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둔의 기억 1 - 제1부 저항군, 제1권 수색
라우라 가예고 가르시아 지음, 고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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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이후로 판타지, 즉 환상 소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각종 판타지 소설이 많이 출간되었는데 사실 반지의 제왕에 필적할만큼 괜찮은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차에 새로운 판타지 소설이 나왔는데 바로 이 책 '이둔의 기억'이다.
보통 영국이나 미국쪽에서 많은 판타지소설이 나왔는데 이책은 그리 자주 볼수없는 스페인작가의 작품이어서 어떤 작품일까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나게 즐겁게 읽었던 괜찮은 판타지 소설이었다.

이미 스페인에서는 수십만부가 팔렸다고 하니 어느정도 작품성은 인정받는다고도 볼수 있을것이다. 많은 판타지를 접하지는 않았지만 어른이 아니면 초등연령의 사람들을 주된 독서층으로 한작품이 많았는데 이 책은 그 중간의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책이었다. 그래서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는 적당한 눈높이로 쓰여졌는데 장르는 판타지이지만 성장소설로 봐도 충분할만큼 심리적인 면을 잘 표현해낸 소설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잭이 갑자기 어떤 사람들에게 부모님을 잃고 그 자신도 죽음을 당할려는 찰라, 또다른 모를 사람들에게 구출된다. 이 황당한 상황에서 잭은 자신이 선택된 자이며 지구와는 다른 또다른 환상세계가 있음을 알게된다.바로 '이둔'인데 지금은 악의 세력에 의해서 점령되어 있는 상태.자신의 부모을 죽인 사람들은 바로 그 악의 세력이 파견한 존재이고 자신을 구해준 사람들은 악의 세력에 저항하는 저항군의 일원인 알산과 샤일이었다. 악의 세력이 보낸 해결사인 키르타슈를 피해서 이들은 지구도 이둔도 아닌 '림바드'라는 곳에서 숨어지내면서 실력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림바드에는 또다른 선택된 아이가 있었으니 바로 '빅토리아'였다. 잭이 가진 능력과는 다른 능력을 가진 여자아이였는데 외로웠던 이들은 이내 친한 사이가 된다.

한편 저항군을 찾아다니던 키르타슈는 림바드에 숨은 알산 일행을 쫓다가 빅토리아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에게는 어떤 인연같은것을 느끼고 그녀를 죽이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알산이 잡히고 알산은 악의 마법사에게 강제로 변종이 되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알산을 구하기 위해 적으로 뛰어든 잭일행. 결국 우여곡절끝에 알산을 구하긴 하지만 샤일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남은 셋은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2년뒤 다시 만난 세명은 역으로 키르타슈를 먼저 공격하기로 한다.하지만 그 와중에 알게된 진실들...그리고 반전, 결국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참 흥미로운것은 주인공인 잭과 빅토리아, 그리고 빅토리아와 키르탸슈의 관계였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익숙치 않은 잭은 빅토리아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자꾸 표현하지 못한다. 이미 잭을 좋아하고 있는 빅토리아는 거기에 대해서 오해를 하게 되는데 결국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게 되는게 키르타슈다. 악의 마음으로 똘똘 뭉친것같은 키르타슈가 뜻밖에 빅토리아에게는 마음을 열고 그녀를 얻고자 한다. 키르타슈는 그 특유의 과단성있고 직접적인 표현을 통해 빅토리아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악의 무리인 키르타슈에게 마음을 준 빅토리아는 괴로워하고 잭을 좋아하는 마음도 사라진것이 아니다. 이런 묘한 감정이 왔다갔다하는데 그 과정을 세밀하고 잔잔하게 잘 그리고 있다. 그리고 잭과 키르타슈의 빅토리아에 대한 마음도 고개를 끄덕이게 할만큼 잘 표현하고 있어서 세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이 끝까지 지속되게 이끌고 있다.

이런 관계는 꼭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수 있는것이다. 마음의 혼란으로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극복해나가면서 성숙해나가는 과정이 이 소설을 성장소설로도 볼수있게 하는것이다.
사실 이 책은 전체가 아니다.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책의 제 1부인것이다. 그래서인지 몇몇 전투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주요 등장인물의 캐릭터 구축에 좀더 많은 분량이 할당된듯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저항군이라는 설정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집어넣으므로써 판타지가 주는 재미도 확실히 보장하고 있다. 용과 유니콘이 나오고 악의 세력과 선의 세력으로 나누는 어찌보면 전형적인 판타지소설의 형식이긴 하지만 그속의 캐릭터를 어떻게 잘 표현하고 조화하느냐에 따라서 책의 격이 달라짐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너무 복잡하고 거대한 내용의 판타지 보다 이렇게 쉽게 읽히면서도 마음을 졸이게 하는 이런 작품이 오히려 더 권하기에 쉬울수도 있다. 정체성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이 보기에 참 좋게 잘 지어졌고 어른들도 재미나게 잘 읽을수 있는 작품이었다.

전체 3부작중에서 그 1부인 이 책은 전체적으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우선 겉표지가 책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잘 드러내고 있고 튼튼하게 제본도 잘 되었다. 번역도 무리없이 잘 번역되었고 등장인물과 지도, 여러가지 종족들 등 헷갈릴수있는 부분들을 앞부분에 정리해놓은것도 돋보였다.

끝장면은 지구에서 피해만 다니던 저항군이 드디어 이둔의 땅으로 들어가는걸로 나온다. 2부에서 어떻게 활약을 하게될지, 잭과 빅토리아와 키르타슈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빨리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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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끌기
제임스 모로 지음, 김보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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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 제목만 봤을때는 이것이 어떤 내용인지 짐작을 할수가 없었다. 하느님 끌기라...말 그대로 하느님을 끈다는 말인데 여기의 하느님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그 하느님이라기 보다는 어떤 비유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보니 왠걸, 바로 그 하느님인것이다! 그런데 그 하느님이 끌려가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하느님이 죽었다라.

어떻게 보면 참 황당한 설정이다. 기독교에서 하느님은 삶과 죽음을 초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죽었다는 표현도 성립이 안되는것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하느님의 '사망'이라는 초유의 설정을 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사망해서 바다에 떠 있는 하나님을 '끌어'서 매장시키는 과정을 그린 소설인데 설정의 기발함도 대단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처음부터 끝까지 쳐지지 않고 잘 쓰여진 멋진 소설이다.

내용은 앤서니라는 유조선 선장에게서 시작한다. 그에게 갑자기 대천사 라파엘이 나타난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하느님이 사망했으니 그 시신을 끌고 북극에 묻으라고 한다. 그 황당한 요구를 반신반의하면서 받아들이는 앤서니. 이런 사실이 이 사람에게만 전해졌을리는 없는 법! 하느님의 사업을 하는 바티칸 교황청에서도 천사의 출현에 이은 그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고 이 작업을 총지휘할 사람으로 물리학을 가르치는 토머스신부를 함께 보낸다.

우여곡절끝에 하느님시신이 있는 곳까지 다다른 일행. 하지만 이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는걸 알게되는데 그것은 시신의 크기가 무려 3200미터에 이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큰 유조선이라고 해도 그렇게 큰 물체를 견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자칫 잘못하면 자신들이 탄 유조선이 가라앉을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들의 일정은 캐시라는 무신론자에 의해서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폭풍으로 조난당했다가 구조받은 캐시는 그 유조선이 자신들이 끔찍하게 여겼던 그 하느님의 시신을 끄는 임무를 갖고 있다는것을 알고 경악한다. 그리고 그 시신을 없애버릴 계획을 세우고 자신이 속해있는 무신론자단체에 연락을 취하게 되고 시신을 둘러싼 선원들과 무신론자들, 그리고 교황청등의 엎치락 뒤치락하는 대소동이 벌어진다.
과연 하느님의 시신은 무사히 목적지까지 갈수있을까? 무신론자들의 계략은 성공하게 될까?

신의 죽음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그에 대해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여러 반응을 그렸다고 할수 있는 이 소설은 굳이 기독교를 믿고 안 믿고 상관없이 유쾌하고 즐겁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큰 화물을 싣고 가는 과정을 그린 단순한 전개인데 짜임새가 촘촘하게 잘 짜여져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한다.

기독교인의 입장에선 이 설정 자체가 불경이라고 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신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책이다. 소설 중간에 굶주림에 시달리는 선원들을 위해서 성경말씀대로 기꺼이 자신의 육체와 피를 내어주는 하느님을 보면 알수가 있다. 과연 하느님은 자신의 죽음으로 인간들에게 어떤것을 전하려 했을까? 그리고 진짜로 죽음을 맞이했을까? 사실 하느님의 '시신'이라는것은 허구일지도 모른다. 하느님이 죽는것을 본 존재는 아무도 없다. 인간은 물론이고 천사들까지! 어찌보면 하느님의 시신이란걸 만들어서 놔둔건 하느님 자신일지도 모른다. 인간을 창조한 존재이니 그쯤 못하겠는가. 자신의 몸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창조한 인간들에 대한 사랑을 나타낸건 아닐까.

설정은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유조선 항해는 실제적이므로 이 책은 해양소설 내지는 항해소설이라고도 볼수있고 모험소설로도 볼수있겠다. 거기에 '하나님 사망후 인류'라는 철학적인 면도 깃들어 있고 현실을 풍자한 면도 있는 종합적인 환상 소설이라고 할수있다. 뭐 깊게 생각할꺼도 없이 그냥 재미나게 읽으면 된다. 엉뚱하고 기발한 소재이기에 힘이 쳐지지 않을까했는데 긴장감있고 속도감있게 잘 읽었던 책이었다. 

책은 550쪽에 다다르는 두꺼운 분량이다. 책표지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지만 번역도 괜찮고 제본도 튼튼한 편이다. 그런데 양장본이 아닌 이상 이런스타일의 책은 아래위쪽에 풀칠이 제대로 되지 않을수가 있는데 이책도 그점에서 좀 아쉬웠다. 양장본으로 만들지 않아서 분량에 비해 책값을 그리 높지 않게 책정한것은 참 좋아보였다.

하느님 시신 끌기라는 희안한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이 책, 분명 기분을 유쾌하게 만드는 재미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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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2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느님의 시신 끌기라~~~ 정말 새로운 소재, 황당한 발상이군요. 관심이 쏠려 추천함!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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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름이 되면 더위를 잊기 위해 액션이나 스릴러, 공포 장르의 영화나 소설들이 많이 나온다. 특히 공포물은 인간의 심연에 있는 무서움을 일깨움으로써 더위를 잊게 하는 건데 어설픈 공포는 오히려 짜증을 불러일으키지만 제대로 된 공포는 짜릿함과 함께 청량감까지 느끼게 해준다.
이런 여름에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글쓰기의 새로운 면을 불러온 오츠이치의 신작이 나왔으니 바로 이 책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라는 책이다.

전작인 ZOO를 통해서 공포라는 감정을 특이하게 창조해낸 작가인데 그 작가의 처녀작이라고 한다. 비록 단편이지만 공포물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던 터에 과연 그의 첫 작품은 어떤 스타일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쓴 나이가 17살!. 남들은 대학 들어갈 공부를 열심히 할 나인데 이런 작품을 쓰다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수없을듯했다.
장르소설의 특성이라면 물흐르듯 잘 이어지는 줄거리라인이 생명이라면 생명인데 그런면에서 이 작가의 글쓰기는 탁월한 면이 있다고 할수있었다.

책 제목인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와 함께 '유코'라는 중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비록 끔찍하고 적나라한 공포이야기는 아니지만 은근한 무서움과 함께 책읽기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작품들이었다.

우선 처녀작인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는 화자가 죽은 사람인, 독특한 발상의 이야기다. 9살짜리 여자아이인 사쓰키는 야요이랑은 아주 절친한 사이다. 그런데 야요이에게는 참 좋은 오빠인 켄이 있는데 어느날 사쓰키가 야요이에게 오빠를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같이 있던 나무위에서 밀어버린 야요이. 그것을 알게된 오빠 켄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여러가지를 시행한다. 시체가 발견될듯 발견될듯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모면하는 남매. 결국 성공하는듯하지만 새로운 반전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야기 전개가 죽은 사쓰키의 말로 이루어지는 만큼 어디를 엿보는듯한 느낌도 들고 켄 남매의 행동에 객관적으로 볼수 있는 면도 있어서 흥미로왔다. 드러나게 무서운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천연덕스럽게 살인을 하고 그 살인을 은폐한다는 점에서 은근히 무서운 느낌도 들긴 했다.
결말에 이르면서 그리 강하진 않지만 사실이 밝혀지는 반전이 있는것도 재미있는 느낌을 들게 했다. 다만 아무리 침착하고 의젓하다고 해도 초등학생에 불과한 켄이 그 모든 상황을 주도한다는게 그리 사실적이진 않은거 같았다. 오히려 동생인 야요이의 반응이 더 현실적이라고 할까.
그래도 이야기 구조가 짜임새있고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게 잘 이루어지는게 참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두번째 이야기인 요코는 묘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주인공인 키요네는 주인인 마사요시의 집에서 일하는 하녀이다. 마땅히 갈곳도 없는 키요네를 마사요시가 거둔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집에는 주인말고도 마님이 있는데 한번도 본적이 없다. 늘 마사요시의 방안에만 있고 밥도 거기서 먹고 나오지를 않는다. 마님의 존재를 의심하는 키요네. 결국 그 방을 엿보기로 한 그녀는 주인이 외출한 틈을 타서 방안에 들어가보게 되지만 거기서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되고...과연 마샤요시가 이상한것일까 키요네가 이상한 것일까. 끝부분에서 묘한 헷갈림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이 책은
호기심과 엿보기라는 인간 특유의 심리를 잘 이용해서 만든 작품이었다. 키요네가 가진 궁금증은 누구나 갖을수 있는거지만 그 자체로 덮어두고 간섭하지 않아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게 했다. 앞의 작품보다 분량은 작지만 좀더 촘촘하고 꽉 짜인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호러장르가 활성화된 일본의 전통을 이어서인지 오츠이치라는 작가의 내공이 심상치않다. 우리와는 좀 다른 문화라서 이해하기가 애매한 면도 없잖아 있지만 인간의 심리를 잘 이용해서 공포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실력이 탄탄한거 같았다. 이때까지 중편과 단편만 맛봤는데 앞으로 나올 장편은 또 어떤 긴장감을 불러일으킬지 자못 기대가 된다.

책은 아담한게 잘 만들어졌다. 제본이나 인쇄도 좋고 오자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표지 디자인은 무난하긴 하나 제목이나 내용에 비해선 이미지가 좀 약한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제목에서 '사체'라는 표현보다는 좀더 알아듣기 쉬운 '시체'라는 단어를 쓰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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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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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아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것은 평범한 소재를 가공하여 맛깔나는 이야기로 창조하는 것을 보고 글을 잘 쓴다고 할수있지 않을까.
이 책 스타더스트는 바로 그런유의 글쓰기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수있다.
판타지 소설이라고는 해도 사실 내용상으로 눈을 번쩍 띄이게 하는 특이한 것은 아니다.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모험극을 그린 것이 주제라고 할수있는데 그런 주제는 수없이 많이 그려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맛깔스럽고 환상적으로 표현해 낸 것을 보니 지은이의 글솜씨를 짐작할수 있다.

이야기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주인공인 트리스트란 쑨은 어릴때부터 봐왔던 빅토리아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키스를 얻기 위해선 무엇이던 할수있다고 하는 트리스트란. 그런 그에게 빅토리아는 떨어진 별을 찾아오면 무슨 소원이던 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말을 들은 트리스트란은 별을 찾아 떠나게 되는데 그것은 인간세상과는 다른 기이하고 낯선 환상의 세계였다.

드디어 별을 찾은 트리스트란. 그 별을 어떻게 빅토리아에게 갖다줄까. 게다가 별을 노리는 또다른 존재들이 있었으니 그들을 또 어떻게 물리칠수 있을까. 결국 이런저런 어려움끝에 빅토리아 앞에 가게 되는 트리스트란. 과연 그는 빅토리아의 마음을 얻을수있을까.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별을 찾아 떠다는 모험극이라고 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은 꿈을 찾아떠나는 긴 여정이라고 할수도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수 있는데 그 사람이 꼭 내 마음을 받아준다고 볼수는 없을것이다. 그럴때 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정성을 쏟게 되는데 이 책 또한 그것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다. 트리스트란이 빅토리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별을 찾아 떠나는것도 결국 사랑을 위한 노력을 하는 현실을 투영한다고 할수도 있을것이다.

그런면에서 판타지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하는게 어쩌면 더 정확한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한 모험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눈높이와는 조금 다르게 읽어야할것이다. 중간중간에 생각지도 못한 야한 장면도 나오고 유니콘의 죽음장면등도 나오기 때문이다. 

지은이인 닐 게이먼은 아주 다재다능한 사람인거 같다. 약력을 보니 전문 만화가로 인기가 있는 사람인데 그밖에 시나 산문 소설 시나리오 등에서도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만화 작가라서 그런지 참 상상력도 뛰어나고 이야기 가공능력이 보통이 아닌거 같다. 인기있는 만화라는것이 그림도 물론 좋아야겠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것은 그 그림을 살아있게 만드는 이야기 자체이기 때문이다. 만화작가로서의 축적된 능력이 소설에서도 잘 발휘된 작품이 이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모험을 겪은 트리스트라는 결국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해피앤딩으로 끝날껄 예상하고 있긴 했어도 실제로 그렇게 끝나는것을 보니 흐뭇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힘든 여정끝에 행복한 결말을 맺게되는것을 보는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다.
나한테 별을 따오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서 그 오랜 시간동안 고생을 하면서 노력할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진정한 사랑을 얻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도 함께 하면서.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번역도 나쁘지 않았고 오자탈자도 별로 없었다. 제본도 꼼꼼하게 잘 되었고 가격 또한 적정한거 같다.
책 디자인은 귀엽게 보이긴 했지만 환상적이고 기이한 모험을 그리고 있는 책의 내용에 비해선 좀 약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며칠 후면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개봉한다는데 과연 책의 내용을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했을지도 궁금해진다. 아무튼 간만에 재미나게 읽었던 사랑 판타지 모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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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스토리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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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시 미야베 마유키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로만 접했었는데 그때도 글을 참 야무지게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혀 색다른 스타일의 이야기를 가지고 왔는데 다름아닌 판타지 즉 환상소설이다.
추리소설과 환상소설이라..둘다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긴 해도 사실성을 담보로 하는 추리소설과는 차원이 다른게 환상소설이다. 그래서 두 분야 모두에서 글을 잘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우리의 미야베 여사는 그 글솜씨를 여기서도 유감없이 보이고 있다.

이야기는 한 초등학생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인 와타루는 이제 초등학교 5학년생인 아이다. 보통 아이들처럼 게임도 하고 티비도 보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기 좋아하는 어느모로 봐도 전형적인 초등학생이다.
그에게 새로운 호기심꺼리가 생겼는데 그것은 공사가 중단된 어떤 빌딩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랫동안 방치되다시피한 건물인데 거기에 유령이 나타난다는것이다. 그 실체를 확인해보러 가는 와타루. 유령을 찾을순 없었지만 이상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아무튼 뭔가 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한편, 단란하다고 여겼던 집안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이라는 사태를 맞아서 허물어지고 만다. 그때 친구인 미쓰루가 온다. 그 또한 가정의 붕괴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아이였는데 그가 와타루를 '비전'의 세계로 이끈다. 거기에 가서 운명의 탑에 이르면 자신의 운명을 바꿀수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헤어지지 않고 다시 화목한 가정을 꿈꾸던 와타루는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보기로 한다.이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인 '비전'속으로 뛰어들어서 파란 만장한 모험을 시작하는 것이다.
운명의 탑을 찾아 나선 와타루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겪기도 하고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점차 운명의 탑에 다가간다. 과연 그가 자신의 운명을 바꿀수 있을까? 그의 바램대로 다시 아버지가 돌아오게 될까?

전체 4권으로 된 이 책은 주인공이 초등학생이다. 같은 판타지라고 해도 어른들이 주된 주인공인 반지의 제왕 같은 스타일과는 또 다른것이다. 그런만큼 이 책은 환상소설이자 성장소설이라고 할수도 있을것이다.첫째권에서 부모의 이혼이라는 마음이 상처를 안은 와타루가 비전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고 노력하는것은 물정모르는 어린아이의 헛된 망상이 아니다. 한가지 두가지의 경험들이 결국 그 아이가 성장하게 만드는 장치들인것이다.
처음에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힘도 없던 어린 아이였던 와타루는 모험을 해나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힘과 용기가 축적이 되고 삶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깨달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커나가는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성장소설로도 볼수가 있는것이다.

추리소설에서 보여주었던 미야베 마유키의 글솜씨는 환상소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본격적인 환상세계로의 모험에 앞서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거기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마음들을 참으로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었다. 전작인 추리소설에서 보여지는 심리묘사라던가 사건의 전개 방식등이 여기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초등학생의 입장은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도 다른 가족들 다른 친구들등 여러 등장인물들의 내면이나 상황묘사등에서 그만의 독특한 면모가 잘 보여진다.
방대한 양의 글쓰기를 하는 미야베 마유키이지만 결코 그 많은 양이 많다고 느껴지지 않는것은 그만큼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이야기가 넘어가게 하는 그녀의 글쓰기 덕분이다.
이 책도 어떻게 보면 크게 복잡한 구조는 아니지만 4권의 제법 묵직한 양인데 한번 잡으면 쉽게 쉽게 잘 읽혀지고 속도감있게 넘어간다.

환상이란것은 결국 현실의 반영이다. 현실에서 하고 싶은 욕망이 투영된 것이라고 할수있다. 하늘을 나는 환상을 품었던 인간들이 결국 비행기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것처럼 환상이라는것이 헛된것만은 아니다. 현실에는 없지만 꿈을 가지고 매진하는 모습이야말로 다른 동물에 앞서서 인간만이 가진 특권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꿈을 가지고 현실과 비전을 오가며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와타루의 모험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한테도 소중한 경험이 될것이다.

4권이라는 많은 분량의 이야기였지만 읽기 지루하지 않게 재미나게 잘 쓰여졌고 번역도 매끄러운 편이었다. 제본이나 장정도 튼튼했지만 표지 디자인은 그리 인상적인 못한게 흠인거 같다.

나한테도 비전으로 통하는 문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재미난 이 미야베식 판타지세계에 어서 빠져보시라. 매력적이고 풍부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것이다. 그리고 와타루와 함께 운명에 도전하는 모험을 떠나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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