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바이블 - 신과 우리 모두의 이야기
마크 버넷, 로마 다우니 지음, 전의우 옮김 / 아드폰테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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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괜찮은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난뒤의 첫느낌이랄까. 이 책은 제목대로 성경의 내용을 담은 책이다.

그런데 그냥 평범하게 볼수있는 성경이 아니라 방대한 성경의 이야기를 물흐르듯 쉽고 간결한 내용으로

잘 편집하고 누구나 읽을수 있게 재미나게 다시 쓴 이야기 성경이라고 할수 있다.

 

사실 인류역사상 가장 꾸준히 오랫동안 발간이 되고 스테디셀러가 된 책은 성경이 아니겠는가. 서양 문명은 크리스트교를 기반으로 이루어졌을 정도니까. 그런데 성경이란것이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니다. 쉽게 읽을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은유와 상징으로 이루어진 부분도 많아서 그 뜻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기도 하다. 어떤 구절의 해석때문에 수많은 논쟁이 있었고 그것때문에 수많은 분파가 생겨나서 정통과 이단으로 가르기도 한다.

 

이처럼 쉽지 않은 책이다보니 정작 교를 믿는 신자들도 완전히 통독한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읽었다고 해도 그속에 깃들은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미국에서는 절반이 성경 첫 다섯 권에 손을 대지 못했고 기독교인의 12%가 노아의 아내의 이름을 엉뚱한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 유명한 소돔과 고모라를 둘이 부부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러니 성경을 쉽게 읽을수있는 길라잡이 책이 필요치않겠는가.

 

그런 필요성도 있었겠지만 계기는 텔레비전 방송물을 만들기 위해서 쓴 대본이 의외로 사람들에게 쉽게 잘 받아들여져서 그것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이다. 10시간짜리 미니시리즈를 위해서 만든 내용이니만큼 중요한것 위주로 쉽고 편안하게 받아들일수 있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책은 성경의 창세기장면부터 나온다. 하지만 바로 건너뛰어서 우리가 잘 아는 노아의 방주의 그 노아부터 시작해서 여러 종교의 근원인 아브라함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야기는 핵심적인 부분을 잘 연결해서 쉽게 쉽게 넘어간다. 하나님의 뜻이 아브라함의 행동으로 역사함을 잘 표현하고 있고 속도감있게 그 뒤의 사울이나 다윗등의 인물까지 이어지는데 그리 어색하지않게 이야기식으로 서술되어서 재미나게 읽을수있었다. 책의 절반 가량이 구약의 이야기고 나머지 절반은 신약의 이야기 즉 예수님의 이야기로 전체를 완성하고 있다.

 

내용의 형식을 소설식으로 짜서 옛이야기듣듯이 술술 잘 넘어가고 쉽게 성경이란 책에 다가갈수 있게 하는 길잡이같은 책같다. 이 책으로 성경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있지는 않지만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정신이 무엇인지 또 이 종교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쉽게 알수있게 하는 소중한 책이었다.

내용이 크게 무언가를 강요하지도 않고 부담을 주지도 않아서 기독교신자뿐만 아니라 성경에 관심있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 편안한 책이었다.

 

과거에는 성경을 라틴어로만 읽을수있었다. 그것이 각 나라의 나랏말로 번역이 되면서 종교혁명도 일어난것이 아니겠는가. 성경의 말씀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좀더 쉽고 적합한 내용의 책들이 많이 나온다면 참된 신앙을 위한 밑거름이 될듯하다. 극단적이고 삐뚤어진 종교관을 가진 사람도 결국 그 종교에서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을 하나도 모르는거나 마찬가지다. 신이 진정하게 원하는것이 무엇인지를 쉽고 간결하게 알려주는 책들이 많이 발간되면 좋겠단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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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BOOn 6호 - 2014년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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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지칭하는 말 중에서 이말처럼 마음에 와 닿는말도 없을것이다.

지난시절 일제의 만행을 기억하는 우리로써는 그 시절을 부정할려는 일본에게 가깝게 갈수 없는건 어쩌면 당연할터.

그러나 지구가 하나의 지구촌이 되어가고 적도 없고 아군도 없는 복잡한 세상에 살면서 언제까지나 미워하고 살수는 없을것이다.

그리고 적이라고 해도 이기기 위해서도 적을 알아야하는건 병법에도 나오고. 적이던 친구던 이웃에 사는 나라에 대해서 알아가는건 어쩌면 꼭 필요한것이라고 할수도 있다.

 

이웃인 일본을 우리가 제일 많이 아는것은 역사왜곡과 일본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지금은 정식 문화개방이 되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일본 문화를 접할수 있지만 개방이 되기전에는 음성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접했었다. 그중에는 좋은것도 나쁜것도 있었지만 심층적으로 정확한 내용을 알기는 쉽지 않았다.

그 상황은 지금도 그리 나아진거 같지는 않다. 일본에 대한 연구하는 단체나 개인이 있다고 해도 그냥 보통 사람들이 일본에 대해서 알아갈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RHK에서 나온 이 잡지는 주목할만한 책이다. 잡지형태로 나왔는데 시장의 불안정성을 감안했을때 나온거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 격월간으로 나오는 이 책은 벌써 6호까지 나왔다.

이번호에서는 다양한 일본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처음에 한 일본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호시노 도오유키'. 사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벌써 우리나라에 몇권의 책이 소개되기도 했다. 책 내용이야 읽어봐야 알겠지만 이 작가가 우리나라에도 몇번 왔다갔다간적이 있고 나름 한국에 대한 지식도 있는듯해서 흥미로왔다.

 

중간에 나오는 규슈올레는 일본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하나의 가이드 역할도 할수 있을듯하다. 수많은 일본 관광지 소개와는 또다른 정보와 색다른 느낌을 주게 했다.

 

동아시아 청소년 역사 체험 캠프에서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캠프에서 만나서 서로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가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아이들의 순수함과 착함에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일본에서는 과거 그들이 잘못한것에 대해서 전혀 가르치지 않고 있음을 이 캠프를 통해서 알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그런 사실을 알고 부끄러워하고 사죄하는 마음을 갖는 일본청소년들의 모습이다. 그런 아이들이 많고 또 그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해서 일본의 주류를 이룬다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가깝고도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사실 일본 문화에 대해서 알기란 쉽지 않다. 그 영역이 너무나 방대하고 그 속이 깊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 책은 기대와 한계가 보이는게 ,일본문화를 소개하는 책이 별로 없는 이 시점에서 이렇게 출연하는거 자체가 반갑기도 하지만 너무 포괄적으로 접근하다보니 두루뭉실하게 보일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까지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방향성이 느껴지지 않아서 좀 산만한 느낌도 들고. 아무래도 일본 문화중의 일본 문학쪽으로 특화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다양한 일본 문화의 속살을 느껴본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책이라 하겠다. 과연 언제까지 나올수 있을까 걱정이 들 정도로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다. 호가 쌓이고 쌓이면 그 속에 들어있는 얼개도 풍부해질꺼고 그것은 일본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주지 않을까. 다음호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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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의 책마을 -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
김용찬.김보일 외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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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참 난감하다.
왜냐하면 책에 대한 서평을 위주로만들어진 책인데 그 서평을 또 '서평'해야 하니 말이다.

거기다가 책의 뒷편에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를 자세하게 설명한 글이 있어서 은근하게 책에 대한 서평이란 행위에 대해서 부담이 되기도 했다.
요컨데 독후감은 그냥 감상일뿐이고 서평은 평가에 따른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 해설에 고개가 끄덕끄덕하면서 수긍하다가도 드는 생각. 그런데 이러이러한 감상은 평가가 아닌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그 뜻이 애매해지는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건 이래서 좋다 저건 저래서 좋다라는 단순한 감상이라고 해도 이미 '평가'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서평의 범위에 들어가는게 아니겠는가.

이 책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서평인지 독후감인지 애매한 책들에 대한 평가, 감상을 적은 글을 모은 책이다.
어떻게 보면 서평이란 말에서는 무언가 전문가적인 느낌이 든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자신의 글을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수단이 생기면서 서평이란것도 폭넓게 이해되기 시작했지만 사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서평이 있었다.그땐 주로 신문이나 잡지 같은 활자매체였지만. 그런데 그런곳이 아무나 글을 싣는곳인가. 이른바 '전문가'들이 주로 글을 실었다.

하지만 그 전문가가 진짜 책을 좋아해서 그 책을 읽고 재미나서 글을 썼는지 아니면 의무적으로 글을 써야 해서 혹은 원고료를 받기 위해서 써야 했는지 알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어찌보면 딱딱하고 어렵고 무언가 편하게 읽기 어려운 서평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이 책은 그런 전문가가 아니라 실제 책을 읽는 사람, 그냥 우리 보통의 독자들이 쓴 서평이다.
실제 책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눈높이가 비슷한 사람들이 펴낸 글들이겠다. 그래서인지 뭔가 편하게 다가온다. 그냥 옆집사는 누구누구가 책읽고 이 책은 이렇더라 라고 말해주는 느낌이 든다. 물론, 출판이라는 형태를 띄고 '파는'상품이 된 탓에 글도 좀더 정제되고 점잖게 쓰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네 눈높이에서 책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이른바 전문가란 위치에서 쓰는 글보다 이렇게 편하게 비슷한 위치의 사람들이 쓰는 글이 더 가슴에 와 닿고 설득력도 있다. 말 그대로 그 사람의 마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도 쉽고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무슨말인지 모를 말을 쓰거나 말장난에 불과한 수사로 범벅한 전문가의 글보단 훨씬 낫다.

책은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서 글을 싣고 있다. 문학과 인문사회, 문화,과학의 영역에서 다양한 글들을 싣고 있는데 사실 이공계쪽이긴해도 과학쪽보다는 문학쪽의 책들을 더 많이 읽었기에 문학의 글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 과학영역의 글들을 과감하게 앞에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슬며시 든다. 뭐 재미없다고 뒤로 넘겨 읽으면 되긴 하지만 책 앞표지부터 꼼꼼히 순서대로 읽어내려가는 스타일인 나한텐 꼼짝없이 읽어야 했을지도 모르는데.

글은 각양각색이다. 큰 주제가 있긴 하지만 사실 주제와는 상관없다. 주제는 그냥 정해놓은거고 한마디로 말해서 자기 책읽기에 대한 글이라고 할수있다. 글에서 언급한 많은 책중에서 읽어본 책이 그리 많지 않아서 글쓴이의 글과 아하! 하고 교감을 나눈건 그리 많지 않지만 이 사람들, 치열하게 책 읽는구나 하는 생각은 강하게 들었다.

글들이 대충 책읽고 쓸수있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십, 어쩌면 수백권을 읽고 그 내용이 축적되서 마음속에 담아있는 상태에서나 나올만한 글이랄까. 비록 개개인의 편차가 있고 과학과 문학처럼 뚜렷이 대비되는 성질의 글들을 한 방향에서 비교할수는 없지만 글들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사실 책을 읽고 쓴 서평이라고 하지만, 그 책을 통해서 우리가 못봤던 세상의 여러면들을 볼수있기에 글쓴이들이 내 대신 '봐준' 세상을 읽을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먹고 살기 급급하다는 이유로 어떻게 보면 참 중요한 가치와 사실들을 잊고 살수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면 이 책이 준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한다. 평소 즐겨 읽는것은 소설쪽이었는데 그것이 아닌 사회, 문화, 교육, 생명, 과학, 음악 등등의 여러 분야의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독서의 행위에 대한 의미는 많이들 알고 있을것이다. 그럼 이 책읽기의 '뒷행동' 인 서평쓰기는 무엇일까. 그것이 독후감이던 서평이던 책읽고 난뒤에 무언가를 쓴다는 건 무엇일까. 그것은 작게는 나를 인식하는것이고 넓게는 다른 사람을 인식하게 하는것이 아닐까 한다. 집에 있는 공책에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쓰는것을 나를 위한것이리라. 위인전을 읽고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이 든것을 적어놓는건 나란 사람에 대해서 인식해 가는 일일꺼다. 그런데 그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면?

그것은 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게 동참했으면 하는 바램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어떠한 분야의 책이던 책을 읽고나서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 주위 사람에게 이 책 좋으니 읽어보라고 하는건 소극적인 감상이겠지만 그 느낌을 정제된 글로 써서 '내보이는'것은 적극적인 감상이다.  나혼자 알기 아까우니 당신도 읽어보란 뜻이리라. 이쯤되면 독후감이냐 서평이냐 하고 구분하는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감상도 엄연히 평에 속하니까.  

아무런 감상도 없이 사실만 나열하는 정보글과는 구분될지언정 일단 불특정 다수에게 내보인다는 뜻에서 독후감이던 서평이던 상관없을듯하다. 중요한 것은 글쓴이의 진심이 아닐까. 진심이 드러난 글에 우리는 마음이 움직이니까.

아쉬운 부분은 있다. 우선 책 제목의 100인. 누가보면 진짜 100명이 글 쓴줄 알겠는데 50명도 안된다. 다양함이 주는 객관성과 함께 너무 나열해서 산만함이 공존할 가능성이 있는 숫자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했다란 뜻으로 해석하면 될듯한데 각 꼭지에 해당하는 글 뒤에 나오는 책수다에 좀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켰으면 좋았을꺼란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책도 소개하고 100이란
숫자에도 부합될테니까.

그리고 사실 이건 좀 어려웠겠지만 같은 책을 읽어도 남녀에 따라서 연령에 따라서 다른데 책을 기획하면서 그런것도 고려했으면 좀 더 폭넓은 시각을 볼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밖에 크게 4부분으로 나눈 주제도 정형화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듯하고 문학과 과학이 차별화 될뿐 중간에 인문사회와 문화는 개념이 겹치는 부분이 없잖아 있는거 같다. 각 글의 글쓴이들의 글 편차는 어쩔수 없는 문제이긴 한데 분량 조정을 통해서 그것을 좀 줄였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런 형식의 시도는 최초(아마도?) 이고 첫 출간이니만큼 안정감있게 가자는 면도 있으니 크게 흠이 될만한 사항들은 아니다. 글쓴이들의 내공이 담긴 글들이 여러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는다.

오히려 추천글이 사족이다.

웹2.0 의 시대라고 했던가. 인터넷을 열심히 활용하지 않는 탓에 거기에 적극 참여하진 않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 참여를 통해서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시대라는건 안다. 옛날의 전문가와 비전문가로 나누던 시대가 아니란 뜻이다. 이것은 글쓰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서평이나 독후감 쓰는데 뭔 전문가인가. 문학평론가만 프로고 다른 사람들은 아마추어인가. 아니다. 수많은 글쓰기와 독서를 통해서 다져진 실력으로 쓴 글은 다 프로글이다. 현란한 말장난으로 전문가인척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진짜 내공이 있는 사람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글쓰기계에도 더 많은 숨어있던 '고수'가 드러날 것이다.

그 고수들을 끄집어 낸 이 시도만으로도 가치있다. 그것도 최초라고 하니. 앞으로 이런 식의 더 많은 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각 분야의 좀더 세밀한 부분까지 각 영역의 글쟁이들이 쓴글을 모은 책  말이다. 

글써서 밥먹고 사는 사람들은 좀 힘겨워지긴 하겠지만.
제2, 제3의 '100인의 책마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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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트 - 연쇄살인범 랜트를 추억하며
척 팔라닉 지음, 황보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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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어렵나? 글쎄.
처음에 책을 읽어가면서 생각했던 것이다. 책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그 독특한 형식에 책이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은 탓이다.
이런 책이 다 있나 싶을정도로 솔직히 처음엔 거부감이 든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도 뜻을 나타내기 위한 지은이의 색다른 시도일터. 지은이가 누군가. 컬트적인 글 쓰기로 유명한 '척 팔라닉' 아닌가. 그래서 계속 읽어봤다. 그랬더니 어렵다에서 어렵나?로 바뀌더라. 그런데 어렵지 않다고 여겼다가도 또 어려운거 같은게 참 아리송하다고 해야하나.

이 책은 '구술전기'라는 참으로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특이한 내용의 독창적인 책을 잘 쓰는 척 팔라닉이 이번엔 참 묘한 형식으로 독자들을 아리송하게 하는듯하다. 전기이긴 전기인데 구술전기라. 바로 주인공인 '랜트'를 아는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랜트를 입체적으로 묘사하려고 하는 형식. 그런데 랜트를 말하는 사람들도 쉽지 않는게 시간순으로 말하는것도 아니고 자신이 겪은 '인상'을 중심으로 말하기때문에 과연 랜트가 어떤 인물인지 그리기가 그리 쉽지도 않다. 

가장 확실하게 아는건 랜트가 '죽었다'는 사실. 그는 작은 시골에 살다가 큰 도시로 나가서 자동차사고로 죽는다. 이른바 자동차 충돌 파티때문에. 자동차 충돌 파티란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거기에 따른 복장을 하거나 자동차를 꾸며서 서로 '박치기'하는 것. 랜트는 이런 놀이(?)를 즐기는 '자동차 충돌 파티족'이다. 그래서 그 주위 사람들이 랜트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모은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사람들은 또 희안한게 주간생활자와 야간생활자로 나누어서 생활한다는 것이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은 낮에, 그리고 주간생활자에 해가 되는 사람들은 밤에 생활한다. 당연히 이 야간생활자들은 낮에 활동할수 없다. 이들은 정부에 의해 통행금지로 엄격히 구분이 된다. 밤중에 차 박치기를 했던 랜트는 당연히 야간생활자랑 친하다. 아니 그 자신이 야간생활자라고 할수있을것이다. 그런데 이 야간생활자들에 의해서 큰 병이 퍼지게 된다. 바로 '광견병'. 그리고 그 광견병을 퍼트린 '숙주'로 랜트가 지목된다. 그는 과연 광견변을 퍼트리고 죽었는가? 아니면 누구 말대로 시간여행을 통해서 죽지 않고 어디로 가 버렸나?  

주인공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랜트를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이루어진 책. 이들의 이야기도 어찌보면 뒤죽박죽이라서 한 사람을 오롯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랜트의 실존 자체가 의문시되기도 한다. 야간생활자의 삶을 대변하기 위해서 랜트라는 허구의 존재를 만들어낸것은 아닐까.  

책 읽는 내내 책을 덮었다가 다시 열었다가 했다. 책 진도가 안 나가서 덮을려고 하면 뭔가 신선한것으로 다시 이어지게 하고. 아마 이게 척 팔라닉의 글 쓰는 매력일까. 이번 책은 그의 전작들중에서 비교해봐도 가장 특이하고 독창적인 책이라 할만하다. 전기라는 장르가 없는것도 아니고 인터뷰형식의 다큐멘터리성 글쓰기가 없는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소설'이 아닌가. 이런 형식의 소설이 전에 또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처음 접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인정할껀 인정해야하겠는것이 지은이 참, 똑똑하다란 사실. 참으로 기발하고 특이한 발상을 잘한다고밖에 말 못하겠다. 어떤 사유과정을 거쳤기에 이런 글을 쓰는지 궁금해졌다는. 

지은의의 다른 작품도 읽었지만 이번 작품은 그리 쉽게 읽지는 못했다. 다른 책을 읽을때 비해서 배나 시간도 걸렸고. 척 팔라닉의 책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형식의 글쓰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꺼 같다. 분명한건 이 작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여행이 되겠지만 은근히 묘한 끌림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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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과의 악수 - 문예시선
정묵훈 지음 / 21문예정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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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이다 시를 접하게 된건. 전쟁같은 삶 속에서 그저 편한걸 찾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가끔은 이렇게 시를 접해보는것도 좋다고 생각하는것이 삶에서 놓치고 사는것을 그때 그때 되짚어보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이번에 접하게 된 시는 정묵훈의 '불편과의 악수'다. 지은이는 한 월간지에서 '문학으로 읽는 명화이야기'라는 글을 연재하면서 이미 필력을 인정받은 사람이다. 그런데 제목을 보라. 불편과의 악수란다. 제목부터가 뭔가 중의적인 느낌을 들게하는 시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의 악수인지 불편하게 악수한다는 의미인지 여러가지로 해석할수 있다.

그런데, 이 책 어렵다. 아니 쉬운거 같으면서도 어렵다고 해야하나. 언뜻보면 평이한 문장 같이 보이는 시들이 자세히 곱씹어보면 뜻이 여러갈래다.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고도 볼수가 있지만 이른바 시적허용 형태로 그 뜻을 함축하고 있다. 그래서 시를 읽는 내공이 어느정도 필요할꺼 같기도 하다. 하지만 뭐 어떠랴. 국어 시험 치는것도 아닌데 편하게 읽고 편하게 해석하면 그만인것을. 

이 책은 총 7개의 꼭지로 되어있다. 각 꼭지의 소제목에 해당하는 여러 시들을 모아놓았는데 몇번을 읽어봐야 그 연관성을 느낄만큼 첨에는 그리 크게 와 닿는건 아니다. 하지만 소가 되새김질 하듯이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보면 갑자기 뭔가가 툭하고 내던져진다. 그리고 흐릿했던 의미들이 하나로 조금씩 수렴함을 느끼게 된다. 

바로 그거였다. 불편과의 악수라는것이 불편과 마주해야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의지라는 것을.  현실에서 보여지는 그 무수한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그것을 외면하고 달아나야하나. 아니면 그것을 인정하고 '악수'를 해야하나. 지은이는 악수를 하길 말하고 있다. 그것이 아무리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어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자신이 의지를 담아야 한다. 일상속에서 느끼는 남루함과 지겨운 반복에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릴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선 희망을 본다. 불편한 악수 너머의 진정한 '희망'말이다.  

그냥 편하게 읽으면 좋을것을 괜히 어렵게 읽은 것도 같았다. 책의 아무부분이나 펼쳐서 그냥 읽어가면 된다. 무슨뜻인지 알려고도 하지말고 그냥 눈에 읽히는데로 읽다보면 조금씩 조금씩 글자의 뒷면에 숨은 뜻들이 살아난다. 시어들 자체는 아주 어려운 낱말들이 아니었지만 그것을 앞에서 혹은 뒤에서 배치하면서 전혀 다르면서도 깊이 있는 뜻이 담겨있는 시들로 재탄생시켰다. 그래서 읽다보면 현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지은이의 눈을 느낄수도 있고 뭔가 달라지기를 바라는 지은이의 걱정어린 소망도 느낄수가 있다.  

시는 참 깔끔하면서도 정갈하게 잘 쓰여진거 같았다. 길게 수식하는 것들도 없이 평이한 시어들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뜻을 잘 담아 낸거 같다. 특히 피에트 몬드리안의 미술품, 석탑, 그물망, 불나방, 물고기, 옷걸이 같은 쉬우면서도 이미지가 있는 소재를 이용해서 활자로써만의 시가 아닌 형상화된 시로 승화시키는 작용도 하고 있다.  

특이한 점으로는 명화이야기를 쓴 작가 답게 시에 나오는 미술 작품들을 화보로 실어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시가 금방 눈에 안 들어올땐 그림만 봐도 뭔가 느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적절하게 잘 배치했는거 같다. 

오랫만에 게으르고 편한 일상에서 탈피해서 삶 본연의 문제로 들어갔다. 좋은 시들 덕분이다. 삶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질때, 이 시들을 보면서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을듯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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