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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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보름 만에야 읽었다. 성경 <창세기>누가 누구를 낳고에서 멘붕에 빠진다면 <일리아드>누가 누구를 죽이고에서 잠속으로 빠져든다. ‘에고, 언제까지 죽일 셈인가하다 잠들었다. 다음 날,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지?’하는 회의감과 싸우며 읽다 또 다시 잠든다.

 

에고 아직도 죽이고 있네......근데 이 죽는 사람은 누구냐?’ (<일리아드>를 꼭 구입하시길 추천한다. 불면증이 있으신 분들은 끊임없이 죽이는 장을 선택해 읽으면 죽은 듯이 잘 수 있다)


드디어 다 읽었도다. 840페이지를어릴 때 물론 <일리아드>를 읽었었다블로그에 올해는 클리프던 패디먼의 <평생 독서 계획리스트의 책들을 읽고 리뷰 쓰기로 선언했었기에 약속을 지키고자 다시 읽었다. (왜 그랬을까)

 

어릴 때도 <오딧세이아>는 재밌었지만 <일리아드>는 지루했다. 나이가 먹으면 달라질거라 생각했건만 착각이었다. <일리아드>는 고전이라고 하지만 굳이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

 

왜 트로이 전쟁은 일어났을까.

 

어차피 버린 몸. 이 몸을 제물로 바쳐 누구나 <일리아드>를 읽지 않아도 말할 수 있게끔 정리해보기로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일리아드>는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아를 침공해 그리스가 승리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전쟁이 터졌을까. 트로이 전쟁이 여자 때문에 터졌다는 건 반 쯤 진실이다.

 

일단은 아가멤논 때문이다. 아가멤논은 그리스 연합군의 왕이다. 그리스는 테베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전리품과 여자를 나눠가졌다. 아가멤논은 그때 크뤼세스의 딸 크뤼세이스를 선택했다. 크뤼세스가 딸의 몸값을 들고 아가멤논을 찾아간다. 다들 몸값을 받기를 찬성하지만 아가멤논은 사제를 내쫓는다.

 

크뤼세스는 아폴론의 사제였다. 크뤼세스는 아폴론에게 딸을 되돌려줄 것을 간청하고 그리스인들이 눈물 값을 치르게 하소서하고 기도한다. 그러자 아폴론이 그리스 쪽으로 9일 동안 신의 화살을 쏘아대니 그리스인들이 떼죽음을 당한다. 당장 대책회의가 소집된다. 다들 크뤼세이스를 크뤼세로 돌려보내자고 하자, 아가멤논은 빈정이 상한다.

 

그래? 좋아. 내 여자 내놓을게. 대신 니들 여자를 날 줘. 난 왕이니까. 음핫핫

 

이 말에 그리스 연합군 최고 전사인 아킬레우스가 빡 돈다.

 

감히 내가 사랑하는 브리세이스를 내놓으라고! 이걸 죽여 버려하고는 아킬레우스가 칼을 뽑으려는 찰나 아테나 여신이 아킬레우스를 달랜다. 이 모욕을 참으면 좋은 선물을 주겠다고.

 

여신의 말에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을 죽이지 못하고 사랑하는 브리세이스를 내주고는 바닷가에 앉아 펑펑 울며 엄마인 바다의 여신 테티스에게 신세한탄을 한다.

 

엄마, 아가멤논이 내 여자를 뺏어갔어. ~~”

그런 나쁜 놈을 봤나. 알았어, 엄마가 아가멤논 혼내줄게. . 울지 마, 에고 귀여운 내 새끼.”

 

크뤼세이스가 딸을 돌려받자 아폴론도 더 이상 그리스 쪽으로 화살을 쏘지 않았다.

이 상태라면 전쟁이 벌어질 이유가 없었다.

 

다 꺼진 도화선에 또 다시 불을 지핀 건 테티스의 치맛바람 때문이다.

테티스는 제우스를 찾아가 부탁한다.

 

아카이오이족(그리스인)이 우리 애(아킬레우스)를 존중하기 전까지는

트로이아인들이 이기게 해주세요, ?”

 

제우스는 헤라에게 눈치가 보여 한때 사랑하던 테티스를 얼른 쫓아낸다.

 

알았어, 알았어. 우리 마누라 보면 난리난다. 의처증인가봐, 얼른 가.”

진짜죠?”

알았다니까.”

 

제우스는 어떻게 할까 잠을 설치며 궁리를 하다 아가멤논의 꿈에 거짓된 환상을 심어준다.

 

이제야말로 트로이아를 함락할 때가 왔도다.’

 

아가멤논은 꿈에서 깨자마자 긴급히 회의를 소집한다. 그런데, 트로이아를 공략하자고 외치던 아가멤논이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홀 때문인지 제정신으로 돌아와서는 각자 고향 땅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아가멤논의 말에 연합군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들 귀향준비를 서두른다. 전쟁은 무슨!

 

이대로라면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서 헤라와 아테나가 개입한다. 헤라랑 아테나가 왜? 이 두 여신이 개입한 이유는 그 유명한 파리스의 심판과 관련되어 있다.

 

이해를 위해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제우스와 포세이돈 둘 다 테티스를 좋아했다. 테티스는 자신과 결혼하면 아들이 아버지보다 더 강력한 신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러자, 제우스와 포세이돈 둘 다 겁을 집어 먹고 물러난다. ‘그럼, 형이 ’, ‘아니, 동생이

 

겁에 질린 제우스는 비겁하게 테티스를 인간과 결혼시키려고 하고, 심통이 난 테티스는 죽어도 인간이랑은 결혼 안 할려고 물, , 짐승으로 변신하면서 버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레우스는 지고지순하게 테티스에게 구애해 결국 둘이 결혼을 하게 되는데.......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아들이 바로 아킬레우스다)

 

이 결혼식에 에리스 여신이 초대를 못 받는다. 에리스. 불화의 여신. ‘감히 나를 초대 안 해가만있을 순 없다. 에리스는 결혼식 잔칫상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씌여진 사과를 던져놓는다.

 

어머, 이거 내거잖아하고 달려든 세 여신이 있었으니,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였다.

세 여신은 인간 중에 가장 미남인 파리스에게 심판받기로 하고 파리스를 찾아간다. 세 여신은 몰래 파리스에게 선물을 약속 한다. 헤라는 아시아에 대한 통치권, 아테나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아프로디테는 절세미인을 주겠다고 파리스를 꼬신다.

 

파리스는 누구에게 사과를 줬을까. 당연히 아프로디테에게 주었다. 아프로디테가 파리스에게 준 절세미인이 바로 아가멤논의 동생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다. 헤라와 아테나 입장에선 파리스가 죽도로 미웠다. 근데 이 파리스가 트로이아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이었던 것.

손 안대고 코풀 기회를 놓칠쏘냐.

 

아테나는 오딧세우스에게 말한다.

어머, 헬레네 때문에 그렇게 그리스인들이 죽어 나가고, 헬레네를 다시 찾을 생각도 안 하고 고향으로 도망치다니 남자로서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오딧세우스의 일장 연설에 그리스 연합군은 곧장 트로이아로 진격하고 바야흐로 트로이 전쟁이 시작된다.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에게 삐쳐서 안 간다.

 

여기까지가 24권 중 1,2권까지의 내용이다. 3권부터 24권까지는 안 읽어도 상관없다.

불안하다면 9, 16, 19, 20, 22, 24권을 읽으시길.

 

3권부터 24권의 내용은 단순하다.

싸우는 것이다. 죽이고 죽고.

 

전쟁 중 한쪽이 밀릴 때마다 신들이 개입한다. 그리스 측이 밀리자 아가멤논은 브리세이스를 돌려주고 재물을 미끼로 아킬레우스에게 사절을 보내지만 아킬레우스는 여전히 뾰로퉁이다. 그리스 군이 거의 전멸할 무렵 아킬레우스의 시종인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에게 간청하여 아킬레우스의 무구를 갖추고 전투에 출정한다. 그러나, 헥토르에 의해 죽는다. 파트로클로스의 시체를 사이에 두고 트로이아와 그리스는 가장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사랑하는 파트로클로스가 죽자 아킬레우스가 또 엉엉 운다. 울음소리를 들은 엄마 테티스가 또 다시 바람을 가르며 아킬레우스에게 달려온다.

 

엄마, 싸우러 나가고 싶은데 옷이 없어요. 엉엉~~”

알았어. , 울지 마. 엄마가 옷 만들어다 주께.”

 

테티스가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해 아킬레우스의 무구를 제작해주자 드디어 아킬레우스가 전쟁에 참전한다. 신들은 애초부터 전쟁에 관여하더니 이제는 아예 양편으로 갈라져 자기들 끼리 싸운다. 결국 아테나의 도움으로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아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 헥토르를 죽인다. 프리아모스는 아킬레우스를 찾아가 몸값을 대신해 헥토르의 시신을 되돌려 줄 것을 간청하고 아킬레우스는 프리아모스에게 헥토르의 시신을 내준다. 프리아모스가 헥토르의 시신을 찾아 트로이아로 돌아오며 거대한 서사시가 막을 내린다.

 

(줄거리 상에 한 가지 유념할 것은 헥토르의 아내가 헬레네가 아니라는 것이다. 헥토르는 헬레네의 시아주버니다. 헥토르의 아내는 앙드로마케다. 헬레네의 남편인 파리스의 다른 이름은 알렉산드로스다.)

 

어떤 신들이 그리스를 지원하는지 알아두면 <일리아드>는 훨씬 읽기가 수월하다. 포세이돈은 트로이아 왕 라우메돈이 성벽을 쌓아 준 보수를 주지 않아 삐쳐 트로이 전쟁 중 그리스 편에 가담한다.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 헤라의 아들인 헤파이스토스, 이들이 그리스 편이고 나머지 신들은 거의 트로이아 편이다. 표로 정리 해볼까.

 

 

트로이아

그리스 (아카이이오족, 다나오스 족)

프리아모스 (아들 파리스)

아가멤논 (동생 메넬라오스)

중요 인물

헥토르 (프리아모스 아들)

아킬레우스 (테티스의 아들)

아폴론, 아레스,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크산토스, 등등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 헤파이스토스

주요 인물

아이네이아스(아프로디테의 아들), 사르페돈(제우스의 아들), 글라우코스

오딧세우스, 파트로클로스, 디오메데스, 안틸로코스, 네스토르, 메리오네스, 아이아스 ,이도메네우스

 

 

마리오네트 인간


낮과 밤이 엇갈리는 장기판 위에

하나님이 놀며 두는 힘없는 말들,

이리저리 옮기면서 장군 멍군 찾다가

하나씩 죽어서는 골방으로 들어가네.

 

- 오마르 하이얌, <루바이야트> 중에서


<일리아드>에서 인간들은 신들의 꼭두각시, 마리오네트에 불과하다. 신들은 콜로세움의 상좌에 앉아 노예들의 결투를 즐기는 황제마냥 올림포스 위에 앉아 인간들의 전쟁을 관전한다. 이 당시 <일리아드>는 귀족들, 혹은 왕 앞에서만 불려졌다. 귀족들과 왕은 영웅들과 혹은 더 나아가 신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았을까.

 

오늘날 신자유주의 사회도 <일리아드>와 구조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가진 자들은 고층의 타워 팰리스 위에 앉아 고급 와인을 마시며 창밖의 노예들을 내려다본다. 우리 노예들은 돈 몇 푼 더 벌자고 서로가 서로를 죽고 죽이며 살아가지 않던가.

 

비유법 : 동물과 자연

 

<일리아드>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21세기 전의 작품이고 <길가메시 서사시>를 제외하면 전승된 인류 최초의 작품인지라 비유법을 유심히 살펴봤다. 역자인 천병희씨도 똑같은 궁금증을 품었나 보다. 작품해설에 호메로스의 비유법을 언급한다.

 

비유법은 주로 전쟁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주로 쓰였다. 역자의 말처럼 크게 동물과 자연의 힘에 대한 비유법이 많다. 자연의 힘은 홍수, 파도, 폭풍 등이 자주 등장한다. 동물들은 주로 사냥에 관계한 비유로 멧돼지, 사자, 사슴, 독수리, , 파리 등이 주로 등장한다.

 

동물들의 비유 중 기억할 만한 구절이 있다.

 

그것은 높이 나는 독수리로, 백성들의 앞을 지나 왼쪽으로 날았는데, 발톱에는 아직도 살아서 버둥대는 크고 시뻘건 뱀을 차고 있었다. 그러나 뱀은 결코 전의를 잃지 않고 머리를 뒤로 틀더니 자기를 움켜잡고 있는 독수리의 목 바로 옆 가슴을 깨물었다. 그러자 독수리가 고통을 참다못해 뱀을 땅에 내던져 무리들 한가운데로 떨어뜨리고는 소리 내어 울며 바람의 입김을 타고 날아가버렸다.

 

12p357

 

이 장면을 보고 폴뤼다마스가 불길한 징조라고 헥토르에게 말한다. 헥토르가 대답한다.

 

나는 새 같은 것은 개의치도 아랑곳하지도 않소.

그것들이 새벽과 태양을 향해 오른쪽으로 날든

아니면 침침한 어둠을 향해 왼쪽으로 날든

, 우리는 위대한 제우스의 조언을 따릅시다!

그분이야말로 모든 인간들과 불사신들을 다스리니까요

 

이 뱀을 물고 가는 독수리를 어디서 본 기억이 나지 않는지.

내 기억이 맞다면 분명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비유다.

정확히 어느 부분이었는지 찾아봐야겠다.

 

, 이제 고전 읽기의 다음 타자는 <오딧세이아>.

 

밑줄 친 문장

 

p417. 이렇게 말하고 그녀(아프로디테)는 가슴에서 다채롭게 수놓은 띠(케스토스 히마스) 를 풀었다. 그 안에 그녀의 모든 매력이 들어 있으니, 그 안에는 곧 애정과 욕망과 아무리 현명한 자의 마음도 호리는 사랑의 밀어와 설득이 들어 있었다.

 

p514. “저런, 가련한 것들! 늙지도 죽지도 않는 너희를 어쩌자고 우리가 필멸의 펠레우스 왕에게 주었던고? 불행한 인간들 사이에서 고통받게 하기 위함이었던가? 대지 위에서 숨쉬며 기어다니는 만물 중에서도 진실로 인간보다 비참한 것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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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6-03-15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름만에 완주하시다니 대단하셔요 ~
저는 로마제국쇠망사는 몇 년째 읽고 있는지 모릅니다. ㅜㅜ

시이소오 2016-03-15 08:58   좋아요 0 | URL
ㅋㅋ 그거 엄청 길자놔요? 붉은 돼지님이 더 대단하십니다^^

alummii 2016-03-15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읽다가 결국 포기했는데 대단하세요^^

시이소오 2016-03-15 09:11   좋아요 1 | URL
잘 하셨어요. 저도 선언만 안했어도 포기했을 거에요^^ 가끔씩은 포기가 올바른 선택일 수도 있지요 ㅋ ^^

2016-03-15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고문 읽다가 치워버렸는데, 역시 경계선이었네요 그 대목이.

시이소오 2016-03-15 10:55   좋아요 1 | URL
ㅋㅋ 잘하셨어요 ^^

cyrus 2016-03-1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제목에 `꼬꼬고`는 무슨 뜻인가요?

시이소오 2016-03-15 17:41   좋아요 1 | URL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전읽기의 줄임말입니다. 클리프턴 패디먼이 정리한 평생독서 계획 순서대로 리뷰를 쓰려구요^^

cyrus 2016-03-15 17:42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정말 책을 더 가까이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

시이소오 2016-03-15 17:48   좋아요 0 | URL
2년동안 안 읽어도 그만인 책들을 너무 많이 읽었더라구요. 올해부턴 고전위주로 독서할 계획입니다. 격려 감사해요^^

cyrus 2016-03-15 17:50   좋아요 0 | URL
`2년동안`이라면 군 복무를 하셨나요? 왠지 익숙한 문장이라서 여쭤봅니다. ^^;;

시이소오 2016-03-15 17:52   좋아요 0 | URL
아, 네이버 책 블로그 한 게 이달로 2년이 되거든요. 군대 갔다온지 한참됐죠 ^^

cssct 2016-03-16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전읽기를 시도해보려는데 벌써 두렵네요ㅎ

시이소오 2016-03-16 13:39   좋아요 0 | URL
재밌는 고전 작품도 많답니다^^
 

p11. 지금부터 길가메시의 행적을 알리노라. 그는 모든 것을 알았고, 세상 모든 나라를 알았던 왕이다. 슬기로왔으며, 신비로운 사실을 보았고, 신들만 알던 비밀을 알아내었고, 홍수 전에 있었던 세상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주었도다.

 

p12. 신들은 길가메시를 창조할 때 그에게 완전한 육체를 주었으니, 즉 위대한 태양의 신 샤마시(Shamash)는 그에게 아름다움을 주었고 폭풍의 신 아닷(Adad)은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며, 그 외의 많은 신들이 그에게 거대한 들소처럼 강한 힘을 주어 보통 사람들을 능가하게 하였도다. 3분의 2는 신이요, 3분의 1은 인간으로 만들었도다.

 

주석1. 길가메시. 닌순과 제사장 쿨랍 사이에서 태어났다. 홍수 이후 제 5대 왕으로 우룩을 통치하였고, 위대한 건축가와 사자의 심판관으로 유명하다.

 

주석2. 샤마시. 수메르에서는 우투(Utu)라고 하며 태양을 의미한다. 수메르인들에겐 최고 심판관이며 법률을 준 신으로 여겨진다. 셈족들에겐 빛나는 전승자이며 지혜의 신으로서 신(Sin)의 아들이나 그의 아버지보다 더 위대한 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시타르의 오빠이자 남편인데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날카로운 으로도 표현된다. 이 시에서 샤마시는 신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단지 태양을 지칭하기도 한다.

 

p13. 그는 우룩(Uruk)에 담들과 거대한 성벽을 쌓았노라. 그리고 대지의 신 아누(Anu)와 사랑의 여신 이시타르(Ishtar)를 위해 아름다운 에아나(Eanna)의 신전을 세웠노라.

 

주석3. 아닷. 폭풍과 폭우의 신. 날씨의 신.

주석4. 우룩, 성경에서는 에렉(Erech)이라 하여 현재의 와르카(Warka)로 화라와 우르 사이에 위치함. 아누와 이시타르의 신전이 있던 곳이다. 전통적으로 키시의 적대국이 되어 왔으며 홍수 이후 다섯 번째 왕인 길가메시가 다스린 곳이다.

 

주석5. 아누. 수메르에서는 안(An)이라고 불린다. 신들의 아버지이며 대지의 신으로 가장 높은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수메르 우주 발생 설화에 의하면 태초에 바다 속에서 하늘(An)과 땅(Ki)으로 이루어진 우주적 신이 태어났다. 그런데 엔릴이 그들을 떼어놓고 은 하늘을, ‘엔릴은 땅을 차지한다. 아누는 점점 뒤쪽으로 은퇴한다.

 

주석6. 이시타르. 수메르에서는 이난나(Inanna)로 불린다. 사랑과 풍요의 여신, 전쟁의 여신으로도 불리며 하늘의 여왕 노릇을 한다. 아누의 딸로서 자기의 신전이 있는 우룩의 수호신이다.

 

p17. “길가메시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종을 울린다. 그의 방자함은 밤낮으로 끝이 없구나. 그가 아이들까지 모두 빼앗아 가니 아들이 아버지 곁에 남아 있질 못한다. 왕은 그 백성들의 목자여야 하건만 군인의 딸이건, 대신의 아내이건 가리지 않고 빼앗아 자기의 색욕을 만족시키니 처녀들이 애인의 곁에 남아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바로 슬기롭고, 관대하고, 단호한 도시의 목자란다. ”

 

p18. 아누가 백성들의 호소를 들었을 때, 신들은 창조의 여신 아루루(Aruru)에게 부탁하였다.

! 아루루여, 그대가 그를 창조하였으니 이제 그의 짝을 만들라. 그와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그의 두 번째 자아가 되게 하라. 폭풍 같은 가슴엔 폭풍 같은 가슴으로 맞서게 하라. 그들이 서로 만족하여 우룩을 조용하게 두도록.”

 

그리하여 여신은 마음속에 한 형상을 그렸다. 그것은 고집불통 아누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물 속에 손을 담가 진흙을 움켜내어 광야에 뿌리니 거기에서 위대한 엔키두(Enkidu)가 태어나게 되었다.

 

그는 전쟁의 신 니누르타(Ninurta)의 거친 성격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거친 몸뚱이에 여자처럼 긴 머리칼을 갖고 있었는데, 그 긴 머리칼을 곡식의 여신 니사바(Nisaba)의 머리칼처럼 흘러내렸다. 온몸은 목축의 신 사무칸(Samuqan)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한 털로 덮여 있었다. 그는 순진한 인간이었다. 문명의 세계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주석. 아루루. 창조의 여신. 아누의 형상을 따라 진흙으로 엔키두를 창조했다.

 

주석. 엔키투. 창조의 여신 아루루에 의해 천신 아누의 본질과 형상을 본따고 ,전쟁 신 니누르타의 성격을 모방하여 진흙으로 만들어졌다. 길가메시의 동료로서 자연인의 난폭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후에는 동물의 수호자 또는 수호신으로 여겨진다.

 

주석. 니누르타. 닝기르수의 나중 이름. 투사이며 전쟁의 신이다. 전령자, 남풍의 신, 우물과 관계의 신이기도 하다. 한 시에 의하면 그는 지하 세계의 사나운 파도를 막고 여러 괴물을 정복한 것으로 되어 있다.

 

p21. 사냥꾼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저기 그가 내려오고 있다. 여인이여, 지금 이때다. 가슴을 드러내 놓고 부끄러워하지 말라. 주저하지 말고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라. 그대의 알몸을 그에게 보여 그로 하여금 그대를 소유하게 하라. 그가 가까이 오면 스스로 옷을 벗고 그와 함께 누워라. 저 야만인을 그대의 솜씨로 가르쳐라. 그로 하여금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만들어 지금까지 숲에서 함께 살던 그의 동물들이 그를 꺼리도록 만들어라.”

 

p22. 그녀는 여인의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여섯 낮과 일곱 밤을 그들은 함께 누워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싫증이 났다. 그는 다시 동물들에게로 돌아갔다. 그러나 영양들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은 그를 보자 뛰어나갔다. 그도 같이 뛰어가려 했으나 그의 몸은 마치 끈으로 묶어 놓은 것 같았고, 뛰려는 순간 무릎을 삐고 말았다. 그의 날램도 사라져버렸다. 동물들은 모두 도망가고 그는 점점 야위어갔다. 왜냐하면 이제 그의 머릿속엔 지혜가 자리잡게 되었고 가슴속엔 인간의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좋다, 여인이여, 나를 그 신전으로, 이시타르와 아누의 집으로, 길가메시가 백성을 다스리는 그곳으로 데려다 다오. 그와 힘을 겨루어 보겠다. 그리고 우룩에 가서 큰 소리로 내가 제일 강하다! 나는 옛 질서를 바꾸려고 이곳에 왔노라, 나는 숲에서 태어났다, 나는 모든 자 중의 제일 강한 자로다!’라고 외치리라.”

 

p23. 그는 당신보다 강해요. 그러니 당신은 자만을 버리세요. 위대한 태양의 신 샤마시가 그를 돌보고 있답니다. 하늘에 사는 아누, 엔릴(Enlil), 그리고 지혜의 신 에아(Ea)가 그에게 심오한 통찰력을 주었지요. 당신이 숲을 떠나기 이전에 이미 길가메시는 당신이 오리라는 것을 꿈속에서 보았을 거예요.

 

주석. 엔릴. , 대기와 바람, 궁극적인 영혼의 신으로 아누를 축출하였다. 수메르 우주 발생 설화에서 그는 하늘과 땅의 결합으로부터 태어나는데 이 둘을 갈라놓고 그는 땅을 차지한다. 후에 최고의 신으로 대접받으며 니푸르의 수호신이다.

 

주석. 에아. 수메르에서는 엔키(Enki)라고 불린다. 잔잔한 파도와 지혜의 신. 예술을 사랑하며 인간을 창조한 신 중의 하나로서, 언제나 인간 편에 선다. 그의 신전은 에리두에 있는데, 그곳 깊숙한 곳에 살고 있다. 그의 족보는 불분명하나 아누의 자손으로 추측된다.

 

p24. 그때 길가메시는 그의 어머니이며 슬기로운 신 중의 하나인 닌순(Ninsun)에게 꿈 이야기를 하러 올라갔다.

 

p25. 하늘에서 유성처럼 떨어진 이 별 네가 일으키려 애썼으나 너무 무거웠고, 또 옮기려 했을 때 꼼짝하지 않았으며, 이제 내 앞에 가져온 이 별은, 내가 너를 위해 만든 것이다. 그는 너를 자극하고 충동하여 너는 마치 여자에게 끌리듯 그에게 빠질 것이다.

 

어머니, 그런데 두 번째 꿈을 또 꾸었어요. 튼튼한 우룩의 성벽 위에 도끼 한 자루가 놓여 있었어요. 그 모양이 신기해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그것을 보고 저도 기뻐했죠. 저는 엎드려 공손히 허리를 굽혔어요. 마치 여인을 다루듯 소중히 그것을 주워 제 옆구리에 찼어요.

 

여인의 사랑처럼 너를 매혹시킨 그 도끼는 내가 네게 주는 동료다. 그는 하늘의 신들 같은 강한 힘을 지니고 네게 올 것이다. 그는 위험에 직면한 친구를 구해줄 용감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p26. 엔키두, 이 빵을 먹어 봐요. 생명을 지탱해 주는 것이에요. 그리고 술도 마셔봐요. 그게 이곳의 풍습이랍니다.

 

그는 결국 배부르도록 먹고 독한 술을 일곱 잔이나 마셨다. 그러자 기분이 유쾌해지며 가슴이 벅차 오르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자기 몸에 났던 곱슬곱슬한 털들을 싹 밀어버리고 기름을 발랐다. 드디어 엔키두는 한 남자가 되었다.

 

p27. 나는 길가메시가 백성들을 억누르는 그곳에 가서 그에게 도전하겠다. 그리고 우룩에서 나는 옛 질서를 바꾸러 왔노라! 가장 센 자가 여기 왔노라!’고 큰 소리로 외치리라.

 

p34. 나는 운명이 결정한 대로, 내 이름을 돌 위에 새기지 않았다. 나는 향나무가 가득찬 곳으로 가겠다. 그리고 유명한 영웅들의 이름이 새겨진 곳에 내 이름을 새길 작정이다. 누구의 이름도 새겨지지 않은 그곳에 신들을 위해 기념탑을 세우겠다. 땅위에 악이 있으므로 우리는 숲으로 들어가 악을 물리칠 것이다. 그 숲 속엔 거대Hugeness’란 이름을 가진 난폭한 거인 훔바바(Humbaba)가 살고 있다.

 

주석. 훔바바. 후와와huwawa라고도 불린다. 향나무 숲의 산지기로 길가메시에게 대항해 싸우다가 길가메시와 엔키두에게 살해당한다. 신적인 품성을 지니고 있으며 아나톨리아, 엘람, 시리아의 신으로도 불려진다.

 

p35. 하늘에 오를 자가 어디 있느냐? 오직 신들만이 영광의 샤마시와 영원히 살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의 수명은 셈해지고 있으며 우리가 가진 것은 바람과 같은 것이다.

 

p36. 나는 그 땅에 가고자 합니다. , 샤마시여, 나는 기필코 갈 것입니다. 간구하오니 내 영혼을 평온케 하시고 나를 우룩의 항구까지 무사히 돌아오게 하소서.

 

거룩한 샤마시가 응답하였다. “길가메시야, 그대는 강하다. 그런데 생명의 나라가 그대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 샤마시여, 내 말을 들으소서. 내 말을 들으소서, 샤마시여, 내 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 여기 이 나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충격을 받고 죽어가며 실망 속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성벽 너머 강물 위에 시체들이 더내려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내 운명도 그러할 것입니다. 실로 모든 것이 그러하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큰 사람이라도 하늘에 닿을 수는 없으며, 아무리 큰 사람이라도 지구를 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고로 나는 그 땅에 가려고 합니다. 나는 그 땅에 가서 향나무를 자르겠습니다. 유명한 영웅들의 이름이 새겨진 곳에 내 이름을 새기렵니다. 그리고 어느 인간의 이름도 새겨지지 않은 그곳에 신들을 위해 기념탑을 세우겠습니다. “

 

! 훔바바의 땅을 빼앗으려는 이 여행은 긴 것입니다. 이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면, 샤마시여, 당신은 어찌하여 내 마음을 움직여, 이 일을 이루겠다는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을 주셨습니까? 당신이 돕지 않으신다면 어찌 이룰 수 있겠습니까?

 

p37. 길가메시를 돕도록 같은 어머니에게서 난 아들들을 산속 동굴에 숨겨 놓았다. 북풍과 돌풍, 폭풍과 삭풍, 태풍과 열풍 등 강렬한 바람들을 약속하였다. 이것들은 독사 같고, 용 같고 타오르는 불길 같고, 심장을 얼어붙게 하는 뱀 같고,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 홍수와 번개창같이 막강한 것들이었다.

 

p38. 길가메시를 위해서는 특별히 영웅들의 힘이란 도끼와 안샨(Anshan)의 활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하여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무장했다.

 

p40. “, 샤마시여, 어찌하여 당신은 내 아들 길가메시에게 그칠 줄 모르는 열정을 주셨습니까? 왜 그에게 그런 것을 주셨습니까? 당신이 그를 충동질 해 이제 그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낯선 길을 가며, 예기치 않은 싸움을 치르며,

 

훔바바의 땅으로 긴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그러니 그가 떠나는 날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향나무 숲에 도착하여 그가 당신이 싫어하는 훔바바를 죽여 악한 것들을 물리치기까지 그를 잊지 마소서. 그리고 당신의 사랑스런 애인 새벽 아야(Aya)로 하여금 당신을 항상 일깨우게 하시고, 낮이 다하였을 때에는 그에게 밤의 보호자를 주시어 그를 해치는 자가 없게 하소서.”

 

p42. “샤마시가 당신께 마음의 열정을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 입으로 말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당신 눈으로 보실 수 있기를 빕니다. 포장된 길이 당신께 열려지고 당신의 발이 디딜 길이 환히 열리길 빕니다. 당신이 가시는 길에 산들이 열리고 밤은 당신께 밤의 축복을 주며 당신의 수호 신루굴반다(Lugulbanda)가 승리를 위해 당신 곁에 항상 계시기를 바랍니다.

 

p46. 훔바바가 멀리서 이 소리를 듣고 진노하여 외쳤다. “어느 놈이 내 숲 속에 들어와 향나무를 베느냐!” 그러자 위대한 샤마시가 하늘에서 그들을 격려하였다.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주석. 닝갈Ningal. 달신(Moon God)의 아내이며 태양의 어머니.

 

P48. 몸을 입고 태어난 피조물은 모두 언젠가 서쪽으로 가는 배를 탈 것이고 마길룸(Magilum)의 배가 떠나면 그들도 떠날 것이다.

 

p49. “, 위대하신 샤마시여, 저는 당신께서 지시한 길을 따라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지금 돕지 않으신다면 나는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p50. “나의 어머니 닌순의 생명을 걸고, 나의 아버지 루굴반다의 생명을 걸고, 이 땅, 샘영의 나라에서 네 집을 찾아내었다. 비록 내 팔이 약하고 무기도 보잘것없지만 너에게 대항하러 이곳에 왔다. 이제 네 집에 쳐들어가리라.”

p51. “아무리 강한 자라도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면 쓰러지고 맙니다. 모든 인간들을 똑같이 괴롭히는 악한 운명 남타르(Namtar)가 그에게 덮칠 것입니다. 슬피 울며 애걸하는 새를 자기 보금자리로, 포로를 자기 어머니의 품속으로 되돌려 보낸다면 당신은 당신을 낳아 주신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

 

주석. 남타르. 운명. 나쁜 의미에서의 운명을 뜻한다. 지하 세계의 악마나 에레시키갈의 심부름꾼, 혹은 수석 부하로 묘사되기도 한다. 질병과 고통을 가져다 준다.

 

p52. 주석. 아눈나키Anunnaki) 보통 지하 세계의 신들을 말하는데 죽은 자들과 아누의 자손들을 심판한다.

 

엔릴은 훔바바의 머리를 보자 화를 냈다. “왜 이런 짓을 했느냐? 이후로 너희 얼굴 위엔 불이 사라지지 않으리라. 너희가 먹을 빵을 그것이 먼저 먹어 치울 것이며, 너희가 마실 물을 그것이 먼저 마셔버릴 것이다.”

 

그러면서 엔릴은 훔바바에게 주었던 일곱 광채와 화염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첫 번째 것을 강에게 주고, 사자에게 , 재앙의 바위에게, 산에게, 지옥의 공주에게 주었다.

p57. 그때 거룩한 이시타르가 왕관을 쓰고 있는 길가메시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그를 유혹하였다. “길가메시, 내게로 오세요, 내 신랑이 되어 주세요. 당신 육체의 씨앗을 내게 허락하시고 나를 당신의 신부로 삼고, 내 남편이 되어 주세요. 당신께 금 바퀴와 구리 뿔이 달린, 유리와 금으로 만든 마차를 드리고 또한 강한 폭풍의 용사들을 당신의 전위대로 드리겠습니다.

 

향나무 향기 그윽한 제 집에 들어오시면 왕좌와 제단이 당신 발에 입맞출 것입니다. 왕들과 통치자들과 왕자들이 당신 앞에서 절할 것입니다. 그들은 곳곳에서 공물을 가지고 와 당신께 바칠 것입니다. 당신의 양은 쌍둥이를 낳고, 염소는 세 쌍둥이를 낳을 것이며, 당신의 짐을 나르는 노새는 어느 당나귀보다 빠르고, 당신의 황소에게는 어느 무엇도 당해 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의 마차를 끄는 말들은 그 빠르기로 먼 곳에까지 이름을 날릴 것입니다. ”

 

P58. 그러나 당신이 내 아내가 되는 것 그것만은 사양하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나와 결혼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은 마치 얼음 속에 있는 연기 나는 화로같이, 돌풍도 폭풍도 막아내지 못하는 거적문같이, 요새를 파괴하는 성벽같이, 짐꾼을 검게 만드는 역청같이, 이고 가는 사람을 온통 물로 적셔 놓은 물주머니같이, 난간에서 떨어지는 돌같이, 적이 아닌 아군을 향해 돌진해 오는 대포같이, 사람을 걸려 넘어지게 만드는 신발같이 당신의 애인들을 골탕 먹였습니다.

 

한 남자를 끝까지 사랑한 적이 있습니까? 당신이 소유한 목자들 중 어느 누가 항상 당신을 즐겁게 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애인들 이야기를 할 테니 들어보십시오. 당신이 젊었을 때 탐무즈(Tammuz)란 애인이 있었지요. 날이 갈수록 당신은 그를 허약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당신은 영롱한 빛깔을 가진 롤러 카나리아를 사랑한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당신은 그를 쳐 날개를 부러뜨려 놓았습니다. 지금도 그는 새장에 갇혀, ‘카피, 카피, 내 날개, 내 날개!’하고 울고 있습니다.

 

또 놀라울 정도로 센 힘을 지닌 사자를 사랑한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당신을 그를 입곱 개의 구덩이에 가두어 넣고도 구덩이 일곱 개를 더 팠습니다. 또 전장에서 용맹을 떨친 종마를 사랑했었지요. 그런데 당신은 그를 박차와 가죽끈으로 매어 채찍으로 치며 7리그나 강제로 걷게 하고 진흙탕으로 데려가 물을 마시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 실릴리를 울게 만들었지요. 당신은 양치는 목동도 한때 사랑했었지요. 그는 당신을 위해 매일 어린 양을 죽여 고기 과자를 만들어 주었지만, 당신은 그를 쳐서 승냥이로 만들어 목동들이 그를 멀리 쫒아 버리고 그의 양떼도 그를 몰라보고 도망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당신은 당신 아버지 소유의 종려나무 숲 관리인 이슐라나(Ishullana)도 사랑했었지요. 그는 언제나 대추야자 열매를 가득 담아 당신 식탁에 놓아 주었는데 당신은 그에게 눈을 돌려 사랑하는 이슐라나, 어서 이리 오세요. 나는 당신의 남성다움을 좋아해요. 어서 오세요. 나를 가지세요. 나는 당신의 것이랍니다하고 말했지요. ....당신은 그를 쳐서 눈먼 두더지로 만들어 땅 속 깊은 곳에 가두고 어떤 소원도 이루어지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주석. 탐무즈. 수메르에서는 두무지라고 불린다. 곡물의 신. 악카디아 시에서는 이시타르가 남편 탐무즈를 찾아 지하 세계로 내려간다. 그러나 셈족의 시에서는 이난나(이시타르)가 자기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두무지를 지하 세계에 볼모로 잡혀 있게 한 것으로 되어 있다.

 

p60. 이시타르는 이 말을 듣자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하늘로 올라갔다. 그녀는 아버지 아누와 어머니 안툼 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

 

주석. 하늘 황소(Bull of Heaven) 이시타르를 위해 아누가 창조해 낸 가뭄의 인격화.

 

p66. “, 여인아! 네게 저주를 내리노라! 이 저주는 영원토록 네게 임하리라. 내 저주는 갑작스런 순간에 네게 내려지리라. 너는 지붕 없는 집에서 몸을 팔아야 하리라. ....주정뱅이가 토해 놓은 토사물 속에서 네 몸을 팔아야 하리라. 네가 번 것은 도공의 손에 쥔 흙덩이처럼 될 것이고, 네가 훔친 것들의 쓰레기 속으로 사라지리라.

 

너는 길거리에서 일하는 도공의 일터 먼지 속에 앉아 슬퍼하리라. 밤에는 똥더미 위에 잠자리를 펴고 낮에는 담벼락 그늘에 쭈그리고 앉아야 하리라. 네 발은 가시와 나뭇조각으로 찢어지고 네 뺨은 취기와 갈증으로 쭈그러지며 네 입은 고통을 토해 내리라.

 

p67. 어젯밤에 이런 꿈을 꾸었습니다. 하늘이 진동하고 그에 응답해 땅이 진동하는 사이에 사람도 아니고 새도 아닌 음흉한 얼굴을 한 괴물이 내 앞에 나타났어요. 그는 자기가 할 일을 내게 일러 주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흡혈귀와 같았고, 사자 다리에 독수리 발톱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내게 덮여 내 머릿속에 발톱을 깊숙이 박고 나를 숨이 막히게 꽉 움켜 쥐었습니다. 그는 내 팔이 날개가 되도록 내 모습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나를 노려보더니 지하 세계의 여왕 이르칼라Irkalla의 궁전으로 데려갔습니다.

 

주석. 이르칼라. 에레시키칼의 다른 이름. 지하 세계의 여왕.

 

p68. 지난날 언젠가 세상을 지배하며 왕관을 썼던 적이 있던 자들이었습니다. 아누나 엔릴 같은 신들의 자리에 있던 자들이 이제는 먼지의 집에서 구운 고기를 나르는 종들처럼, 음식과 물주머니에서 물을 따르는 종들처럼 서 있었습니다. 먼지의 집엔 제사장과 그 조수들, 마술사와 무당들도 있었습니다. 또 신전에서 일하던 자들과 언젠가 독수리가 하늘로 데려간 키시(Kish)의 왕 에타나(Etana)도 있었습니다. 양떼의 신사 무칸과 지하 세계의 여왕 에레시키칼도 보았습니다. 벨릿셰리(Belit-Sheri)가 그녀 앞에 자리잡고 앉아 있더군요.

 

그녀는 신들의 말을 기록하며 사자의 명부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가 명부를 읽다 그 중 하나를 들더니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이 자를 데려온 게 누구요그 순간 나는 피가 말라버리도록 가시덤불이 깔린 광야를 헤맨 사람처럼, 사형 집행리에게 붙잡힌 사람처럼 공포를 느끼며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주석. 에타나. 홍수 이후 키시를 통치했다는 설화적인 임금. 한 설화에서 그는 독수리의 등에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전해진다.

 

에레시키칼. 지하 세계의 여왕이며, 페르세폰의 짝. 한때는 하늘의 여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수메르 우주 발생 설화에서는 하늘과 땅이 갈라진 뒤 지하로 내려간 것으로 되어 있다.

 

벨릿셰리. 지하 세계 신들의 서기관 겸 조수.

 

p69. 이 꿈은 아무리 강한 자라도 언젠가 그에게 닥쳐올 비극을 암시해 주고 있다. 삶의 최후는 슬픈 것이다.

 

p70. 우룩의 위대한 자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나는 내 친구 엔키두를 위해 통곡하노라.

여인이 곡을 하듯 슬픔에 젖어

내 형제를 위해 우노라.

, 나의 형제 엔키두

그대는 나의 편, 나의 도끼였다.

내 손의 힘이었고, 내 허리띠의 칼이었다.

내 앞의 방패였고

위대한 갑옷, 내 가장 아끼는 예복이었다.

악한 운명이 내게서 그대를 훔쳐갔다.

 

(중략)

 

우리가 함께 거닐던 둑을 따라 흐르는 강도

그대를 위해 울고 있다.

엘람의 울라도 사랑스런 유프라테스도,

언젠가 거기서 우린 물주머니에 물을 채웠지.

우리가 올라가 파수꾼을 벤 그 산도

그대를 위해 울고 있다.

 

(중략)

 

지금 그대를 붙잡고 있는 이 잠은 무엇인가?

그대, 암흑 속으로 사라져

내 말은 듣지도 못하는 구나.

 

p73. 새벽, 첫 햇살이 퍼질 때 길가메시는 일어나 외쳤다.

내 그대를 궁중의 침대에 눕게 하였고, 왼팔이 되어 나를 돕게 하였으며 온 땅의 왕자들이 그대 발에 입맞추게 하였다. 내 그대를 위해 온 백성으로 하여금 울며 장송곡을 부르게 하리라. 기쁨을 즐기던 자들은 슬퍼할 것이며, 그대가 땅속으로 들어가는 날 나도 그대를 위해 머리를 풀리라. 사자의 가죽을 입고 광야를 방황하리라.”

 

이레 낮과 이레 밤을, 벌레가 엔키두의 몸을 파먹을 때까지 그를 위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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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범우고전선 10
N.K. 샌다스 지음, 이현주 옮김 / 범우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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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는 박정희같은 연쇄 강간범이었다. 우룩의 다섯 번째 왕이었던 길가메시는 군인의 딸이건, 대신의 아내건 가리지 않고빼앗아 겁탈한다. 대한민국 5대, 6대, 7대, 8대, 9대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역시 남편이 있건 없건, 나이가 어리건 적건(30대건, 20대건, 확인되지 않은 의혹에 따르면 10대까지), 수 백명의 여성들을 강간했다. ‘대통령이니까 여자 수 백명쯤이야 강간해도 되는 거 아냐, 나랑 내 가족만 안 당하면 되지하고 한국 국민들은 우습게 넘겼지만 우룩의 백성들은 신에게 호소했다.

 

이런 색마 새끼가 왕입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파렴치한 길가메시는 도살자 박정희와 달리 백성들로부터 사랑받는 왕이 되었을까?

 

 

블로그 이웃들에게 클리프턴 패디먼이 선별한 <평생 독서 계획> 수록 작품을 읽고 리뷰를 쓰기로 말씀드렸다. 되도록 페디먼이 정리한 순서대로 리뷰를 올릴 예정이다. 이른바 꼬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전읽기의 약자입니다.) 꼬꼬고 그 첫 작품은 <길가메시 서사시>. 


<길가메시>는 현존하는 호모 사피엔스 최초의 문학작품이다. 기원전 3000년 경,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 작품으로 <일리아드>보다 거의 2000년 앞서 쓰여 졌다. <길가메시>에 비하면 <일리아드>는 문학이라기보다는 애들 소꿉장난이다. <일리아드>에서 아킬레우스와 그의 시종인 파트로클로스의 관계는 다분히 <길가메시>적이다. (길가메시와 그의 또 다른 자아인 엔키두를 연상시킨다.) <일리아드>는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의 순간에 별다른 감흥이 없다. 반면 엔키두의 시신 앞에서 칠일 밤낮을 울부짖는 길가메시의 비탄 앞에선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찢어진다.

 

왜냐하면 영화에 비유하자면 <일리아드>의 파트로클로스는 거의 단역급인 반면, 엔키두는 길가메시와 함께 투 톱’, 거의 더블 캐스팅이기 때문이다. (죽기 전 까진)

 

문장 또한 비교가 안 된다. <일리아드>누가 누굴 죽이고만 반복하기에 여념이 없다. <길가메시>의 문장을 읽다보면 지금으로부터 5천년 전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셰익스피어는 분명 <길가메시>를 읽었음에 틀림없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영구 불변하는 것은 없다. 영원히 남아 있을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약속을 언제까지고 영원히 지킬 수 있을까? 형제들이 유산을 나누어 가진 후 영원히 자기 것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강이 홍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 껍질을 벗고 눈부신 태양을 볼 수 있는 것은 잠자리의 요정뿐이다. ......잠든 자와 죽은 자, 그것은 얼마나 비슷한가! 그것들은 색칠한 죽음과 같다...”

 

- <길가메시 서사시>, P90

 

이건 셰익스피어가 아닌가!

 

<일리아드>엔 동물, 자연에 빗댄 천편일률적인 비유들만 넘쳐난다. 반면 <길가메시>에는 감탄할만한 문장, 비유들로 넘쳐난다. <일리아드>가 똑같은 패턴으로 참을 수 없이 지루하다면 <길가메시>는 흥미진진하다.

 

엔키두가 죽은 이후의 <길가메시><오딧세이아>를 떠올리게 한다. 다시 말해, <일리아드><오딧세이아><길가메시>가 잉태한 자식들이다. 플로베르의 말처럼 서양 문학이 <일리아드> 아니면 <오딧세이아>’라면 서양 문학의 원류는 <길가메시>.

 

 

도로 줄거리로 돌아오면,.

 

백성들의 호소에 아누신은 아루루신에게 부탁한다. 아루루신은 길가메시와 똑같은 두 번째 자아엔키두를 만든다. 엔키두는 동물들과 함께 자연에서 만족스레 살아간다. 엔키두를 두려워한 사냥꾼은 창녀를 불러와 그를 유혹하게 한다. 여자를 체험한 엔키두는 동물들에게 돌아가지만 동물들은 이제 그를 보고 도망친다. 엔키두는 창녀의 설득에 길가메시가 통치하는 대도시 우룩을 향해 길을 떠난다.

 

길가메시가 결혼식장에서 난봉을 부린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엔키두는 달려가 그와 결투를 벌인다. 길가메시와의 싸움이 끝나자 엔키두에겐 난폭한 성질이 사라진다. 이후로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다.

 

엔키두가 안일함에 젖어있자 길가메시는 생명의 나라로 가기 위해 악을 무찌르자며 훔바바와 대결하기로 작정한다. 집정관이나 주변의 만류에도 결국 길가메시는 샤마시에게 기도를 드리고 엔키두와 함께 훔바바와 대결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오랜 여행 끝에,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숲의 수호자인 훔바바를 처치한다. 길가메시의 늠름한 풍채에 반한 이시타르 여신이 그에게 구혼한다. 길가메시는 그녀가 사랑한 것들의 비극을 상키시키며 구혼을 거절한다. 모욕감을 느낀 이시타르 여신은 아난 신에게 부탁하여 하늘 황소를 우룩에 보내 젊은이들의 목숨을 빼앗는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협력하여 하늘 황소의 목을 댕강, 딴다.

 

신들은 옥신각신 끝에 엔키두의 목숨을 거둬들이기로 결정한다. 엔키두가 병으로 죽자, 길가메시는 엔키두를 그리워하다 비탄에 빠져 울며불며 광야를 헤매고 다닌다. 죽음이 두려워진 길가메시는 머나먼 곳이라 불리는 우투나피시팀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길가메시는 술 만드는 여인 시두리의 도움으로 우투나피시팀의 뱃사공인 우루샤나비를 찾아가 우트나피시팀을 만나게 해줄 것을 요청한다. 우투나피시팀을 만난 길가메시는 그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또한 어떻게 하면 영원한 생명을 찾을 수 있는지 묻는다.

 

우투나피시팀은 신들이 인간에게 삶과 죽음을 주었으나 죽음의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한다. 길가메시는 다시 한번 어떻게 우투나피시팀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는지를 묻는다.

 

엔릴은 인간들의 반란을 참지 못해 인류를 심판하기로 결정했다. 에아(엔키)는 우투나피시팀에게 커다란 배를 만들어 모든 생명의 종자를 실으라고 말한다. 홍수로 전 인류가 멸망하고 오직 우투나피시팀과 그의 아내만 살아남는다.

 

엔릴은 다른 신들의 원성으로 그와 그의 아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며 축복한다. 이야기를 들은 길가메시도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여섯 날과 일곱 밤을 잠자리 않고 견디려 한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칠일 동안 잠에 빠진다.

 

할 수없이 길가메시는 우투나피시팀에 의해 쫓겨난 사공 우르샤나비와 함께 우룩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우투나피시팀은 선물로 길가메시에게 신들의 비밀을 알려준다. 바다 밑에 장미처럼 가시가 있는 식물이 손을 찌르거든 그 식물을 꺽으라고 충고한다. 우투나피시팀은 그 식물에겐 젊음을 잃은 사람에게 다시 젊음을 회복시켜 주는 마법이 있다고 말한다. 길가메시는 그 식물을 손에 넣고 기뻐한다. 그러나, 그가 목욕하는 사이 뱀이 식물을 가로채 도망친다.

 

여행을 통해 아무것도 얻은 게 없이 길가메시는 우룩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과연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을까. 삶의 덧없음을 깨달은 길가메시는 백성들에게 관대하고 태양 앞에 떳떳한 왕이 된다. 악을 정복한 그는 결국 운명의 날에 죽음을 맞고, ‘피와 살을 가진모든 백성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5,000년 전 길가메시는 영원한 생명을 찾아 길을 떠나 맨손으로 돌아왔다. 오늘날 호모사피엔스는 <길가메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어느 과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2050년 경이면 인간이 죽음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죽지 않는 인간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길가메시>2의 자아혹은 페르소나(엔키두)가 죽고 나서야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한편, 한국의 도살자는 끝내 인간이 되지 못한 채 연쇄강간범으로 죽고 만다.

 

<길가메시>의 백성들이 길가메시가 행한 선을 후대에까지 칭송한 것과 달리 한국의 피와 살과 생각을 가진’ ‘모든시민들은 도살자가 저지른 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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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강요 2016-03-1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한국의 ‘피와 살’ 은 가졌으나 ‘생각’ 은 가지지 못한 불쌍한 시민들은 도살자의 악행을
잊었나 봅니다ㅠ

2016-03-15 0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깊이에의강요 2016-03-15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님 글이 호부호형을 허하시는 바람에...^^;
도살자를 도살자라...^^;

시이소오 2016-03-15 07:50   좋아요 0 | URL
ㅋ 지조가 있으시네요. 깊이에의 강요님 댓글이 아침 댓바람부터 달리다니 오늘 좋은일이 생길듯한 예감. ^^

굿모닝입니다. 꽃 피듯 활기찬 하루 되소서^^

깊이에의강요 2016-03-15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하루 되세요~~^^

2016-11-08 0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8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9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7-06-30 15:25   좋아요 0 | URL
혹 변희재씬가요? 만일 그렇다면 잠이나 쳐 자시길
 
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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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칼의 노래>는 남성적 묘사의 극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나는 김훈의 <화장>을 읽기가 불편했다. 추은주가 오상무에게 쓴 편지부분에서 계속 김훈의 얼굴이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김훈이 화장을 하고 여장을 한 모습이 연상된다.

 

남성적 서사가 주를 이루는 <칼의 노래>같은 소설을 읽을 땐 그의 문체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화장>같은 경우엔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김훈의 소설보단 에세이가 읽기에 마음 편하다. 어떤 이웃분이 김훈의 글은 낭독에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동의한다. <라면을 끓이며>도 읽다보면 어느새 읊조리게 된다. 어쩌면 그는 시조의 형식을 차용한 게 아닐까. 아니면 국악의 리듬을 차용한 것일까. 알려진 대로 김훈은 <칼의 노래>를 집필할 때 국악장단을 연상하면서 문장을 썼다고 말했었다.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등등.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을 읽다보면 저절로 소리를 내뱉고 싶어진다.

 

가을은 칼로 치듯이 왔다. 가을이 왔는데, 물가의 메뚜기들은 대가리가 굵어졌고, 굵은 대가리가 여름내 햇볕에 그을려 누렇게 변해 있었다. 메뚜기 대가리에도 가을은 칼로 치듯이 왔다. 그것들도 생로병사가 있어서 이 가을에 땅 위의 모든 메뚜기들은 죽어야 하리. 그 물가에서 온 여름을 혼자서 놀았다. 놀았다기보다는 주저앉아 있었다. 사랑은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이라고, 그 갯벌은 가르쳐주었다. 내 영세한 사랑에도 풍경이 있다면, 아마도 이 빈곤한 물가의 저녁썰물일 것이다. 사랑은 물가에 주저앉은 속수무책이다.

 

<라면을 끓이며> P224. 3부 몸.

 

원래 좋아하던 문장들을 다시 만나는 것도 반가웠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잘 익은 수박은 터질 듯이 팽팽해서, 식칼을 반쯤만 밀어 넣어도 나머지는 저절로 열린다. 수박은 천지개벽하듯이 갈라진다. 수박이 두 쪽으로 벌어지는 순간, ‘!’ 소리를 지를 여유도 없이 초록은 빨강으로 바뀐다. 한 번의 칼질로 이처럼 선명하게도 세계를 전환시키는 사물은 이 세상에 오직 수박뿐이다. 초록의 껍질 속에서, 새카만 씨앗들이 별처럼 박힌 선홍색의 바다가 펼쳐지고, 이 세상에 처음 퍼져나가는 비린 향기가 마루에 가득 찬다.

 

<라면을 끓이며> P336. 4, .

 

가끔씩 아무 이유 없이 <칼의 노래> 첫 문장을 내뱉곤 한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그리곤 혼자 자지러진다.

아으, 동동다리

 

그의 글에선 여전히 전체성과 개별성이 투쟁을 벌인다.

애초에 필사를 포기한다. 반납 일을 하루 넘겼기에.

사서 필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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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3-13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은 낭독하기에 좋은 글이다에 격하게 동의합니다..

시이소오 2016-03-13 07:59   좋아요 0 | URL
그쵸? 누군가 읊어줬으면 좋겠어요^^

mipsan 2016-03-1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의 정석같은 느낌

시이소오 2016-03-13 18:03   좋아요 0 | URL
갈고 닦은듯하죠? ^^

mipsan 2016-03-13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ㅎㅎ

깊이에의강요 2016-03-13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듬이 있지요^^

시이소오 2016-03-13 20:38   좋아요 0 | URL
그렇죠? ^^

caesar 2016-03-1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은 소설보다 에세이라는 말, 저 역시 매번 해왔던 말이라 동의x3합니다!

시이소오 2016-03-14 00:12   좋아요 1 | URL
역시, 그렇죠? ^*^

징가 2016-03-1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사까지 허걱 거의 만랩이십니다.
김훈 작가의 필력은 살아숨쉬는 생물같다고 생각합니다.

시이소오 2016-03-14 13:05   좋아요 0 | URL
살아 숨쉬는 생물이라는 말을 들으니 뱀장어가 떠오르네요.
왜일런지요. ㅋ ^^

비로그인 2016-03-14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리팝에서 알파벳으로 바꿨습니다.
시이소님 좋은 하루되세요.

시이소오 2016-03-14 19:51   좋아요 0 | URL
오, 대문화면도 멋지네요. 기억하겠습니다 ^^

김선중 2016-03-20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경륜있는 글의 면면입니다

시이소오 2016-03-20 08:36   좋아요 0 | URL
한국의 코멕 메카시라 불러도 전혀 과장이 아닐듯 합니다 ^^

마르케스 찾기 2016-10-02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님의 자전거 여행을 한 낮의 한 적한 버스 안에서 오디오북으로 들었어요ㅋㅋ
종점에서 종점으로ㅋ 한 낮 버스 안이라 사람도 없고,, 맨 뒷 줄이라 타고 내리는 사람들에 방해도 없이 시원하게,,,
올 여름 저의 휴가였어요ㅋㅋ
낭독하기 좋은 글이다는 말씀에 격하게 저도 동의합니다,,,
작년 휴가땐 KTX타고 서울가서,
대학로 연극을 일주일간 내내 보러 다녔죠.
휴가철엔 산 계곡 바다,, 온 나라가 소음에, 쓰레기에, 가는 곳마다 술판과 고기판과 수박찌꺼기라ㅠ

한 적한 시간을 소소하게 보내기에 좋은 책과 좋았던 시간들이었어요. 오디오북으로 듣기엔 김훈님의 자전거 여행만한 책은 없더라구요.
라면을 끓이며 이 책도 ˝읽고 싶어요˝가 아닌 ˝듣고˝ 싶어지네요ㅋㅋ

시이소오 2016-10-02 01:04   좋아요 0 | URL
오디오북이 있군요. 자전거 여행은 오디오북으로 읽어야겠어요 ^^
 
공부 중독 -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엄기호.하지현 지음 / 위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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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은의 <잠실동 사람들>을 읽기 전까진 중산층 교육열이 그 정도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 새벽 3시까지 공부를 하다니! 잠실이 이정도면 대치동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우리 세대야 베이비 붐 세대여서 초등학교 때도 한 반 70명에 오전, 오후반이 있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대학가기도 그만큼 어려웠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소설을 보니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듯 했다.

 

한국의 사려 깊은 사회학자 엄기호와 신뢰할만한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이 대한민국 공부 중독현상에 대해 논한다.

 

엄기호는 학생들이 아프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공부 중이다. 학생들은 공부 중이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준비가 덜 되었다는 이유로 절대로 타석에 직접 서려 하지 않는다. 타석에 서지 않아야,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만능감을 해치지 않을 수 있다.

 

20대 아이들은 기본적인 대인관계에서도 서툴고 오로지 자기만을 생각할 줄 밖에 모른다. 그들은 현실을 게임처럼 받아들인다. 자신이 열심히 했다면 아이템이 주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을 경우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폭력적이 되기까지 한다. 데이트 폭력이 그러한 예이다.

 

이들은 자기중심성은 강하지만 자기 의견이 없으므로 어떤 결정을 할 때에는 다른 사람 얘기에 쉽게 넘어가기도 한다. “정답이 뭐냐?”라는 질문만 받아온 아이들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구경한다. 교재마저 형광펜이 칠해져 나오는 형국이다.

 

누가 아이들을 공부로 모는가? 물론 부모다. 특히나 486세대들. 이들은 실제로 공부를 통해 성공한 세대기도 하다. 하지현은 486세대가 굉장히 운이 좋은 프리 라이딩시대였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공부를 통한 계급 상승이 가능하던 세대였다. 그러나, 그런 모델은 이제 끝났다. 신광영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열에 아홉은 계급 유지에 실패했다.

 

특히나 하지현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평균을 너무 높게 잡는다고 지적한다. 흔히 말하는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의 대학 정원은 3만 명, 수험생들은 65만 명이다. 4.5퍼센트다.

 

가장 교육에 목을 메고 있는 계층은 중산층이다. 그렇지만 판돈은 점점 더 커지고 아웃풋의 효과는 미비해지고 있다. 더 나아가 중산층 아이들이 대학에 가면서 신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엄기호, 하지현은 과도한 사교육이 이제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말한다. 하루빨리 이 미친 짓을 그만두어야 한다. 부모들은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반박한다. 하지현은 생각의 전환과 용기를 가지고 한 사람이라도 먼저 이 트랙을 빠져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임계점을 넘으면 보다 건강한 교육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얼마 전, 아이들 놀이 책을 써서 제법 유명해진 친구와 카톡을 했다. 그 당시 친구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외국에 있었다. “놀이 책 썼으면서 아이들 유학 보내는 거 좀 그렇지 않냐?”고 물었다. 친구는 톡했다.

 

그건 노는 거고 이건 공부지.”

 

, 그렇구나.’ 작금의 교육 문제. 트랙에서 벗어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타석에 들어서지 않기 위해공부한다고 핑계를 대곤했었다. ‘내공을 쌓는다라는 표현대신 헨리 밀러의 말을 빌려 렌즈를 닦는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충분하지 않다고. 만일 렌즈가 완벽해지는 날이 온다면 그때엔 모두가 어리둥절할 정도로 놀라운 이 세계의 아름다움을 선명하게 보여주겠다고.

 

실제로 부족하다 느껴서 였겠지만 한편으론 만능감을 유지하고 싶어서였다.

 

지금은 하지 않아. 하지만 내가 준비가 되면 나는 최고로 잘 할 수 있어.’

 

렌즈처럼 완전해지는 순간이란 없다. 저질러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읽으면서 꽤나 뜨끔 거렸다. 혹시 나도 공부중독이 아닐까.

나 역시 여전히 삶을 회피하고 식민화하는 공부를 하는 중일까.

삶의 무게를 지고 싶지 않아서 책 속으로 도망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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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2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3-12 08:23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절학무우,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풍림화산님도 불바람(?)같은 주말 시작하세요^^

아타락시아 2016-03-1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지식을 탐구하고자 하는 열정에서 오는 공부 중독이 아니죠.

시이소오 2016-03-12 15:15   좋아요 0 | URL
진정한 공부가 필요한 거겠죠?^^

cyrus 2016-03-12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지현 씨가 문제점은 잘 지적했는데, 해결방안이 아쉬웠어요.

시이소오 2016-03-12 21:59   좋아요 0 | URL
해결방안이 참 애매모호 하죠 ^^

기억의행성 2017-09-2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준비를 회피의 다른 말로 쓰는 저의 모습이 생각나 뜨끔하네요

시이소오 2017-09-29 22:18   좋아요 0 | URL
기억의 행성님도 일단 저지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