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굴레 - 헤이안 시대에서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
R. 태가트 머피 지음, 윤영수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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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우리 나라를 자주 침략했고 기어이 식민지화 했던 일본. 전쟁에 패한 이후로 반성이라고는 하지 않는 일본을 우리는 늘 경계하고 있다. 우리가 힘이 약해질 때 언제라도 헛된 야망을 품는 다는 것이 역사가 증명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근대화에 있어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배울 것도 많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딱 맞는 국가다. 일본은 우리랑 비슷한 면도 많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다.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일본이나 우리의 입장이 아닌 서양의 눈에 어떻게 보였는지 아는 것은 객관성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겠다.

 

이 책은 일본인 스스로도 아니고 일본에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한국인도 아닌 서양인의 입장에서 일본의 역사와 그로 인한 한계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국인이지만 오랫동안 일본에서 살면서 관찰자의 입장에서 느낀 일본이라는 나라를 설명하고 있다. 감정적이 아닌 이성적인 관찰이 가능했기에 일본의 실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책은 우선 일본의 역사를 요약해서 들려주고 있는데 일본이라는 나라를 규정지을 수 있는 독특한 풍습이나 제도를 설명하면서 그 특성을 알게 해준다. 일본 천황은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때 보다 상징적인 존재로 더 오래 존속 되어 왔다. 어쩌면 정신적인 존재였기에 그토록 오랫동안 이어졌을 것이다. 실질적인 존재였다면 다른 나라처럼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쫓겨났을 것이다. 헤이안 시대는 일본이 다른 나라와 다른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한 시대다. 이때 이룩한 정치,사회,예술의 많은 제도가 일본화가 되어서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몽골의 침략은 당시 일본의 존망이 달린 문제였는데 두 번에 걸친 침공이 태풍 덕분에 물리치게 되었다. 이것은 일본인들의 자의식을 강화시켰지만 전쟁의 여파로 당시 가마쿠라 막부가 무너지게 되고 일본은 분열되게 된다. 이후 봉건 시대를 거친 일본은 다시 전국 시대의 분열기를 맞이하고 이것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근대 국가 일본의 실질적인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하지만 그는 명나라를 무너뜨리겠다는 과대 망상에 빠져서 조선을 두 번 침략했다. 히데요시가 죽자 침략은 실패하고 또다시 내전이 벌어진다. 여기서 승리한 도쿠가와는 새롭게 에도 막부를 세우고 두 세기 반 동안 일본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도쿠가와 막부는 내적으로는 정국을 안정시켰지만 외적으로는 쇄국을 단행했다. 유럽의 신문물을 흡수해서 당대 최고의 총기를 만들기까지 했던 일본이지만 쇄국으로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 대신에 안정된 사회는 인구 증가를 가져왔고 그것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경제가 성장함과 동시에 각종 선진적인 제도가 만들어지고 사회와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이때 이루어진 대중 문화는 그 뒤로 일본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이런 내적인 역량의 축적인 훗날 근대화의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서양 세력이 몰려오게 되는 18세기에 막부는 몰락하고 천황제가 확립되는 메이지 유신이 단행된다. 이후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한 세대 만에 근대화에 성공하게 된다. 거기서 그쳤으면 이들의 역사도 빛났겠으나 국가주의 길로 들어선 일본은 이웃 한국과 중국을 침략하고 결국에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 미국과 맞서게 된다. 결국 전쟁에 패망하고 스스로의 운명을 통제하고자 했던 일본 역사의 궤적은 실패하게 된다. 1945년 이후 일본은 미군에게 점령당하고 그 점령은 여러 측면에서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미국에 패했지만 공산주의 소련과 중국을 견제한다는 수단으로 미국으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았다. 여러 요인으로 전후 일본은 엄청난 경제 성장을 하면서 선진적인 경제 강국으로 변모한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미국이 있었고 전후 일본은 미국의 절대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물론 전세계에서 미국과 대등한 국가는 없겠지만 특히 일본은 미국에 종속되다시피 했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은 이렇듯 연대기 적으로 역사상 중요한 지점을 짚어주면서 그것이 일본에 어떠한 작용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책만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는지 전체적인 조망을 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의 일본의 상황을 정리하고 있어서 시류에도 뒤쳐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건조하고 담백하게 일본을 바라보고 있기에 좀 더 객관적으로 일본을 알아가기 좋은 내용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본의 저력에 대해서 긍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일본에 대한 시각 자체가 선진적인 나라라고 여기고 있는 현실을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하겠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더 일본을 잘 알 수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서양인 같은 제 3자의 시각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적절하게 이용하면 된다는 점에서 다른 각도에서 일본의 실체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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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충돌 -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훙호펑 지음, 하남석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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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세계인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지만 몇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 있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다. 소련의 붕괴 이후에 유일한 초강대국의 위치에 있는 미국과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 이후로 미국에 맞서기 시작한 중국의 대립과 갈등은 관련된 여러 나라 입장에서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입장인지라 늘 주시하고 있는 문제다.


특히 우리 나라는 안보면이나 문화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미국이 중요하긴 하지만 막대한 무역 이익을 거두고 있는데 다가 북한을 견제할 수단으로 중국도 무시 못할 나라라서 어느 한 편으로 서기가 어려운 상태다. 중립을 취하면서 그때그때 우리의 국익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두 나라의 갈등이 왜 일어나는가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본질을 알아야 선택의 순간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본다면 민주주의의 미국과 공산주의의 중국이 이념적으로 갈등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큰 갈등 구조로 커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상황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과거 미국과 중국이 밀월 관계 일 때는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었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은 여전한 공산 국가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두 국가의 대립을 불러온 것인가. 그것은 자본의 문제고 자본의 경쟁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하고 있다.


거칠게 말해서 '돈'때문이다. 1972년에 미국 닉슨이 중국을 방문한 이래로 두 나라는 큰 충돌 없이 평화적인 사이가 되었다. 미국으로서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인데 당시의 중국은 미국에 경제력으로 비할 바가 못되었기에 갈등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자본주의가 보편화된다면 공산주의도 붕괴될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런 논리는 어느 정도 타당했다.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결국 민주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줬는데 그중에서 큰 것이 바로 '최혜국 대우'였다. 그리고 중국에서 싼 임금으로 생산한 상품은 미국에게도 이익이었기에 두 나라는 공생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발전 속도가 높아지면서 그야말로 세계의 부를 휩쓸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은 조금씩 경제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특히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로 한바탕 휘청거린다. 중국 또한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 경제가 나빠지면서 과잉 축적의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서 내적으로는 민간 기업과 중국 진출 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외적으로는 차관 등의 형태로 다른 나라로 진출하게 된다. 중국의 내수를 바라보던 미국 기업들은 불공정한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 불만이 쌓이게 되고 자본의 흐름이 명백히 미국에 불리하다고 여기게 된다. 이런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하는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양국의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이 책은 서로 공생의 사이였던 미국과 중국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갈등에 이르게 되는지 그 내막을 잘 설명하면서 결국 자본의 경쟁이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공산 국가이긴 하지만 자본주의 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이 이렇게나 경제적인 발전을 빠르게 이룩하게 될 지 예측하지 못했고 경제 발전과 관계 없이 중국 공산당의 국가주의가 이토록 강력하게 고착될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성숙해진 많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중국 공산당은 그 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 두 나라의 갈등은 20세기 초반의 영국과 독일의 갈등을 닮아가고 있어서 종국에는 전쟁에 이를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과 중국은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일찍 끝났다면 다음이 대만 차례라는 말도 있다. 대만을 사수하기 위해서 미국이 참전한다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행이라면 중국은 2차 세계 대전때의 독일보다는 덜 군국적이라는 점이다. 어떤 점에서는 협상의 여지가 많고 다른 방법으로 경쟁이 더 격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수년 동안 악화되었고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과잉 자본과 과잉 생산의 재분배가 잘 이루어진다면 어느 정도 갈등이 가라앉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세계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 우리 나라의 경제도 힘들어 가고 있는 이때 미국과 중국 모두에 발을 걸쳐 있는 우리는 이 나라들의 갈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좋은 통찰력을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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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 - 산업 혁명과 서부 개척 시대를 촉발한 리볼버의 신화 건들건들 컬렉션
짐 라센버거 지음, 유강은 옮김, 강준환 감수 / 레드리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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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천조국이라는 별명 답게 엄청난 자원과 부가 있는데 특히 넓은 국토는 강대국으로 가는데 큰 밑바탕이 되었다. 처음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때는 지금처럼 국토가 넓지 않았다. 동부에서 시작했지만 끊임없이 서부와 남부쪽으로 세력을 넓혀서 결국 오늘날의 미국을 형성했는데 국가의 영토 늘리는 것이 거저 얻는 것은 아니다. 피와 땀으로 이룩했는데 특히 많은 피를 흘렸다. 그리고 그 피의 댓가는 넒은 국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어쩌지 못하는 총기 사용과 관련이 있다. 미국 서부 개척 당시는 인디언의 존재가 있었기에 그들을 몰아 내기 위해서 총이 사용되었고 불안한 치안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역시 총이 사용되었기에 오늘날까지도 총은 합법적인 수단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서부 개척사에서 총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 수 있었을까 싶다. 서부에 살던 원주민들을 강력하게 제압할 무기는 총밖에 없었다. 그들은 잘 훈련된 화살 부대를 갖고 있어서 당시의 후진적인 총포 기술로는 화살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아마 총이 없었다면 좀 더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협상을 통해서 영토를 넓혔을 것이다. 속도는 느리고 지금보다 축소된 영토를 가졌겠지만 수 많은 피를 흘리는 비극은 줄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대량 살상 무기가 개발이 되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힘의 논리로 서부를 개척하게 된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무기를 개발한 사람은 바로 콜트다. 무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번쯤은 들어 봤을 이름 콜트. 그보다 더 이름있는 리볼버를 만든 사람이 바로 콜트다. 이름하여 콜트리볼버. 콜트가 새로운 총을 제안하기전에 있던 총은 단발식이었다. 화약을 넣고 한 발을 쏘면 재장전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그러나 콜트의 총은 6연발이었다. 쉽게 말해서 총알이 들어갈 구멍을 여러개 만들고 이것이 돌아가면서 발사되는 형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권총의 형식이었다. 이것이 상용화되니 인디언이 당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는 리볼버를 만든 콜트에 대한 평전이다. 정식이름은 새뮤얼 콜트. 콜트는 이미 10대때부터 상업에 대한 재능이 보였다. 아마 그가 총을 만들지 않았어도 다른 식으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다.아무튼 그는 어느날 코르보호라는 배를 타고 대서양을 지나던 중 하나의 착안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훗날 크나큰 발명이 될 리볼버의 원형이었다. 


총에 대한 새로운 제안으로부터 몇 년이 흘러서 그는 유망한 총기제작자가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능률적인 무기를 만들어도 그것이 쓰여질 환경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당시가 평화시였거나 평화를 추구하던 시기였다면 그의 무기는 훨씬 늦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행운이었던 것이 당시는 총이 필요한 시기였다. 바로 서부 개척 시대. 서부로 향하려는 욕구에 비해서 그 욕구를 지켜줄 무기는 적당한 것이 없었다. 인디언의 화살은 당시의 단발 총보다 더 위력이 컸고 인디언 이외에도 도적이나 강도, 들짐승 등이 서부로 나아가는데 큰 장애로 작용했다.


이럴때 연발총인 리볼버가 탄생한 것이었다. 리볼버는 서부로 가는 사람들에게 성경과 함께 꼭 가지고 가야 하는 필수품에 이르렀다. 하지만 콜트는 아직도 배가 고팠다. 더 많은 판매를 위해서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대량 생산 방식이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던 것에 비해 그의 생산 방식은 혁신적이었다. 나중에 자동차 생산에서나 나올법한 대량 조립 방식을 콜트는 이미 도입했던 것이다. 이렇게 대량으로 생산된 총들은 시대 환경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바로 전쟁때문이었다.


멕시코와의 영토 전쟁에 이어서 총의 수요를 앞당긴 것은 서부의 금광 발견이었다. 이른바 대금광시대. 금을 얻기 위한 서부로의 행진은 리볼버를 필수품으로 여기게 했다. 그리고 그의 사업에 마지막 날개는 바로 남북 전쟁이었다. 그 중간에도 여러 분쟁은 있었고 유럽의 전쟁에도 콜트는 사업을 펼쳤다. 그러나 남북 전쟁 만큼이나 그의 사업을 번창하게 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내전이었던 남북 전쟁은 수 많은 사상자를 냈는데 그것에 총이 있는 것이다. 콜트는 남과 북 모두에게 총을 팔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남부에 파는 것을 중단하긴 했지만 장사꾼답게 전쟁 당사자 모두에게 리볼버를 팔았다.


책은 이렇게 콜트가 어떻게 총을 구상해서 사업을 펼치고 시대에 대처해 나갔는지를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콜트가 만든 리볼버는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미국 사회의 상징이 되었고 비록 콜트의 회사 자체는 훗날 파산하게 되지만 그가 만든 총기 대량 생산 체제는 모든 산업으로 전파되었고 미국은 총 없이는 살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콜트가 마냥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책은 그의 실패와 성공을 가감없이 그리고 있고 비록 그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총을 만들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더불어 콜트의 리볼버가 만들어지고 확산이 된 것은 결국 시대와 결부되어 있다. 당시 19세기 초기에서 중기의 여러 전쟁 상황과 서부 개척 시대를 잘 설명하고 있어서 당대를 알아가는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 콜트의 무기가 시대를 이끌었는지 시대가 그런 무기를 나오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그때는 그것이 선이었지만 결국 그 유산이 오늘날 미국의 가장 큰 골치로 전락하게 된 것을 보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책은 방대한 양이다. 콜트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고 중간 중간 시대의 역사도 잘 소개하고 있어서 미국 근현대사를 읽는 느낌이 든다. 많은 인물들과 많은 사건들을 유기적으로 잘 연결해서 소설처럼 흥미롭게 잘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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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로드 1 - 선사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 한국사로드 1
김종훈 지음 / 텍스트CUB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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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단순히 흘러간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미래에 다시 닥칠 수 있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사실 역사에서 배운다고 하지만 그런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제대로 배우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수 천년 동안 켜켜이 쌓인 역사는 너무나 방대하다. 그래서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은 끊임없이 읽어야 하고 봐야 한다. 그래서 자칫 글자로만 역사를 바라보게 된다. 학창 시절 역사를 싫어했던 사람들은 역사를 그냥 암기만 해야 하는 재미 없는 과목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저 보고 외우기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단순 암기가 아니라 이해를 해야 한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전개가 되었는지 등을 이해한다면 암기는 저절로 따라온다. 과거에 역사 교과서는 그냥 암기용 책이었다. 요즘에는 그림이나 설명을 많이 넣어서 이해도를 높인다고 하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역사는 사진이나 영상이 있으면 더 이해도 쉽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되는데 이번에 나온 책이 그것의 모범이 아닌가 싶다.


일단 지은이는 정규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역사를 좋아하는 기자다. 한능검, 즉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을 준비하면서 좀 더 시험을 잘 대비하고 좀 더 역사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직접 답사를 하면서 역사적 사실들을 몸으로 느끼는 과정을 책으로 펴냈다. 어떻게 보면 고득점을 얻기 위해서 노력을 한 것인데 이 과정이 아주 훌륭해서 내용이 충실한 책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한능검은 단순 암기로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시험 형식을 보면 역사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를 해야 맞출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시험을 잘 치는데 도움도 주지만 그 자체가 역사를 더 쉽고 재미있게 느끼게 해준다.


책은 총 3권이고 이번에 나온 1권은 선사 시대부터 남북국 시대를 다루고 있다. 전체적인 각 시대별 역사는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중요한 부분은 직접 현장 답사를 해서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내용을 전개 시키는데 역사적 내용이 쉽게 이해가 되니까 암기도 잘 되는 것 같다.


사실 기록이 있거나 유물, 유적이 있는 역사는 찾아가거나 사진 등을 통해서 보기가 어렵지 않지만 간단하게 지나치는 선사 시대의 이야기는 단순 암기가 되기 쉽다. 이 책은 첫 장부터 우리 나라의 구석기 시대를 조명하고 있다. 과거에 우리 나라에는 상대적으로 수준 낮은 구석기 문화만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주한 미군으로 있던 그렉 보웬이 한탄강 부근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깨진 항아리를 발견하고 그 후로도 주위를 관찰하다가 주먹도끼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수준 낮은 문화가 존재 한다던 기존 학설을 깨고 '고급' 문화가 존재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귀중한 유물이었다.


책은 연천 전곡리를 직접 가서 한탄강도 보여주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다. 보충해서 선사 시대의 특징을 한탄강의 지리적 특성과 함께 설명하는데 이해가 쉽게 된다. 마무리로 연천에서 볼 곳, 먹을 곳을 소개하고 서울 기준으로 탐방 코스까지 안내해준다. 기존의 책들에서 볼 수 없었던 기동성과 현장성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전곡리의 구석기 시대 역사가 머리에 잘 들어왔다.


책은 이런 식으로 여러 중요한 장소를 직접 탐방을 해서 실제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왜'라는 의문에 친절하게 답해 준다. 지은이가 고생한 만큼 우리는 편하게 보면 되는 것이다. 책을 보면 지은이가 마냥 좋은 평가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역사책 에서는 대단하게 느꼈는데 실제로 보니 기대에 못 미치는 것도 있었고 주위 정비도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그것도 가감 없이 기술 하고 있다. 역사적 평가와는 상관없이 실제의 모습이 기대와 다른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역사학자의 입장에서는 대단하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는 느끼는 것이 다를텐데 지은이가 그런 점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더 사실적인 것 같다.


지은이가 안타깝게 여긴 것은 경주의 능 관리였다. 신라의 중요한 왕 중에 하나인 법흥왕과 진흥왕의 왕릉이 꼼꼼하게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경주는 파면 유물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유물 유적이 많아서 관리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기존의 이런 유적들은 정말 잘 관리를 해야 하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책이 많이 팔려서 관련 당국이 각성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책 좋다. 역사를 하나 하나 다 외울 필요는 없는데 이렇게 전체적인 역사 흐름을 이해하면서 중요 부분을 사진이나 지도, 영상 등 여러 자료를 통해 입체적으로 역사를 알아가는 것이 좋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역사 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히 한국사를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능검 시험을 잘 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역사를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알아가기 위해서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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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타 마리아 - 혁명을 삼킨 불굴의 왕비
헨리에타 헤인즈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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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국의 역사를 조금 아는 사람들에게 '청교도 혁명'은 익숙한 역사다. 이른바 청교도들에 의해서 나라의 국체가 군주국에서 공화국으로 바뀐 사건. 이것을 이끈 것은 크롬웰이라는 사람이고 그렇게 바뀌었던 나라가 크롬웰이 죽자 다시 왕이 다스리는 나라로 돌아갔다는 것. 그런데 요즘에는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해석이 달라져서 당시 왕이었던 찰스 1세가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크롬웰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닌 것으로 이야기된다. 그래서 청교도 혁명이라고 하기 보다는 '잉글랜드 내전' 이라고 부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명칭이 좀 더 맞다 생각한다.


잉글랜드 내전이 영국 역사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 하면 이때 도입된 여러 제도들이 결국 왕권이 아니라 국민이 우선인 근대 민주주의의 시금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는 왕이 신과 다름없다는 '왕권신수설'이 강력할 때여서 영국 내전의 결과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왕의 권한을 제한하는 제도가 만들어지고 왕권을 견제하는 의회가 더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잉글랜드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을까. 처음에 청교도 혁명이라고 불렸듯이 본질적인 문제는 '종교' 이었다. 개신교가 장악한 의회와 친가톨릭 성향의 왕과의 대립이었는데 이 둘 사이에서 유연하게 줄타기를 했어야 하는 왕이 의회를 무시하게 되고 이것이 누적되어 결국 내전이 일어나게 된 것이었다. 당시 왕인 찰스 1세의 아버지인 제임스 1세는 비교적 이 상황을 잘 통제했지만 찰스 1세는 그런 처세 능력이 부족했다. 


자신의 뜻에 반하는 의회를 해산하고 혼자서 통치를 했지만 스코틀랜드와의 전쟁으로 전쟁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의회에 도움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회가 그 요구를 순순히 들어 줄 수는 없는 법. 왕권을 견제하기 위해서 들고 나온 것이 왕의 종교 문제였다. 정확히 말하면 가톨릭교를 믿는 왕비에 대한 불만이었다. 왕은 비록 개신교였지만 왕비때문에 가톨릭에 관대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이때 등장한 왕비의 이름이 바로 헨리에타 마리아 이다.


헨리에타는 낭트 칙령으로 종교 내란을 잠재운 프랑스의 위대한 왕 앙리 4세의 딸이었다. 정략적인 이유로 찰스 1세와 결혼했고 초기에는 왕과의 사이도 좋지 않았는데 점점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여러 아이도 낳아서 행복하게 지내나 했다. 그러나 문제는 왕비의 종교를 문제 삼은 의회였다. 가톨릭을 믿는 왕비가 왕을 움직여서 영국의 개신교도들을 탄압할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 것인가 하겠지만 얼마 전까지 '공산당' 하면 논리와 이성이 마비된 세상에 살았던 우리 나라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당시는 종교가 모든 것인 세상이었다. 종교때문에 전쟁을 하던 시기였다. 헨리에타의 모국인 프랑스도 오랜 종교 내전을 겪다가 아버지 앙리 4세가 겨우 잠재웠고 유럽 각국이 신교와 구교로 나뉘어서 엄청난 전쟁을 하던 시기였다. 당연하게도 가톨릭을 믿는 왕비때문에 개신교가 다수인 의회는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당시 왕인 찰스 1세였다. 왕이 다스리던 나라에서 최고 권력가이자 최종 결정권자는 왕비가 아니라 왕이었다. 비록 왕비가 정치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는 있었어도 결국 왕이 모든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헨리에타는 영국인이 아니었기에 영국에서 정치적인 기반이 없었고 그녀 자신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도 없었다. 단지 가톨릭을 믿는 것 뿐이었다. 의회는 그것을 물고 늘어졌는데 그 사이에서 찰스 1세가 처세를 잘 했어야 했다. 왕과 의회의 대립은 이런 것이 누적이 되어서 결국 전쟁으로 치닫게 된 것인데 의회는 헨리에타의 종교를 빌미삼아 대대적인 공세를 취했고 이것이 훗날 그녀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 배경이 되는 것이다.


책은 악녀로 불렸다는 헨리에타의 일대기를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프랑스에서 나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가 낯선 잉글랜드로 와서 잉글랜드 왕비가 되고 전쟁에 휘말리고 남편을 잃게 되는 파란만장한 삶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상 악녀로 불리는 사람이 몇 사람 있는데 사실 헨리에타 마리가가 악녀로 불리는 것은 부당한 면이 있다. 악녀로 불린다는 것은 그 만큼의 힘을 행사했다는 것인데 그녀가 그럴 힘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만일 그녀가 그토록 악랄하게 당대를 지배했다면 내전 중에 죽었어야 하는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어야 했을 것이다. 


청교도 혁명라고 불렸던 잉글랜드 내전은 그 의미에 비해서 우리 나라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았는데 이 책이 잘 설명하고 있다. 헨리에타 마리아라는 인물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듯 한데 잉글랜드 내전이 일어나게 되는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그녀 자신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전체적으로 잉글랜드 내전과 그 배경이 되는 헨리에타 마리아의 역사적 사실을 잘 알 수 있는 기회여서 관련된 역사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괜찮은 책 같다. 다만 문단 나누기가 별로 없어서 읽는데 불편함이 있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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