 들뢰즈, 서동욱, 이충민 역, <프루스트와 기호들>, 민음사, 43.

 

타임리프 능력을 갖게 된 시간을 달리는 소녀마코토. ‘나의 시간을 찾으려는 노력이 결국엔 타인의 시간을 빼앗는 일이라니! 치아키의 고백을 무마시키려 아무리 타임 리프를 해도 마음의 시간은 좀처럼 바뀌질 않는다. 어느덧 치아키는 이제 미래로 돌아가야만 한다. 마지막 대사 장면에서 두 번째로 또 울컥.

 

치아키 (마코토가 건네준 타임 리프 장치를 보며) 이걸 네가 어디서 찾았어? 아니, ! 이게 뭔지는 알아?

마코토 알아

치아키 누가 가르쳐줬는데?

마코토 네가

치아키 난 그런 소리 한 적도 없고, 할리도 없어.

마코토 네가 모두 다 얘기해줬어. 네가 살던 시대도, 이게 뭔지도.

치아키 너 어디서 온 거야?

마코토 미래에서.

치아키 너도 타임 리프를 할 줄 알아?

마코토 이젠, 못해.

치아키 이 얘기를 하려고 일부러 과거로 돌아온 거야?

마코토 응

치아키 바보같이 내가 왜 얘기했을까?

마코토 그 그림은 미래에 가서 봐. 이젠 없어지거나 타버리지 않을 테니까. 네가 온 미래까지 무사히 남아 있게끔,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치아키 그래, 부탁해..... 돌아갔어야 했는데. 어느새 여름이 됐어. 너희랑 함께 있는 게 너무 즐겁다 보니.

치아키. 마코토 ! 늘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너 말이야......(이제 고백을 들을 준비가 된 마코토의 잔뜩 설렌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심드렁하게) 함부로 뛰다가 다치지는 마라. 넌 주의력이 부족하잖아. 먼저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해

마코토 (치아키의 고백을 기다리던 설렘이 사라져버리자, 잔뜩 실망한 얼굴로) 뭐야? 그게 마지막 인사야?

치아키 바보, 널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마코토 그래! 걱정해줘 고맙다! 알았으니까 얼른 가.

(치아키의 등을 밀어내며 억지로 치아키를 보내버리는 마코토.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솟구치는 흐느낌을 막을 수 없다. 엄마 잃은 아이처럼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엉엉우는 마코토를 향해, 치아키가 다시 돌아온다. 너무 놀라 눈물을 뚝 그친 마코토를 살짝 안고, 미친 듯이 뛰고 있을 마코토의 심장을 향해, 치아키는 드디어 고백한다. 예전에 마코토가 삭제해 버린그 고백보다 훨씬 멋진 대사로.)

치아키 마코토......미래에서 기다릴게.

마코토 (치아키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일순간에 모든 아픔이 치유된 듯, 언제 울었냐는 듯이, 이제야 마코토다운 밝고 명랑한 표정으로)! 금방 갈게! 뛰어갈게!


니체와 <쇼생크 탈출>, 초인의 오디세이, 지상에서 영원으로


, “이란 말이 얼마나 가증스럽게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가! 그들이 나는 정의롭다고 말하고 있는 것을 듣노라면, 그것은 언제나 나는 앙갚음을 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 니체, 정동호 역,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153

 

검사나 국가에서 을 말할 때, 나는 왜 으로 들리는걸까.

 

좀더 유사하고 좀더 평범한 인간들은 언제나 유리한 입장에 있었으며 지금도 그렇지만, 좀더 선택된 자, 좀더 예민한 자, 좀더 희귀한 자, 좀더 이해하기 어려운 자들은 고립되기 쉬우며, 따로따로 떨어져 있어 재난을 당하기도 쉽고 거의 번식하지도 못한다.


 

-니체, 김정현 역, <도덕의 계보>, 책세상, 291

 

앤디는 평범하지 않았다. 앤디는 간수 하들리와의 협상을 통해 죄수들에게 맥주를 돌린다. 그리고 맥주 마시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이 책에서 세 번째로 울컥한 순간이었다. 감옥을 무대로 하는 소설과 영화는 주제에 상관없이 세계 자체의 은유를 내포하기 마련이다. 모든 곳이 감옥이니까! 앤디는 결코 시스템에 길들여지지 않는다. 앤디야말로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시스템에 굴복하기보다 저항하며 이렇게 말해야 한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들뿐이다.”





 

 

피에르 부르디외와 <순수의 시대> 아비투스, 일상이 창조하는 미시적 권력의 지형도


 

아비투스, 이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hexis’(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habitus’로 번역됨) 개념에서 발전한 것으로, 원래는 교육 같은 것에 의해 영향받을 수 있는 심리적 성향을 가리키는 것이었으나, 부르디외는 사회구조(즉 장)와 개인의 행위(즉 실천) 사이의 인식론적 단절을 극복하는 매개적 매커니즘으로서 개념화한다. 즉 아비투스는 일정 방식의 행동과 인지, 감지와 판단의 성향체계로서 개인의 역사 속에서 개인들에 의해서 내면화(구조화)되고 육화되며 또한 일상적 실천들을 구조화하는 양면적 매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실천감각정도로 할 수 있으나 습관이나 습성과는 구별된다. 부르디에에 따르면, ‘습관은 반복적이며, 기계적이고 자동적이며, (생산적이기보다는) 재생산적인 데 반해서, 아비투스는 고도로 생성적이어서 스스로 변동을 겪으면서 조건화의 객관적 논리를 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아비투스는 역사에 의해 생산되는 창안의 원칙이면서도 역사로부터 (상대적으로) 벗어난다.

 

- 피에르 부르디에, 구별짓기 () 13

 

역자 최종철씨는 아비투스를 굳이 번역하자면 실천감각이라 했으나, 번역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아비투스의 개념이 탁월한 점은 그것이 실천감각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것이 개인의 내면에 구조화되고 육화되어 있음을 통찰해냈기 때문이다. 즉 아비투스가 의식적으로 작동될 때 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작동될 때 섬찟하다.

 

최근에 귀가 고장나 이비인후과에 갔었다. 대기실에 미모의 아줌마가 눈에 띄었다. 아줌마옆으로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자연스런 한국말 때문에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동남아인이었다. ‘뭐가 부족해 동남아 남자랑 결혼을 해라는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입으로는 평등을 말하면서 나는 국가에 따른 보이지 않는 계급을 상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 남자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가부장제의 아비투스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아비투스는 생각과 상관없이 이미 우리의 몸에 새겨져(육화)있기 때문이다.



 

카를 융과 <뷰티풀 마인드>, 내 안의 메피스토펠레스와 사랑에 빠지다.

 

그 후 나는 진지한 아이가 되었다. (...) 라틴어 문법책을 가지고 와서 집중하여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10분 뒤에 나는 기절 발작을 일으켰다. 나는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으나 몇 분이 지나자 상태가 다시 좋아져 공부를 계속했다. “빌어먹을, 졸도 따위는 하지 않을거야. ” (......)그렇게 10분이 지나서 두 번째 발작이 일어났다. 이것도 첫 번째 발작과 마찬가지로 지나갔다. “, 이제 정말로 너는 공부해야만 해!” 나는 꾹 참아냈다. 한 시간 후에 세 번째 발작이 일어났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발작을 이겨냈다고 느낄 때까지 한 시간을 더 공부했다.


(...)몇 주 후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학교에서도 더 이상 발작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수치스러운 사건 전체를 조정해 온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다른 누구 탓도 아니다. 나 자신이 가증스러운 탈영병이었다!

 

- 칼 구스타프 융, 조성기 역, <기억 꿈 사상>, 김영사, 66~67

 

아들러와 마찬가지로 융 역시 트라우마를 인정치 않는다. 트라우마는 현재의 상태를 합리화하려는 마음의 질병이다. 고통은 이겨낼 수 있다. 비현실적인 긍정주의와 마찬가지로 비관주의 역시 우리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뷰티플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시가 정신분열증 환자로 자신을 정의내렸더라면 과연 그는 훗날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을까.




 

가스통 바슐라르와 원령공주, 창조적 몽상은 너와 나의 다름에서 시작된다.


단순한 인상주의와 몽상에 기반을 둔 주관성을 어떻게 구분하느냐 (.....)이 문제에 대한 바슐라르의 대답은 자신에게 충실하기이다. 인상주의는 사물의 겉만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바슐라르는 몽상을 통하여 사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원한다. 인상주의는 자신에게 최초로 전달되는 정보를 중요시한다. 그것은 다음 정보를 기다리지 않고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바슐라르는 최초의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최초의 인상이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혜안의 눈을 가진 몽상이 시작되는 것은 이 최초의 인상이 걷힌 다음이다. 인식의 오류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이 혜안은 사물의 깊이를 보고자 하는 눈이다. 몽상가의 혜안은 최초의 경험이 지나간 후라야만 제대로 볼 수가 있다. 문학적 몽상의 활동은 텍스트를 충실하게 다시 읽을 때에만 비로소 시작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문학은 두 번째 독서에 있다고 바슐라르는 말하고 있다.

 

-홍명희,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살림, 63

 

몽상가에게 지독한 혜택을 주는 몽상 속의 상상세계는 자기 아니마를 위해 이루어진다. 아니마는 언제나 단순하고 조용하고 계속적인 삶의 피난처이다. 그래서 융은 나는 아니마를 단순히 삶의 원형이라고 규정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식을 찾지 아니하고 삶, 단순한 삶을 꿈꾸는 사람은 여성성으로 기운다. 아니마 주위로 집중하면서, 몽상은 몽상가가 휴식을 발견하는 것을 도와준다. 가장 좋은 우리의 몽상은, 남자건 여자건, 우리 저마다의 속에 있는 우리의 여성성에서 나온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게 여성성의 흔적을 갖고 있다. 우리 속에 여성적 존재가 없다면, 어떻게 우리가 쉴 수 있을까?”

 

- 바슐라르, 김현 역, <몽상의 시학>, 홍성사, 108

 

그래서일까. 미야자키 하야오의 주인공들이 대개 소녀인 것은. 바슐라르의 몽상속에 가장 아니마적인 세계는 하야오의 애니매이션이 아닐까.

 

원령공주 아무리 숲이 살아나도, 이젠 더 이상 시시신의 숲이 아니야.....시시신은 죽었어.

아시타카 시시신은 죽지 않아.......시시신은 생명 그 자체거든. 그는 삶과 죽음을 모두 갖고 있지

           내겐 삶을 돌려주셨어.

원령공주 난 널 좋아하지만, 인간은 용서 못해.

아시타카 그래도 좋아. 너는 숲에서, 나는 타타라 마을에서.

           우리 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더 좋은 마을을 세우자.

 


 

나의 수줍은 램프를 격려하려고

광대한 밤이 그 모든 별들을 켠다.

 

- 타고르, <반딧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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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0-0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이 정성어린 페이퍼. 굿입니다..

시이소오 2016-10-05 11:39   좋아요 0 | URL
ㅋ 제 정성을 알아봐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

푸른희망 2016-10-05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너무 좋아요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네요~

시이소오 2016-10-05 16:16   좋아요 1 | URL
책이 좋은거죠. 아무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와같다면 2016-10-06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글입니다.. 생각이 흐름이 이렇게 진행될 수도 있군요!!

아.. 그리고 저 얼마전에 `굿 윌 헌팅` 재개봉 보구 왔어요..

시이소오 2016-10-05 20:03   좋아요 1 | URL
책이 좋은거죠. 저는 정리만. ㅎㅎ굿윌 헌팅이야말로 멋진 영화죠 ^^

나와같다면 2016-10-05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굿 윌 헌팅..

전에 내게 했던 말을 생각해봤어
내 그림에 대해서 했던 말
그 생각에 한참 잠을 못 이루었지
그러다 갑자기 뭔가 깨닫고는 그대로 깊고 편한 잠을 잤어
너에 관해 완전히 잊은채 말이야
그게 뭐였는지 아니?

나와같다면 2016-10-05 2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도 완벽하지 않아
인간은 불완전한 서로의 세계로 서로를 끌어들이니까
˝너도, 그녀도 완벽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과연 서로에게 얼마나 완벽한가야˝

시이소오 2016-10-05 20:08   좋아요 1 | URL
대사를 외우시는건가요?
나와같다면 님이야말로 멋지십니다 ^^

jeje 2016-10-05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몇주전부터 굿윌헌팅 을 다시보고싶어서 올레티비에서 검색해봤는데 없더라구요. 그래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시이소오님 페이퍼보고 다시 볼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하하.

시이소오 2016-10-06 00:55   좋아요 1 | URL
제제님. 저도 찾아서 다시 보고싶네요 ^^

2016-10-06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6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6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10-06 13:58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