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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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이 인물은 종종 외계인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 천재중의 천재다. 예술가로서의 능력도 출중하지만 과학자, 수학자 등등 인문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그야말로 통합형 인간이다. 마침 올해가 그의 사후 500주년이란다. 500년이 흘렀어도 그를 능가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보면 진짜 외계에서 온 생명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다 빈치를 소재로 한 소설이나 글은 많다. 이번에 나온 책은 그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 미스터리 장르물이다. 역사적 배경을 깔고 미스터리 요소를 넣은 내용인데 흥미롭게 잘 짜여진 작품이다. 사실 다 빈치는 이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물에 딱 어울리는 인물이다. 과학적인 능력이 있어서 여러 사건 해결에 뛰어들수도 있고 남을 홀리는 재주가 있어서 로맨스가 결합되기도 좋고. 요즘의 장르물에 딱 부합된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 책은 그런 다 빈치의 능력을 잘 버무려서 만든 내용이다.


시대는 이탈리아가 도시국가로 분열되어 있던 밀라노. 서자 출신의 루드비코 일 모로 공작이 다스리는 이 나라에 다 빈치가 정착한다. 실제로 다 빈치는 밀라노에서 17년을 살았다고 한다. 거기서 모로 공작을 섬기면서 다방면에서 활약하는데 어느 날 그의 옛 제자였던 람발로 치티가 죽은 채 발견된다. 겉보기에 아무런 외상도 없어서 살해당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그가 죽기 전에 루드비코 공작을 알현한 사실이 알려진다. 괜한 연루로 소문이 안 좋게 날 것을 염려했을까. 공작은 즉시 다 빈치에게 사건의 전모를 밝히라고 명한다. 사실 시체를 검안할 능력이 있는 다 빈치만한 사람도 없을터.


타살인지 자연사인지 알 수 없었던 사건은 다 빈치의 활약으로 타살임이 밝혀진다. 아주 정교하게 질식시켜 살해한 것이다. 하지만 진범을 찾는 과정은 오리무중에 빠지게 되고 그 와중에 프랑스에서 사절단이 와서 다 빈치의 비밀 노트를 찾는다. 다 빈치가 설계한 대포의 설계도가 있을꺼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빼내갈려고 한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는 궁중의 의문사와 함께 외교적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복잡하게 진행이 된다.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다 빈치라는 당대 최고의 천재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이번 이야기는 잘 보지 못한 이탈리아 작가의 이야기라서 더 기대가 되었다. 사실 미스터리를 푸는 것은 현대에 비해서 그리 복잡할것 아니고 당시의 시대상을 잘 반영한 역사적인 이야기가 더 흡입력이 있었다. 등장인물도 많은데 생소한 이탈리아 이름이라서 자주 헷갈릴 수도 있다. 다만 제목인 인간의 척도는 책 내용중에 나오긴 하지만 굳이 이 제목으로 했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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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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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쿤츠는 묵직하면서도 속도감있는 글을 잘 쓰는 작가라서 그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정말 대박을 친 작품을 냈다.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이 지금 나온것이 아니라 무려 40여년전 1981년에 나온 책이라고 한다. 1981년이면 우리나라에서 막 칼라텔레비젼이 나와서 신기해하던 세상이었다.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때 이미 이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울 뿐이다.


이야기는 어린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유명한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티나는 어느 날 아들인 대니를 사고로 잃고 만다.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결국 이혼까지 했던 터라 그녀에게는 아들이 최고의 삶의 희망이었다. 이제 그 희망이 사라진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서 라스베이거스의 쇼에만 집중하던 그녀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집안의 물건이 들썩들썩거리고 알수없는 악몽까지 꾼다. 이것이 모두 아들을 잃은 것에서 오는 망상이라고 여겼던 티나. 그러나 이 이상한 일들은 계속된다. 칠판에 글이 써지고 컴퓨터에서 이상한 글들이 출력되고.


서서히 이 일들이 심상치 않다고 여긴 티나. 그러나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고. 그리고 이것이 대니의 신호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사실 사고로 죽었다는 것만 알지 시신을 확인하지 못했던 터였다. 아들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명확한 증거가 없다. 그러던 중에 변호사인 엘리엇을 알게 된다. 다정한 그에게 빠져들던 티나는 아들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에게 마음이 있던 엘리엇이라고 해도 그것에 동의할 수는 없는 법.


그러던 중에 티나의 전 남편인 마이클이 살해된다. 이어서 엘리엇과 티나에게 죽음의 마수가 뻗어온다. 이것은 국가 기관이 개입한 일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마침 엘리엇이 변호사 이전에 정보원이었던 이력이 있어서 엘리엇의 주도로 정체모를 집단의 추격에서 도주를 하게 된다. 그리고 아들이 사고를 당했던 곳으로 가게 된다. 과연 대니는 살아 있을까.


요즘 시점에서 보면 조금 밋밋할 수는 있지만 40년전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밀도있는 이야기이다. 미스터리와 스릴러 그리고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함께 버무려 있다. 초반에는 상황 설명이 있어서 조금 느리게 진행되지만 중반부터 이야기가 긴박하게 이어지면서 속도있게 전개된다. 단 4일동안에 일어난 일이라서 더 밀도감이 있다.


이 이야기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 더 주목받는 책이다. 그동안 출간되지 않다가 책 내용중의 특별한 부분과 관련해서 출간이 되었는데 사실 그 부분은 그리 비중이 크게 차지하는건 아니지만 소재가 독특하고 이번의 사태에 관련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 책으로 딘 쿤츠라는 작가의 이름이 더 알려질꺼 같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유명세에 비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많이 각인이 될꺼 같다. 아주 속도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여러 장르의 특징을 잘 합친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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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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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자체는 벌써 오래전에 출간된 작품이지만 새롭게 책이 나온 김에 읽어봤는데 옛날 분위기가 안나고 감각적인 요즘 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거시점의 이야기를 요즘 읽어도 신선한 느낌이 들게 하는 작가,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다. 정말 많은 작품을 쓰는 소설 공장장인 이 작가는 그만큼 범작이나 졸작이 있는데 이번에 나온 이 책은 재미면이나 속도감면에서 상위 클라스에 있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책을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 그런 책. 


이번 작품은 그의 작품중의 하나인 '백야행'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둘 다 속을 알 수 없는 악녀가 등장하지만 그래도 결이 다른게 악녀에 버금가는 남자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일단 배경은 세기말 90년대 후반이다. 당시 일본은 대지진이 있었고 지하철 사린 가스 사건이 있던 그야말로 흉흉한 시기였다. 이런 음울한 시대적 배경을 갖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배경이 그러하니까 이야기도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꺼 같은 예상이 있었는데 역시나 두 남녀가 등장한다. 


마사야. 아버지와 금속 가공 공장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공장이 잘 안된다. 회사가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 있는 상황에 돈을 빌려준 고모부가 나타나서 빚을 갚기를 요구한다. 어찌 할 수 없는 그 상황에 대지진이 일어난다. 그 급박한 순간 순간적으로 고모부를 살해하고 만다. 이제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 자연 재난 이라는 것을 핑계삼아도 오래 버티지 못하는 법. 그런데 그 상황 모두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있다. 그 여자 미후유.


그녀가 그를 살인으로 고발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러나 미후유는 마사야를 살려준다. 단순히 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행복을 찾아서 새로운 곳으로 떠나자고 한다. 망하기 직전인 공장과 대지진의 재난, 살인을 저지른 마사야에게 미후유는 어쩌면 한줄기 구원의 빛이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미후유는 뛰어난 미모와 매력을 가진 여자. 마사야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행운이 이어지지는 않는 법. 미후유는 새로 떠난 도쿄에서 그녀만의 능력을 발휘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뒷처리를 마사야가 담당하는 것이다. 미후유의 활동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그 누구던 제거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또 다른 행복이라 믿는 마사야.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마사야를 조종하는 미후유의 계략이다. 그녀는 그를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한낱 도구로 이용했을 뿐이다. 마사야는 의심을 하고 있었지만 그도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너무 먼 길을 와버렸기 때문이다.


미후유 주변에서 한 두번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그냥 끝났을 이야기인데 계속해서 뭔가 의심쩍은 일이 일어나자 경찰이 냄새를 맡는다. 경시청 형사 카토는 그녀 주위의 사건들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수년에 걸쳐서 집요하게 그들을 뒤쫓는다. 치밀하면서 정교하게 구축된 미후유의 계획과 그녀의 지시에 따라 장기판의 말처럼 뒤처리를 하는 마사야의 행각이 형사 카토를 통해서 급박하게 돌아간다.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시대적으로 세기말적인 불안과 우울의 시대에 주인공들의 처지 자체가 위태롭기 짝이 없다. 그들은 경찰의 추격이 없었다면 어디까지 갔을까. 그래도 나름 양심은 갖고 있던 마사야가 그 폭주를 멈추었을까. 그 시대가 아니라 요즘에 대입해봐도 있을 법한 이야기라서 더 현실감이 있었다. 아마 미후유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것이 남자던 여자던 빠져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암담한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매력적인 이성이 손을 내민다면 그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사람이 어딨을까. 재미있었지만 어쩐지 씁쓸한 기운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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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사랑법 스토리콜렉터 81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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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살인자의 사랑법인데 살인과 사랑은 그리 연관점이 없어서 그냥 표면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어떤 사연이 있는갑다 했다. 그런데 내용은 전혀 딴 판이다. 제목의 의미는 책을 읽으면 이해하게 되는데 어찌 보면 제목에서 책 내용의 힌트를 주는 셈이다.


옛날에도 요즘 같은 엽기적인 살인이 있었겠지만 대체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른 채 잊혀져 갔던 사건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범죄가 저질러진 상황을 더 깊게 연구하다 보니 범죄자의 심리까지 수사에 참고한다. 바로 프로파일링이다. 살인을 저질러도 어쨌든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 심리를 잘 파고들면 사건의 핵심에 찾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주된 주인공은 심리 분석 학자가 나온다. 단독 주인공이 아니라 FBI 파트너가 있다. 어렸을 때 살인 사건에 관련이 되었던 심리 분석가 조이 벤틀리와 체계적인 수사가 아니라 자기 멋대로 수사를 하는 FBI요원 데이텀 그레이는 찰떡 궁합으로 사건에 집중해도 모자를 판에 서로가 으르렁 거리는 사이다. 서로 잘 맞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그래도 티격태격하면서도 도울 땐 돕고 싸울 땐 싸우면서 사건에 파고 든다.


이제 살인자를 보자. 연쇄 살인마다. 그런데 이 놈은 살인을 즐기는거 같지도 않고 우발적인 살인도 아니다. 뭔가 정성스러움이 보인다면 이상할려나. 피해자의 주변을 조사하다보니 뭔가 살인자와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그것도 연인 사이같은. 그럼 왜 살인을? 치정인가? 질투인가? 우발적인가? 다 아니었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살인마. 삶이 외롭고 공허해서 진정한 사랑을 갈구 한다는 살인마. 진정한 사랑은 죽음을 초월해서 불멸이어야 한다는 살인마.


그렇다 그냥 미친 놈이다. 불멸을 위해서 살인을 한다는 아무 논리도 없는 그냥 미치광이다. 하긴 고의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 치고 제정신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튼 빨리 잡아야 한다. 이미 몇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는데 더 생기면 안된다. 조이와 데이텀이 서로 싸우면서도 총력을 다하는 와중에 조이에게 편지가 전달된다. 거기에는 과거 조이가 겪었던 연쇄 살인 사건과 관련된 물품이 있었다. 이제 이 사건은 단순히 살인자를 쫓는 것이 아니라 조이와도 연관된 사건이 된 것이다. 과거의 그때의 그 사건은 지금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책은 흥미롭고 재미있게 전개가 된다. 인기있는 스릴러 소설의 특징인 강한 흡입력을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다.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사건을 교차시키면서 사건의 본질에 대해서 차근차근 접근해가고 있고 두 개의 사건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좁혀 들어가는 과정이 촘촘하게 잘 진행된다. 아주 끔찍한 사건이 연속되는건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소름끼치는 살인자다. 나랑 서로 좋게 사랑했는데 그것이 살인으로 돌아온다면? 불멸을 위해서 살인을 한다는 그런 것은 없었지만 실제로 자신의 일방적인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 놈들이 있다. 연쇄라는 점에서 소설속의 살인자가 더 미친놈이긴 하다.


지은이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글을 써오면서 자비 출판도 했다는데 온라인으로 연재를 하다가 인기를 얻어서 출판화했다고 한다. 그해 아마존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하니 대단한 성과다. 기존의 스릴러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로 섬세하면서도 속도감있는 내용으로 흥미롭게 잘 쓰여진 작품이었다. 시리즈로 나온다고 하니 다음 작품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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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 1~2 - 전2권 타우누스 시리즈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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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스갯소리로 소설이 잘 안 팔린다고 한다. 워낙 현실에서 비현실적인 소설같은 일이 많이 벌어져서 굳이 상상력의 산물인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다나. 이말이 그럴싸하게 느껴지는 것은 말 그대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 기괴하고 생각도 못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많은 스릴러 소설에서 단골로 봐왔던 연쇄살인사건 같은 경우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수십년동안 잡지 못했던 범인을 검거하는 일이 있었다. 알려진 것보다 더 잔인하고 더 악랄한 범죄를 많이 저질러서 입이 딱 벌어졌었다.

 

하지만 그런 사건은 사실 많은 것은 아니고 실제적으로 공포스러운 것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거나 겪게 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이것은 어떻게 벗어날래야 날 수도 없고 사회 구조적인 면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문제여서 어떻게 보면 더 무서운 느낌까지 드는 것이다.

 

독일의 유명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가 새로운 신작으로 돌아왔다. 바로 전작보다 2년이 흘러서 나왔는데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해져가고 있는데 딱 맞게 출간이 된거 같다. 이른바 타우누스 시리즈. 이 시리즈는 사건 자체는 피가 흥건한 살인 사건이지만 내용을 보면 상상도 못한 흉악범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그리고 우리가 쳐해있는 현실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 사실적이고 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많다.

 

이번에 나온 책도 제목부터가 뭔가 가정에서 일어나는 듯한 이야기다. 어느 동네에 남성시체가 발견되는걸로 전개된다. 죽은 사람은 그 동네에서 오래 산 그리고 나이가 여든인 한 노인. 이웃과 단절된 채 홀로 오랫 동안 살아왔고 부인은 실종이 된 상태. 전형적인 고독사라고 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았는것이 노인에게 반려견이 있었다고 해서 찾아보니 집 뒤 창고에서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로 발견이 된 것이다. 그 상황부터가 뭔가 으스스해질려고 하는데 결정적으로 반려견이 있었던 장소에서 사람의 뼈조각들이 발견이 된 것이다. 이들의 신원을 밝혀보니 오래전에 실종했던 사람들이었고 그동안 못찾았었는데 여기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거기가 무덤은 아니었을꺼고 분명 살인 사건, 그것도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죽은 노인과 그들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조사가 더 진행되자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게 된다. 우선 이 노인은 고아들을 입양해서 키웠는데 이 과정에 학대가 있었고이것이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종이 일어난 것은 어머니의 날 전후라고 하는거 보면 이 가정에 큰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러면 누가 연쇄 살인범일까. 학대당한 아이들중에 한명일까. 아니면 노인 자신이 살인범일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실체는 드러나고 생각 못한 피해자가 더 늘어나면서 사건의 규모는 더 커지게 되고 진실을 찾기 위한 험난한 과정이 이어진다.

 

이야기는 정말 흡입력있다. 이 작가의 글쓰기는 나중에 알고보면 별거 아닌거 같아도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긴장감있고 짜임새가 있다. 아주 긴박하고 속도 빠르게 진행되는건 아니고 차근차근 전개가 되어서 어떨땐 좀 지루할때도 있지만 모든 사건은 이런식으로 낱낱이 파고들어야 풀리는 법이다. 진도는 좀 느려도 확실한 느낌을 줬었는데 이번책에는 여전히 진도가 느린듯했지만 의외로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면서 몰입감있게 이야기가 이어진다. 탄탄한 구성과 함께 바른 속도감이 느껴져서 책 두권의 분량이었지만 한번에 쭉 읽을 수밖에 없었다.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전보다 더 완숙한 수사 능력을 보여준다. 피아가 책 속에서 나이가 오십이 되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벌써?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하긴 시리즈가이번이 9번째니까 세월이 흐르긴 했다. 세월이 흐른 만큼 두 콤비의 꼼꼼함과 세밀함은 더 정밀해진거 같고 복잡하고 눈에 띄지 않는 사건도 하나씩 하나씩 잘 접근하는 것이 잘 느껴졌던 책이었다.

 

우리로 치면 '어버이날'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인데 홀로 죽은 노인 문제나 버려지는 아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은 이미 우리 주위에서도 심심치않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런 가까운 사회적 현실을 배경으로 사이코패스적인 '악'의 모습을 적절하게 배합을 해서 더 소름끼치는 실제적 공포감을 느끼게 한 작품이란 느낌을 받았다. 사회 구조의 모순이 계속되는 한 또 이런식의 악인은 어디에서든 나타나지 않을까. 오랫만에 책읽기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매력있는 책이었다. 역시 넬레 노이하우스는 넬레 노이하우스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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