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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
수이옌.징스신즈 지음, 채경훈 옮김 / 책드림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리뷰를 써야할지 말아야할지 아리까리한 책들이 있다. 이 책도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짧게라도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에 대해 리뷰를 쓰기로 결정한 건 오로지 작가가 제시한 사례 때문이다. 저자가 중국인이다 보니 서구 작가들이나 여타의 심리학 관련 서적과는 다른 사례들이 나름 신선했다.

 

특히나 북한 영화 한편이 1970년대 중국 대륙을 휩쓸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제목은 <금희와 은희의 운명>이다. 남과 북으로 헤어진 쌍둥이의 일대기다. 북에 남은 금희는 유명한 배우가 되어 행복하게 살고, 남으로 간 은희는 유흥주점 가수로 전락, 두 다리가 잘려 구걸을 하며 비참한 삶을 산다는 황당한 이야기라고.

 

영화 상영으로부터 약 40여년이 지난 오늘, 새터민들의 높은 자살율로 볼 때 금희는 황당하지만 은희는 황당하지 않다.

 

이외에도 저자 수이옌은 여러 영화들을 사례들로 제시하는데 익히 아는 헐리웃 영화 외에도 주로 중국 영화를 위주로 한 아시아 영화들을 소개한다. 중국의 문학가, 사자성어의 빈도가 높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책에 나온 여러 사례들 중 도덕의 기원에 관한 원숭이의 실험 사례는 가장 흥미롭다. 이 사례에 대해 나름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P92 전문을 실었으니 이웃님들도 한 번 보시길. 재밌으면서도 생각거리를 던져주네요)

 

밑줄 그은 문장.

 

 

p79. 심리학에는 포러 효과라고 불리는 현상이 있다. 이는 사람들이 흔히 인격에 대한 개괄적이고 일반적인 묘사가 자기 성격 특징과 잘 들어맞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을 뜻한다. 예를 들어 별자리 성격 검사는 물병자리 사람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자유를 추구하고 구속 받기를 원하지 않고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정의를 추구한다.’

 

생각해 보면 이 말을 어떤 사람에게 갖다 놓아도 피검사자는 모두 큰소리로 나랑 딱 맞아.” 라고 말할 것이다. 이런 묘사는 분명 모든 사람이 지향하는 인격 특징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당신의 별자리>라는 책을 읽고 , 이렇게나 잘 맞을 수가?’하고 깜짝 놀랐는데 포러 효과를 몰랐던 것.)

 

p84. 역할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오늘은 귀비취주( 술에 취한 양귀비를 다룬 경극)를 불렀다가 내일은 소삼기해(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소삼이라는 기생의 이야기를 다룬 경극)을 불러도 아무 상관없다.

 

p92. 한 심리학자는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도덕의 기원을 증명했다. 우리 안에는 원숭이 다섯 마리가 있었고 우리 꼭대기에는 바나나 한 송이가 매달려 있었다. 연구원들은 바나나 근처에 탐지장치를 설치했다. 원숭이가 바나나를 가져가려고 하면 탐지장치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우리 안에 있는 원숭이 다섯 마리를 전부 흠뻑 적셨다.

 

첫 번째 원숭이가 바나나를 따려고 했지만 바나나를 따지 못했을뿐더러 원숭이들이 모두 물에 젖었다. 뒤이어 두 번째 원숭이가 바나나를 따려고 시도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원숭이 다섯 마리는 모두 똑같은 시도를 한 후에 결과가 항상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원숭이 다섯 마리 사이에는 암묵적으로 바나나를 따려다가 실패하면 모두 물에 젖는다는 공통된 인식이 생겼다.

 

이때 연구원들은 우리에서 원숭이 한 마리를 내보내고 새로운 원숭이 한 마리를 집어넣었다. 우리 안에 막 들어온 원숭이 A는 우리 안에 생긴 규칙을 전혀 몰랐고 바나나를 보자마자 따러 가려고 했다. 그러자 원숭이 A는 다른 네 마리 원숭이에게 한바탕 두들겨 맞았다. 다른 원숭이 네 마리는 원숭이 A의 행동 때문에 자신들이 물에 젖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원숭이 A는 같은 시도를 몇 차례 더했지만 매번 흠씬 두들겨 맞았고 결국 바나나를 포기했다.

 

이어서 연구원들은 또 한 마리 원숭이를 내보내고 나서 새로운 원숭이 한 마리(B)를 집어넣었다. 원숭이 A가 막 우리에 막 들어왔을 때처럼 원숭이 B는 바나나를 따려고 시도했고 다른 원숭이들에게 두들겨 맞았다. 주목할 점은 ...원숭이 A는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보라는 듯이 다른 원숭이들보다 원숭이 B를 더 세게 때렸다. 몇 차례 맞고 나서 원숭이 B도 바나나를 포기했다.

 

연구원들은 계속해서 처음에 있던 원숭이를 내보내고 다시 새로운 원숭이를 우리에 집어넣었다. 우리에 들어가는 새로운 원숭이들 모두 원숭이 AB가 겪었던 과정을 겪었다. 결국 처음에 있었던 원숭이들이 모두 우리 밖으로 나가게 되었지만 우리에 남아 있는 원숭이들은 아무도 바나나를 따려고 하지 않았다.

 

그 원숭이들은 바나나를 따려고 하면 물에 젖게 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고 단지 바나나를 따려고 하면 두들겨 맞는다는 사실만 알았다. 이것이 바로 도덕의 기원이다.

 

(바나나를 따려고 할 때마다 두들겨 맞은 원숭이를 생각하면 왜 이렇게 웃긴지. 이 원숭이는 자기가 왜 맞았는지 이유를 몰랐다.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르겠지. 인간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이유를 모른다.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를 것이다.)

 

P107 만약 파이가 도가사상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면 폭풍우가 닥쳐왔을 때 천지는 어질지 못해서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강아지처럼 함부로 대한다.’(천지불인이만물위추구)라는 말을 더 깊이 이애할 수 있었을 것이다.

 

P117. 캐스피 교수는 2003년의 새로운 조사 결과를 근거로 피실험자들을 자신감형, 안정형, 과묵형, 자기억제형, 불안형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다섯 가지 유형이 1,000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28%, 40%, 8%, 14%, 10%였다. 그리고 피실험자들이 성장하면서 지니게 된 인격은 세 살때의 인격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었다.

 

P133. 사실 감정이입이란 간단히 말해서 속담에서 말하는 자기 마음으로 상대 마음을 헤아린다(장심비심)’이다.

 

P162. 시몬 드 보봐르는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P181. 일본에서 어떤 사람이 샹들리에를 열 번 말해보라고 하고는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진다. “독 사과 이야기가 나오는 동화 이름이 뭐지요?” 대부분의 사람들 입에서는 신데렐라가 튀어나오는데 샹들리에신데렐라의 일본어 밞음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심리 과정을 프라이밍Priming, 사전 활성화이라고 부른다.

 

심리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바로 프라이밍 효과가 작용한 결과이다. 사람들은 사소한 부탁은 잘 들어준다. 사기꾼의 사소한 부탁을 들어주면서 믿음이 생긴 후에는 사기꾼이 계속 성가신 요구를 하더라도 흔쾌히 승낙한다.

 

p185. 그래서 바오간” (중국 의학 이론으로는 밤을 새우는 일은 간을 손상시킨다. 이를 과장하여 밤을 새워 일하는 경우를 가리켜 간이 폭발한다고 한다)은 젊은 사람들에게 밤을 새우거나, 늦게까지 야근하거나, 밤새워 노는 행동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었다.

 

p220. 장아이링은 <겅이지>(20세기 중국 패션의 변천을 묘사한 수필)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옷은 일종의 언어이며 몸에 지닌 시나리오다.”

 

p234. ‘강산은 변하기 쉬워도 사람의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강산이개, 본성난이)’

 

p260. 단편 소설 <상흔>의 작가 루신화는 이렇게 말했다. “상흔 문학은 영원한 화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 역사는 사람들 정신을 상흔으로 가득 채우고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상흔이 또 새겨지기 때문이다.

 

지금 마음이 불안으로 가득한 사람은 정즈화의 <중산계급>을 다시 들어보면 특별히 감동 받을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의 짐은 매우 무겁고 어깨가 너무 아픈데 나는 체면이라는 짐을 지고 사람들 사이를 떠돌아다닌다네.......내 욕심은 많고 월급은 적은데 나는 타이베이의 도로에서 다리를 잃었네....”

 

p272. 사랑이라는 이 세상의 귀중하고도 아름다운 경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하늘과 땅이 영원하기를 (천장지구)바라고, 아침저녁으로 언제나 변함이 없기를(조조모모)를 바라고, 서로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심지어 산에 언덕이 없어지고 강물이 마르고, 겨울에 천둥이 치고 여름에 눈이 내리고,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면 그제야 님과 헤어지겠습니다. (산무릉, 강수위갈, 동뢰진진, 하우설, 천지합, 내감여군절)”는말로 서로의 결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p273. ‘신분이 높아지면 친구를 바꾸고, 부자가 되면 아내를 바꾼다. (부역처, 귀역교)’

 

p282. ‘행복이란 내가 아이폰4를 사고, 당신은 사과 네 봉지를 사는 것이다.’

 (중국어로 아이폰 4사과 네 봉지는 구성 글자와 발음이 비슷하다.)

 

p292. 전통적으로 사람들은 생의 가치와 무엇을 위해 죽는가?’를 더 중시해왔다. 그래서 사람은 본래 한 번 죽게 되어 있는데, 어떤 사람의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고, 어떤 사람의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다. (인고유일사 혹경어홍모 혹중어태산)’라는 말이 있다.

 

p300. 석가모니는 나는 원래 삶을 원하지 않았으나 갑자기 세상에 태어났고, 원래 죽음을 원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죽음이 찾아왔다. (아본부욕생, 홀이생재세, 아본부욕사, 홀이사기지) ‘라고 말했다.

 

p302. 불교에서는 모든 사물은 인연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므로 참된 자아가 없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단지 인연을 따라 생긴 환상에 불과하다. (제법무아, 일체중생도지시수연이기적환상)’라고 여긴다.

 

p303. 옛말에 땅강아지와 개미조차 목숨을 아낀다. (루의상차탐생)’고 했고 민간에는 호강하며 죽는 것보다는 빌어먹으며 사는 게 낫다 (호사불여뢰활)’라는 말이 있다.

 

p304. 이 때문에 중국 사람들은 타고난 수명을 다 누리고 평안하게 죽는 것’(선종)‘을 오복 (장수, , 강녕, 호덕, 선종의 다섯가지 복)의 하나로 여긴다.

 

p305. 칼릴 지브란이 <모래와 물거품>에서 이렇게 쓴 것처럼 말이다. ‘당신이 생명의 모든 신비를 풀고 나면 당신은 죽음을 갈망할 것입니다. 죽음은 생명의 또 다른 신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p311. 연구결과 일본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까닭은 흔히 구체적인 삶의 사건 때문이 아니라 삶 자체에 대해 환멸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 사람들의 자살은 대부분 현실적인 문제로 인한 자살이며 인생철학이나 미학이 관련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p317. 무라카미 하루키가 <노르웨이의 숲>에서 죽음은 삶과 대립되는 면이 아니라 삶의 일부분으로 영원히 존재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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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2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러 효과가 바넘 효과와 비슷하군요. 이래서 사람들이 운세, 혈액형 심리학을 잘 믿죠. ^^

시이소오 2016-02-24 22:2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잠깐 넋놓고 있다보면 홀린다니까요 ㅋ

2016-02-26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함께 읽은 것 같아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시이소오 2016-02-26 16:13   좋아요 0 | URL
제가 감사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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