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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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참 독특한 소재의 글을 잘 쓰는거 같다. 전작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에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흥미로운 로맨스를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스타일의 작품이 나왔다. 게으름을 마냥 피우고 싶은 사람이 주인공인 책이다. 제목처럼 게으름뱅이가 어떤 모험을 한다는 말인데 대체 게으름뱅이가 뭔 모험을 한다는 말인지.

 

주인공인 고와다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평일에는 그저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는 기숙사에서 꼼짝도 안한다. 그냥 방에서 왔다갔다 뒹굴뒹굴 거리는게 다인 사람이다. 요즘말로 '방콕족'이라고나 할까. 하긴 집에서 할꺼가 많긴 하다. 영화를 봐도 되고 텔레비젼을 봐도 되고 게임, 책 등등 집에서도 충분히 즐길수 있는것들이 많다. 물론 주인공은 이것을 다 한거 같진 않고 그냥 말그대로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한거 같지만.

 

또하나의 주인공인 '폼포코 가면' 폼포코는 일본어로 북을 둥둥 두드리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라고 하는데 너구리가 자기의 둥그런 배를 두드린다고 해서 보통 폼포코 너구리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한마디로 너구리 가면이라고 하면 될꺼 같다. 그런데 이 폼포코 가면은 정체가 누군인지 모른다. 그저 이 가면을 쓰고 정의러운 일을 한다고 해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그가 이제 후계자를 만들려고 한다. 그 대상은 바로 게으름뱅이 고와다. 그저 빈둥거리고 싶은 고와다가 그 제의를 수락할리가 없다. 게으름 피우느라 바쁘다는 걸로 간단히 거절.

 

그러나 우리 의지의 폼포코 가면이 그렇다고 가만있지는 만무할터. 계속해서 고와다를 정의의 사도길로 이끌려고 한다. 그러던중에 폼포코 가면의 정체가 누구인지를 밝히기 위해서 여러사람들이 뒤쫓는다. 대표적인 사람이 우라모토 탐정. 고와다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게으른 탐정인데 늘 대부분 특이한 사건을 맡아서 일을 처리하는 좀 묘한 탐정이다. 이번에도 이 폼포코 가면을 잡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를 맹렬히 쫓는다.

 

토요일 하루사이에 벌어지는 게으름뱅이의 대모험! 이 아니라 대소동. 쫓고 쫓기는 그 사이에 고와다가 휘말리게 되고 그는 자신의 주말 시간을 게으름이 아닌 이상한 일로 소비하게 된다. 아 내 아까운 시간들. 그는 이 일을 기화로 폼포코 가면이 될수 있을런지 아니면 그대로 여유있는 게으름뱅이가 될수 있을런지.

 

하루하루가 전쟁 같고 주말은 가뭄끝의 비 같이 휴식과 함께 또다른 재충전의 시간이라고 할수있는 사람들에게 게으름뱅이의 생활은 이해가 가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으름이 왜 나쁜가. 밖에 나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것만이 가치있는건 아니다. 평일 내내 힘들게 일하고 주말에 내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것이 뭐가 나쁘랴. 평소 주인공 고와다와 비슷하게 주말에 뒹굴거리는 나로서는 그의 일상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나보고 폼포코 가면을 하라고 하면 귀찮으니 꺼지라고 할꺼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작은 모험도 나쁘다는것은 아니다. 아마 고와다도 이런 정도의 노동(?)이라면 겪어봐도 된다고 생각할런지도. 이야기는 작가 특유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구조속에서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짦은 시간동안 움직이는 공간도 넓지 않다. 돌아다니는 양은 훨씬 많은 지역같지만 실제로는 조금 넓은 동네정도랄까. 책 맨 앞쪽에 관련된 지도가 있는데 한 도시도 아니고 일정한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임을 알수가 있었다.

 

지은이는 교토라는 일본의 고풍스런 옛도시를 배경으로 쓰는 작품이 많은데 배경이 되는 교토의 옛스러움에 어울리는 묘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는거 같다. 현실같은데 뭔가 판타지적인면도 있고 특별한 뭔가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있을수 있는 이야기로 참 특이하면서도 맛깔스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거 같다.

 

게으름뱅이 고다와가 말한 맘에 드는 문구가 있다.

“지루함의 바닥까지 느껴져야 진정한 여름휴가지!” 이런 휴가 언제 한번 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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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루티드
나오미 노빅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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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시리즈로 유명한 나오미 노빅은 판타지적인 설정을 실제의 상황과 적절하게 조화시켜서 이야기가 현실성있게 느껴지게 글쓰는데 능한 작가다. 전작인 테메레르에서 용이라는 설정을 빼고는 그냥 그때의 시대적인 상황에 맞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래서 용이 실제로는 없는 존재라는것을 잊고 이야기에 빠져들게 했는 것이다.

 

그런 작가가 이번에는 좀더 판타지적인 내용이 강화된 이야기를 들고 다시 왔는데 바로 이책 업루티드이다. 마법과 마법사가 나오고 어두운 세력이 나오는, 어찌보면 많이 봐왔던 흔한 설정인거는 분명한데 이미 많이 나와있는 마법 이야기에서 어떻게 차별화해서 흥미를 줄 것인가가 궁금했다. 그 궁금증은 책을 읽어보면서 역시! 라는 느낌으로 금방 바뀌게 되었다. 판타지와 현실적인 이야기를 잘 섞어서 쓰는 작가 특유의 글쓰기 방식이 이번 작품에서도 유려하게 잘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금방 책 내용에 빠져들게 되었다.

 

기본적인 뼈대는 드베르닉이라는 마을에 십 년에 한번씩 드래곤이라는 마법사가 한명의 여자아이를 잡아(?)가는게 배경이다. 딱 열일곱살인 소녀 한명만 데려가는데 데려간 소녀는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잡아먹는건 아니고 드래곤이 사는 탑에서 같이 살다가 십 년이 흘러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때는 뭔가 다른 사람이 된듯한데 하나같이 은이 가득한 주머니를 갖고 와서는 마을에 오래 머물지 않고 멀리 떠나버리게 된다. 어떤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는 그냥 풍문으로 떠돌뿐이다. 인간 제물로 바쳐지는게 아닌데다가 드래곤이 마을을 지켜주는 존재라서 뭐라고 할수가 없다. 그는 마을을 위협하는 '우드'로부터 사람들과 동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혹시 병들었을때 고쳐주는 존재다. 그래서 그렇게 산지 100년이 흘렀지만 마을 사람들은 일종의 체념 상태로 살고 있다.

 

이제 또 제물로 바쳐질때가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사람만 제외하고 나머지 소녀들은 일종의 안도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 누구보다 아름다우면서도 재능있고 똑똑한 '카시아'라는 소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 한 명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 드래곤이 데려갈 사람은 카시아일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카시아를 무척 사랑하는 단짝친구인 아그니에슈카는 곧 카시아를 잃게된다는것에 무척 슬퍼하고 있다. 카시아에 비해서 얼굴이 이쁘것도 아니고 늘 헤지고 떨어진 옷을 입고 있고 더러워보이는 카시아는 자신이 드래곤에 의해서 선택받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일이 일어났다!  드래곤은 그 예쁜 카시아가 아니라 아그니에슈카를 데려간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데다가 누구도 상상도 못한일이라서 모두가 어벙벙하다.

 

아그니에슈카는 아마 황당했을것이다. 아니 왜? 왜 나를?? 난 이쁘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않고 재능있지도 않고 이쁜 옷을 입지도 않았는데 왜? 드래곤의 성에 들어간 아그니에슈카는 그야말로 좌충우돌이다. 어떤일을 해야할지 몰라서 사고도 치고 드래곤이 마법을 알려주는데 제대로 익히지도 못한다. 그러나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나가고 결국 자신의 운명을 자기 자신이 헤쳐나가게 된다. 이어지는 많은 일들에서 진정한 주인공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는것이다.

 

책에서 '우드'라는 존재는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배경으로 작용한다. 왕국과 경계를 이루는 숲이란 공간인데 뭔가 악의 기운이라고나 할까. 이 우드에 잡히면 이른바 '오염'이 되면서 죽게 되는것이다. 작은 오염은 드래곤이 치유할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죽게 되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이 우드가 마을을 덮치지 않기 위해서 드래곤이 감시를 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아그니에슈카가 온다는것은 그가 자신도 모르는 어떤 운명에 얽혀있다는것을 알게 된다. 아그니에슈카는 평범한 소녀가 아니었고 그때문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드래곤의 선택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많이 아는 마법이나 마법사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나쁜 악인 경우가 많다. 우리의 옛이야기에도 많은 인신공양의 설정말이다. 그리고 잡혀간 사람은 어김없이 잡아먹히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 한 영웅이 싸우게 된다 그런건데 이 책은 그런 익숙한 설정에서 벗어난다. 일단 드래곤이라고 불리는 마법사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악의 기운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병든 사람들 지켜주고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년도 아니고 10년에 한번씩 열일곱살의 소녀를 데려가지만 그렇다고 죽이지도 않는다. 곱게 키워서 큰 돈과 함께 보내준다. 일단 이런 설정 자체가 이야기의 흥미를 더 돋구는 것이다.

 

작가는 폴란드 동화속에서 용이 데려간 소녀는 잡아먹지 않는다는 구절을 기억해내서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는 폴란드의 민담과 전설을 기본으로 16세기 폴니아 왕국을 그려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작가 스타일이 잘 나타나고 있다. 한줄기 역사적인 이야기에서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서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짜임새있게 잘 구축했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인 아그니에슈카는 어릴때부터 천방지축 들로 강으로 뛰어놀던 활발한 소녀다. 그런 성격이었기에 그 이후에 닥친 전혀 상상하지 못한 삶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간다. 그냥 운명적인 어떤 영웅에 의해서 구해지거나 의존하는 기존의 많이 알던 이야기가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사는 여인의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훨씬 생동감있고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런것이 이야기에 나오는 여러 위기와 어려움을 결국 극복하게 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주인공인 드래곤은 이름만 드래곤이지 거대한 용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모습이다. 아그니에슈카보다 몇살 더 많은 정도로 보이는 청년의 모습인데 사실은 100년 이상을 산 마법사다. 오랫동안 마을에서 한명의 소녀를 데려왔는데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던 그가 아그니에슈카에게는 결국 마음을 열게 된다. 하긴 그러라고 그가 선택했을것이다. 다른 소녀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아그니에슈카이기에 드래곤과의 로맨스는 어쩌면 예정되어었을지도 모른다.

 

드래곤은 이야기 초반에 궁금증을 자아내는 의문의 존재로 나왔지만 점점 가면서 마을을 성심껏 지키는 마음과 함께 아그니에슈카를 생각하는 진실된 마음이 잘 드러난 인물로 그려진다. 마법은 1부터 차근차근 배워야하고 하나하나 딱 맞게 주문을 외워야한다는 좀 고집 세고 정통적인 마법사의 모습을 보일때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는데 강인하면서도 속은 따뜻한 캐릭터가 잘 그려진거 같다.

 

책은 재미있다. 거의 700쪽에 가까운 좀 두꺼운 쪽수지만 술술 잘 읽힌다. 작가가 글을 어렵지 않고 쉽게 잘 쓰는 사람이란걸 새삼 느끼게 해준다. 마법과 마법사의 좀 익숙한 설정에서 벗어난 점도 좋았고 주인공이 그냥 평범하게 살다가 삶이 바뀌는 순간에서 스스로의 성장을 보이는 모습도 좋았다. 우드라는 악의 숲이란 공간도 독특해서 나중에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게 볼수 있을 내용이었다. 오랫만에 흥미롭게 읽을수있는 마법 판타지 소설이었는데 단권에서 그치지 않고 이야기가 시리즈로 이어지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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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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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주인공 이야기부터 해야 겠다. 올해 여러 장르의 책을 읽었는데 여성이 주인공인 책이 별로 없긴 했지만 이번에 읽은 아르테미스의 주인공인 재즈는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사랑스럽다고 해야하나. 성격은 밝고 명랑하면서도 거친면도 있고 속깊은면도 있으면서도 가볍기도 하고. 뭔가 보이시한 매력이 있으면서 예쁠때는 예쁜 그런 캐릭터가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전작인 마션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앤디 위어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또다른 과학 소설을 갖고 왔는데 바로 이 책 아르테미스다. 이 작가는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에 전함이 나오고 우주비행선이 나오는 등의 완전 허구적인 과학소설에 비해서 실제적인 느낌을 들게 한다. 그래서 더 이야기에 빠르게 빠져드는것이 아닐까 싶다.

 

화성이라는 뭔가 눈에 잡히지 않는 공간을 배경으로 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에는 달을 배경으로 했다. 이미 달은 수십년전에 인간이 다녀온 공간. 지금도 얼마든지 갈수있지만 가봐야 더 이상 유익한일이 아니기에 안 간다는 그 달. 사실 달은 인류가 생겨난 이래로 수많은 상상력의 원천이었던 존재다. 우리에게도 달나라 토끼 이야기가 익숙할 정도로 달에 관한 이야기는 많다. 아마 언젠가 인류가 우주의 어느 행성에서 실제로 산다면 달이 아닐까싶은데 지은이는 그런 달에 인간이 산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책을 보면 커다란 둥근 원형의 공간을 여러개 두고 그것을 각각 연결하는 통로로 해서 하나의 도시가 달에 있는걸로 나온다. 이른바 달나라다. 완벽하게 계산된 공기와 중력속에서 지구의 여러나라에서 온 여러 인종들이 평화롭게 사는 달의 도시다. 여기도 잘사는 사람은 잘 살고 있고 못사는 사람은 자작은 다락방같은 공간에서 겨우 발 정도 뻗고 살고 있다. 하지만 지구처럼 아주 복잡하고 범죄가 많은 그런건 아니다. 어느정도는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는 곳이다.

 

여기에 우리의 주인공 재즈가 살고 있다. 지구의 여러 지역을 고향으로 두고 달에 이주에 온 많은 사람들에 비해서 재즈는 인생의 대부분을 달에서만 살고 있다. 말하자면 달이 고향이고 그녀에게는 달이 지구와 같은 존재인것이다. 그녀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지금은 밀수꾼인 동시에 물건을 배달하는 포터로 살고 있다.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어떤 목적을 위해서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한다. 그러던 차에 거래하던 한 갑부에게서 엄청난 돈을 벌수있는 큰 거래를 제안 받고 지긋지긋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그 제안에 동참하게 된다. 하지만 쉽게 얻는것은 뭔가 탈이 나게 마련. 여러가지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평화롭던 달에 살인까지 일어나게 된다. 게다가 그 살인자는 재즈까지 노리게 되고 점점 일은 커져서 달도시 전체의 운명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작인 마션에서는 화성기지에서 고군분투하는것은 주인공 혼자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러사람이 어울려사는 도시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좀더 입체적이고 흥미로운 구성이 된거 같다. 주인공 이외에도 여러명의 인물들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구성하고 있는것 같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그중에서도 주인공인 재즈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이니까 당연한거지만 이 재즈라는 여인네 아무 마음에 든다. 캐릭터가 강온약이 적절하게 잘 조화가 되어서 기분좋은 모습으로 표현이 되고 있다. 이토록 매력있는 여인이라니! 아마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캐스팅에 이 배역을 잘 소화시킬 배우를 찾는데 신경을 써야할것이다.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쓰는 작가의 이력답게 이 책도 각종 실제 과학을 응용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실제로도 치밀한 자료 조사로 진짜로 가능한 과학적 지식들에 살을 붙여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물론 과학적인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어느것이 맞고 어느것이 허구일지 알겠지만 그런거 몰라도 그럴싸하게 자연스럽게 잘 전개가 된다. 이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적인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쉽게 쉽게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잘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자칫 딱딱할수있는 과학이야기를 내용속에 잘 녹여서 편하게 읽을수 있게 해놨다. 그래서 긴 이야기지만 진도가 금방금방 나가면서 재미있게 잘 읽을수 있었다.

 

영화로 나온 마션에서는 극중 배역을 백인으로 바꾸는등의 인종차별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지은이는 그런거 없이 인종적인 편견이 없는 사람인데 이번작은 그런 마음이 더 활발하게 표출이 된거 같다. 바로 매력적인 주인공이 백인소녀가 아니라 아랍출신의 아버지를 둔 사우디아라비아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인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어본적이 있는가? 그것도 백인주류의 소설속에서? 그리고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위 인물들도 흑인,동양인,백인 등이 다양하게 나오고 그 배경나라들도 러시아, 케냐, 라틴아메리카 등 다양하다. 다양한 인물들을 폭넓게 쓰는 작가의 스타일이 잘 반영된 책이 아닌가싶다.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이미 전작으로 인해서 기대를 했는데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누구는 전작이 더 흥미롭고 누구는 이번 책이 더 낫다고 하는데 사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것이 낫다고 볼수는 없을것이다. 나는 주인공인 매력덩어리 재즈때문에 이번작이 낫다고 보지만.

작자의 또다른 작품을 이른 시간안에 볼수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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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사요코 모노클 시리즈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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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르와 비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한 글쓰기를 하는 작가 온다 리쿠. 물론 우리는 추리나 호러, sf 같은 장르문학에서 이 작가의 역량을 더 많이 발견하긴 했다. 그런데 이 작가 무척 많이 쓴다. 비슷한 남자 작가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는데 비슷하게 많이 쓰고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쓴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쓰는지 참 비결이 궁금하긴 하데 히가시노 게이고에 비해서는 그래도 편차가 비교적 작은게 아닌가도 싶고. 아무튼 그런 온다 리쿠가 처음으로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책으로 상도 많이 받았다는데 그 보다는 이 책이 주는 함의다. 그야말로 일본식 공포물의 정수라고 할만한 책이다. 이 책을 기점으로 숱하게 많은 온다 리쿠식 미스터리 공포물이 나왔으니 그 시초에 있는 책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것이다.

 

배경은 학교다. 우리도 비슷한 분위기의 학교를 다들 다녀서 알지만 학교라는 공간은 거대한 사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이 다니고 상위와 하위가 있으며 그속에 사랑과 이별 분노 차별 등등이 행해지는 장소다. 그래서 학교를 배경으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어왔는데 이 책도 그런 다양한 요소를 한번에 보여줄수 있는 장소로 학교를 선택했고 여느 학교에서 볼수있는 오래된 전해내려오는 전설을 모티브로 잡았는데 이 열려있으면서도 닫혀있는 학교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잘 자리잡은거 같다.

 

이야기는 학교의 한 축제로 시작된다. 그런데 이 행사에는 특별한 것이 있는데 3년에 한번씩 그 축제 행사에서 연극을 해야하는데 그것을 행하는 사람이 사요코가 되고 그 사요코는 자신이 사요코가 된것을 1년동안 알리지 않고 비밀로 해야한다는것이다. 사실 누가 사요코인지는 다들 알지만 모르는척하면서 티내서 알리지 않는 수준이 아니가싶다. 아무튼 이런 형식을 띄고 무사히 연극을 마치면 그해의 입시성적이 좋게 된다 뭐 그런 전설이란다.

 

그런데 이 3년이라는 숫자가 중요하다. 매년 열리는것이 아니라 3년마나 열리는것이기에 이야기의 전모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것다. 어떤 사건이 생겨도 다들 졸업하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3년뒤에 또다른일이 생길수가 있는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학교입시'라는것과 연계되어 있다는것다. 사실 '입시'가 무엇보다 무서운거 아니겠는가. 그 사요코놀이의 결과에 따라서 입시당락이 왔다갔다고 하니 이야기가 더 확 다가오는건 아닌가도 싶다.

 

이야기는 이 사요코의 전설을 아는 아이들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가면서 점점 이야의 실체가 드러나는 식으로 전개가 된다. 이야기 초반부터 사요코의 전설과 관련된 이야기가 잘 설명이 되면서 갈등을 일으키는 존재가 부각이 되는데 그 갈등요인이 또다른 사요코로 짐작이 되면서 점점 흥미를 더불러일으키게 된다. 사실 입시실패만 나온다면 그렇게 공포스럽지 않을수도 있지만 사요코의 연극이 실패가 된다면 입시는 물론이고 안좋은일이 생긴다는것에서 호러적인 면이 강하게 나타난다. 바로 칼들고 설치는것보다 이렇게 은근하게 다가오는게 더 긴장되고 무서운 법이다.

 

책을 술술 잘 넘어간다. 어렵지 않게 쓰여진데다가 이미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공포물이라는 형식자체가 많이 대중화된탓에 조금 익숙한면도 있다. 하긴 이 책이 쓰여진게 1991년도라고 하니 거의 30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되었지만 지금 나왔다고 해도 믿을만큼 흥미롭게 잘 읽힌다. 작가의 데뷔작이라서 요즘의 작품에 비해서는 좀 완숙미가 아쉬운면이 있긴 있다.그래도 작가의 처음 작가의 작품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읽어보면 좋을꺼란 생각이 든다.

온다 월드 세계의 시초점을 이루는 작품이라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꺼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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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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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참 별거 아닌 소재다. 거짓말을 먹는 나무라...나무인데 거짓말을 영양분삼아 크는 나무. 소재를 정하는거야 뭐 어렵지 않지만 그 작은 포인트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건 쉽지 않다. 그런데 그것을 해냈다! 영국에서 출간된 책인데 영국은 은근히 그런 상상력을 이용한 환상 소설의 풍토가 잘 쌓인 나라같다. 대표적인게 해리포터시리즈고. 그런 토양위에서 나온것일까 이번에 나온 이 책도 별거 아닌거 같은 소재에서 탄탄한 스토리가 잘 전개되는 그런 이야기책인거 같다.

 

배경은 영국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시대이다. 이때는 과거에서 유래된 관습이 지배하는 분위기에 과학이라는것이 강력하게 도래하던 시대였다. 주인공은 14살의 소녀 페이스. 과거 우리의 옛시절에도 그랬듯이 이때의 여자란 존재는 그야말로 애낳고 밥하고 빨래하는 그런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총명하면서도 섬세하고 호기심많은 아이였다.

그런 페이스네가 어떤 사건으로 고향을 떠나 머나먼 낯선 섬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 이유는 페이스의 아버지가 어떤 큰 잘못을 했기 때문. 그리고 이어지는 여러 사건들. 그중에서도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페이스에게는 크나큰 충격이었다.

 

갑작스런 죽음도 믿기지않는데 사람들은 아버지가 자살했다고 한다. 절대 자살할 분이 아닌데 자살했다고. 그런데 페이스는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하기로 결심한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것이 바로 이 거짓말을 먹는 나무다.

 

이 나무는 특성이 거짓말을 먹어야 하는데 거짓말을 먹으면 진실을 들려준단다. 희안한 나무다.

페이스한테는 어려우면서도 쉽게 느껴지는 미션. 하지만 아버지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이 나무가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그래서 그 댓가로 나무에게 진실의 열매를 얻게 된다. 하지만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점점 일은 커지고 페이스가 감당해야할 일이 늘어난다.

 

참을 얻기 위해서는 거짓을 말해야한다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이 무슨 이율배반적인 장치란 말인가. 진실을 알게 되기는 한데 자신이 한 거짓말로 다른 일들이 벌어지니 전체적으로 봐서 얼만큼 이득을 얻고 손해를 볼지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페이스에게는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게 최우선인만큼 거기에 진력했으리라.

 

사실 거짓말을 먹는 나무라는것은 판타지적인 장치다. 뭐 나무가 아니라 기계라고 해도 된다. 하나의 상징이라고 할수있다. 이야기를 가로지르는 골격은 이 나무를 이용해서 진실을 찾아가는 페이스의 이야기다.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미스터리가 강한 이야기라고 할수있다. 더불어 수동적이어야했던 시대에 능동적으로 삶을 살게 되는 페이스의 성장이야기라도도 읽힐수있을꺼 같다.

 

이야기는 흥미롭게 잘 읽힌다. 내용이 아주 복잡한것이 아니고 비교적 선명하기 때문에 사건을 추격하는 페이스의 시선을 열심히 쫓아가기만 하면 된다. 페이스는 자신의 처지를 십분 잘 활용하고 있다. 14살의 철모르고 힘약한 한 소녀, 아무런 힘도 없는 순수하고 착한 그저 호기심많은 소녀라는 사람들의 시선을 방패삼아 진실에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이 재미있게 잘 전개가 되었다. 페이스가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확산되게 하면서 여러 어른들을 조종(?) 하는것을 보면 상당히 총명함을 알수가 있다.

 

책 분량이 많은데 진도가 팍팍 나간다. 처음에 섬으로 이사를 해서 적응을 하며 살다가 아버지의 죽음까지는 잔잔하다가 그 이후에 페이스의 본격적인 진실추격전에서는 휘몰아치듯 이야기가 전개가 되어서 정신없이 읽게 된다. 그리고 후반부의 반전까지. 두꺼운 책이지만 상당한 몰입감으로 재미있게 잘 읽었던 책이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잘 복원해놓은것을 보는것도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그 시대를 모르는 우리가 읽어봐도 당시를 느끼게 하는것들이 많았다. 여러가지 풍습이나 사람들의 사고방식, 살아가는 방법 등을 통해서 시대적인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다. 당시의 과학이라는것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또 과학자들의 모습도 잘 표현한거 같아서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다는것을 온전히 잘 느낄수 있었던거 같다.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잘 읽은 책이었고 역시 상상력이 이야기의 원천이라는것을 새삼 느끼게 했던 책이기도 했다. 그만큼 내용전개가 힘이 있었고 안이 꽉찬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지은이인 '프랜시스 하딩'은 역사적인 배경을 깔고 판타지적인 요소를 넣은 미스터리 스릴러를 잘 쓰는거 같다. 여러가지 요소를 딱 알맞게 잘 버무려서 짜임새있는 좋은 작품을 쓰는 그런 작가.

첫번째 장편소설은 국내 출간되어있고 이 책이 일곱번째 책이라고 한다. 다른 작품들도 소개되어서 그의 이야기를 계속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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