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추락한 이유
데니스 루헤인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데니스 루헤인은 그리 많은 작품을 쓴건 아니지만 평범한 스릴러 작가가 아닌, 깊이있고 사회적인 내용을 쓰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스릴러를 쓴다기 보다는 자기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스릴러 장르를 이용했다고나 할까. 그런 그가 색다른 시도를 했으니 그건 여자가 주인공인 내용을 쓴 것이다. 여자가 주인공인게 뭐가 대수겠냐고 하겠지만 그간 써온 책들이 범죄와 관련되거나 비교적 무거운 주제의 내용이라서 자연스럽게 남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책에서는 범죄 소설을 표방하면서도 여자가 주인공이라고 한다. 그럼 여자가 어떤 범죄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껀데 어떻게 전개가 될지 기대도 되고 궁금도 하였다.

 

그런데 형식이 독특하다. 프롤로그에서 주인공인 레이첼이 남편을 총으로 쏘아 죽였다는 글로 시작된다. 아 강렬하게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은 곧 무너지고 마는게 범죄쪽과는 관련없는 레이첼의 일생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었다.

우선 레이첼은 아버지가 없다. 아니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다. 그녀의 어머니가 죽을때까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베스트셀러작가였고 매력적인면이 있었지만 성격이 부드러운 사람은 아니었고 그로인해 레이첼과 끊임없이 부딪쳤다. 그러다가 끝내 아버지가 누군지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았다. 그럴수록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궁금함이 더해진 레이첼은 이내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였는지 추적을 시작한다.

 

작은 단서를 기반으로 추적을 거듭한 결과 의미있는 한 사람을 특정하게 되는데 알고봤더니 그는 친부가 아니라 친부가 '될려고'했던 사람이었다. 분명 그는 진짜 아버지가 아니었지만 레이첼을 위해서 기꺼이 아버지가 되려고 했던 것이다. 친구같은 믿을만한 사람을 얻는것은 소득이었지만 그녀가 알고 싶어한 진실은 아니었다.

 

그랬던 그녀가 큰 방송국으로의 진출을 위해서 아이티의 현실을 전하기 위한 특파원이 된다. 하지만 아이티에서의 참상은 그녀가 생각했던것 이상이었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일로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그 일로 인해서 레이첼은 무너져버린다. 어머니도 없고 누구하나 의지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더 큰일이 닥친것이었다. 제목처럼 그냥 추락해버리고 말았다.

 

바닥까지 떨어진 레이첼에게 한 남자가 나타났는데 그는 사설 조사원인 브라이언을 만나게 된다. 그는 친아버지를 찾는데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한 사람이었다. 인연인 모양인지 아버지 찾는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던 그가 어둠속에 있는 레이첼을 끌어올리는데는 도움을 준다. 그 덕분에 레이첼은 조금씩 용기를 내어 세상밖으로 나올수 있게 된다.

 

그러나 행복한 것도 잠시. 브라이언이 뭔가 수상하다. 외국으로 출장간다고 했는데 다른곳에서 목격이 되고.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야기는 크게 봐서 두 부분이다. 처음에는 레이첼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데 뒷부분에서 본격적인 스릴러가 시작된다. 잠잠하던 이야기가 막 끓어오른다고나 할까. 피도 눈물도 없는 감정없는 악당도 등장하고 생각 못했던 반전의 요소도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이 된다.

 

책내용은 처음에 조금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후반부에 폭발하는 형식이다. 출판사 책 소개에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하는데 그 소개글이 딱 맞는 책이다. 기존에 데니스 루헤인 스타일과는 결이 다른 내용이긴 하다. 추락하는데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고 책에서는 여러 형태의 추락이 나온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올라오는가를 작가 특유의 형식으로 잘 버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고 남녀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지은이의 지난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역시!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실망하지 않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 모노클 시리즈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민경욱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아무 생각없이 보면 그냥 평범한 한 직장인의 일하는 모습을 보는거 같다. 그런데 정신 차려보면 이게 평범하지가 않다. 하는일이라는게 사람을 살인하는 것! 그런데 너무나 평온하게 그냥 동네 마트에 물건 사러가듯이 가볍게 살인을 하고 그냥 그렇게 산다. 진짜 누가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는 이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청부살인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청부살인자인 도미자와 미쓰루는 본업이 따로 있다. 컨설턴트 회사를 경영하는것이 우선인데 부업으로 청부살인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본업도 대충 하는것이 아니라 열심히 하기는 한다. 그래도 버는 돈은 하늘과 땅차이. 살인을 한번 하면 1년을 먹고 놀아도 된다. 그저 위장하기 위해서 본업이 있는데 그래도 열심히 하는 거보면 특이한 캐릭터다.

 

도미자와에게는 친구가 있는데 그가 바로 살인건수를 중계한다. 그도 본업이 있는데 공무원이란다. 도미와는 학교 동창인데 그가 어떤 사람에게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도미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할지 안할지는 도미가 결정하고 그것을 다시 의뢰받은 사람에게 전달한다. 여기에 또 다른 사람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의뢰를 접수하는 사람이다. 그의 본업은 치과의사. 제법 유명한 의사인 그는 부업으로 청부 살인을 접수받는다. 실제로 청부를 의뢰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인것이다. 그가 조건을 제시하고 살인 내용을 도미의 친구인 쓰카하라에게 전달하면 쓰카하라가 다시 도미자와에게 이야기하는 시스템이다.

 

말하자면 3인 중계 시스템인 셈인데 중간의 쓰카하라는 두 사람을 다 알지만 살인자와 치과의사는 서로를 모른다. 보안상 모르는게 나은셈이다. 도미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이상 청부를 거절하지 않는다. 단 의뢰자가 제공한 정보가 맞아야 한다. 누구를 죽여달라고 했을때 그의 이름과 직업등이 정확하게 일치하는지를 알아본다음 맞으면 청부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전혀 생각도 못한 관계없는 사람에게 살인을 당하는 것이라서 늘 성공을 한다. 그리고 꼬리를 잡히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평범한 일상처럼 일이 일어나고 끝나고 다시 일이 일어나는 형식이다. 그런데 이 청부살인자, 아무 생각이 없는게 아니라 일을 완료하고 나서 추리가 시작된다. 친구인 쓰카하라와 더불어 살해당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왜 그렇게 죽임을 당하게 되었는지 추리하는 것이다. 중요한일도 아니고 오히려 일끝나면 바로 잊는게 맞는데 그러고 앉았는거 보면 웃기기도 하다.

 

이 책은 이렇게 돌아가는 청부 살인 시스템 3인방의 다양한 청부 살인 이야기를 다룬 단편이다. 총 7편의 이야기가 있는데 처음에 '검은 물통의 여자'편에서 그 여자는 한밤중에 퇴근하면서 항상 특정장소에서 물통의 어떤 것을 버리는 여자다. 무엇을 버리는지는 알수가 없다. 사실 알 필요도 없는건데 도미자와는 일을 마치고 나서 쓰카하라와 추리를 시작한다.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왜 청부 살인의 대상이 되었을까.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내놓지만 역시 설득력있는 추리를 하는것은 도미다. 실제로 그가 실행을 했고 또 실행을 위해서 상대의 생활을 관찰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물론 실체는 밝혀지지 않는다.

 

마지막편은 도미자와 자신을 죽여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청부의 대상이 나라고? 이 황당한 의뢰는 당연히 거절할법도 하지만 자신이 거절하면 다른 청부 살인업자가 자기를 죽이러 올수도 있기에 의뢰자가 누구인지 추적해나간다. 누가 그럴 죽여달라고 했을까. 책은 도미자와의 정체를 아는 또다른 사람, 바로 그의 애인인 유키나와 관련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위해, 그리고 그의 부업을 위해서 위기를 극복할려고 한다.

 

책은 재미있게 잘 읽힌다. 각 단편마다 독특한 느낌을 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지막은 완전 결말보다는 여운이 남는 식으로 끝맺음해서 감칠맛이 난다. 이야기가 더 진행되면 각 등장인물들 자신의 이야기도 더 풍부하게 나올꺼 같고 어떻게 그들이 만나게 되어서 이런 사업을 하게되었는지도 전개될수있을듯해서 후속작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양질의 작품을 여러작 내놓으면서 제2의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느낌을 주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의 최신판. 나카야마 작가는 여러 시리즈를 쓰면서 각각의 캐릭터를 독창적으로 잘 구축하고 있는데 결코 선한 사람은 아니지만 내면의 선함을 간직하고 있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를 통해서 단순 추리 소설이 아닌 사회적인 시선을 잘 담아낸다.

이번에 나온 책의 내용도 어디서 많이 봤다 싶은 소재와 우리 사회에서도 능히 일어날수있는 혹은 이미 일어났던 일들을 잘 버무려서 이야기를 만든거 같다.

 

우선 첫장면부터 울적하게 시작한다. 울적하다고 한것은 우리의 세월호 사건에서 소재를 따온것이 분명한듯한 사건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침몰하는 배에서 자신이 살기 위해서 구명조끼를 빼앗아 결국 살아남은 한 남자가있다. 그의 행동으로 구명조끼를 빼앗긴 여자는 결국 죽고 말고 이 모든것이 영상으로 남아있어서 그는 살인죄로 기소가 된다. 그런데 긴급 피난법에 의해서 결국 무죄가 선고되고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랬던 그가 죽었다. 살인을 당한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를 죽인 사람은 그가 살인을 했노라고 순순히 자백한다. 살인의도가 명백히 있었다고. 살인이 있었고 그를 죽인 사람이 자백을 했고...사건은 싱겁게 끝나는듯 보였다. 하지만 살인자라고 해도 변호사가 필요없는것이 아니다. 살인자는 국선변호를 받게 되었는데 그 국선 변호사가 바로 미코시바였다.

 

아니 악당들을 대변하는 돈밝히는 변호사인 미코시바가 돈안되는 국선변호인을 맡는다고? 그것도 자신이 맡겠다고 자청을? 알고보니 그 살인자는 미코시바가 소년원에 있을때 그를 바른길로 이끌어줄려고 했던 은인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 스타일로 봤을때 도저히 이번과 같은 살인은 저지를 사람이 아닌게 분명하다. 미코시바는 뭔지 모르지만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사건에 뛰어든다. 아마 그가 미코시바의 은인이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일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요양원에 간 미코시바는 아니나 다를까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게 되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건의 진실에 한발자국씩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를 막는것은 그 누구도 아닌 그의 은사였던 살인자였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자백하면서 꼭 벌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한다.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 밤낮주야로 뛰는 미코시바가 봤을땐 어안이 벙벙할 일일것이다. 그러나 그 은인의 스타일로 봤을때 그럴수도 있다는것을 깨닫는 미코시바. 이제 그는 뻔한 사건에서 오는 힘든 싸움에 은인이자 살인자의 완강한 저항에 부딛치게 된것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사건들은 비교적 단순하다. 살인사건은 명백하고 살인자도 정확히 특정이 되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이 무죄가 되어야 하는것에 대해서 미코시바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흥미로왔다. 시리즈 앞에 나왔던 모습에서는 뭔가 냉혈한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작에서는 그가 어떻게 그렇게 변모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또 그가 은헤를 갚는 모습에서 새롭게 느껴지는 모습도 느끼게 되었다. 절대적인 악도 아니고 선도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본성은 나쁘지 않은 그런 모습이 앞으로도 나올꺼같은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사건과 비슷한 내용이 나와서 씁쓸했는데 사실 더 어둡게 느껴지는 이야기는 본편에 나오는 노인 요양원과 관련된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시설에서 학대는 물론이고 살인까지 일어난적이 있는터라 이야기의 주 무대인 요양원 이야기가 낯설지가 않고 실제적인 느낌이 들었다.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벌어지는 인권경시의 모습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어떻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가야 하는것인지 여러 생각이 들게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은 대부분 잘 읽힌다.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기보단 좀더 단순하면서 그 이면에 깔린 여러가지 이야기를 흥미롭게 잘 풀어간다. 쉽고 어렵지 않게 쓰여져서 조금 두꺼운 쪽수에도 불구하고 진도는 퍽퍽 잘 나가면서 재미있게 읽을수 있다. 그리고 작가가 쓴 다른 작품들에 나오는 캐릭터가 잠깐이지만 까메오식으로 나오는것도 재미있다. 나중에 대표적인 캐릭터들이 다 나오는 크로스오버 작품도 나오지 않을까도 싶다.

 

끝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미코시바. 다음 작품부터는 그의 진면목이 좀더 드러나는 복선이 아닐까도 싶으면서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을 선택한 남자 스토리콜렉터 66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이한이 옮김 / 북로드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가 활약하는 이른바 데커 시리즈가 새롭게 나왔다. 그전판에서는 국내에서 일어난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판이 더 커진 상황이다. 그가 살던 작은 동네가 아니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의 미 FBI 본부 건물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이야기의 크기가 더 커졌고 따라서 데커의 신분도 좀더 FBI같아졌다. 과거의 사건만 다루던것에서 현재의 사건까지 다루게 되었다. 앞으로도 현재의 사건만 다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더 급해진것이다.

 

데커는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희귀한 병에 걸린 남자다. 그야말로 모든것을 기억하는것이다. 필름으로 재생하면 모든것이 촤르르 하나하나 장면이 넘어간다. 모든것을 기억한다는건 잊고 싶은것도 기억한다는 뜻이기에 그리 좋은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아내와 자식이 죽어가는것을 목격한 사람이다. 그때 그의 삶은 끝난거나 다름없다. 그 사건 이후에 사교적이고 활발하던 그가 완전히 돌변해서 사회부적응자 비슷하게 사회생활에 아무런 관심이 없게 되었다. 그것은 혼자 살거나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적으면 그런대로 넘어가지만 사회적인 활동에는 많은 오해를 낳게 하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로 상대와의 호흡이 맞지 않았지만 이제 서서히 조금씩 사람에게 맞춰가는 느낌이 들고 있었는데 이번 책에서는 그것이 확연하게 느껴지게 나온다.

 

우선 책은 사건부터 시작된다. 누가 살인을 하고 자신도 자살한 사건.그런데 일어난 장소가 생각도 못한 곳이다. 그것은 바로 미국 연방경찰 FBI의 심장부라고 할 후버 빌딩에서 일어난것이다.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DBI 프로젝트와 관련된 보안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그날도 그것과 관련해서 회의를 하기 위해서 왔던 참이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은 그와는 아무런 접점도 없고 그 빌딩에 어떤 볼일이 있어서 온것도 아니다. 우연히 일어난것인지 아니면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것인지.

 

사건은 가해자인 월터 대브니와 피해자인 앤 버크셔의 신원 파악부터 시작된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추적해나가는것이다. 대브니는 어떤 인물인지 얼른 파악이 되지만 의외로 앤 버크셔는 그 존재가 애매하다. 별다른 흔적도 없고 과거의 특정 시대는 아예 단절되어있는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와는 상관없이 버크셔 자체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만다.

 

단순한 살인사건처럼 보였던 이 사건은 이윽고 뭔가 거대한 음모의 일부분이란것이 밝혀지면서 여러 기관들 특히 미군정보기관에서도 사건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새롭게 추가되는 인물이 바로 브라운이다. 매력적이면서도 강인한 그녀는 데커와 함께 사건을 추격하는 주요 인물이 되는데 아주 열정적이면서도 유연성있게 사건을 임하는게 돋보였다. 하긴 그런 유능한 인물이니까 그런 중차대한 일에 투입이 되었을것이다.

 

사건은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 될수있다는 상황까지 치다르면서 더 긴급하게 돌아간다. 그런데 상황이 그런거와는 별개로 이야기 자체는 조금 느리게 진행된다. 사건의 실체를 찾는데 별다른 단서가 없어서 진척이 더뎠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지루한면도 있긴 하다. 그러나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조금씩 작은것에서 큰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는 흥미로왔다.

 

이야기는 뭐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걸로 나오긴 하지만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상당히 치밀하면서 복잡하다. 생각보다 액션이나 스릴감은 적고 긴 추리의 시간이 많다. 겉으로 드러난 악당의 모습도 적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압박해오는 상황때문에 책은 술술 잘 넘어가는거 같다. 전체적으로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은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같은 시리즈라도 앞에 나온 시리즈물에 비해서 추리해서 뒤쫒는 장면이 많아서 색다른 느낌이었고 사건 자체의 크기가 커진 탓에 주인공의 활약도 더 돋보인거 같다. 사회성을 많이 잃은 데커이긴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조금씩 보통 사람 같은 느낌도 들어서 앞으로 시리즈가 계속되면 많이 좋아질꺼 같다. 그리고 같은 팀원인 재미슨과의 관계도 기억해둘만한 내용이었다.

 

아쉬운건 시리즈의 번역자가 매번 다르다는것이다. 한사람이 일관되게 옮기면 좋은데 그것이 힘들다면 전체적인 말투를 조정해야하는데 이번은 전작들에 비해서 눈에 띄게 달라졌다. 특히 ~라고요' 라는 말투가 남녀와 관계없이 너무 자주 나오는데 일반적인 번역어투로는 잘 안쓰고 그리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메레르 9 - 용들의 연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려 11년. 시리즈로 나온 책들중에서 이렇게나 긴 시간뒤에 완간된 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원작은 벌써 전에 완간이 되었고 번역판이 잘 나오다가 후반부 몇권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늦게 출간이 된 탓이다. 초등학생이 대학생이 되기도 하고 어릴때 봤다가 군대갔다온 사람도 있고 총각때 봤는데 결혼해서 자식있기도 한 사연들을 보면 새삼 진짜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은근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번역가가 끝까지 시리즈를 완수했다는것에 위안이 된다. 이런 경우 번역가를 달리해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좀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사람이 일관되게 우리말로 옮기는게 더 완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그점은 그래도 좋게 생각됐다.

 

그나저나 우리 귀염둥이 테메레르. 아 1권이 나올때가 11년전인데 내용이 어찌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1권부터 주요 부분을 다시봤다. 가물하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테메레르가 태어나서 성장하는 모습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사실 동양의 용은 뭔가 신비스럽고 상서로운 존재지만 서양에서 용, 즉 '드래곤'은 부정적인 의미가 많다. 인간에게 해가 되고 심지어 목숨까지도 앗아가는 존재로 많이 표현이 되는데 이 시리즈에서는 그런 드래곤이 주인공이면서 인간에게 종속되면서 아주 순한 존재로 등장한다. 그것부터 기존의 서양 문학에서의 드래곤 모습과 차별화가 되었는데 거기에 더해서 이야기가 실제 역사속에서 진행됨으로써 테메레르의 현실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작용을 한거 같다. 분명 판타지물인데 어느 순간 실제로 있는것처럼 가깝게 느끼게 한 것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많은 용들이 있지만 최고로 마음에 드는건 역시 테메레르다. 주인공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너무 매력적이다. 다른 용들에 비해서 전투력도 강력하지만 일단 머리가 좋다. 천방지축 제멋대로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안다. 그리고 나날이 학습능력이 좋아져서 더욱더 내적인 능력이 강화된다. 무엇보다 파트너인 인간 로렌스와의 정이 참 부럽다고 할 정도로 도탑다. 로렌스를 향한 그의 의리와 정이 대단하기에 로렌스도 그 누구보다 테메레르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다. 그것이 테메레르를 더 가깝게 느끼게 하고 또 책에 더 빠져들게 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이야기는 나폴레옹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전 유럽을 삼킬듯 파죽지세로 휘젓고 다니는 나폴레옹에 대항하는 영국의 용으로 테메레르가 설정되어 있다. 나폴레옹을 막지 않으면 영국의 앞날도 어두워지는 그때 테메레르가 영국의 드래곤 부대의 선봉장이 되어서 활약하는 이야기가 이 시리즈다. 그동안은 로렌스와 함께 갖은 고생을 하면서 중국에도 가고 아프리카도 갔던 테메레르. 이제 나폴레옹 전쟁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프랑스를 물리치기 위해 연합군을 결성해서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한 여정을 하는 것이 마지막의 대체적인 이야기다.

 

나폴레옹은 어쨌든 대단한 능력자임에는 틀림없다. 프랑스를 단합시켜서 유럽을 거의 통일할뻔한 인물이 아닌가. 그런 나폴레옹이 이 시리즈에서는 능력은 있지만 뭔가 좀 권모술수가 능한 어찌보면 좀 치졸한 느낌마져 들게 묘사가 된다. 영국입장에서는 아마 그보다 더한 악마로 느껴졌으리라. 이번 마지막편에서는 수세에 몰린 나폴레옹이 수년간 계획해온 무시무시한 작전을 개시할려고 한다. 바로  수천개의 용알을 부화시켜서 거대한 용 부대를 결성, 그야말로 하늘을 프랑스용들로 까맣게 물들여서 적들을 격파할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항해서 테메레르와 로렌스가 마지막다운 고생을 하면서 끝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낸다.

 

이야기는 술술 잘 읽힌다. 오랜 시간동안 띄엄띄엄 발간이 되고 연속적으로 책을 읽지 않은 탓에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할까했는데 워낙 이야기의 흡입력이 좋아서 기본적인 줄거리를 알고 있으면 금방 잘 따라가게 된다. 지은이인 나오미 노빅의 글쓰는 재주가 바로 여기에서 발현되는데 이 긴 시리즈를 펼쳐오면서 이야기가 처지지 않으면서도 이야기가 어렵지않게 쉽게 읽히게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각 시리즈가 제법 책 분량이 있는데도 진도는 잘 나간다. 이야기에 쉽게 잘 빠져들어서 몰입해서 읽기에 그런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테메레르가 자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꼬마용이었던 테메레르가 어느새 아버지가 된다니. 그렇다고 해도 늘 우리 귀여운 테메레르겠지만. 그런데 닝이라는 이름의 이 용이 보통내기가 아니다. 자기 아버지가 똑똑하면서 가끔 삐딱선을 타기는 하지만 순진하면서 착한편인데 이 아기용은 아주 영악하다. 천하의 테메레르도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당찬면이 있다. 이게 우리편이니깐 망정이지 적국이었으면 어이쿠야. 이게 다 테메레르 니가 어렸을때 장난을 많이 친탓이려니 하면서 읽으니 웃음이 나왔다. 닝이 등장하는 장면 모두가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면서 흥미를 더 돋구었다.

 

처음에 6권으로 계획되었던 시리즈가 중간에 9권으로 늘어났다고 할때는 괜히 이야기가 늘어져서 지루한거 아닌가했는데 이제 마지막 9권을 다 읽고 나니 시리즈가 더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이 귀여운 테메레르와 의리있는 로렌스의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단 말인가. 오랜 시간이 걸려서 맞이한 완결판에 회한과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용을 주제로한 문학작품이 많은데 실제의 역사를 주된 배경으로 장난꾸러기면서 다정하면서 매력적인 용이 주인공인 판타지 역사 소설은 드물다. 테메레르뿐만 아니라 공동 주인공인 로렌스, 그리고 다른 용들과 인간들의 캐릭터가 감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잘 구축이 되어있어서 더 이야기에 빠져들수밖에 없었던거 같다. 그래서 분명히 용이란 존재가 없는걸 알면서 읽었지만 어느새 '아 진짜로 테메레르 어디에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건 이 시리즈가 유일하다. 진짜로 있으면 와...

 

사랑스러운 책. 이 책을 정의한다면 바로 그말이 아닐까. 이 시리즈를 읽은 모든 사람들이 테메레르를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나의 꿈의 용'이라고 느낄꺼 같다. 테메레르야 잘가. 안녕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