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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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넉넉해 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그림도 그림이려니와 옛 선인들의 문장은 어쩜 이리 단아하고 담백할 수 있단 말인가?

 

해질 녘 서편 하늘을 물들이는 장엄한 노을 앞에 섰거나, 한밤중 아득한 천공에서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별무리의 합창을 들을 때, 혹은 동틀 녘 세상 끝까지 퍼져나가는 황금빛 햇살의 광휘를 온몸에 맞으면서, 어느 누가 감히 예술을 논하겠는가. 봄날 작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햇가지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길고 짧고 굵고 가는, 물기 오른 여린 가지들이 이루는 조화와 오만 가지 빛깔, 그것은 기적이다. 가을 새벽 거미줄에 붙들린 조그만 이슬 알갱이에 다가서 보자. 그 깜찍한 비례며 앙증맞은 짜임새도 경이롭지만 알알이 비치는 방울 속마다 제각기 살뜰한 우주가 숨어있다.

머리말 중에서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소나무 아래 호랑이가 문득 무언가를 의식한 듯 갑자기 정면을 향해 머리를 돌렸다. 순간 정지한 자세에서 긴장으로 휘어져 올라간 허리의 정점은 정확히 화폭의 중앙을 눌렀다. 가마솥 같은 머리를 위압적으로 내리깔고 앞발은 천근 같은 무게로 엇걸었는데 허리와 뒷다리 쪽에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서 금방이라도 보는 이 머리 위로 펄쩍 뛰어 달려들 것 같다. 그러나 당당하고 의젓한 몸집에서 우러나는 위엄과 침착성이 굵고 긴 꼬리로 여유롭게 이어지면서 부드럽게 하늘을 향해 굽이친다

 

작가의 말대로 금방이라도 호랑이가 화폭을 찢고 뛰어나올 태세다. 그러나, 소나무와 소나무 잔가지 사이의 여백이 힘을 완화시켜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정중동이라기 보단 동중정의 묘미라고나 할까?

 

속의 질박함이 바깥 꾸밈을 압도하면 촌스러워지고, 바깥 꾸밈이 속 바탕을 압도하면 얄팍해진다. 속과 바깥, 바탕과 꾸밈이 서로 잘 어우러진 다음에야 군자다

-       논어 옹야편

군자를 예술로 바꾸어도 무리 없지 않을까? 바탕과 꾸밈이 적절히 균형과 조화를 이룬 작품, 그것을 우린 예술이라 부른다

표구를 포함한 <송하맹호도>의 호랑이는 작가의 말마따라 철창 속에 갇힌듯한 느낌을 준다. 일제시대에 우리 그림의 7,8할이 이런 일본식 표구로 바뀌었다고 한다. 식민지 시기, 일본인들이 일본 정부의 지원아래 한국의 호랑이를 잡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 먹어서? 아니다. 호랑이가 한민족의 기상을 상징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 속의 호랑이마저 가둘 지경인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고요한 봄날의 정적속에 ! 삐요꼬 삐요!’ 환하게 퍼지는 소리가 지척간 버드나무 위에서 들려온다. 온몸에 선명한 황금빛을 두른 노란 꾀꼬리 한 쌍이다. 선비는 말 위에서 가만히 숨을 죽인 채, 어여쁜 꾀꼬리가 노래하는 갖은 소리 굴림을 듣는다. 참 맑고 반가운 음성이요 생각 밖의 곱고 앙증맞은 자태가 아닌가. 선비의 입에서 절로 제시 한 수가 터져 나온다

 

어여쁜 여인이 꽃 아래에서 천 가지 가락으로 생황을 부나

운치 있는 선비가 술상 위에다 밀감 한 쌍을 올려 놓았다

어지럽다 황금빛 베틀 북이여, 수양버들 물가를 오고 가더니

비안개 자욱하게 이끌어다가 봄 강에 고운 깁을 짜고 있구나.

 

내리막길이라 그런지 밑으로 하강하는 중력이 느껴진다. 그러나 꾀꼬리의  ‘! 삐요꼬 삐요!’ 소리가 선비의 시선을 잡아 끈다. 선비의 올려다보는(상승하는) 시선, 버드나무 위의 꾀꼬리, 그리고 화폭 윗 부분의 여백이 하강하는 힘을 상쇄시켜 이 작품에서도 균형과 조화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날로 각박해지는 세상. 잠시만 짬을 내어 옛 그림을 바라보자. 봄날 꾀꼬리 소리에 가던 길을 멈추고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옛 선비들 마음자리의 드넓은 여유를 닮아보자.

 

중년에 이르러 자못 도를 좋아해서

늘그막 집 자리를 남산에 터 잡았네

흥이 오르면 매양 혼자 그대로 떠나가니

뛰어난 경개를 그저 나만이 알 뿐이라

걸음이 다다르니 물이 끊긴 그곳이요

앉아서 바라보니 구름 이는 끄때로다

우연히 숲에서 나무하는 늙은이 만나

웃고 이야기하느라 돌아갈 줄 모르네

-       왕 유 , 당나라의 시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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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대제 6 - 월웨허 역사소설, 전면 개정판 제왕삼부곡 1
얼웨허 지음, 홍순도 옮김 / 더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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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로부터 철번의 명이 떨어졌다오삼계는 대명왕조를 복벽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반란을 도모한다흠차인 절이긍부달계가 강희의 수유(친필 지시)를 오삼계에게 전달하나 오삼계는 당최 철번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손연령은 왕사영의 은근한 회유에 청나라를 배신하고 오삼계 편에 선다왕보신은 흠차로 온 막락의 회유에 청나라 편에 서려고 한다그러나 왕보신 휘하의 장건훈이 병변을 일으킨다왕사영은 왕보신에게 막락의 잘려진 머리를 들이민다왕보신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북경에 유배되어 있는 오응웅은 주삼태자와 손을 잡기로 한다주보상의 눈을 피해 오차우와 운낭은 북경으로 향한다.

 

오삼계는 대명 복벽의 기치를 내세우며 부하들에게 금은보화를 나눠준다오삼계는 주국치를 죽여 살인제기 의식을 벌인다.

 

강희는 소마라고와 함께 궁밖으로 나왔다가 저잣거리에서 악기 연주하는 오차우와 재회한다.

 운낭은 오차우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노래를 부르다 자결한다.

 

강희는 왕보신의 아들 왕길정을 죽이는 대신 왕보신을 설득하라며 풀어준다.

오차우는 강희의 소개로 양대산으로 가 보리대사를 만난다보리대사는 출가한 숭정황제였다.

오차우는 보리 대사의 제자로 출가한다.

 

주삼태자 역시 반란을 모의하는데 오응웅이 방문해 오삼계가 주삼태자의 신분을 인정한다는 전갈을 건넨다오응웅이 소모자에게 누구의 사람인지를 묻자 소모자는 강희의 사람이라 대답한다소모자는 왕진방과 함께 마지막 술잔을 마시다 새치 혀로 왕진방을 죽이고는 도주한다.

 

도주한 소모자는 강희에게 주삼태자의 빨간모자들의 계락을 고해바치고 강희는 시위들과 함께 반란에 대비한다황후 혁사리씨는 노새의 이름을 무단이라 고치고 반란을 진압하라 명한다무단을 비롯한 시위들은 빨간모자들을 잔인하게 죽이고반란은 곧장 진압된다.

 

양기륭은 부하들의 충성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 도주한다.

 

강희는 오응웅을 처단하고 열병식을 갖는다황후 혁사리씨는 윤잉을 낳고 눈을 감는다.

 

삼번의 난은 2년째 접어들고 70만 명의 양측 병력이 형주와 악주에서 사생결단을 내기 위해 집결한다상지신은 왕사영을 회유해 오삼계도 강희도 아닌 제3의 길을 제시한다손연령은 식량난에 처하자 도로 강희에게 돌아가기 위해 공사정을 찾아가 사죄한다.공사정은 손연령을 용서하고 상지신과 맞서 싸워야 공로를 인정받을 것이라 충고한다.

 

찰합이마저 반란을 꾀하나 도배와 주배공은 12일 만에 반란을 평정한다기세를 몰아 도해와 주배공은 왕보신을 잡기 위해 출정한다주배공과 형제 사이인 공영우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 왕보신을 설득하나 왕보신은 죽음을 각오하고 싸움에 임한다.

 

하룻밤 동안의 경하대첩에서 패한 왕보신은 도주한다휴전 중 주배공은 왕보신을 설득하기 위해 성으로 들어가고 공교롭게도 왕사영과 마주친다왕사영은 주배공의 세치 혀 때문에 피를 토하고 죽어간다이를 본 왕보신은 주배공에게 투항한다.

 

왕보신이 투항하자 오삼계마저 도해에게 투항한다.

개선장군으로 돌아온 주배공은 어느날 하계주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하계주의 신부가 주배공이 평생 그리워하던 아쇄일줄이야!!

 

밑줄 그은 문장  


P26. 산에 비가 내리려고 하니 누각에 바람이 그득하구나......

 

P120. 넝쿨이 오래 된 가지에 감기니뿌리와 잎이 서로 의지하는구나.

그러다 둘 모두 사라지면 날아온 새는 어디에 가서 쉴까?

 

P137. “성인이 이르기를 육합지외 존이불론’ 이라고 했어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는 마음대로 논하지 말라고 했지

내가 보기에는 귀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야운명의 장난에 놀아나고 보니 저절로 크게 깨닫게 되더군.”

 

P140. “거사께서는 선에 대해 물어보려면 불에 대해 물을 필요는 없습니다불에 대해 물을 것이라면 선을 묻지 마십시오

상하천광 일벽만경’, 하늘과 물이 온통 푸르고넓은 호수가 한없이 펼쳐져 있네.”

 

P185. 하늘이 장차 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지치게 한다뼈마디가 꺽이는 고난을 당하게도 하고몸을 굶주리게도 한다또 생활을 빈궁에 빠뜨리고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만든다이는 그의 마음을 격동시키고 참을성을 길러줘 지금까지 할 수 없던 일도 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P297. “천지간에는 오륜이라는 것이 있습니다선생은 그중에서 올바르게 지킨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이 어찌 인간의 비극이 아니겠습니까선생은 정말 좋은 재주를 가지고서도 바른 길로 가지 않고 자신을 망가뜨리는 어리석음을 범했습니다살아서는 천하의 신뢰를 깡그리 잃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죽어서는 무슨 면목으로 주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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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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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editology, 일명 편집학, 김정운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그리 새로운 관점은 아니다. 큐레이팅, 콜라보레이션이 유사한 개념이다. 들뢰즈가 말한 배치역시 editing이다. 영화에서의 편집 역시 배치다. 김정운은 일본의 두 학자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가라타니 고진과 마츠오카 세이고. 고진은 일본문화를 저수지 문화라고 말했다. “일본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다. 그래서 하나도 안 받아들인다세이고는 이이토코도리좋은 것은 기꺼이 취한다!’가 일본의 정체성이라 주장했다.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심리학에선 이를 선택적 지각이라 부른다. 그 반대편에는 무주의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는 현상이 있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실험에 대해선 여러 책에서 이미 접한 바가 있었지만 이 책에서 실험 동영상 사진을 처음 보았다. 사진을 보기 전까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고릴라가 화면 한 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가슴을 두드리는데 이걸 못 보았다니!!

 

인간 의식과 행동은 도구에 의해 매개된다고 한다. 하루에 세 번 숟가락으로 뜨고젓가락으로 집는사람과 포크로 찌르고나이프로 자르는사람의 의식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단다.

 

독일 유학을 간 김정운은 독일 학생들의 특이한 공부법에 주목한다. 한국 학생들이 노트에 필기하는 반면 독일 학생들은 카드에 필기한다.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느껴질지 몰라도 편집 가능성에선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 노트는 편집이 불가능한 반면 카드는 무한히 편집할 수 있다.

 

창조적 발견은 절대 논리적 사유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연역법과 귀납법은 순환 논리에 불과하다. 퍼어스는 창조적 사유를 가능케하는 제 3의 추리법을 주장한다. 유추법abduction이다. 유추법이란 혹시 그런게 아닐까하는 창조적 추론이란. 미국 하버드 대학원생 마사 매클린톡은 생리대를 사러 기숙사 근처 상점에 가면 매번 생리대가 다 팔린 사실에 호기심을 느껴 이 의문을 추적했다. 이후 그녀는 생리 주기 동조화 현상<네이처>지에 발표한다. 이후 매클린톡 효과는 함께 생활하는 여학생들의 생리 주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비슷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가 됐다.

 

스티븐 시걸의 감정 차트를 보고 뒤집어졌다. 김정운은 시걸의 똑같은 표정의 사진 밑으로 다른 감정들을 표기했다. 행복한, 슬픈, 심술부리는, 외로운, 등등. 김정운의 말대로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다. 그러나, 연기력이 형편없는 배우로 좋은 영화를 만들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관점과 장소의 에디톨로지

 

김정운은 독일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서 교수가 되었을 때 자유로운 토론 수업을 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됐다고. 한국 주입식 교육의 폐해일까. 그러나 야외수업을 해보니 활기로운 토론 수업이 가능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토론 수업이 불가능한 이유는 강의실 구조 때문이었다. 강의실에 앉으면 학생들은 앞쪽 칠판만 바라보게 되어 있다. 한편 독일 대학 세미나실에는 학생들끼리 서로를 마주보게 책상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즉 공간 편집이 교육 내용을 결정한다. 천장이 높아져도 사람들의 문제 해결 능력은 향상된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면 레스토랑에서 어떻게 앉아야 할까. 마주보게 앉아야 할까? 아니면 같은 곳을 바라보게 나란히 앉아야 할까? 아니다.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앉는 게 가장 좋다.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

이 장에서 가장 내 눈을 끈 내용은 항문기 고착의 일본인과 구강기 고착의 한국인이다. 일본에선 여름에 환기가 조금만 안 되어도 집 구석구석에 곰팡이가 바로 핀다고 한다. 매번 창문을 열어 환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일본 가옥은 벽이 얇아질 수 밖에 없다. 창문도 통풍이 잘 되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옆집의 소음이 다 들린다. 그래서 생긴 게 러브호텔이라는 것이 김정운의 가설이고 읽자마자 고개가 끄덕여졌다.

 

또한 일본의 다다미 바닥은 아이들 양육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젖은 다다미는 금방 썩는다. 따라서 똥오줌 못 가리는 아이는 다다미에 치명적이다. 그래서 일본에선 아주 어릴때부터 철처한 배변 훈련을 시킨다. 때문에 일본인들 대다수가 항문기 고착이라는게 김정운의 주장이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반면 한국의 경우엔 항문기 고착 성격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한국은 장판문화기 때문이다. 장판에 아무리 똥오줌을 싸질러놔도 걸레로 슥 닦아내면 그만인다. 김정운은 그대신 한국인들은 구강기 고착이라고 주장한다. 입이 거칠고 목소리도 크고 담배도 많이 피운다. ? 너무 못 먹어서 그렇다는데, 이 주장에 대해선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김정운은 책은 끝까지 읽을 필요없다라는 주장을 해서 욕을 먹었다고. 나는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문학책은 예외로 하고 책을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 특히나 김정운의 이 책 역시 그렇다. 한번 쓱 전체를 둘러보고 재밌는 부분만 골라 읽으면 된다.

 

김중혁은 <메이드 인 공장>에서 에버노트를 쓴다고 말했는데 이런, 김정운도 에버노트 예찬론자다. 자료 입력은 삼성 갤럭시 노트가 최고? 에버노트는 써볼 맘이 있지만 나는 삼성불매자라 죽기 전까지 갤럭시 따위는 쓰지 않는다.

 

 - 2015. 6.9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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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대제 5 - 얼웨허 역사소설, 전면 개정판 제왕삼부곡 1
얼웨허 지음, 홍순도 옮김 / 더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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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해는 회교도들이 밤에 모이는 걸 반란을 일으키려한다고 생각해 우가에 있는 청진사를 공격해 화광을 신호로 북경 근교의 12개의 회교사원에 불을 지를 계획을 강희에게 고한다그 말을 들은 하계주는 깜짝 놀라 끼어든다회교도들은 그저 예배를 드리는 것뿐이라고강희는 명령을 철회하라 지시하고 시위들을 데리고 직접 청진사로 향한다강희는 그곳에서 양기륭을 만난다


주삼태자를 사칭하는 양기륭의 아버지는 양계종으로 그는 이자성이 북경으로 쳐들어왔을 때보물지도와 옥새를 얻게 되었다양기륭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물을 발판으로 종삼랑이라는 사이비 종교를 만들고 옥새를 이용해 주삼태자라 사칭하고 다녔다.

 

양기륭은 자신을 강희 황제라 사칭하고는 회교도의 예배를 방해한다강희의 시위에게 발각된 양기륭 일행들은 청진사에 불을 지르고 도주한다주삼태자와 손을 잡은 오응웅은 청진사에서 솟은 불꽃을 보고 흥분하지만 주전빈으로부터 일이 잘못됐음을 전해 듣는다.

 

물속에 뛰어든 오차우를 이우량이 구한다이우량은 자신의 본명이 운낭임을 밝힌다운낭은 어린시절 왕씨 집 시녀였다운낭은 왕영감의 둘째 아들인 왕사영 방에서 왕 영감의 둘째 며느리와 첫째 며느리가 함께 나오는 장면을 목격한 이후남자들에 의해 뒷산으로 끌려가나 호궁산에 의해 목숨을 건지고 호궁산의 제자가 된다.

 

오차우를 찾아온 호궁산은 제자인 운낭과 재회한다호궁산의 약과 운낭의 기공치료를 받은 오차우는 점차 건강을 회복한다.

 

오차우는 연주부의 아문으로 간다그곳에서 정춘우와 공영배를 만나는데그들은 오차우를 황보보주에게 데려간다.

 

주배공은 아쇄를 그리워하다 용기를 내 그녀의 집으로 찾아간다두 사람은 서로에게 점차 마음을 연다.

 

강희는 황후 혁사리씨를 통해 궁중에 간첩이 있음을 깨닫는다강희는 어느날 황후와의 대화에 끼어든 죄로 소모자에게 곤장 백대를 명한다사실 강희는 <삼국연의>에서 주유가 부하 장군 황개를 때린 고육계를 쓴 것이다.

 

정춘우는 오차우에게 말 하지 못하는 약을 먹여 죽이려하지만 운낭과 파란원숭이가 오차우를 구해 도망친다

운낭과 오차우와 길이 엇갈린 파란원숭이는 넷째 공주인 공사정을 우연히 만난다.

 

오차우는 화살을 맞은 운낭을 데리고 어느 집에 도움을 청한다그 집은 장외할미 댁이었다공영배가 오차우를 찾아 집안을 수색할 것을 부탁하지만 장 외할머니는 거부한다공영배가 억지로 집안을 수색하려 하자 장 외할머니는 운판을 두드릴 것을 명한다.운판이 울릴 경우공영배는 가문으로부터 죽임을 당할까 우려해 장외할머니댁에서 물러난다장씨 가문은 자신의 아이를 죽여서까지 공부의 아이를 살려 공부의 맥을 잇게 한 공로로 칠백년을 이어온 공씨가문의 세대 은친이었던 것오차우는 장외할머니 아들인 전기傳奇를 쓰는 공상임을 만난다.

 

오차우를 놓쳐 실의에 빠진 정춘우는 공영배를 죽이고 조정에서 관리가 나올까 두려워 사형집행을 감행하려 하지만 공사정에 의해 제지된다정춘우는 공사정에게 대항하다 죽임을 당한다.

 

계림에 도착한 공사정은 어느날 부굉렬과 하지명의 방문을 받는다두 사람은 오육일이 상지신마웅과 대량신에 의해 죽임을 당했음을 전해 듣는다이에 공사정은 남편 손연령으로부터 군권을 거둬들인다.

 

오삼계는 상주문을 통해 철번을 요청한다강희는 이광지와 진몽뢰를 복건성으로 보낸다.

강희는 어느날 주배공위동정과 함께 오응웅의 집을 방문한다강희는 오응웅과 바둑을 두고 있는 황보보주에게 호감을 느낀다.강희는 오응웅에게 은근히 철번을 종용하지만 그는 곧장 오삼계 앞으로 철번에 반대하는 비밀서신을 보낸다.

 

소모자는 궁중의 정보를 이용해 양기륭으로부터 신임을 얻는다반란을 모의하는 양기륭과 측근들 앞에 오응웅과 황보보주가 방문한다오응웅과 주삼태자는 강희에 맞서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

 

황보보주는 오응웅의 명령에 따라 금패영전(황궁의 명령을 증명하는 화살 모양의 증표)을 훔치려 황궁으로 들어왔다 강희와 군신들 간의 대화를 엿듣고 부모와도 같은 강희에게 감화되어 강희 앞에서 자결을 하려 한다강희는 황보보주에게 금패영전을 쥐어준다소모자에 이어 황보보주가 첩자로 활약한다.

 

어느날 강희는 황경을 데리고 육합거라는 술집을 찾아간다그곳에서 비파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아자를 보자마자 강희는 첫 눈에 반한다.

 

황사촌은 찻주전자에 약을 타 강희에게로 간다소모자는 강희에게 황사촌이 약을 탄 사실을 고한다황사촌은 찻주전자의 물을 먹고 죽는다소모자는 이 일을 계기로 양심전으로 옮기게 된다주삼태자는 소모자가 왜 고자질 했는지를 따져 묻는다소모자는 오응웅이 시킨 일이라고 대답한다.

 

강희는 황경과 함께 아자를 만나러 간다강희 몰래 위동정과 목자후가 강희 뒤를 쫓는다강희가 아자를 취하려 할 때 황보보주가 강희를 피신시킨다아자는 갑자기 황보보주에게 자신이 친 누나인 황보옥이였음을 고백하곤 독주를 들이킨다황보보주는 누나의 주검 앞에서 자결한다.

  

 

 밑줄 그은 문장

 

 

p14. <역경>에 이르기를 군주가 비밀을 함부로 발설하면 나라를 잃게 되고대신이 입이 가벼우면 자신의 몸을 잃게 된다고 했습니다.

 

p62. 하늘이여나이가 많아 눈과 귀가 예전 같지 않나요.

사람이 보이지 않고듣지도 못하는 건가요.

아니면 말을 못해 대답을 하지 않는 건가요!

양민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악마에게 힘을 주시면 어떡하나요

한 평생을 선량하게 산 사람은 지옥에 떨어지게 하고요,

살인방화를 일삼는 자는 영화를 누리고소박하게 사는 양민을 고생을 하네요!

하늘이여더 이상 하늘 역할을 하지 못할 거라면 무너져 내리세요!

무너져 버리라고요!

 

p149 “그러나 나는 소인입니다. ‘군자는 건드려도 괜찮으나 소인은 웬만하면 건드리지 말라고 했어요.”

 

p161. 또 그 와중에 부필통관’, 다시 말해서 부자들은 반드시 관리들과 통한다는 말도 떠올렸다.

 

p248. “비파 소리가 고르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하지?”

그렇다면 비파의 줄을 갈고 다시 연주하면 되옵니다!”

애석하게도 줄이 이미 끊어졌네

비파가 아직 있사옵니다그러니 맑은 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을가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짐의 걱정은 바로 그 맑은 소리를 흘러나오게 만들 줄이 없다는 거네!”

 

p249. “우리 군신들은 오늘도 배불리 먹었어하지만 백성들은 어떻게 배를 채우고 있겠나색액도는 장이가 그린 열두 폭 그림이 조정을 비난한 작품이라고 했어그러나 짐은 그렇게 보지 않네그속의 난민도지옥도수재도한재도....어느 것 하나 진실 아닌 것이 없지 않은가어떤 것은 짐이 직접 본 것과 그렇게 똑같을 수가 없었어그대들도 밖으로 나가 보면 바로 알게 될 거야.수없이 많은 비옥한 땅이 황폐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짐에게는 경작지에서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백성들이 비파의 줄이나 마찬가지야!”

 

p260. “바둑의 고전인 <난가경>에 나오는 유명한 말을 못 들어봤는가? ‘약하면서도 복종하지 않는 자는 갈수록 굴복을 하게 되고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조급한 사람은 갈수록 망하게 된다.’라는 말 말일세.”

 

액부 대인대도의 심오함을 어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역경>에 나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궁하면 변하고변하면 통하고통하면 오래간다는 말이 그렇죠황보 선생이 졌다고 돌을 거둬들여서 그렇지 아직 가망이 있어요이 상태로는 여전히 승패를 논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p262. “대인께서는 <위기십삼편>을 숙독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그 안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바둑은 소도이기는 하나 사실 병도와 일맥상통한다는 말입니다원래 불리한 입장에 몰려 있는 쪽은 심모원려를 하지 않고 마구 행동합니다또 쓸데없는 손동작으로 상대의 눈을 혼란하게 만드는 사기술을 쓰는 경우도 많죠.”

 

p264. “액부 대인사람은 역시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합니다액부가 진 것은 아무래도 상대의 돌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기도는 인도와 일치합니다또 인도는 천도와 일치하죠바둑알은 삼백육십 개에 이릅니다이는 주천지수(,달 등이 궤도를 한 바퀴 도는 것을 주천이라고 함때문에 사계절을 의미함)와 일치합니다이외에 흑백이 각각 반반인 것은 음양의 조화와 일치하는 겁니다바둑판이 네모나고 바둑이라는 것이 조용함을 지향하는 것은 땅의 안정과 같은 의미를 가지죠바둑돌이 둥글다거나 움직이는 것은 하늘의 변화와도 같은 것입니다액부께서 평상심으로 바둑판을 대하고 합리적으로 움직였으면 괜찮았을 겁니다자신의 일을 다 하고 대도를 따랐다면 이런 참패는 당하지 않았을 게 아닌가요?”

 

p265. “ 사람이 하늘을 이기는 것은 소세입니다하늘이 반드시 사람을 이기는 법이죠그것이야말로 대세입니다하늘을 따르지 않고 순리에 응하지 않는 것은 소세를 얻으려다 대세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액부 대인사람을 망하게 하는 길은 여러 갈래이나 성공으로 이끄는 길은 하나뿐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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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할런 코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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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할런코벤은 제프리 디버, 마이클 코넬리와 더불어

내가 뽑는 미국 3대 미스터리 작가 중 하나다. 제프리 디버와 마이클 코넬리보다는 덜 알려져 있긴 하지만 할런 코벤은 세계 3대 미스터리상인 에드거상, 셰이머스상, 앤서니상을 모두 석권한 최초의 작가일 정도로 국내보다는 세계적으로 더 유명한 작가다.

 

코벤 소설 특징을 꼽으라면 주인공은 주로 경찰이나 탐정이 아니라 일반인인 경우가 많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제이크 피셔 역시 대학교수다. 추격과 살인이 난무함에도 코벤은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점도 하드보일드 일색인 다른 작가와의 차별점이다.

 

그는 또한 반전을 갖고 논다. 반전에 반전에 반전. 3, 4단 반전도 우습게 만들어 낸다. 주인공을 둘러싼 조력자와 적대자도 특정할 수가 없다. 조력자는 어느새 적대자가 되기도 하고, 적대자가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또는 조력자-적대자-조력자 식으로 3단 변신도 아무렇지 않게 해치운다. 그러다보니 독자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다. 그의 유머가 작렬하는 순간 긴장은 저절로 느슨해질 뿐.

 

제이크 피셔는 소울 메이트라 여겼던 나탈리의 결혼식을 찾아간다. 나탈리는 예전에 사귀었던 토드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졌다며 두 번 다시는 자신들을 찾지 말 것을 제이크에게 부탁한다.

 

6년 후, 어느날 피셔는 토드의 부고를 보고는 고민 끝에 장례식을 찾아간다. 장례식에서 토드의 아들 에릭이 추모사를 낭독한다. 어떻게 15살의 아들이 있을 수 있지? 장례식장에서 피셔는 나탈리를 만나지 못한다. 아니, 만날 수가 없었다. 고인의 아내는 나탈리가 아니라 샌더슨이라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친구인 베네딕트는 이중 결혼이거나 피셔가 동명이인의 다른 토드를 찾아갔을 것이라 추정한다. 그래서 그날 이후 피셔는 나탈리의 소재를 찾기 시작한다. SNS상에서 나탈리를 찾을 수 없자, 피셔는 결혼식장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던 나탈리 동생 줄리 포트햄에게 연락을 취한다. 줄리는 그를 기억하지 못하고 두 번 다시 연락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피셔는 나탈리를 처음 만났던 버몬트의 농장 창조적 재충전 휴양소를 찾아간다. 농장 근처를 배회하다 피셔는 경찰관과 마주친다. 경찰관들은 예전부터 창조적 재충천 휴양소같은 건 없었다고 말한다. 피셔는 이어 나탈리와 토드가 결혼한 교회를 찾아가지만 장부에는 6년 전 결혼 기록도 없고 피셔가 기억하는 결혼식을 주관한 목사는 그런 결혼식은 주관한 적이 없다고 피셔에게 당장 교회를 떠나라고 말한다.

 

피셔는 이번에는 나탈리와 자주 가던 베이커리를 찾아간다. 그곳의 여주인 이름은 쿠키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빵집 주인은 제이크 피셔를 기억하지 못한다.

 

이쯤 되면 과연 피셔라는 화자를 독자인 우리가 믿을 수 있을까? 그는 신뢰할 수 없는 화자가 아닐까. 피셔는 한때 FBI에서 근무한 산타와 만난다. 피셔가 나탈리의 소재파악을 부탁했던 것. 산타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었다고.

 

손에 쥔 이상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단숨에 읽었다. 코벤답게 지루한 순간이란 없다.

그의 소설엔 수십 개의 터닝 포인트들이 있기에.

 

자신의 운명적 여인과 결혼한 남자의 장례식을 6년 만에 찾아갔더니

미망인은 자신이 그리워하던 그녀가 아니라니! 강렬한 hook이다.

 

이 강렬한 hook이 결국 코벤의 발목을 잡았다. 소설의 끝장을 넘기고는 이 결혼식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깨닫는다. 이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이다. 나탈리는 피셔를 속이기 위해 결혼했다. 차라리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남자를 따라 이민을 가게 되었다면 그만 아닌가. 조작된 결혼식이건만 이미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토드가 실명을 썼다는 점도 이해할 수가 없다. (다른 이들은 다 가명을 쓰는 마당에)

 

해피엔딩이건만

이번 코벤의 작품은 마냥 해피하지가 않았다.

 

이 모든 비극은 한 학생의 컨닝 때문에 비롯되었다.

컨닝하지 말자.

 

- 2015. 8. 2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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