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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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 시리즈와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로 유명한 나카야마 시치리가 새롭게 펴낸 경찰 시리즈가 나왔으니 바로 이 책 와타세 경부 시리즈다. 이 작가도 은근 다작에다가 시리즈로 펴내는게 많은데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이어진다는 면에서 추리소설팬들에게는 좋은 작가다.

이번에 나온 와타세 경부 시리즈의 주인공 와타세는 다른 작품에서도 간혹 나오는 사람이다. 이 와타세가 어떻게 그 악명아닌 악명을 날리면서 범죄 해결의 1등 공로자가 되는가가 이 책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폭우가 내리던 어느 날에 한 사람이 살해된다. 부동산 업을 하는 사람.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속에서 용의자가 검거 되고 그는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서 결국 범인으로 판결받는다. 그것도 사형. 당시 일본은 사형미집행국이었기 때문에 언제 사형될지 모르는 상태였는데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가 어느날 자살을 하고 만다. 그렇게 잊혀지는듯한 사건이 다시 나온것은 5년뒤 다른 살인 사건을 수사하다가 뜻밖에 진범을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의 수사가 엉터리였고 강압수사에 끼워맞추기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와타세. 그는 이제 이것을 덮기 원하는 경찰 내부의 압력으로부터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결국 조직을 고발하게 되고 그 조직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살아남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건의 진실. 또 이어지는 반전. 진실은 결코 숨겨질수 없는 일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생각난것은 최근 재심을 통해서 무죄로 판명난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이었다. 나라슈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3명의 청년을 검거해서 대대적인 보도를 했던 사건이었는데 결국 이것이 강압 조작 사건이었고 그 용의자들의 지적능력이 떨어지는것을 이용한 당시 경찰의 허위 사건이었던 것이다. 이것도 나중에 다른곳에서 잡은 범인의 여죄를 캐는 과정에서 진범이 밝혀진 경우다. 이 책에서나 그 사건이나 공통된점은 공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지 않고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몰아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고 한 부패한 경찰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경찰은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일반 시민에게 엄청난 위압을 합법적으로 가할수 있는 존재다. 나름의 권력을 갖고 있는 건데 이것을 함부로 쓰면 얼마나 큰 일이 일어날수있는가를 여실히 말해주는 것이다. 책에서도 용의자가 범행을 부인하고 딱히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데도 심증적으로 범인으로 지목해서 그것을 계속 몰고가는것을 보여주고 있다. 윽박지르고 위협을 가하는것은 기본이고 신체적인 폭력도 불사한다. 그리고 최후의 수단으로 증거조작까지. 옛날 우리 경찰이 하던짓과 똑같다. 물론 모든 경찰이 이러지는 않았을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 그 시대에는 행해질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는것만으로 얼마나 어처구니없던 시절이었던가.

 

와타세는 그 사건의 주심 경찰이었다. 비록 증거조작이나 폭력등은 자신의 선배가 주도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그런것에 눈감고 넘어간것은 그 자체로 공범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여전히 그 사건은 잘 해결된거라고 믿는 이미 은퇴한 그 선배에 비해서 억울한 범인으로 몰려서 결국 자살하고만 그 사람에 대한 씻을수없는 원죄로 괴로워한 와타세가 그로부터 철두철미한 진짜 경찰이 된것은 그나마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사실 그런 경우에 경찰 직위를 유지하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자신의 허물을 스스로 밝혔고 조직의 어두운면을 고발했으니 그렇게 직위가 날아가지 않았을수도 있긴 하다.

 

책은 진실을 밝히는것이 얼마나 어려운일인가도 잘 느끼게 해준다. 이미 끝난거 그냥 넘어가는게 어떤가 대충 좋게좋게 넘어가자 그런말들을 우리는 참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조직을 더욱더 썩게 만드는것임을 왜 모를까. 와타세가 진실을 밝히면서 조직 전체가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지만 결국에 그 모든것을 견디고 만다. 그것이 괴팍하지만 진짜 경찰이 되는 그의 원동력이 되는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참 잘 읽힌다. 작가 특유의 쉬우면서도 물흐르듯 잘 이어지는 이야기체가 평범한듯하면서도 빠져들게 한다. 각 등장인물들도 흥미롭게 잘 묘사되고 있으며 이야기 구조 자체가 튼튼해서 이야기들이 딱딱 맞게 이어진다. 여러 시리즈들을 통해서 작가의 역량을 알고 있긴 했지만 새삼 새롭게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나카야마 시치리. 앞으로의 작품들도 무조건 기대할만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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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터스 컷 - 살인을 생중계합니다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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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한다. 책값이 비싸다 싸다 논쟁도 있지만 그 근본에는 책을 읽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 잡기가 너무나 어려운 시대고 높아진 집값으로 직장인이 되어도 쓸 돈이 한정적이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책으로 풀기에는 쉽지 않은데다가 결정적으로 지금 세대는 이른바 영상세대다. 영상매체라고 해봐야 집에서 보는 텔레비전이나 밖의 극장정도 있던 시절에 비해서 지금은 그것을 벗어나서 손안에서 모든것을 볼수 있는 시대다.

 

단순히 글을 올리는 사이트의 시대도 벗어나서 동영상 전문 매체인 유투브가 검색 1위가 되는 시절. 아직 책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활자보다는 영상을 보는것이 익숙해진 시절인데 사실 볼꺼리가 많긴 많다. 그런데 이것이 함정이다. 볼꺼리가 많다는것은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기 치열해졌다는 말이고 사람들은 이른바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서 갖은 수를 쓴다. 더 정성스러운 양질의 콘텐츠를 올리는것이 일반적이지만 그저 자극적이고 허무맹랑한 내용을 올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급기야 인간임을 벗어난 패악의 범죄도 영상으로 올리는 시절이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시대적인 것을 잘 반영해서 스릴감있게 만든 작품이다.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냥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으로 트위터를 쓰던 한 견습 미용사가 우연히 살인을 저지른다. 세상에 울분으로 그런 행동을 했지만 곧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되고 만다. 바로 살인마가 된것이다. 그런데 그가 쓴 트위터의 글이 알려지면서 황당하게도 인가스타로 부상한다. 한편으로는 유능하지만 프로그램을 위해서 조작도 마다하지 않던 한 디렉터가 있다. 그는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것으로 정직을 당하지만 이내 이 살인마를 접촉해서 영상으로 담으려 한다. 이 살인범의 뒤를 쫓는것은 경찰만이 아니다.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 대박을 터트리려는 일그러진 디렉터가 숨가쁘게 쫓아간다. 그렇게 끝날꺼 같은 내용이 막바지에 반전이 있으면서 분위기를 이끈다.

 

왕따를 당하면서 세상에 대한 울분과 분노가 생긴 그 미용사는 우리의 현실에 충분히 있다. 그가 살인범이 된것은 그 자신의 문제가 크지만 그를 괴물로 만든것은 남을 무시하고 경원시하는 사회의 문제도 없다고는 볼수 없을것이다. 그리고 경쟁에 내몰려서 하면 안되는 일을 하게 된 디렉터의 모습도 최근 여러차례 물의를 일으킨 모방송국의 편집사건과도 연결이 된다. 거기서도 그저 시청률 잘 나오게 하고 사람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도록 보고 웃도록 하기 위해서 아무런 윤리 의식도 없이 저질렀는데 책에서의 그런 조작도 같은 선상에서 생각할수 있는것이다.

 

책은 아주 속도감있게 빠르게 읽혔다. 중간중간에 짧은 단문 형태의 트위터도 나오면서 실제감을 느끼게 하는것이 역시 우타노 쇼고 답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은 어찌보면 단순하고 우리 중위에 있을수도 있는 일인데 이것을 작가 특유의 문장력으로 군더더기없이 짜임새있게 전개시키고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하는 SNS 가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에 더 실감있게 느끼게 되는거 같았다. 그리고 책에 있는 내용 자체가 실제로 일어난적은 없지만 충분히 일어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것은 그만큼 요즘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뭐 지은이가 사회적인 문제 의식을 제기 하기 위해서 소설을 쓴것은 아닐지라도 책에서 이야기하는 지금 세태의 문제점은 능히 인식할수 있을꺼 같아서 좋았고 역시 이 작가는 이렇게 휘몰아치는 빠른 전개가 특장점이란 생각이 든다. 어려운 부분없이 빠르게 읽을수 있으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느끼게 하는 안정감도 주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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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에 갇힌 여자 스토리콜렉터 63
로버트 브린자 지음, 서지희 옮김 / 북로드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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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강력범죄는 대부분 남자들이 저지르고 그 형태가 포악하면서도 잔인하기 때문에 여성이 형사로 나오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나와도 보조역할이 많다. 법의학자나 다른 지원부서같은 실제적인 위협을 덜 느끼는 역할로 많이 나오는데 이번에 나온 이 시리즈는 여성이 경찰이고 그것도 한 부서를 이끄는 팀장겪인 위치에 있는 경감이다. 이른바 '에리카 경감 시리즈'. 남자경찰이 주는 와일드하고 거친것도 좋지만 여성경찰이 주는 치밀하면서도 세밀한 수사도 충분히 재미있을꺼 같은데 이 시리즈가 그것을 충족시켜줄듯하다.

 

이야기는 미모의 한 여인이 끔찍한 살인을 당하는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그냥 그런 살인 사건이 급변하게 된것은 피해자가 거물의 딸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있고 군수산업쪽으로도 정부와 긴밀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의 딸이 그렇게 처참하게 살인을 당했으니 난리가 날법도 할것이다. 언론에서도 대섵특필되고 무엇보다도 그 정치력있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사건을 해결하라고 닥달을 하는 통에 담당 경찰서는 죽을맛이다. 사건의 최일선에 있는 마쉬 총경은 그래서 한 사람을 불러온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에리카 경감. 어떤일로 한동안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사건에 투입이 된다. 마쉬 총경과 그전에 함께 일했던적이 있기도 했지만 그 전에 강력 사건들을 훌륭하게 해결한 능력이 있기에 그를 불러온것이다.

 

한창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팀원속으로 에리카가 들어가니까 사실 좀 어색한 면도 있긴 했지만 워낙에 중대한 사건이라서 곧 협력해서 사건속으로 들어간다. 우선 피해자의 신상에 대해서 파헤치는데 그야말로 미인이다. 집안도 대단한데 거기에 미인이라니 상류사회에서 꽤나 주목을 끌었을것이다. 그런데 이 피해자가 그냥 주목을 끈게 아니라 주목끄는것을 좋아해서 이리저리 활발한 활동을 한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바로 문란한 사생활. 그녀의 SNS 즉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조사해보니 수많은 남자와 찍은 사진이 있는것이었다. 아마 그것이 하나의 단초가 되지 않았을까.

 

한편으로 그녀의 아버지인 더글러스 브라운은 경찰에 큰 영향력을 미칠만큼 정계에 큰 힘이 있고 또 사업쪽으로도 성공한 사람이지만 왠지 뭔가가 있는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표면적으로는 딸의 살해범을 빨리 잡기를 원하지만 집안 자체가 뭔가 분위기가 묘하다. 피해자의 사건과 뭔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주인공인 에리카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한 충격으로 한동안 수사 일선에서 떠나있다가 갑자기 호출이 되어서 불려온 처지다. 그래서 그런지 초반에는 베테랑 형사의 모습이 아니라 좀 허약하고 실수도 보이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아니 왜 이런 사람을 수사팀장으로 불러왔나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자신감을 찾게 되고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게 된다. 그러나 사건은 의외의 방향성을 보이면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단서가 나오긴 했지만 확정할수없는 상태에서 에리카의 주장은 묵살이 되고 결국 수사권을 박탈당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것도 모종의 힘이 작용한 것이다.

 

에리카의 진가는 여기서 발휘된다. 손발이 묶인 아무것도 신분의 상태에서도 끝까지 실마리를 붙들고 추적해나가면서 결국 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상관에게 과감하게 대들기도 하고 또 적당히 숙이기도 하면서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팀원들에게도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믿음을 사게 되고 그들의 사기를 북돋으면서 팀을 잘 이끄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것이 이 주인공의 장점이고 또 이것이 이 시리즈를 이어가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는게 아닌가 싶다.

 

시리즈의 첫판이니만큼 처음에는 조금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뒤로 갈수록 사건도 복잡하게 돌아가고 주인공의 성격이나 캐릭터가 잘 잡혀가는것이 느껴진다. 남자가 아닌 여성경감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꽤 흥미있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결말은 이런 스릴러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미리 알아챌수있을꺼 같긴 했지만 그래도 이야기 전개가 촘촘하고 잘 짜여져있고 개연성이 있게 쓰여진거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다른 경찰 팀원들도 흥미로왔는데 특히 같은 여성 경찰인 모스는 기존의 소설에서 볼수없는 배경을 보여서 놀라왔다. 여러가지 배경 묘사가 영국이란 나라를 실감하게 하는것도 나름 특색있었던 부분이었다.

 

스릴러 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새롭게 주목해야할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기존에 잘 없었던 여성경감이 주인공이기도 하면서 섬세하고 세밀한 묘사와 생동감있는 캐릭터들이 잘 조화된 이야기들이라서 앞으로 나올 시리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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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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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미국드라마에 '24시'라는 스릴러 드라마가 있었는데 24시간안에 뭔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야말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이야기였다. 매시간마다 일이 벌어지고 또 해결해나가고 하는것이 정말 눈 깜짝일수도 없이 몰입할수밖에 없었던 드라마였었다. 이런 시간을 제한해서 어떤것이 벌어지는 이야기는 잘 짜여진다면 정말 긴박감과 몰입감을 느낄수밖에 없는데 그런 이야기가 잘 없는 이유는 그만큼 전개를 촘촘하게 짜임새있게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것이다.

 

이제 그때 느꼈던 그 짜릿함을 느낄수 있는 시간제한스릴러가 나왔으니 바로 이 '범죄자'다. 시간은 하루가 아니라 10일, 열흘이다. 열흘이내에 주인공이 도망가거나 사건이 해결되야 산다. 아니면 그냥 죽는다. 언뜻 긴 시간같지만 나를 노리는 사람이 누군지 왜 노리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어디로 도망가라는건지 어떻게 해결하라는건지 종잡을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야기는 어느 역 앞 광장에서 벌어진다. 평화롭던 그 광장에서 갑자기 어떤 괴한이 나타나서 사람 4명을 죽이고 달아난다. 이른바 무차별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일어난 사건인데 다행히 한 사람은 살아난다. 그리고 너무도 쉽게 잡힌 범인. 모든것이 딱딱 들어맞게 범인으로 밝혀진다. 증거들이 명확해서 더 파고 들꺼도 없다. 약물중독을 일으킨 어느 인생실패자의 소행.

 

그런데 이쯤에서 우리는 뭔가가 있음을 눈치챈다. 이런 큰일을 벌인 범인치고는 너무 쉽게 너무나 '깨끗하게' 잡혔다는 것이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도 느끼지 않았을까. 하지만 누구도 거기에 의문을 품고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이 없다. 한 사람만 빼놓고. 바로 형사 소마 료스케. 직장에서 은근하게 따돌림 당하는 형사. 그래서 이 사건의 중심부에서도 빠져서 그냥 뒷정리나 하는 임무를 받은 소마는 유일한 생존자인 시게토 슈지를 만나게 되면서 이 사건에 뭔가가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한편 18세의 젊은 청년인 슈지는 아렌이란 여성에게서 만나자는 메일을 받고 그 광장에 있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는데 다른 4명의 사람은 다 죽었는데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었다. 그런데 그게 그냥 살아남은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이 개입되어있음을 알게된다. 그가 병원에 있을때 누군가 열흘만 숨어있으면 살꺼라고 했던것. 누가 왜 그를 죽이려 하는가? 그는 대체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던 것인가.

 

공식적인 수사가 아닌 비공식적인 수사였기에 소마는 혼자서 수사할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슈지는 벌써 살인자의 살인위협을 받고 있었기에 집에 혼자 둘수가 없다. 그래서 그의 오래된 친구인 야리미즈에게 잠시 슈지를 의탁한다. 언론쪽 일을 했던 야리미즈까지 세 사람. 이제 이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쫓을 사람은 세 사람이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와졌다. 그 살인자가 슈지만 죽이려고 하진 않을터. 과연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가 될것인지.

 

이건 뭐 책을 읽을수밖에 없겠다. 초반부 250여페이지의 내용만 읽어도 상당히 몰입이 되고 흥미진진한데 아직 알려진 사실은 없으니 나머지 내용이 어떻게 전개가 될지 벌써 궁금해져서 안달이 난다. 책은 2권의 많은 분량이니까 앞으로 읽을 양이 많다는 점에서 기쁘다고 해야하나.

티저북에서는 기본적인 사건 내용 외에 정치인과 돈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이들의 존재는 이 사건이 단순 미친놈의 무차별 살인 사건이 아니라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계산된, 뭔가 뒤에 어마어마한 것이 도사리고 있는 사건이란것을 느끼게 해준다.

 

정상적으로라면 슈지는 죽었어야 했는데 죽지 않았고, 거기에 평범한 형사가 아닌 직감이 뛰어난 형사가 있었기에 사건은 파뭍히지 않고 전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쪽 인물도 가세시킴으로써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도를 더 확장시키고 있다.

 

이야기는 무엇보다 열흘이라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안에 그 모든 상황을 종료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심어주고 있어서 더 짜릿한거 같다. 그리고 나도 상대도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추격을 한다는 점에서 더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행되고 있다. 바로 이점이 보통 일본 추리물에서 보기 힘든 전개다. 영미식의 빠른 진행과 쫄깃한 내용이 이 책에서도 잘 발휘되는거 같다. 일본이라는 우리와 좀더 가까운 문화에서의 일이라서 더 가깝게 느껴지는것도 이 책의 긴박감을 더 잘 느끼게 하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자 이제 어떻게 전개가 될까. 열흘이내에 대체 어떻게 사건의 실체를 쫓아갈까. 그 무시무시한 살인마는 이들을 가만히 둘까. 수십개의 의문이 떠오르면서 내용이 궁금해지는데 뭐 그것을 해소하는것은 어서 책을 읽는것뿐이겠지. 오랫만에 만나는 시간제한 추격 스릴러물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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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사랑한 소년 스토리콜렉터 6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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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품을 쓰다보면 그 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게 쉽지는 않을것이다. 그래서 불멸의 작품을 쓴 작가라고 해도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그만큼 글쓰기가 쉽지는 않다. 그런데 이책을 쓴 작가 안드레아스 그루버는 아직까지는 글쓰기에 있어서 높은 질을 담보하는 작가임을 이번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는거 같다. 전작들에 뒤지지 않는, 아니 어쩌면 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좀더 사건이 복잡해지고 잔인해진다. 유럽 각지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하나같이 잔혹하면서도 완벽하게 보이는 사건.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에게서 무엇인가가 느껴진다. 그것은 살인 수법이 누군가가 하는거랑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지금 감옥에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슈나이더가 몇년전에 잡아서 넣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살인범은 정말 똑똑한 인물이었기에 이번 사건들에서 뭔가가 있지 않을까도 싶지만 갖혀있는 그가 어떻게 개입을 한단 말인가.

 

한편 슈나이더의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인물은 피트 판 론. 뭐 한마디로 미친 인간이다. 그가 사회에 있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범죄에 희생양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런 그가 정신 이상 범법자들만 모여있는 특수 교도소에 있다. 그리고 그를 살피게 되는 심리 치료사의 등장. 심리 치료사인 한나는 아직 젊지만 전임자의 갑작스런 사고로 이 교도소로 오게 되는데 한나는 이 피트 판 론이 심상치 않은 인물임을 직감하게 된다. 그리고 은밀하게 그를 추적하게 된다. 과연 피트 판 론은 그 정체를 드러나게 될까 아니면 그냥 평범하게 복역하고  있었던 죄수로 밝혀질까.

 

이 책은 슈나이더라는 괴팍하지만 천재적인 프로파일러와 민첩하고 용감한 형사의 합이 좋은 시리즈다. 그는 슈나이더에 의해서 관련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괜찮은 형사가 된 여형사 자비네다. 슈나이더에 비해서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똑똑하지만 사회성이 좀 결여된 천재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가진 슈나이더와 자비네가 잘 어울리는건 서로의 좋은 점을 잘 보완하기 때문이다. 1+1 은 2가 아닌 3이 되는 그들의 조합은 어떤 사건이라도 잘 풀수있게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머리 똑똑하고 냉정하다면 냉정할 슈나이더가 이번 작품에서는 뭔가 정신이 팔린거 같다. 여러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수사하면서 슈나이더가 평소때 보이지 않던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어찌보면 슈나이더가 좀 휘청거리는건데 자비네가 그것을 잘 잡아준다. 그래서 정신없는 속도로 벌어지는 사건들에게서 조금씩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데 문제는 그것이 슈나이더와 관련된다는 사실이다. 이윽고 이 괴짜 프로파일러의 과거 그것도 어두운 과거와 직면하게 된다. 그의 과거가 현재의 사건들에 영향을 미친것이다.

 

책은 아주 흥미롭게 읽힌다. 여러개의 사건들이 막 이쪽저쪽에서 터지지만 대단히 속도감있게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책에서 손을 뗄수가 없다. 안드레아스 그루버라는 작가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는듯 몰입감있게 이야기가 진행이 되어서 결말이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번에는 슈나이너 개인사와 관련된 사건들이 일어나기에 좀더 심리적인 면이 강화된 내용이 나온다. 각 인물의 심리 상태를 잘 묘사하고 있고 그것을 통해서 치열한 싸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캐릭터가 좀더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파트너인 자비네도 전작보다 발전된 능력있는 형사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주인공들이 시리즈에 잘 안착한거 같다.

 

아쉬운건 폭발적인 전개와 진행으로 끝을 모르는듯이 이어지던 이야기가 끝에가서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은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결말이 좀 허무하게 끝났다고나 할까. 사실 결말이 아주 휼륭하게 끝나는게 쉽지는 않은데 뭔가가 좀더 급히 서둔거 같아서 그것이 좀 아쉽다. 사건들을 풀어가는 그 과정이 결국 결말을 위한것인데 그것이 조금 빨리 끝난거 같다. 하지만 그 뒤에 반전 아닌 반전이 있어서 이 시리즈가 어떻게 흘러갈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해서 나름 보완하고 있다고도 볼수있단 생각도 든다.

 

아무튼 재미있다.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만족할만한 작품이다. 읽고 나서는 정신없이 읽을수 있는 시리즈를 또 발견했다는걸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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