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 탐정 아이제아 퀸타베의 사건노트
조 이데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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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신선한 탐정이 나온 것 같다. 추리 소설의 역사도 오래되었고 각양각색의 탐정들이 나와서 더 이상 개성있고 독특한 탐정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의 창작력은 가늠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제목인 IQ는 지능 지수를 말하는데 책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바로 아이제아 퀸타베. 그런데 그가 여러가지 사건을 척척 해결하는 것을 보면 아이큐가 높다는 의미 즉, 똑똑하다는 말도 되겠다. 사실 뛰어난 탐정이라면 어느 정도 똑똑하긴 해야겠지만.


주인공 IQ는 탐정이 되기 전 평범한 학생이었다. 비록 부모님 없이 형과 살고 있었지만 머리도 좋고 학교 성적도 좋아서 형은 동생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정상적인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렇게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운명은 이들에게 빛을 뺏아가게 된다. 바로 형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졸지에 완전 고아가 된 아이제아. 아직 어리고 혼자라서 보육원에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 된다. 그럴때 갱단의 일원인 도슨을 만난다. 마침 도슨은 머물 곳이 필요했고 서로의 이익이 일치를 해서 같이 살게 된다.


그러나 살 곳은 있어도 생활비는 없는 상황. 형이 벌어온 돈으로 살았던 아이제아는 이내 자신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도슨과 함께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인 절도를 하게 된다. 비록 나쁘게 해서 번 돈이지만 착실히 버는 아이제아에 비해서 도슨은 물쓰듯 쓴다. 


그러다가 마약과 관련한 일에 휘말리게 되고 중학생 정도의 아이가 사망한 것을 보고 아이제아는 나쁜 짓에서 손을 씻기로 한다. 마음은 고쳐먹었지만 뭘 먹고 살까. 그 시점에 작은 사건을 접하게 되고 그것을 해결하면서 이름이 나기 시작한다. 그에게 이런 저런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어려운 일들을 의뢰하게 되는 것이다. 큰 사건들도 아니고 수임료가 큰 것도 아니라서 돈이 생각보다 크게 벌리진 않는다. 때로는 돈이 아니라 먹을 것을 받기도 하기에 큰 돈벌이가 될 수는 없다.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는 아이제아.


그런 상황에서 큰 것이 들어온다. 한 거물 래퍼가 암살의 위기를 겪고 이 사건의 해결을 아이제아에게 의뢰한 것이다. 무려 5만 달러의 보수가 약속된다.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한 명성이 그 래퍼에까지 들어가게 되고 그런 제안이 온 것이다. 경찰도 아니고 무려 살인 미수 사건에 아이제아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그런데 생각보다 쉽게 사건이 풀리는 듯 했지만 증거가 부족하다. 쉬운 것 같아면서도 복잡한 사건의 해결을 위해 아이제아는 전진한다. 래퍼에게도 목숨이 달린 일이지만 더 이상 버틸 돈이 없는 아이제아에게도 마지막 목숨줄이다. 아이제아가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작가는 50중반의 나이에 이 소설을 처음 썼다고 한다. 오랫동안 습작을 해오다가 남들이 다 포기할 나이에 용기를 내었는데 그것이 크게 성공을 한 것이다. 우선 주인공이 현실적이다. 형제끼리만 살던 가난한 흑인. 거기에 사고로 형이 죽고 혼자가 되고 생활을 위해서 나쁜 짓을 하게 된다는 것이 참 현실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거기에서 빠져나와서 나름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머리가 똑똑했기에 탐정이라는 직업에 잘 맞게 되었는데 앞으로는 더 복잡하고 더어려운 사건들이 다가올 것 같다. 거기에 맞게 더 성장한 탐정의 모습도 나오게 될 것이고.


내용은 쉽게 쉽게 잘 읽혔다. 아주 복잡하고 잔인한 사건이 나오는게 아니라 생활 밀착형의 소소한 사건들이 나오면서 잘 몰입 할 수 있었다. 주인공이 탐정의 길에 들어가게 되는 과정과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 모습이 생생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작가가 셜록 홈즈의 팬이라고 하는데 IQ가 홈즈면 도슨은 와트슨일까. 앞으로는 어떻게 시리즈가 전개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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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의 내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3
하라 료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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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소설은 1930~40년대에 미국에서 유행한 범죄 소설 유형의 하나로 거칠고 비정하면서 사실주의적 이면서도 세속적이고 감정상 으로는 몰인정하면서 우울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말한다. 어찌 보면 좀 건조한 느낌의 이야기 스타일이다. 탐정은 상세하면서도 세밀하게 조사해가지만 위트나 유머는 그리 나오지 않고 상대 악당도 무자비하면서 조금의 헛점도 보이지 않는 비정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스타일의 소설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가 이 책을 쓴 '하라 료'이다. 일본 장르 소설을 좀 읽은 사람에게는 이 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바로 하드 보일드 소설이 생각날 정도다.


이번에 나온 이 작품, 정통적인 하드보일드라는 생각이 팍 들면서 작가 특유의 은근히 배여있는 잔잔한 정을 잘 느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데 전작과 꽤 기간이 길다. 주인공 탐정이 그 동안에 좀 더 달라졌으려나 모르겠다. 탐정 사무소 이름은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 란다. 아마 전작에는 와타나베가 있었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같이 일했던 사와자키만 있다. 와타나베 없는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라니. 역시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튼 이 탐정에게 유명 저축은행의 신주쿠 지점장이 찾아와서 한 가지 의뢰를 한다. 회사에서 대출을 해주려는 한 여인을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유명 요정의 주인이었는데 사생활과 대출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뒷조사를 의뢰한 것이다. 신사적으로 요청을 하고 사례금도 나름 괜찮았기에 탐정은 응하기로 한다.


다음 번 만남이 있을때까지 연락을 할 수 없었지만 조사 내용과 관련해서 연락을 할 필요가 생겼다. 그런데 연락 두절. 할 수 없이 지점장이 근무하는 저축은행으로 만나러 간다. 사전에 연락하고 간 것은 아니지만 만나려는 지점장은 못 만나고 대신 은행 강도를 만난다. 다행히 미수에 그치고 말았지만 주범은 도망치고 없다. 거기서 한 젊은 청년 가이즈와, 함께 오래 알고 지낸 니시고리 경부를 만나게 된다. 니시고리 경부는 오래 알고 지냈지만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다. 불친절한 이야기를 주고 받지만 그래도 서로를 아주 나쁘게 보는 것 같지는 않다. 친구아닌 친구랄까.


가이즈는 지점장과 가까운 관계에 있었지만 여러가지 사연을 갖고 있는 친구다. 탐정과 여러차례 만나면서 사건의 해결에도 도움을 준다. 지점장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은행에 돌아오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거 사건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의뢰한 사람은 행방을 감추었고 은행 강도가 나타났으나 이상하게 미수에 그쳤고. 게다가 훔친 것은 없는데 은행 금고에는 원래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있었다. 은행 강도가 돈을 훔친게 아니라 돈을 넣으러 왔을리는 없다.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더 복잡하게 연결이 된다. 탐정은 지점장을 만나진 못해도 의뢰받은 조사를 계속한다. 의뢰인이 없다고 자기가 할 일을 넘어가는 성격은 아닌 것이다. 아무튼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보는 도중 유명한 조폭이 찾아오고 그것이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


그리고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 살인도 일어나고 여러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능력 있는 탐정이란 그 많은 난관을 하나씩 뚫고 가야 하는 법. 탐정 사와자키는 느리지만 철저하게 사건의 진실로 나아간다. 하나 하나 끈기 있고 노련 하게 사건의 조사해 가는데 책은 그 과정을 아주 세밀하면서 차분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시리즈인데 바로 앞의 작품으로부터 꽤 오랫만에 나온 책인데 역시! 라는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탐정 사와자키 특유의 무덤덤 하면서도 철저한 모습은 더 짙어지게 느낌이 오는데 그와 알고 지낸 사람들이 다들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뭔가 원칙이 있고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라고 믿는 모습이 보인다. 가까운 사이던 불편한 사이던. 탐정일을 하면서 그가 보인 행동에서 느끼는 묘한 믿음이겠다.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아날로그적이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대에 없다는 것이나 여러가지 신문물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나온다. 시리즈가 나온 텀이 긴 만큼의 세월을 그런 표현으로 드러내는 것 같다. 아마 다음 시리즈에서는 사와자키도 어쩔 수 없이 신문물을 쓰지 않을까. 이미 시대가 그렇게 변화했으니까. 하지만 까칠하면서도 정감없어 보이는 그도 사실 감정이 있어 보이는 것을 가이즈와의 사이에서 느껴진다. 탐정일을 위해서 친구를 안 만드는 것일 뿐. 남을 배려하고 은근 신경 써 주는 면도 있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재미있었다. 미국식 하드보일드가 아닌 일본식 하드보일드 소설인데 형식에 충실하면서도 작가 특유의 작법이 흥미롭게 잘 조화가 되고 있다. 역시 주인공인 사와자키의 매력이 잘 드러나면서 전체적으로 책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사건 조사 도중에 만난 가이즈는 가볍지 않은 사연을 가진 인물인데 사와자키의 일을 잘 도와주기도 했고 딱히 사와자키가 밀어낼려고 하지는 않는다. 혹시 다음호에 주요한 조력자로 또 등장하는건 아닌지. 물론 그때도 여전히 무심한 듯 대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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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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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에 드문 세계적 감염병의 대유행인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사회와 기존 질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전부터 제 4 산업혁명이 도래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단순 노동은 사라지고 네트워크를 이용한 사물 인터넷이 발달한다는 것이었다. 비대면이 많이 도입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 코로나 때문에 그것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그래서 배달 산업이 특히 성장하고 있는데 국내의 한 회사는 미국 증시에 상장까지 했다. 앞으로 코로나가 끝나면 이 산업이 어떻게 될지 제 4의 물결로 넘어가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렇게 세상이 비대면과 배달, 택배의 시대가 되었는데 이 책은 그 배경이 실제적인 것과 어울리는 내용이다. 주문한 물품을 한 시간 내에 문 앞으로 배송해 준다는 어느 기업의 이야기가 주된 배경이다. 이 시대는 여러가지 사건으로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격리하고 있는 지금과 비슷하다. 그런데 배달도 사람이 해야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배송해 준다는 것인가?


그 비결은 '드론'에 있다. 드론은 요즘에서 많은 부분에서 상용화가 되어있고 물건 배달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익숙한 기계다. 책에서는 배달이 이 '드론'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날 필요도 없고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싸다! 대규모의 생산을 통해서 가격을 낮출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클라우드'라는 회사다. 실직한 사람들을 무려 3천만명이나 고용하고 녹색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정도다. 세상은 점점 더 클라우드에 의지하게 되고 그만큼 모든 권력이 이 일개 기업에게로 모여들게 된다.


그러나 클라우드가 마냥 선인것만은 아니다. 모든 물품을 싸게 공급하기 위해서 생산 업체에게 값을 내리기를 강요한다. 그 여파로 많은 회사들이 망하게 되었고 주인공 팩스턴도 자신이 일군 회사를 접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클라우드의 직원이 된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 였기도 했지만 클라우드 회장을 만나서 그 상황에 항의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이 조직에 인정을 받으면서 점점 이 체제에 익숙해져간다. 팩스턴의 목적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가는듯 했다.


그리고 또 한명 지니아. 전직 교사였던 그녀는 표면적으로는 평범하게 클라우드에 들어온 직원이었지만 사실은 클라우드의 불법 에너지 자원을 찾아내기 위한 산업 스파이였다. 그녀는 보안요원이던 팩스턴을 이용해 중요 시절에 접근하려는 의도로 그와 가까와진다. 과연 이 거대 기업에 숨겨진 흑막이 있을 것인지.


책의 내용을 보면 클라우드라는 초거대기업이 나온다. 고용의 상당수를 책임지고 녹색 환경으로 정부의 인정도 받고 이 기업에 입사하면 먹고 살 걱정이 없다. 그러나 클라우드에서 싸게 파는 물건은 그만큼 다른 작은 기업을 짜내서 만든 것이고 클라우드의 직원이라는 것도 빛좋은 개살구일뿐이다. 개개인이 감시를 당하고 생산성의 요소로밖에 대우받지 못한다. 그저 회사의 종속된 존재 즉 고용된 하인의 위치에 있을 뿐이다. 세상은 점점 더 클라우드의 뜻대로 굴러가는데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절대선이란 것은 없다. 책에 나오는 클라우드는 황폐해가는 환경속에서 주목받는 대안이었지만 대안 자체가 되면서 권력이 되었다. 그리고 선출되지 않는 집중된 권력은 결국 억압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 


책은 재미있다. 여러 상황이 코로나로 고생하는 지금 시점과도 비슷한 점이 있고 독점이라는 것의 폐해를 잘 알고 있는 상태라서 클라우드의 방향이 어떠할 것인가를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만큼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라서 더 몰입감이 있었다. 결말로 이어가는 과정이 힘이 있고 스릴감도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미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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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갇힌 남자 스토리콜렉터 8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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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발다치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시리즈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주인공이다.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기억한다. 자신이 기억한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을. 일종의 병인데 '과잉기억증후군'이란다. 사실 기억이라는 것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이 추가되면서 과거의 것이 망각되는게 일반적인데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그냥 그대로 쌓인다는 것이다. 


단순히 쌓이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상황을 사진기로 찍은 듯이 자세하고 세세하게 머리에 저장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수많은 사진을 컴퓨터 저장장치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 불러오는 식이다. 이것이 사람 머리에서 작동한다는 것은 사실 끔찍하다. 사람에게는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많을 수가 있는데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잔인하게 살인 당한 것을 그대로 머리 속에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죽지 못해 사는 것과 다름 없다.


스스로 삶을 포기할 법한 상황이지만 어찌어찌 다시 사는데 단순히 사는 것이 아니라 나쁜 놈들을 잡은 경찰로 돌아간다. 일선 경찰서의 형사가 아니라 FBI에 협력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간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의 딸인 몰리의 14살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고향에 있으면 그 끔찍한 기억으로부터 고통을 받을 것인데 그렇게 가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감수할 만한 마음의 준비가 된 것인지 모른다.


그렇게 딸의 무덤 앞에서 슬픔에 잠겨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온다. 메릴 호킨스. 데커가 신참 형사였을 때 검거한 살인자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는데 암 말기라서 석방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무죄라면서 진실을 밝혀 달라고 한다. 하지만 당시 모든 증거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너무나 명확했던 사건이었는데 바로 그때 호킨스가 살해 당한 채로 발견이 된다. 


이제 죽을 날을 받아 놓은 말기 암환자에게 누가 왜 살인을 저질렀을까. 이것이야말로 호킨스 사건에 다른 것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데커는 다시 그 재수사에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데커가 어떤 것을 아는 것을 두려워하는 세력이 호킨스를 죽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간단한 단순 살인이 아니라 뭔가 큰 것이 개입이 되어 있는 것이다. 호킨스는 이 사건과 어떻게 연관이 되었고 그는 진실로 무죄인 것인가. 진실은 무엇이고 어떻게 추적해야 할까.


이야기는 역시나 재미있다. 이 시리즈가 전부 다 흡입력 있지만 이번 책도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주인공인 데커가 가족이 살인당하는 생각도 하기 싫은 일을 당한 이래로 살아 있는 송장처럼 살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인간적인 면모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책에서는 그것이 좀 더 명확하게 보이는데 여러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딱딱한 기계가 아닌 마음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인간성이 회복이 되려나. 


어떻게 보면 이 시리즈는 나쁜 범죄자를 잡는 것과 함께 데커의 미묘한 변화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볼 수 있겠다. 데커가 당시에 수사한 것은 나름의 적합성을 가지지만 어쨌든 그가 잘못 판단 했기에 결말이 달라진 것이다. 완전무결하다고 여겼던 자신의 능력에 의문이 생기면서 앞으로도 좀 더 조심하면서 마음이 녹아지지 않을 까도 싶다.


추리적인 재미도 있었지만 역시 사법 체계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기회도 되었다. 데커는 가족 일이 있기 전에도 명석한 일 처리로 이름 높던 형사였다. 비록 그가 신참 형사 시절 이긴 했어도 꼼꼼하면서도 치밀하게 수사해서 범인을 잡았고 그 범인은 죄의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을 잘못되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사실 무죄인데 범인이 되는 일은 그다지 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라도 생겨서는 안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그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은이는 이번 책에 나온 사건을 통해서 과거에는 진실이었지만 그것이 진짜 진실인지는 다시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이 시리즈는 늘 기대를 갖게 하고 실망이 없다. 기본적인 설정만 이해하고 읽는다면 시리즈 어느 편부터 읽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있게 전개가 된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더 하다가 끝까지 읽게 하는 마력이 있는 책이다. 시리즈 모두를 읽는데 후회가 없을 책이라서 다음 시리즈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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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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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을 때 기온이 37도. 비가 많이 와서 홍수가 나고 물난리가 난 게 엊그제인데 바로 폭염이다. 이럴때 책 읽기는 쉽지 않다.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천하의 스티븐 킹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을꺼란 생각을 하면서 책을 들었다. 그런데 아...스티븐 킹은 그냥 믿으면 된다는 것을 깜빡했다. 미안해요 스티븐 잠시 나마 의심했네요.그렇다 이 책은 이 무더위를 잊게 할 정도로 그냥 빠져들게 한다. 아주 강력한 이야기다. 이 작가의 이야기가 언제는 안 강력했겠나만은 이번에 나온 작품도 그 이름값을 하는 내용이다.


책은 처음에 한 인물을 이야기한다. 팀 제이미슨. 전직 경찰인데 지금은 백수고 이혼남이다. 지금은 그냥 아무 계획없이 떠돌고 있다. 일자리를 준다는 뉴욕이 행선지이긴 한데 내심 내키지는 않는다.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데 그것이 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무계획적 즉흥적인 결정을 한다. 비행기 좌석 양보 댓가로 적지 않은 현찰을 챙긴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떠돌고 있다. 


그러다가 듀프레이라는 작은 소도시에 머물게 된다. 그때 발견한 야경꾼 모집 공고. 야경꾼은 소도시의 순찰 경찰관으로 밤에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치안을 유지하고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등의 일을 하는데 정식 경찰은 아니고 경찰 보조쯤 될까나. 총이 정식으로 지급되지 않고 범인 체포권도 없는 그야말로 순찰꾼일 뿐이었다.


요즘같은 세상에 야경꾼이라니. 듀프레이같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나 있을 법한 직업이었는데 팀은 그냥 덜컥 하겠다고 나선다. 할아버지가 야경꾼이었기 때문에 이 사라져가는 직업을 한 번 해보고 싶었을까. 아니면 잠시 머리 식힐 시간을 벌기 위해서 단순한 이 일을 하기고 했을까. 어쨌든 팀에게는 호젓하고 조용한 이 시골 마을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언제 떠날지 몰라도 당분간은 이 도시에서 살기로 했다. 전의 직장에서 나름 유능했던 그는 강도 사건을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야경꾼이 아닌 정식 보안관 부관의 직을 제의받는다. 


여기까지는 어찌보면 특이할 것 없는 추리 형사물처럼 보인다. 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앞의 이야기가 일종의 복선이라는 암시를 하게 된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다.


루크 엘리스는 열두살의 소년이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천재다. 나름 영재를 가르친다는 학교에서도 더 이상 배울 것이 없고 이미 미국내 최고의 학교들로부터 입학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루크의 내심은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을 향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에서 공학을 배우는 동시에 근처 에머슨 대학에서 영문학을 배우고자 한다. 이 엄청난 학구열! 


하지만 공부만 하는 공부벌레는 아니고 운동도 열심히 또 주위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내적 외적으로 균형잡힌 아이다. 자신이 똑똑한 것을 알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처신도 할 줄 알고 부모님이나 학교의 말은 철저히 따르는 착한 아이이기도 하다. 이 아이에게는 그를 열정적으로 지원하는 부모님과 그의 공부를 돕고자 하는 학교가 있다. 루크의 앞날은 온통 핑크빛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루크의 인생이 박살이 난다. 한밤중에 어디론가 납치 된 것이다. 부모님의 생사는 알 길이 없고 자신의 방과 비슷하게 꾸민 방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알고 봤더니 그 '시설'에서는 루크 또래의 여러 아이들이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떤 초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물을 움직이는 염력과 말을 하지 않고 의사를 전달하는 텔레파시의 능력. 사실 루크에게도 사물을 움직이는 염력을 갖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이 대단하지는 않았고 영문학과 공학을 동시에 공부 할 수 있을 정도의 학습 능력이 더 뛰어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루크의 그 천재성은 이 시설에서 별 소용이 없었다. 이 시설에 있는 여러 연구자들의 눈에는 루크의 염력만이 관심 사항이었다. 루크가 가진 천재성이 그 작은 염력보다 더 나았을텐데 이들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곳에서는 염력과 텔레파시를 이용해서 어떤 일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서 아이들을 끊임없이 납치하고 또 계속해서 실험하고 연구하고 있은 것이다. 대체 이곳은 어디일까. 이곳이 진짜 정부 기관인가. 요즘 세상에 이런 곳이 존재 할 수 있을까.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어쨌든 이 시설에서 적응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다행히 시설안의 제한된 공간에서의 이동은 제약이 없었고 먹는 것도 풍족했다. 또래의 아이들이 있어서 크게 외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여러가지 실험을 한다. 피를 뽑기도 하고 기계속에 머리를 넣어서 무언가를 찍기도 하고 약물을 주입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점이 보이냐고 무엇이 보이냐고 물어본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일어나는 일이 없었지만 차츰 그에게도 텔레파시 능력이 생겨나고 있었다. 하지만 루크는 그것을 철저히 숨긴다.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 자신에게 해로운 일이 닥칠것이라는 예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시설의 악당들은 염력과 텔레파시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려고 하고 있었는데 그 둘의 능력을 다 구사하는 아이는 없었다. 루크에게 그것을 기대하고 여러가지 실험을 했지만 그것을 입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면 이런저런 실험 끝에 소용 가치가 떨어진다면? 그것은 지금 있는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데려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건물에서 또 다른 이용을 당하는데 그것은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제 루크에게도 그때가 다가오고 있다.


시설의 연구자들이 간과한 것은 루크가 엄청난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루크의 염력이나 텔레파시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그의 천재성에 신경을 썼어야 한다. 그랬으면 그들의 목적을 더 빨리 달성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들은 루크의 능력을 신경 쓰지 않았고 이 영리한 아이는 탈출하기로 한다. 시설 청소부인 모린의 도움을 받은 루크는 이윽고 탈출을 감행한다. 보통 열 두 살 짜리 아이는 그냥 아이다. 탈출 하라고 해도 못할 나이다. 그러나 루크는 다른 열 두 살 먹은 아이랑은 다르지 않는가. 그에게는 냉철한 머리가 있다. 수십 번이나 탈출 경로를 머리 속에서 짤 능력이 있다. 시설은 낡았고 보안 체계는 구멍이 있었다. 그것을 잘 이용한 루크는 결국 탈출에 성공한다.


탈출만 하면 되는가. 아니다 최대한 멀리 가야 한다. 시설 근처에 있으면 언제든지 잡힐 수 있다. 그리고 시설 근무자가 아니라고 해도 시설에 동조하는 밀고자가 있을 수 있다. 근처 경찰도 믿을 수 없다. 그래서 루크는 최대한 멀리 도망 가기로 했다. 마침 탈출한 곳에는 기차역이 있었다. 전국으로 가는 수 많은 화물 열차들. 이중에서 한 열차를 탄 그는 어디로 가는지만 대충 안 채 잠에 빠져든다. 루크가 탄 차는 중간에 작은 소도시에 정차한다. 바로 듀프레이. 

그리고 거기에는 유능한 전직 경찰이 있는 곳이다.


이야기의 제왕이라는 스티븐 킹은 이번에도 정말 이야꾼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 나오는 부분이 전체와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는데 1권끝에서 그렇게 이어지는 것을 보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도 탄탄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힘이 대단하다. 초기 팀의 부분만 해도 별것 없는 것 같지만 인물 묘사나 배경 소개가 흥미롭게 이어지면서 뒷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서도 주인공인 루크는 물론이고 주변 인물들 하나하나에 캐릭터성을 확실하게 부여하면서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한다. 이런 부분이 클라이막스로 가면서 더 큰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스티븐 킹의 작품은 거의 실패작이 없다. 비슷한거 같은데 비슷하지 않고 각각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작가의 작품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읽게 된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고 해도 읽는 중간에는 더위를 못 느낀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더위를 느끼게 되는 현상을 당하게 된다. 그만큼 몰입감이 강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번에 나온 작품도 그냥 믿으면 된다. 역시 스티븐 킹. 주의할 점은 한 권이 아니라 두 권이라서 하룻만에 읽으려면 아침부터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밤에 읽으면 날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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