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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메일
이시자키 히로시 지음,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가면 갈수록 경쟁을 해야하는 사회가 되어가면서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옛날에는 대학을 졸업해야 본격적인 고생을 한다고 했으나 이제는 대학생 아니 고등학생 중학생까지 경쟁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다.
그런 현상은 우리나라와 교육환경이 비슷한 일본도 예외가 아닐것이란게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드는 생각이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4명. 어느날 사와코가 뜻밖의 메일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릴레이소설을 같이 지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던 것이다. 스팸메일이 아닐까 했지만 왠지 끌리는 설정과 이야기에 그냥 동참하고 만다. 그리고 그외의 3명이 더 참여하게 되면서 4명이 각기 다른사람으로 분해서 릴레이소설을 잇게 된다.
스토커,스토커가 노리는 소녀, 소녀의 남자친구, 스토커를 추격하는 형사 이렇게 각각 분해서 자신의 차례에 글을 올리는 소녀들.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했지만 점점 더 이 소설에 빠지게된다.
그러던중 사와코의 글이 올라와야할 시점에서 올라오지 않으면서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게 되고 엉뚱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인터넷 가상 세계라는 독특한 공간을 이용해서 사춘기 소녀들의 외로움과 쓸쓸함과 슬픔을 잘 표현한 소설이었다. 소설에 참여하는 소녀들은 겉으로는 평범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 애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명 한명 그 나름의 아픔을 간직한 아이들이었다.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 공부만 하는 사와코, 테니스를 잘하는 친구에게 가려져 후보에도 못들지만 친구를 위해서는 뭐든 할수있다고 생각하는 마유미, 겉으로 보여지는 엄마에게 염증을 느끼는 마이, 현실로부터 도피하려고 릴레이소설을 만든 유카리등 모두 무엇인가에 억눌려 지낸 아이들이 이야기에 동참하고 있다.
그들에게 릴레이소설이라는것은 현실의 압박에서 벗어날수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이었지만 그 소설을 쓸때는 외로움을 느낄수 없었던 것이었다.

비록 집단따돌림을 당할만큼 외톨이들은 아니었다고해도 뭔가 주류에선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그토록 절박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릴레이소설에 빠진것은 소설을 쓴다는 재미도 있었겠지만 나와 무엇인가를 공유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 때문이었으리라.
직접 보지는 못해도 글을 통해서 그 친구의 성격이나 행동등을 그릴수가 있었고 어쩌면 소설이 무사히 끝났다면 진짜 실제로 만나서 친해질수 있는 사이가 될수있었을지도 몰랐을것이다.

책은 처음에 단순하게 시작하는 듯했지만 중간으로 접어서부터 상당히 긴박감있게 전개가 된다. 아주 정교한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추리적인 면도 짜임새 있게 잘 배치한거 같았다. 작은 반전도 일어나고 모든것이 밝혀지는 장면에선 아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그 모든것은 외로운 소녀들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나 좀 봐달라는. 나랑 놀아달라는 그 소리없는 외침이 아니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마음 아픈 이야기지만 지은이는 끝부분에서 희망을 내비친다.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마이가 시도했던 그것에, 하나 둘 참여하는 사람들.
코끝이 찡해질만한 장면이었다. '그래, 참고 기다리면 되는거야. 절대로 외롭지 않아.
친구는 어디엔가 꼭 있을꺼야'라고 이야기하는듯한 느낌이었다.

이 책은 새롭게 펴내는 청소년 시리즈 첫번째 책이다. 휴대폰을 이용한 메일이용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주된 전개요소로 삼았지만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행동등은 우리의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쉽게 몰입할수있었다.
10대 소녀 특유의 감수성과 행동등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서 공감하는 소녀들이 많을꺼같다. 10대들 뿐만 아니라 그또래의 자녀들을 둔 선생님, 부모님이 함께 읽으면 괜찮을꺼란 생각도 들었다.

책은 겉표지가 밝은 노란색으로 인상적이었고 보통 책 사이즈보다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져서 휴대하기가 간편할꺼 같았다. 내용이 여중생의 이야기라서 여성들에게 촛점을 맞춘듯한 디자인은 다소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했고 제본도 튼실했다.

외로운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나타내었지만 희망의 불씨도 살려놓은 체인메일.
갑자기 릴레이소설 하고픈 생각이 들게 한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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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 블랙 블랙 캣(Black Cat) 14
앤 클리브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옆집 숫가락까지 알 정도로 서로 친밀하고 가까운 좁은 사회라고 해서 범죄가 적은것도 아니고 범죄가 일어난다고 해서 경범죄만 일어나는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범죄가 일어나도 그 사실이 은폐되고 쉬쉬하며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가까운 사이이기에 서로의 단점같은것도 잘 알고 그동안 알고 지내온 세월때문에 매몰차게 신고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가깝다고 생각한것이 어쩌면 실질적인 것은 모르고 있었다고 볼수도 있다.

여기 한 섬이 있다. 영국 최북단의 고립된 섬 셰틀랜드. 황량하고 쓸쓸한 분위기의 그곳에 어느날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외지에서 와서 조금은 낯설다고 할수 있는 그곳을 활기차게 돌아다녔던 소녀 캐서린. 그런데 8년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캐서린보다 나이만 조금 어릴뿐 성격도 비슷했고 이름이  C로 시작되는 점도 같았고 무엇보다 같은 집에 살았던 아이들이었다. 8년전의 그 사건은 결국 미제로 끝났지만 세월이 그 사건을 뭍어놓았었다. 그러나 다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매그너스 노인. 지능이 약간 떨어지고 용모가 단정치못해서 마을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8년전의 사건에서도 용의자로 지목되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던 매그너스는 캐서린이 죽기전에 서로 만나는걸 본 사람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또다시 용의자가 된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한 페레즈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본다. 매그너스를 용의선상에서 지운것은 아니지만 범인이 다른 사람일 가능성을 면밀히 조사하기 시작한것이다. 그 자신이 섬 출신이었던 페레즈는 고립된 마을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꿰뚫고 하나씩 하나씩 작은것부터 조각을 맞춰나간다.
캐서린의 주변인물과 사건이 일어나기전의 행동들을 조사하던 페레즈는 이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알아가게 되고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듯한 순간에 시체도 못찾았던 8년전 사건의 캐시의 시체가 갑자기 또 발견하게 되면서 사건은 또다른 국면으로 빠져들게 된다.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캐시를 죽인 범인이 캐서린도 죽였을까? 아니면 각각의 사건의 범인이 다 다를가? 매그너스는 이 사건에서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사건이 전개되면서 느끼는것은 원인없는 결과가 없다는것이다. 겉으로는 친하고 다정하게 보이던 사람들의 관계가 실제로는 믿음이나 사랑이 부족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모자란것을 알수 있었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것도 결국 그런 연장선상에서 벌어진거라고 생각할수도 있는것이다.

이 책은 후더닛 스타일의 추리소설이라고 한다. 후더닛은 작가가 모든 증거를 독자에게 제공하면서 누가 범인인가 알아내는데 중점을 주는 소설방식인데 읽는 사람이 직접 추리를 해가면서 책을 읽게 하는것이다. 지은이와 함께 범인이 누구일까 생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모든 증거를 제공하기때문에 사건은 천천히 진행된다. 캐서린의 아버지는 물론 캐서린과 단짝이었던 샐리, 그리고 그를 좋아했던 남자들, 캐서린의 시체를 발견했던 프랜등 주변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그들이 처해진
상황등이 세밀화를 보듯이 자세히 묘사된다.

자칫 지루해질수 있는 전개지만 그리 지겹게 느껴지지 않는것은 주변인물의 관계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또다른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리 엽기적인 살인도 아니고 살인마가 돌아다니는 무시무시한 상황도 아닌 단순한 살인사건인데 400쪽에 이르도록 팽팽한 긴장감을 내내 유지하고 있다.
한번 책을 잡으면 끝까지 읽게 하는 은근한 흡입력을 보이고 있는것이다.
내용이 정교하고 짜임새있게 잘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이 좀 심심한 감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읽을수 있었고 후더닛 스타일대로 천천히 범인을 알아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화려하고 깜짝 놀랄 기교나 반전은 없었지만 오히려 이런 우직하고 고전적인 수법의 추리소설이 여운이 오래가는 면도 있다고 하겠다.

재미나고 작품성있는 소설만을 펴내는 블랙 앤 캣 시리즈인만큼 기본적인 책내용은 보장된다고 할수 있었고 책 장정 또한 괜찮았다. 제본도 튼튼하고 표지 디자인도 무난한거 같다. 오탈자도 잘 없고 번역도 괜찮았고 책 가격도 적당하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스릴러는 분명 아니지만 기교가 없는 고졸미를 느낄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추리소설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랫만에 즐거운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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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잔다르크
이시자키 히로시 지음,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여기 한 여고생 소녀가 있다. 공부도 보통, 얼굴도 보통, 몸매도 보통, 집에서나 학교에서도 특별날꺼 없는 평범한 학생.
흔히 볼수있는 그런 아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평범하지는 않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어떤 열정이 있는데 어느날 그것을 위한 탈출을 감행한다. 과연 그녀의 결심이 성공을 할까?

중고생 소녀들의 섬세한 심리를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로 표현해낸 독특한 소설인 이 책은 전작인 <체인 메일>에서 맹활약 했던 소녀들이 그대로 다시 등장한다. '도쿄 잔다르크'라는 소녀 탐정대로 말이다.
유키,사키,마이 이 3총사는 몇가지 일들을 해결해준 뒤로 아예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사례비를 받는 탐정단을 조직하게 되는데 그 이름이 '도쿄 잔다르크'이다. 성녀 잔다르크를 생각해서 지은 이름인데 단순하면서도 발랄한 여고생을 보는듯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네들 또래라면 고개를 끄덕일 작명일꺼기 때문이었다.

이 소녀 탐정대에 어느날 같은 학교의 신이치라는 남학생이 찾아온다. 자신의 돈을 빌려간채로 가출해버린 구미코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같은 학교에 다니긴 했어도 이름만 들어본 친구였다. 그만큼 평범했다고나 할까.
어쨌던 그 요청을 받아들여서 구미코를 찾으러 가는 유키. 곧바로 도쿄 잔다르크를 가동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단순한 가출인줄 알았던 것이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구미코의 집 근처에 야쿠자 같은 사람들이 어슬렁거리고 구미코의 부모님은 아이가 가출한것을 쉬쉬하며 숨긴다. 거기다가 구미코를 찾는 유키를 미행까지 하게 되는데..

원인없는 결과가 없다고 가출을 감행한 구미코는 부모와의 소통이 제대로 할수없었던 아이였다. 겉의 행동이 평범하다고 해서 속까지 평범할수는 없는 법.  록에 관심있던 구미코는 평범함을 강요하던 아버지를 피해서 결국 가출이라는 수단을 행하고 만다. 단순한 가출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꿈을 찾아서 나서게 된것이다. 참 안타까운것이 그것이 왜 가출을 통해서만이 행해질까 하는것이었다. 조금만 더 자녀에 관심을 쏟았다면, 평범함 속의 불안과 슬픔을 알았다면 가출을 하지 않고서라도 구미코가 꿈을 향해 달려갈수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성장소설이다. 10대 여고생들에게 있을법한 일들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그녀들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추리라는 기법을 통해서 잘 표현하고 있다. 일본의 여고생을 일상을 그린것이라서 우리와는 좀 다른 면이 있긴 했지만 부모의 무관심과 가출, 좋아하는 가수를 찾아가는 것등은 우리네 일상에서도 그리 낯선것은 아니었기에 좀더 현실감이 있었다. 일본 사회의 모습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것이기에 우리와는 다른 모습들, 학생이나 직장인의 모습등을 엿볼수 있었는것도 가외의 소득이었다.

제목은 소녀 탐정대인 '도쿄 잔다르크' 이고 주인공 또한 리더인 유키지만 어쩌면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가출했던 구미코일지도 모른다.
비슷하게 평범하면서 부모님과의 사이도 그리 원만하지 못하지만 집을 떠나지는 않는 유키와는 달리 자신의 꿈을 향해 과감히 가출을 한 구미코는 그 성격으로 봤을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처음에는 어떤 치밀한 계획을 세운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생각을 구체화시켜 나가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그 마음이 한때의 치기가 아니라 굳건한 신념이었음을 보여준다.

물론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신념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가출을 하라는 뜻은 아닐것이다. 그것보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 마음을 느끼라는 것일것이다. 상황에 맞춰서, 현실에 굴복하지 말고 굳건한 마음으로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이 책은 전해주고 있다.

중고생이 주인공인 청소년 성장소설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성인이 읽어도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현실감있는 묘사와 속도감 있는 문체가 쉽게 잘 읽혔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추리물로는 조금 약한 면이 있어서 그것을 기대한 사람한테는 조금 실망일지도 모르겠지만 깔끔한 '탐정 성장 소설'이라고 할만하다.

분홍색의 아담한 책이 깔끔한 책 내용과 잘 어울렸고 제본도 튼튼했다. 번역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고 특히 지은이와 옮긴이의 글이 끝에 나란히 붙어있어서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꿈을 찾아 가는 길...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나이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을 들게 한, 봄날의 싱그런 바람을 맞는것처럼 개운한 느낌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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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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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뜻인데, 적당한것을 지나쳐서 원래의 가치도 떨어지게 하는것을 보고 흔히 하는 말일것이다.
요즘 출판계가 그리 사정이 안 좋아서 그런지 책을 팔기위한 온갖 미사여구들이 동원되고 있다. 책의 성격에 딱 맞는 광고를 한다면 수긍하겠지만 과도한 칭찬을 늘어놓은 책광고를 보면 오히려 그 책의 가치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이책도 그런의미에서 처음에 솔직히 조금 반감이 생겼다.
세계가 주목하고 무슨 무슨 문학상을 수상하고 어디서 1등을 하고..책 내용이 좋다는 소리는 없고 대단한 책인듯한 광고 문구가 요란해서 별 내용없는건 아닌가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런 화려한 광고글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재미있다. 광고에 나온 숱한 상들이 그저 받은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여전히 저런 광고글은 책의 진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만은 그 광고글에 수긍할수밖에 없을정도로 잘 쓰여진 책이다.

여기 4명의 한 평범한 여자들이 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있는 사람들. 하지만 나름의 궁박한 처지에 몰려있는 처지들이다. 여자와 도박에 미쳐서 폭행만을 일삼는 남편밑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야요이, 시어머니와 딸의 뒤치닥거리에 하루하루가 고역인 요시에, 명품사재기로 카드빚에 몰려있는 구니코, 위태위태한 가정을 억지로 견디고 있는 마사코. 마치 태풍이 오기전의 고요함처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래도 살아가느라 아둥바둥 애쓰는 그녀들. 절망스런 상황속에 내몰린 이 여자들에게 희망이란건 정녕 사치일까싶을 정도다.

그런데 예기치않은 어떤 일로 이들의 운명이 또다른 수레바퀴를 돌리게 되는데 남편의 말에 충동적으로 야요이가남편을 살해하면서 그들의 인생이 급격히 달라지게 되는것이다. 남편을 살해했으나 어찌할바 모르던 야요이는 마사코에게, 마사코는 요시에를 끌어들이게 되고 결국에는 구니코까지 살인을 숨기기 위한 또다른 범죄에 공모를 하게 된다.하지만 구니코의 실수로 사실이 밝혀지고 사채업자에 야쿠자 출신의 사람까지 등장하면서 사건은 걷잡을수없을만큼 커지면서 네명의 운명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넘어가버린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것인지...

아웃이라는 영어는 여러가지 뜻이 있겠지만 끝난다는 뜻이 아닐까한다. 이들에게는 사건이 일어나기전에도 이미 아웃타이밍이었다. 어떻게 손 써볼 방법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던 그들이기에 그 사건은 어쩌면 그들에게는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지루한 일상을 탈출할 기회. 하지만 얼떨결에 일어난 일이니만큼 그들에게 목적의식이 있었을리 만무하다.
처음의 사건을 숨기고 나서 돈도 생기고 인생이 펴졌다고생각한것도 잠시, 곧 그들 사이에 작은 균열이 생기고 그것이 결국 아웃에서 탈출한줄 알았던 그녀들을 다시 아웃하게 하는 빌미로 작용하게 된다. 아웃은 결국 그들의 운명이었을까. 다시 좋게 될 가능성은 없었을까.
그들의 절망과 희망이 현실에 없는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일어날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이기에 더욱 몰입할수있었고 그 과정과 결말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볼수 있었다.

어찌보면 그리 복잡할꺼도 없는 사건들인데 두권이나 될 정도의 분량으로 소설내내 긴장감과 몰입감을 불러일으키게 한것은 지은이의 탁월한 재능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망적이라는 공통적인 상황 빼고는 별로 닮은것도 없는 4명의 캐릭터를 참 얄미울정도로 잘 구축하고 묘사해 내고 있어서 마치 바로 이웃집 사람들 보는것처럼 현실감이 있었다. 그리고 사건들과 그 사건에 얽혀들어가는 여러 인물 군상들의 표현이 자극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고 흥미롭게 잘 표현되어서 아!하는 감탄사를 불러일으켰다.
우울하면서도 기괴한 느낌도 들게 하고 스릴러와 추리적인 면이 아주 적절하게 잘 표현되었고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할 정도로 드라마의 힘이 대단한 작가였다.
과연 이 책이 지은이인 기리노 나쓰오의 대표작인지 충분히 느낄수 있었고 그 많은 상들, 받을만했다.

추리,스릴러 장르를 특화해서 펴내는 출판사의 책인만큼 책도 잘 만들어졌다. 제본도 튼튼하고 번역도 나쁘지 않다. 분책을 하지 말고 한권에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으나 책의 분량상으로 봐서 분책한것도 이해할 만했다.

단순한 일상에서의 무섭고 잔혹한 탈출을 그린 이책, 더운 여름을 함께 나기에 충분히 멋진 소설이다.
지금 바로 책을 집어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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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카르멘 포사다스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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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 장르소설이 각광받고 있다. 이른바 본격소설이라는것에 대비되는 이름일진데 그동안 조금 무시되어왔던것도 사실이다.하지만 탁월한 이야기 구조와 게임이나 영화,애니등 '원소스멀티유즈'로서의 확장가능성이 높은 장르소설의 부상은 시대적인 필연이기도 할것이다.

그 장르소설중에서 그래도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었던것은 추리소설쪽이다. 문학성과는 별개로 호기심이라는 인간 본성을 건드리는 분야기 때문이다.추리소설이 많이 발달된 미국,영국, 일본쪽의 소설들이 많이 소개되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은 유럽의 스페인의 책이다. 영미쪽의 읽기 말랑말랑한 느낌이나 일본쪽의 좀 특이한 느낌과는 또다른 느낌이 있을까했는데 한작가의 한작품으로 일반화시킬수는 없다고 해도 과연 읽히는 맛이 좀 남다른 책이었다.

내용은 제목에서 은근 유추할수있듯이 네스터란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라고 할수있다.책은 곧바로 주인공인 네스터의 죽음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 역추적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네스터는 요리사이다. 아주 수준급의 요리사인데 그런 이력때문에 여러 고객들의 알리고 싶지 않아하는 여러 비밀들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알게된다. 직업적인 사명감이 투철한 네스터는 그 비밀들을 누설한 마음은 전혀 없지만 누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를것이다.바로 이 오해아닌 오해가 네스터의 죽음의 동기가 된다.

네스터가 자신의 비밀을 알고 누설하리라는 생각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은 어찌보면 우리의 모습 같기도 했다.나 자신 남에게 알려지고싶지 않은 부끄러움이 있는데 네스터같은 사람이 있다면 똑 같은 생각을 했을꺼란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네스터가 죽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그 뒤로는 네스터를 죽이고 싶은, 혹은 죽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그리고 있는데 네스터와 얽히는 과정이 참 절묘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그 주변인물들의 심리가 자세하게 잘 표현되고 있고 그들의 내면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도 했다.

하지만 네스터의 죽음이 왜 어떻게 이루어지나하는것은 좀 싱거웠다. 그의 죽음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좀더 생각해봐야하겠으나 기존의 좀더 정교하고 세밀한 추리소설에서 보여지는 죽음이나 살인보다는 좀 밋밋한 느낌이 들게했다. 그래서 이 책은 본격 추리소설보다는 심리소설이라고 생각해도 좋을듯한 느낌이 들었다. 추리적인 면은 그리 많이 인상적이지 않고 각 인물의 심리묘사나 행동등의 모습이 더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었다.

특이한것은 처음 네스터의 죽음을 묘사한 상황자체가 또다른 소설처럼 느껴지게 한 결말부분이다. 살짝 액자소설의 느낌이 들게 했는데 잘 짜여진 플롯이란 생각이들었다.

책은 아담한 싸이즈로 잘 만들어졌다. 제본도 튼튼한편이고 번역도 나쁘지 않다.겉면의 책 디자인도 책의 내용과 잘 어울렸다.

그러나 좀처럼 잘 보지 못하는 스페인 작가의 좀 색다른 책이긴 했으나 띠지의 광고문구는 오바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력에는 별로 미치지도 않고 셰익스피어와는 급이 다르다. 좀더 책의 성격에 걸맞는 홍보 문구가 아쉽다. 띠지도 엄연히 책의 일부니 만큼 좀더 어울리게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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