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5 - 독수리의 승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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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말 그대로 판타지일뿐 현실이 아니기에 재미나게 읽으면서도 사실감은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잘 느끼지 못했던 사실성을 느끼게 해준 책이 바로 테메레르 시리즈다.

19세기 나폴레옹전쟁을 배경으로 용이 인간의 가축처럼 길들여지고 전쟁까지 나가게 된다는 이야기의 이 시리즈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해서인지 장면 장면이 그럴싸한 느낌이 들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인공인 용 테메레르가 참 가깝게 느껴지고 한번 만나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건 지은이가 그만큼 캐릭터 묘사나 구축을 잘 했기 때문일것이다.
테메레르가 주인이라고 하면 주인일 로렌스에게 쏟는 애정은 인간보다도 더 짠한 느낌이 들게 하고 절대 배신하지 않을듯한 모습에 누구나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테메레르 특유의 귀엽고 정감가는 행동에 미소가 지어짐은 물론이다.

로렌스와 만나게 되는 1권이 나온지 얼마 안되는듯한데 벌써 5권이 나왔다. 그동안 부분적인 전투에 참여했던 테메레르가 드디어 전쟁에서 중요한 포인트가될수 있는 전투에 임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세밀하면서도 박진감있게 잘 묘사되었다.

반역죄로 헤어지게 된 테메레르와 로렌스. 자신이 순순히 있어야만 로렌스가 살수있다는 것에 무기력하게 지내던 테메레르는 프랑스군이 영국을 침략했다는 소식에 다른 용들을 설득해서 민병대를 조직하여 프랑스군을 공격한다. 그리고 죽은줄 알았던 로렌스를 극적으로 만나게 되는 테메레르. 다시 만난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이윽고 전쟁의 국면을 바꾸게 되는 큰 전투에 참전하게 된다.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번 시리즈에서는 한층 성숙해진 테메레르를 만나게 된다.
어쩌면 '이성'을 가진 존재로써 테메레르의 각성은 시간이 갈수록 예정되어있었다고 할수도 있겠다. 그것이 로렌스라는 사려깊은 사람의 만남으로 좀더 빨라졌고 로렌스와의 이별로 인해 더 빨리 깨닫고 성숙해졌다고 볼수 있을것이다.

그 성숙을 바탕으로 테메레르는 두개의 전쟁을 치루게 된다.
하나는 이 책의 배경인 나폴레옹전쟁이다. 그런데 그전에 명령을 받아서 움직이던 거와는 달리 여기에선 직접 용들을 이끄는 지휘관의 역할로 더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전쟁은 바로 용권신장을 위한 정부와의 전쟁이다. 전쟁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그리고 마침 용들이 필요한 그때에 테메레르는 가장 기본적인 용권에 대한 약속을 정부로부터 얻어내는 지혜를 발휘하게 된다. 단순히 말 잘 듣는 용에 머물러있는 다른 용들의 의식도 서서히 깨우게 되면서 앞으로의 용권 신장의 초석을 닦게 된다. 만일 전쟁이 끝난다면 테메레르의 전쟁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게 될지 자못 기대가 된다.

전쟁은 잠시 소강상태가 되고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처지고 애매해지지만 그들이 다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안도가 되고 마음이 흐뭇해졌다. 어디에 있던 둘이 있다면 어디서든 잘 살겠지라고 생각도 들었는데 이게 어째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 같아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뭐 이들의 사랑도 결코 보통 남녀의 사람 못지 않는것도 사실이긴 사실이니깐.

긴 분량의 시리즈가 이제 끝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 다음권쯤이면 이 시리즈도 결말이 나지 않을까. 책을 덮자말자 테메레르와 로렌스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용들은 어떻게 될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 애탐을 억누르고 몇달을 또 기다려야 하나...

이 책의 가장 매력은 존재하지도 않는 용들을 참으로 잘 살려낸다는 점이다. 귀엽기도 하고 애교스러운 테메레르는 물론이고 다른 용들의 캐릭터도 하나하나 개성있고 생생하게 잘 묘사되어 있어서 이런용 나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다른 비슷한 판타지소설에선 생각치도 않았던 일이다. 그만큼 사실적이고 신선하게 잘 표현한 덕분이다. 이번 시리즈에도 새롭게 등장한
'페르사이티아'라는 용의 묘사가 재미나게 잘 되어서 앞으로 테메레르와의 관계에 어떤 변수가 될지 즐거운 상상이 든다.

다만 전 시리즈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던 오자나 탈자가 이번 책에선 좀 보였고 단락구분이 잘못된 부분도 나와서 좀 아쉬웠다. 빨리 내는건 좋겠지만 기존의 받았던 완성도 높은 소설이라는 좋은평에 누가 되지는 않길 바랄뿐이다.

'이성있는 고귀한 존재'로써의 용들의 활약상이 잘 묘사된 테메레르 시리즈. 그 대미가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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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사랑 판타 빌리지
리처드 매드슨 지음, 김민혜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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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자가 있다. 한창 열심히 인생을 살아갈 나이인 36살.
그런데 그 인생을 마칠려고 한다. 큰 병에 걸려서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그. 자포자기하다시피 한 그에게 어떤 한 여자가 다가온다.
일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을 하게 된 남자.
그런데 그 여자는 현재의 여자가 아니었다. 무려 70여년전의 인물.
과거의 여자를 사랑하게 된것이었다.
그는 과연 그 사랑을 만나게 될까. 만나서 사랑을 이루게 될까..

과거의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 자체가 참 흥미로운 사랑이야기였다. 처음에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된 사람이 시간 여행한 시대의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기 위해서 시간을 여행하게 된것이었다.

과거에 존재했던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는것도 처음에는 좀 비현실적인건 아닌가했지만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 것이, 어쩌면 그에게는 그녀가 운명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선 시간 여행이 중요한 장치로 나온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 여행을 하는 묘사한 부분은 그리 정밀하지 못한거 같다. 워낙 시간 여행과 관련된 소설들을 많이 접해서 그런건진 몰라도 좀 밋밋한거 같았다. 하지만 사실 이 책에서 중요한건 시간 여행이 아니지 않는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사랑이야기가 그 아쉬움을 뛰어넘고도 남는다.

주인공인 리처드와 엘리스는 서로 만나기 위해서 삶을 살았는거 같았다. 그들에게는 서로가 유일한 이성이었고 사랑이었을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한눈에 사랑하게 되었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 사랑을 잊지 않은 것이다.
비록 그들이 사랑을 나눈 시간은 짧디 짧은 찰라에 불과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서 그 사랑은 영원히 이어졌으리라.

사실 이야기 자체는 그리 복잡하고 대단한건 아닌 소설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한 여자를 만나서 사랑하는게 다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소재로 참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만들어낸거 같다.
대체 어떤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나 하니 바로 '리처드 매드슨'이다. 최근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자이기도 한데 지은이의 이름을 보는 순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이 작가는 수많은 장르에서 참 독특하고도 멋진 글을 쓰기로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느낌과는 다르게 이 책에서는 참 따뜻하고 절실한 느낌을 준다. 역시 리처드 매드슨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쉽게 잘 읽히고 좋은 느낌을 준 책이었다.

책을 읽은 며칠 뒤 운 좋게도 텔레비젼에서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를 보게 되었다. 원래 알고 있었던 영화인데 한번도 본적이 없었고 특히 그 원작이 이 책이었는지는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책 해설에서도 나오지만 원작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긴 해도 대부분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린 영화였다. 우리 귀에 익숙한 영화음악이 배경에 깔리니 더 좋았던거 같다. 하지만 책으로 읽는다면 좀더 그 순수하고 절실한 사랑의 느낌이 더 와닿을꺼 같다. 영상보다는 생각으로, 마음으로 느낄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죽어가지만 인생의 진짜 사랑을 만난 리처드. 어떤면에서는 그는 행운아다. 짧은 순간만을 사랑했지만 그런 사랑을 만나보지도못한 사람이 많기에 그는 진정 운 좋은 남자다.

엘리스가 리처드를 처음 봤을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당신인가요?"
아....이 가을, 참 마음 아련하게 하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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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왕의 전설
라우라 가예고 가르시아 지음, 권미선 옮김 / 평사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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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미국이나 영국같은 서구의 이야기들이나 일본이나 중국같은 가까운 동양의 나라들의 이야기들은 많이 봐왔기에 익숙하기도 하고 제법 지식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보다 더 많은 나라들이 있고 그 나라 문화에는 색다르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그중에서 아라비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그저 아라비안나이트정도만 알지싶다. 그런 점에서 고대 아라비아를 배경으로 환상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으니 바로 이책 '떠돌이 왕의 전설'이다.

지은이는 스페인 작가이지만 고대 아라비아역사에 대해서 공부를 하였기에 아라비아를 배경으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흔히 '아라비안나이트'로 대표되지만 사실 아랍의 이야기문화는 무척 풍부하다. 선진국처럼 많이 알려져있지 않을뿐이지 그 지적인 유산은 우리가 상상한것 이상이다. 그런 배경하에서 이런 책도 나온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배경은 고대 아라비아의 한 왕국인 킨다. 그 왕국에 왈리드라는 이름의 왕자가 있는데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잘생기고 몸매 좋은건 기본이고 영혼도 참 아름다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넉넉하면서도 부드럽고 관용이 있으며 언어에 대한 재능도 뛰어나서 외교사절이 와도 멋지게 잘 응대했다. 백성들에 대한 사랑도 두터웠던 그는 '카시다'라고 불리는 시도 잘 지어서 못하는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킨다왕국에서 가장 시를 잘 짓는다는 칭호를 듣기 위해 시 경연대회에 참가한다. 누구도 그가 우승을 차지할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가운데 대회는 열리지만 뜻밖에 인물에게 우승을 내어주고 만다. 절치부심 다음해에 또 참가했지만 또다시 작년 우승자에게 밀리고 만다. 우승자의 이름은 '함마드'. 양탄자를 짜는 평범한 사람. 왕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 하찮은 사람에게 패배를 당한 왈리드는 곧 그를 질투하게 되고 결국엔 그를 죽게 만든다.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지른걸 알게된 왈리드는 함마드가 남긴 양탄자를 찾기 위해서 사막을 떠돌게 되고 떠돌이왕이라는 칭호를 듣는다. 그러나 양탄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고 대신 함마드의 세 아들을 차례로 만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그가 과연 양탄자를 찾고 자신의 인생의 참된 의미를 찾게 될것인가...

모든 것이 완벽했던 한 사람이 한순간의 질투에 눈이 멀어서 잘못을 저지르게 되고 그것을 참회하기 위한 긴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 이야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운명론적인것처럼 보인다. 사막의 정령인 '드진'의 보호를 받는다던가 왈리드가 고비때마다 함다드의 아들을 만난다는 설정같은것을 보면 이미 정해진 것을 따라갈수밖에 없는 운명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뜻은 운명을 개척할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함마드가 만든 양탄자도 여러가지의 미래를 보여주는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로 얼마든지 인생을 바꿀수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왈리드는 그 누가 강요한것이 아닌 스스로의 뜻으로 왕자의 신분에서 떠돌이가 되었고 그 자신을 찾기 위해서 험난하고 힘든 여정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그는 최고의 시인이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을 이루게 되었고 결국 현자가 된다.
물론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운명이란것은 고정되어 있는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바꿀수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중요할것이다.

아라비아의 축적된 이야기들을 배경으로 인생의 성찰을 담은 이 책은 다른 문화권의 이야기를 볼수 있는 색다른 책이었다. '이둔의 기억'에서 보여준 지은이의 이야기 구성능력이 이책에서도 탁월하게 발휘된거 같다. 성장소설로써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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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슬립 - 전2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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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소재로 한 소설은 참 많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를 불안해하는 인간의 특성으로 인해 시간도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시간과 관련된 소설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다소 식상하다고 할만한 소재인데 이 책은 그런면에서 좀더 색다른 책이다. 기존의 미래나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류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가 바뀐, 책 제목처럼 시간이 뒤바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01년, 한 청년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핑이나 즐기는 천하태평 백수인 겐타.
1945년, 또 한 청년이 있다. 전쟁에 나가기 위해 훈련받는 공군소년병 고이치.
각자 주어진 삶을 살고 있던 이들에게 어느날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바로 알수없는 시대로 떨어진 것이다. 정확하게는 1945년과 2001년이 바뀌는일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이것이 꿈인지 죽어서 지옥에 있는지 모를정도로 혼란스러워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어떤 한 사람의 인생과 통째로 바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들의 시대로 돌아가기 위해 그 뒤바뀐 인생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생각지도 않았던 환경에서 어리둥절하던 두 사람은 각기 그 환경에 차츰 익숙해지게 되지만 자신의 시대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잃지 않는다. 비록 그 방법은 모르지만 일단 살아남아야 후일을 기대할수 있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현실에 맞게 노력해간다.
그런데 이들이 단순히 시간만 바뀐게 아니었다. 그 둘이 얼굴이나 기질같은것도 똑같았던것이다. 그리고 그들 주위의 인물들이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것을 알게되면서 좀더 현실이 복잡하게 되어 간다. 이들은 결국 자신의 시대로 돌아갈수 있을까?...

처음에는 그리 재미있어보이지 않았는데 읽어내려가면서 점점 소설에 빠지게 되었다.겐타와 고이치의 시점을 교차로 보여주고 있는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몰래카메라를 찍는다고 애써 믿을려고 하는 겐타나 자신이 적국에 잡혀있다고 믿는 고이치의 모습에서 웃음도 나오기도 했다. 이들의 행동이나 마음을 눈에 그리듯이 잘 묘사해서 내가 그런 상황에 빠진듯한 느낌이 들게 했는데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과거로 간 겐타의 이야기에서는 태평양전쟁말기 패망에 다가가는 일본군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전쟁이란것이 얼마나 허무하고 그 전쟁에 내몰리는 보통 사람들의 목숨이 얼마나 가치없이 다루어지는것도 나온다.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 생각없이 목숨을 버리는듯 하지만 그들도 결국 사람이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적 분위기에 저항할만한 힘은 가지지 못했고 결국 거기에 휩쓸려간다. 시간의 뒤틀림을 그리고 있지만 그속에 반전의 뜻도 숨어 있는 내용이었다.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던 내용이 결말은 애매하게 끝난다. 사실 이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제일 궁금했는데 지은이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장치를 마련해놓고 끝을 맺는다. 이들이 운명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될런지, 한명만 바뀌고 한명은 죽게 될지, 다른 방식으로 환생하게 될지 여러가지 해석이 나올듯하다. 어떤 결말이던 명쾌한 끝이 나길 바라는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똑같이 생긴 사람의 뒤바뀐 시대에서 살아남기라는 설정이 참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 소설이었다. 순간 순간 내가 그런거 같은 느낌도 들기도 했고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그 느낌에서 벗어나질 못할 정도로 느낌이 묘하고 재미난 소설이었다.

책은 독특한 스타일로 되어있다. 두권으로 되어있는데 분책을 한듯하면서도 겉에 두권을 이어지게 하는 구조로 되어있어서 특이하다. 사람에 따라서 좋고나쁨이 갈릴만한 구조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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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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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세밀하게 복원하면서 상상력을 가미한 역사펙션소설로 유명한 토머스 해리스가 새로운 신작을 내놓았으니 이번엔 현대 러시아가 배경이다. 전작인 당신들의 조국과 이니그마에서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히틀러의 광기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현대 러시아의 스탈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스탈린이라니? 그는 이미 수십년전에 사망하지 않았는가? 이미 그가 구시대의 유물이 된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그런데 스탈린이 부활이라. 그 스탈린이 현대에 부활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전제하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책인데 역시 토머스 해리스답게 정확한 현대사를 고스란히 잘 살려서 기술하고 있다.

무대는 90년대 옐친이 대통령이었던 현대 러시아. 비록 민주주의는 지켜냈지만 정부의 무능으로 경제는 피폐해지고 옛 공산당의 인기도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학술대회에 초청된 역사학자 켈소에게 어떤 한 노인이 다가온다. 자신이 스탈린의 최후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최후의 모습에서 역사상에 기록된 어떤 노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스탈린이 늘 갖고 다녔다는 비밀노트인데 그 내용안에 어떤 내용이 숨겨져있을까. 이것을 찾기 위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펼쳐진다.
켈소에게는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이 노트를 찾는것지만 거기에 상업적인 목적으로 접근하는 기자, 공산당의 부활을 꿈꾸는 스탈린의 추종자들, 그리고 스탈린의 부활을 두려워하는 당국의 비밀기관이 서로 개입하면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드디어 비밀노트를 얻게 된 켈소. 그 속에 들어있는 정보를 토대로 스탈린이 남긴것을 추적해 들어가고 결국에는 찾아내게 되는데 결국 그가 본것은?...그리고 스탈린은 결국 현대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

어떻게보면 크게 긴장되고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다. 중간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긴박하게 전개되는건 아니다. 하지만 그 전제 자체, 현실이 어쩌면 더 무섭다고 할수가 있다. 수백만명을 학살했던 그 스탈린이 새롭게 부활한다는 그 전제 자체가 끔찍한 공포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스탈린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실 수많은 사람이 이유없이 죽어갔던 그 시절을 잊고 마는 사람들의 그 망각 자체가 더욱더 끔찍스러운 것일것이다.

당시 러시아는 힘들게 민주주의를 쟁취하긴 했지만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서 정부의 인기는 바닥에 떨어지고 과거 미국과 함께 세계를 호령했던 소련에 대한 향수가 살아나던 시기였다. 마치 공산당이 다시 집권이라도 하면 새로운 시대가 펼쳐질꺼 같은. 사실 스탈린에 대한 평가는 끝났다. 그 누구가 수백만명을 학살한 학살의 괴수를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싶은 모습만 본다는 말이 있다. 스탈린이 있을때 분명 소련은 세계를 지배했다. 그것이 어떤 수단이었는지는 보지도 않고 또 그런 댓가로 국민이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는 생각도 안하는 것이다. 그때의 유산이 엄연히 남아있는 시대에 스탈린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공포스러운 일일것이다.

사실 그것은 우리 사회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지난 시절 경제가 절단이 나서 치욕스런 imf사태가 왔을때 과거의 독재정권에 대한 향수가 일어서 아직까지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물론 그 정권들이 잘 한점도 있지만 어찌 그 과거의 망령을 오늘날에 되새김질하고 싶을까.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깔고 만들어진 책이 바로 이책이다.

글 내용중에서 히틀러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스탈린이다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말이다. 만일 독일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았다면 히틀러도 스탈린같이 다시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히틀러도 스탈린도 둘다 끔찍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그중에 누가 더 끔찍한가보다는 그들의 망령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일반 국민의 의식이 더 무섭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다시 이시대에 스탈린이나 히틀러가 살아온다고 해도 그들이 처음 등장했을때처럼은 안될것이다. 이미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될것은 분명하기에 그런 설정 자체가 공포스러운것이었다.

스탈린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리 스릴러가 넘치는것은 아니고 추리적인 면도 그리 복잡하지 않은 편이고 긴박감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전체적인 힘은 끝까지 잘 유지되는 편이었다. 인디애나 존스같은 어떤 재미난 모험이야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심심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번역도 괜찮았고 제본상태나 전체적인 디자인도 괜찮은 편이었다. 우리안에는 이율배반적인 생각들이 없는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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