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의 목 동서 미스터리 북스 17
조르주 시므농 지음, 민희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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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심농은 스스로를 가리켜 “위대한 소설가가 아니라 많은 소설을 쓴 사람”이라고 말했다지만 이 말이야말로 겸손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앙드레 지드는 심농을 가리켜 “현대 프랑스문학에 있어서 위대한, 작가다운 작가”라고 칭하지 않았던가.

조르주 심농은 마지막 한방울의 문장까지도 음미하고 싶게 만드는 놀라운 작가다. 이 책에 수록된 두개의 중편도 역시 독자를 매혹시키는 색다른 분위기의 추리소설이다.
그의 천재적인 문장감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53페이지에서는 등장인물들 각각의 행동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착찹한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하지만 동서추리문고가 늘 그렇듯이 번역이 아쉽다.
특히 55페이지 윗부분에 “사표를 내겠습니다”… “범인을 붙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는 식의 대화가 오가는 부분은 시제가 혼란스럽다.

심농의 작품들은 일반적인 추리소설처럼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을 향해 달려가는 구성을 취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사건이 발생하고 그 와중에 해결을 해가는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 혼란스럽기도 하고, 긴박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차근차근 읽다보면 화선지에 스며드는 먹물처럼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빨려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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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1-1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70년대 말 일본판 번역임을 감안하세요. 별 세개 넘 짜요^^ 이거 그때꺼 다시 재출판하는 겁니다...

sayonara 2004-11-1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십니까? 만두님이 먼저 쓴 리뷰를 읽고 쓴 거라는 것을...

만두님 등의 리뷰 인플레에 대항하기 위해 일부러 별 하나 줄였습니다.

별점을 너무 후하게 주시면 정말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걸작'에는 정작 별점 다섯개가 빛을 잃는다니깐, 정말... -_-+
 
밴드 오브 브라더스 3 & 4 - [할인행사]
데이비드 프랭클 외 감독, 데미안 루이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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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카렝탕’과 4편 ‘보충병’은 특히 박진감 넘치는 시가전이 돋보인다.

3편에는 전투에 대한 공포와 혼란으로 괴로워하는 블라이 이병이 등장한다. 그는 거듭된 괴로움에 고통 받으면서 미안해 하지만 결국 팀을 위해 자신을 극복하고 선두에 나선다.
하지만 상부의 무모하고 쓸데없는 정찰명령 때문에 사상을 당하는 그의 죽음이 무척 안타깝다.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지는 전장의 사상자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명복을 빌어주는 군목의 믿지못할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4회는 보충병과 고참병에 관한 이야기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그렇지만 4회는 특히 실제 인물들과의 인터뷰 장면이 인상적이다.
고참들이 위대해 보이기까지 하는 신병들의 시각, 어설픈 신병들을 안쓰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고참병, 죽음으로 헤어지는 것이 싫어서 정을 주지 않는 고참병 등 다양한 병사들이 등장한다.

첫 전투를 치루고 퇴각하는 트럭 안에서는 반쯤 혼이 나간 신병들의 표정과 동료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고참병들의 표정이 대비를 이룬다.

그리고 퇴각하는 병사들 사이에 서있던 윈터스 대위의 침착한 모습이 돗보인다. 혼란의 와중에 있는 리더의 참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독일군에게 몸을 팔았던 여자들이 머리를 깎이고 옷이 찢겨지는 가슴아픈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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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11-17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분에게는 강추하기가 애매하네요. ^_^

남자들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면서 허무함에 빠졌던 것과 같을 수도 있으니까요. ㅎㅎㅎ
 
의혹 - [할인행사]
알란 J. 파큘라 감독, 해리슨 포드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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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의 존 그리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콧 터로의 훌륭한 스릴러를 원작으로 했다.

촉망받는 검사 러스티는 동료 여검사가 살해되자 용의자로 지목받는다. 그리고 사건이 해결되어 가면서 여러 가지 사실들이 밝혀지고... 마지막의 반전도 빠지지 않는다.
‘반전영화’라고 불리던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의 작품이다.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센스’에 비하면 조금 약할지 몰라도 최근 작품들처럼 이야기를 꼬고 또 꼬아서 억지반전들을 만들어내는 작품들에 비교한다면 훨씬 뛰어난 수작이다.
‘의혹’이 최근의 반전중독증 작품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뛰어난 점은 오로지 반전만을 위해 이야기를 엮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간중간 벌어지는 재판과 수사의 과정에서도 주인공들간의 배신과 불신, 속고 속이는 것으로 충실하게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인상적이다. 짧은 머리의 해리슨 포드는 궁지에 몰린 주인공역을 잘 연기했으면 다른 조연들도 작품의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러스티의 몸값비싼 변호사역을 맡은 라울 줄리아다. 시종일관 가라앉은 목소리로 진지하고 묵직하게 변호사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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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1-09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읽었지요. 책도 멋있었어요...

물만두 2004-11-09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스콧 터로우의 작품이 있었네요. 이 작품 읽었거든요^^ 알라딘에는 없어요...

sayonara 2004-11-1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에 스콧 터로우의 작품이 미출간, 품절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의외로 그 작가의 작품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영화로나마 아쉬움을 달래려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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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11-2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소망은 항상 상처내지 않는 사람이지만, 사람이 지나간 자리엔 상처가 남는 건 당연한 일이더라구요. 살다보니. ^^

sayonara 2004-11-26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도 정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큼은 하고 있습니다.(무슨 소용일까마는..) ^_^

박예진 2004-12-05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광수생각 좋아요!

sayonara 2004-12-06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광수생각의 노골적인 훈훈함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서두..

간혹 이렇게 '어쩜 내맘과 똑같을까?'싶은 것들이 있죠. ^_^
 
에이리언 2 SE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제임스 카메론 감독, 시고니 위버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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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아류, 모방작을 만들어냈던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SF고전 ‘에이리언’의 속편이다. 2편 이후 3, 4편도 각각 다른 감독의 손에 의해 각각의 개성을 갖는 작품으로 만들어진다.

제임스 카메론이 감독한 ‘에이리언2’는 전편과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액션걸작이다. 1편이 에이리언의 조여오는듯한 공포감을 선보였다면, 2편은 에이리언들이 떼로 공격한다.
주인공들은 들고 있기에도 버거워보이는 최첨단 무기를 쏴대며 에이리언들을 상대한다.

시고니 위버는 이 작품을 통해 대표적인 ‘여전사’로 거듭난다.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포드처럼 그저 섹시한 총잡이가 아니라 아이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드는 모성애의 여전사 말이다. 나중에는 총이 아닌 로봇에 올라타고 퀸에이리언과 일전을 벌이기까지 한다.
안드로이드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리플리와 결국에는 우정을 나누는 비숍도 멋졌고,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군인 힉스도 근사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토록 명성을 자랑하던 ‘에이리언2’도 시대의 흐름에는 그 박진감이 조금씩 퇴색한 느낌이다. 최근작인 ‘스타쉽 트루퍼즈’같은 작품들에 비하면 그 화려함이 조금 떨어진다. 두시간이 훌쩍 넘는 상영시간도 요즘 관객들이 보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

하지만 진정한 SF걸작이 어떤 것인지 알려면 ‘에이리언2’는 꼭 봐야하는 작품들 중 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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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4-11-1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는 제임스 카메론의 2편의 상영되어서 인기를 얻자 리들리 스콧의 1편이 개봉되었다죠..폴 버호벤의 폭력묘사와 제임스 카메론의 폭력묘사의 차이때문에 그런거 아닌지요..전 스타쉽 트루퍼스보다 좋던데^^ 폴 버호벤의 폭력묘사는 헐리웃 스타일과는 다른 잔인성을 보여주는데 그건 아마 이 영화가 전하고자하는 메세지 탓이 아닐까하는 주제넘은 생각을 해봅니다

sayonara 2004-11-1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일화가 있었군요.

전 두 작품 다 너무 좋아서요. 마치 월남전의 정글 전투를 연상시키는 '에이리언2'의 박진감도 좋고, '스타쉽 트루퍼즈'의 화려한 CG도 군국주의를 빈정거리는 영화의 주제와 너무 잘 어울려서 좋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