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인 이야기 - 모험하고 싸우고 기도하고 조각하는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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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중세 시대는 오랫동안 암흑의 시대로 불렸다. 강력한 교황이 세상을 다스리면서 종교가 일상을 지배하는...그래서 역사가 발전하지 못했던 시기라고 여겨졌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발전이 그렇게 장기간 없었는데 르네상스가 올 수 있었을까. 또 그 뒤를 이은 산업혁명이 올 수 있었을까. 역사가 단절된 채로 그런 엄청난 변혁이 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의문을 가진 역사 학자들이 많았는가 보다. 최근 들어서 중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야기 하는 주장들이 많아졌고 또 관련해서 책들도 많아졌다.


그렇다면 중세는 어떤 시대였는가? 발전이 없던 암흑의 시대가 맞는가? 그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할 수 있겠다. 분명 중세는 그 전의 자유롭던 시대에 비해서 답답한 면이 있긴 했다. 그러나 그런 면과 함께 전 시대의 유산을 착실히 발전시켜서 나중의 세대에 전해 줄 만큼의 나아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중세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던 시대라고 볼 수 있겠다. 단순한 암흑의 시대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은 기존에 알려졌던 어두운 부분보다는 밝고 역동적인 모습이 중세를 소개하는 내용인데 확실히 그 시대가 발전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책은 처음에 바이킹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바이킹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지역 출신인데 8세기 이후 300여년에 걸쳐 사방으로 확산해갔다. 그런데 그 범위는 광범위해서 남쪽으로는 지중해까지 진출했고 서쪽으로는 콜롬버스보다 수 백 년 일찍 아메리카대륙에 상륙했으며 러시아와 비잔티움제국에도 도달했다. 역사상 이 보다 더 역동적인 진출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이들은 약탈의 이미지가 있지만 평범한 상업에 종사하기도 했고 왕국을 건설하거나 일부 나라의 국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1장에서는 그런 바이킹의 활약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새삼 바이킹이 중세 유럽의 역사를 확장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2장에서는 혼돈 속에서 유럽을 지킨 종교와 세속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로마가 무너진 후 동쪽에는 비잔티움이라고 불리는 동로마 제국이 들어섰지만 서쪽지역은 혼란이 계속되었다. 게르만 족이 여러 지역을 휩쓸고 다녔고 거기에 이슬람 세력이 북아프리카부터 바다를 건너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하면서 오랜 기간 지역을 장악했다. 이런 상황을 질서있게 진정시킨 것은 결국 기독교로 대비되는 종교와 세속적인 통치 집단이었던 것이다. 한편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기독교도들이 '재정복운동'을 통해서 결국 이슬람을 몰아냈다. 많은 이슬람 관련 유적이나 유물이 파괴되었지만 두 종교의 융합을 이룬 곳도 있는데 책에서는 코르도바의 모스크- 성당을 통해서 두 문명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은 총 5장까지 각 꼭지의 주제에 따라서 중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3장에서 안정기에 접어든 중세 시대의 여러 의미 있는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중세가 암흑기가 아니라 사람들과 공간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찬란한 문화를 이루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게 완만하지만 분명한 발전을 이루던 시대가 중세 말이 되면서 위기에 처한다. 그것은 전쟁과 기근, 질병등이었다. 백년전쟁을 통해서 많은 사상자를 낳았는데 대기근과 페스트의 발병은 역사적인 후퇴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때의 엄청난 이미지때문에 중세가 암흑의 시대라고 불렸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혼란한 상황을 통해 종교적 교리가 변경되고 여러 사회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경제에 대한 관념도 바뀌게 된다. 상업과 금융의 확대는 역사를 더 빠르게 발전,확대시키고 그것은 결국 유럽이 중세를 넘어서 더 나은 발전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유럽의 중세는 시대적인 구분은 딱 정해진 것이 아니다. 학자에 따라서 다르긴 해도 넓게 보면 대략 500년부터 1500년까지 1000여년의 세월이다. 못해도 몇 백 년인데 이 시기가 의미 없이 흘러갔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아무리 그리스 로마 시대와 다르다고 해도 분명 발전이 있었기에 르네상스로 넘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중세가 얼마나 다양하면서 아름다왔던 시기였는지를 여러 갈래로 잘 설명하고 있다. 이미 유럽인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서 유럽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했던 지은이가 중세 시대만 따로 이렇게 글을 모았는데 흥미롭게 잘 썼다. 글 내용과 관련된 많은 지도와 그림들을 실려서 더 쉽게 이해하게 하고 글 자체가 더 풍성해진 느낌이 든다.


이제는 중세라고 하면 단순히 어두운 시절은 아니란 것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시대였는지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입문서라는 생각이 든다. 시기별로 나열한 통사적인 내용이 아니고 각 주제에 맞는 여러 사례들을 들었기에 더 쉽게 중세에 대한 개념을 잡을 수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더 자세하게 중세 시대를 다룬 책들도 많지만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 책만으로도 그 시대를 알아가는데 충분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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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
배기성 지음 / 왕의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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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독재 정권때는 국사는 필수였고 학력고사에서도 높은 점수가 반영이 되었다. 이후 사회가 민주화되고 빠르게 변화되면서 국사라는 과목은 역사의 한 부분이 되었고 수능 시험에서도 선택이 되다가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되고 있다. 사실 우리 나라 교육 과목 중에서 수능 시험에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는 집중도에서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과거 대표적인 암기 과목이었던 국사가 이제는 그런 정도의 강도가 아니다보니 역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사실 모든 역사를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그것은 학자들이나 하는 것이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꼭 필요한 중요한 부분만 전체적으로 알면 된다. 그것은 이 책 제목처럼 역사는 반복되기에 또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들만 조금 아는 것 자체도 모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그런 세태에 분노를 느꼈다. 어떻게 하면 이 역사를 알릴까. 그것이 인터넷과 연결이 되어 결국 100만이 넘는 사람이 보게 되는 역사 강사가 되었다. 다만 인터넷에서 축약되어서 간결하게 이야기 하다 보니 조금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체계적으로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서 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은 우리의 슬픔이 시작되게 되는 근현대사 부분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선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일본의 한국 침략을 소개한다. 1876년 강화도 조약은 최초의 근대적인 조약이라고 하긴 하지만 일본의 야욕이 시작되는 첫 시발점이나 다름 없다. 이들은 근대적인 사상에 어두운 조선을 교묘히 속이고 선심 쓰듯 큰 차관을 빌려주고 서서히 조선을 목조이려고 한다. 오늘날 사채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조선은 일본이 제공하는 차관에 묶이고 만 것이다. 책은 그 시점부터 조선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일본의 상황을 설명한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일본이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이기는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그들의 능력도 물론 있었겠지만 세계의 정세가 참 좋았다. 당시 대영제국의 아시아 파트너로 대접을 받았고 미국에게도 적당한 밀약을 해서 한반도의 지배권을 확인 받았는데 우리에게는 통탄할 일이지만 냉혹한 현실이었다.


책은 계속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슬픈 역사를 이야기 한다. 제주 4.3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어떻게 해서 왜곡되어서 지금까지도 제주 도민이 모욕을 받고 있는지 그 연원을 알려주고 있다. 안타까운 것도 있다. 바로 장면의 대통령 선거 좌절이다. 이미 부통령을 하고 있었던 장면은 민주당 정-부통령 선거 지명 대회 결과 단 3표차로 조병옥에게 석패하고 또 다시 부통령 선거에 나서게 된다. 결과는 알다시피 조병옥의 신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이승만이 또 당선이 된 것이다. 만일 그때 장면이 대통령 선거에 나섰더라면 이승만은 벌써 물러났을 것이다. 아니 부정 선거에 혈안이 된 이승만 정권이 그때도 역시 부정 선거를 획책했을 것이고 어쩌면 4.19보다 더 큰 사태가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책은 구한말 부터 일제시대, 제1 공화국을 관통하면서 꼭 알아야 할 역사의 이면을 이야기 해준다. 대부분 분통이 날 내용이다. 인터넷에서 강의할 때도 화를 내면서 이야기 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 내용들이 결국 다시 반복되는 역사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일정한 시대를 해설해준다기 보다는 그때 그때 중요한 사건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하는 느낌이 강한 내용이었다. 시대순이긴 해도 연결이 꼭 되지도 않고 약간 산만한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에세이 정도의 내용이 아닐까 싶다. 이런 역사 정도는 알아야 하는거 아니냐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 정도는 알아야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의 모순이 결국 그 옛날에 단추를 잘 못 끼워서 아직도 제대로 끼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쉽고도 재미있게 설명하는 강사다. 역사를 흥미롭게 접근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 첫 책은 쉽게 이야기 하고 있는데 좀 더 세밀한 통사적인 내용의 책도 썼으면 좋겠다. 이 책만 읽고서는 빈 공간이 많다. 전후 사정 결말을 알려면 다른 책을 살펴야 하니 강화도 조약부터 시작하는 좀 더 자세한 근현대사 책이 나오면 좋겠단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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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랜드 - 5억 5,000만 년 전 지구에서 온 편지
토머스 할리데이 지음, 김보영 옮김, 박진영 감수 / 쌤앤파커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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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끝없는 우주를 생각하면 지구라는 별은 그야말로 티끌보다도 더 작은, 존재조차 희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지구의 역사 앞에 인간은 먼지 만도 못한 작은 부분을 차지 하고 있다. 지구의 나이가 대략 45억 년이라고 하는데 인류의 역사는 고작 몇 만년이고 역사상의 시기는 만 년 정도밖에 안된다. 그러기에 과거의 지구를 보면 인간에게는 다른 별의 이야기를 듣는거나 다름 없다. 어떤 인간도 과거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거대한 공룡들이 활보하는 땅의 흙을 밝거나 바닷속에서 헤엄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바위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얼어붙은 모래에 새겨진 흔적을 읽으며 사라진 지구를 상상하는 길 뿐이다. 다행히 지구를 지배한 어떤 동물보다 더 뛰어난 두뇌를 가진 덕분에 과거의 일들을 복원하는 능력이 갈수록 좋아져서 그 당시를 유추하게 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지구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했으며 그 긴 역사속에서 어떤 변화를 겪고 많은 생명체들이 사멸해갔는지를 탐구하는 내용이다. 여러 시대별로 대표적인 동식물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알려 주고 있다. 화석을 보고 이름만 짓는다고 그 시대를 알 수는 없는 법이다. 당대의 풍경을 재현해낸다면 그 시대를 이해하기가 더 쉬워진다.


책은 비교적 가까운 시기인 신생대의 플라이스토세부터 가장 오래 전인 원생누대의 에디아카라기까지 지질상의 연대에 해당하는 시기의 자연을 잘 표현하고 있다. 단순히 지질 연대만 알고 있었는데 당대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과학적인 자료를 토대로 그 시대를 눈에 보이게 한다. 처음에 나오는 2만년 전 플라이스토세는 미국 알래스카주 노던플레인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이때 지구의 북반구는 빙상으로 이어져 있다. 


북알래스카 브룩스산맥 기슭에서 영구 결빙 지대인 북극해까지 이어지는 평원은 건조하다. 이 춥고 건조한 날씨에도 살아 남은 동물들은 있다. 이 시기의 초식동물은 겨울이 오면 성장을 멈춘다. 곰이 겨울잠을 자듯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비하는 것이다. 최초의 인간도 아메리카대륙에 이미 와 있었다고 한다. 책은 여러 동물들이 이 시대를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다음에는 좀 더 오래된 400만 년 전 플라이오세의 환경을 이야기 한다.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각 지역을 선정해서 당대를 설명하는 방식인데 마지막은 5억 5000만 년 전 에디아카라기인 오스트레일리아 에디아카라 언덕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때의 지구는 아프리카, 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한대륙으로 붙어 있을 때였다. 지금처럼 여러 대륙으로 나눈것이 아니라 하나의 대륙에서 이제 막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할 때다.


당시 생명체는 지금처럼 다양한 동식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의 수준이었다. 그래서 화석으로도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책은 생물이 진화할 수 있게 여러 작용을 거치고 거기에 따라서 어떤 동식물들이 나타나게 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미생물에서 출발했지만 차츰 큰 생물로 변화하게 되는 시초에 있는 시기다.


책은 마지막은 인류의 이야기다. 오랜 지구의 역사에서 멸망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자연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많은 동식물들이 명멸 했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을 이겨내는 종이다. 그래서 수 많은 다른 종들을 멸망시키면서 살아 왔다. 이제 그 댓가를 치뤄야 한다. 지구 환경을 변화하게 해서 결국 멸망의 칼끝을 인간 자신에게 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노력한다면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사태로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멈추게 되었다. 1~2년의 시간은 자연을 다시 옛날로 돌아가게 하는데 충분했다. 이것으로 인간이 멸망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희망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누가 희생을 할 것인가. 지은이는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탐욕의 동물인 인간이 같은 마음을 가지진 않을 것 같다. 시기의 문제지 인간의 과거 동식물들처럼 한 시대를 대표했던 종이 될 것 같다.


책은 글 몇 자로 표현했던 고대 시대를 입체적으로 눈에 보이게 한다. 우리 인간이 결코 알 수 없었던 그 시대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신선하면서도 색다른 시도의 이야기였다. 옛 지질 시대를 통해서 지구의 생명체들이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짐작하게 하는 고급스러운 과학책 이다. 과거 지구의 모습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될 책이다. 다만 글 내용 자체가 쉬운 편은 아니다. 지질 관련 생소한 개념도 등장하고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이 있어야 술술 읽어갈 수 있어서 천천히 읽으면서 내용을 상상하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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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로마사 (텐바이텐 로마사) - 천년의 제국을 결정한 10가지 역사 속 100장면
함규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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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의 역사는 유럽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중요한 부분이다. 오늘날의 유럽 문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후대에 끼친 영향력이 막강한 것이다. 많은 유럽 국가의 사상이나 정치, 경제, 문화 등에 직간접적인 유산이 있는터라서 역사의 폭과 깊이는 엄청나다. 그래서 로마사를 알기란 사실 쉽지 않다. 중요한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무려 천 년이나 존속한 나라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들도 많은 것이다.


그래서 로마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들은 과거부터 무수히 있어 왔다. 사실 로마의 역사를 완벽하게 설명하고 이 책 한 권으로 로마사를 알 수 있다고 여기는 책들이 많지만 로마의 역사가 한 두 권의 책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방대한 역사를 그래도 핵심적인 내용이라도 알 수 있게 편집한 책들은 수긍이 가는데 이 책도 그런 책들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분야별로 10가지 주제와 10가지 장면을 정하고 100여개의 도판으로 설명하는데 내용이 깔끔하면서 어렵지 않게 잘 소개하고 있다.


일단 1부는 로마의 영웅, 2부는 로마의 황제, 3부는 로마의 여성으로 주로 인물을 이야기 한다. 1부에 로마의 건국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비록 신화적인 의미가 있지만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서 로마를 건국했다는 로물루스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리고 스키피오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로마를 압박했던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을 무너뜨린 로마의 영웅이다. 이때 한니발을 패배시키지 않았으면 로마 제국은 더 훗날에 세워졌을지도 모른다. 


로마의 다른 인물은 몰라도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는 알아야 할 것이다. 공화정이던 로마를 제정으로 가기 위한 주춧돌을 쌓은 인물이 카이사르라면 아우구스투스는 최초의 로마 제국 황제가 되었다. 이들 부자가 시작한 제국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해서 더욱더 거듭나게 했다. 책은 여러 황제 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인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로마의 건축에서는 아피아 가도와 콜로세움이 눈에 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모토로 만든 로마의 가도는 군사적인 의미로 건설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 통행하기 위한 보행자 우선주의에 맞게 건설되어서 그 뒤로 1천년 동안 주요 도로로 사용됨으로써 군사용은 물론 상업용으로도 중요하게 쓰였다. 콜로세움은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원형 경기장으로 그 웅장함과 견고함은 비교할 것이 없을 정도다. 


로마의 전쟁에서는 포에니 전쟁으로 지중해를 차지하면서 큰 발전을 이루게 되고 갈리아 원정의 승리로 권력의 기반을 다지게 되는 카이사르의 등장, 그리고 제국의 멸망을 보게 되는 오스만 투르크와의 전쟁까지 주요한 전쟁을 잘 설명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되면 그만큼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로마는 그 내용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엇보다 오늘날 로마자라고 불리게 되는 알파벳을 정립했다는 것이다. 글자는 그전에도 비슷비슷하게 존재하면서 쓰였는데 이것을 통일하고 융합한 것이 로마인 것이다. 동서양에 걸친 로마의 영역에서 로마자가 쓰이면서 각 지역에서 쓰는 알파벳이 로마자로 널리 활용이 된 것이다. 그리고 라틴어, 로마법, 기독교, 태양력, 병원, 빵, 와인 등 여러 제도와 문물이 로마에 의해서 확립되고 또 보급이 되면서 문화의 기준이 되었다. 콜로세움 같은 여러 건축물도 훌륭한 유산이지만 오늘날에도 실질적으로 쓰이는 이런 무형의 유산이 오늘날까지도 로마, 로마, 로마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쉽고 어렵지 않게 잘 쓰여졌다. 나름의 잣대에 의해서 주제와 범위를 정한 것도 납득이 간다. 그런데 로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읽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로마가 어떤 나라인지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읽는다면 좋은 책이다. 로마사는 너무나 방대해서 다 알 수가 없다. 이 책의 내용처럼 굵직굵직한 내용만 익혀도 어느 정도 로마사는 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로마사의 핵심적인 내용을 잘 정리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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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노 유목제국사 - 기원전 209~216 유목제국사
정재훈 지음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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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스치듯 지나갔던 흉노라는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신라 김씨의 조상이 흉노라는 주장 때문이었다. 흥미를 끌 만한 주장이었으나 입증할 만한 자료가 별로 없어서 신빙성은 낮으나 아무튼 흉노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새삼 일깨우는 계기가 되긴 했다.


사실 흉노는 오래 된 역사속의 국가다. 책의 제목에 기원전 209년 이라고 되어 있으니 고대 국가에 속하는 것이다. 우리와는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서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겠으나 중국사는 물론이고 세계사적인 면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국가다. 바로 역사상 수 없이 나타난 유목 국가들의 원형에 해당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흉노가 근 400여년 동안 존재하면서 그 자체로도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지만 그 이후 많은 유목 국가들이 흉노의 후예를 자처하면서 세워졌기에 유목 국가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역사상 흉노가 최초로 등장하는 것은 기원전 4세기 말의 전국시대 말이다. 전국 시대의 여러 나라들과 대결을 벌이면서 성장했는데 중국 통일 국가 진에 의해서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진한 교체기에 감시가 뜸해진 틈을 타서 국력을 키웠고 그 세력은 초한전쟁의 승자인 한을 압박해서 한 고조 유방의 목숨을 노릴 정도로 막강했다. 결과적으로 한과 대등한 관계의 화친을 맺고 많은 물자 지원을 받으면서 세력을 키워 나갔다.


그러나 천하 제일을 자처하는 중국 통일 국가 한이 언제까지나 북방 오랑캐에게 굴복할 수는 없는 법. 결국 한 무제에 이르러 그동안의 수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한무제는 외교적으로 수단을 써서 흉노의 협력국이 없도록 했고 고립된 흉노에 대대적인 공세를 취해서 고비 사막 이북, 즉 막북으로 밀어붙이게 되었다. 그 대단했던 흉노가 한 무제 이후에는 다시 그 화려한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고 점차 한에 복속하게 된다.


흉노가 힘을 잃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스스로의 문제에 있었다. 바로 분열. 기원전 57년을 전후로 최고 권력자인 대선우의 계승을 둘러싸고 심각한 내전이 일어나서 좌부, 우부로 나누어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이 와중에 흉노의 고립을 조장한 것은 한이었다. 적절한 지원을 통해 내전을 끝내게 하면서 한의 영향력을 확대했던 것이다. 흉노에게는 막북과 막남 모두를 아우러야 힘이 생기는데 한의 입장에서는 흉노를 막북에 고립시켜야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지원을 했지만 흉노가 막남에 돌아오게 하지는 않고 계속 막북에 있게 했다. 이것이 서서히 흉노의 힘을 잃게 만든 것이다.


한의 지원을 받으면서 평화적 관계를 이어오던 흉노는 48년 사촌 간의 계승 분쟁으로 다시 남북 분열이라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되고 끝내 후한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포섭되게 된다. 남흉노는 한의 기미를 받아들이고 번병이 되겠다고 하면서 급속도로 약회되었고 막남을 안정시키고 북흉노를 제압하면서 삼국 시대에 들어와서는 선비라는 새로운 유목 세력이 등장하면서 해체된다.


흉노의 역사에서 주목할만한 나라는 한이다. 한은 오늘날의 중국의 원형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위치인데 당대 최강의 제국이었다. 이 막강한 나라를 상대로 건국자인 유방을 죽일뻔했던 것이 흉노다. 이때 유방이 흉노에 죽었다면 역사는 크게 변했을 것이다. 그만큼 대단했던 흉노는 한의 끊임없는 압박에 결국 힘을 잃게 된다. 흉노의 흥망성쇠는 한과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흉노의 존재로 한 무제때 장건을 서역으로 파견하고 그 때문에 비단길이 개척되면서 동서 교류가 된 것이다. 


책은 흉노가 단순히 초원에서 목축만 하는 국가가 아님을 이야기 한다. 정주 농경 문명 세계인 중국과는 다른 '유목 기마궁사의 나라'를 지향했다. 초원의 유목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계의 주민을 아우르는 '복합적' 성격을 띤 제국이 되고자 했다. 초원 경제는 생산력이 제한적이기에 장성 근처의 '목농복합구역' 을 확보해서 이곳을 무대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면서 군사적인 장점을 유지하려고 했다. 


그리고 서방과의 교역을 통해서 새로운 재원을 마련해서 궁극적인 부를 창출하려고 했다. 중국과 평화 조약을 맺었으면서도 심심치 않게 변경을 공격했던 것이 그런 이유다. 흉노의 이런 다양한 시도는 일부 성공을 거두었지만 오래 가지는 못하고 중국에 제압을 당한다. 어찌보면 흉노가 하는 생각을 중국도 했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언제라도 자기를 침략할 수 있는 세력을 가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흉노를 와해시키려고 노력했고 끝내는 끌어내리게 된다.


흉노 이후의 유목 국가 중에서 계속해서 초원에 있으면서 세력을 유지한 국가는 없다. 넘치는 국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침략해서 전체나 일부를 점령해서 눌러 앉았기에 세력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중국 왕조가 된 것이고 초원의 유목 국가는 아닌 것이다. 국력이라는 것은 결국 경제력인데 아무리 '목농복합구역'에서 다양한 세력을 연합한다고 해도 남쪽 농경 지대의 생산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그 차이는 역전되기 힘들었다. 게다가 내부의 분열도 힘을 약화시키게 하였고 전체적으로 국가 체제 자체가 불완전해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흉노는 중국을 위협하고 겨룰 만큼 강력한 유목 제국으로 오랫 동안 존속했고 중국이라는 정주 세계에 대비되는 초원의 유목 세계라는 하나의 '역사 단위'라는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 훗날 등장하는 돌궐이나 몽골 같은 더 큰 유목 제국에게 하나의 '원상'이 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나라다. 유목 세계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정통성을 가졌던 것이다.


책은 국내에서 몇 안되는 유목 세계 전문가인 정재훈 교수의 유목 제국사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이미 위구르사와 돌궐사에서 고대 유목 제국들의 모습을 잘 알게 했는데 이 책 또한 국내에 나오는 거의 최초의 통사다. 많은 중국 문헌과 그동안 연구된 고고학적인 성과를 망라해서 그 옛날 유명했던 흉노의 이야기를 재현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단순 초원 국가라고 생각했던 흉노가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고 중국과의 끊임없는 대립을 통해 끈질긴 존재 의식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관련된 많은 지도와 사진이 실려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글 자체가 어렵다고 하긴 그렇지만 쉬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참 공이 많이 들었다는 느낌이 드는 내용이고 관련 자료가 거의 없는 국내에서 이만한 성과를 이루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척박한 국내 유라시아 유목 역사학계에서 나온 보물같은 책이다. 오래 전에 나와서 절판된 위구르 유목제국사가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반영해서 새롭게 정리되어 나온다니 무척 기다려진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 https://cafe.naver.com/booheong/222618 )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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