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계 19
하시모토 이즈오 글, 다나카 아키오 그림 / 다이나믹프로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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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이 갈라지고 피가 튀기는 그림과 살인과 폭력으로 얼룩진 잔혹한 내용의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료는 어린 시절 별다른 동기없이 주위 사람들을 무차별 살해한뒤 소년원에 가게 된다. 거기에서 배운 가라데로 이종격투기 대회에 입문한다.

이 작품은 ‘드래곤 볼’과 ‘시티헌터같은 야들야들한 만화를 즐기던 세대인 나에게는 놀라우리만큼 잔혹하게 느껴졌다.
‘베가본드’처럼 적당히 폼을 잡지도 않고, ‘더 파이팅’처럼 순진한 제스처를 취하지도 않는다. ‘무한의 주인’처럼 우아하지도 않고, ‘내일의 조’처럼 비장미 넘치지도 않는다.
주인공 료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기기 위해 비겁한 살수를 쓰기도 하고, 상대방의 여자를 겁탈하기도 한다. 그토록 잔인한 료에게도 따스한 면이 있다면 그것은 유일한 가족 여동생일 뿐이다. 하지만 여동생도 료때문에 비극적인 인생을 산다.

스포츠화된 이종격투기 중계방송과 무도가의 정신과 정정당당하지만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그린 작품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잔혹함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현실세계의 씁쓸함을 더욱 리얼하게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천재 무에타이 격투가였던 랑가의 비참한 최후는 밑바닥 인생의 비정함을 제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군계’는 정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하드코어한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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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학 - 제5판
그레고리 맨큐 지음, 이병락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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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무엘슨의 경제학교과서, 서울시장이었던 조순의 경제학교과서의 뒤를 이어 최근에 가장 각광받고 있는 교재는 맨큐의 저서들이다.

맨큐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요즘 세대들이 이해하기 쉽게 한자어표현들을 최대한 줄이고(이것은 원작의 의도라기보다는 번역과정상의 일이겠지만...) 최근에 소개되고 있는 새로운 이론들을 조금씩 수용해서 설명을 보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놀랍도록 쉽다는 것이다.
기존의 저서들과는 크게 다르게 부록과 읽을거리의 형식으로 현실경제와의 접목을 시도했다. 실제 역사적으로 있었던 경제적 사건 또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경제적인 현상들을 각각 관련이 있는 챕터의 중간중간에 삽입함으로서 학습자들이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있다.
덕분에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경제이론들도 무척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영상시대에 걸맞게 비주얼하고 시원하게 편집된 도표들과 그래프설명들 또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맨큐의 ‘거시경제학’의 기본적인 요점들과 고전적인 이론들을 무난히 설명하면서도 신세대 학습자들의 요구를 적절히 소화해낸 뛰어난 교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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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4-12-10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경제학 책들은 정말 딱딱함 일색인데 맨큐의 책은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쉽게,그리고 예쁘게 잘 만들어졌더군요. 하지만 이런 책도 '시험'을 목적으로 볼 때는 따분한 수험서일 뿐이겠지만.

sayonara 2004-12-1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학생들이 공부하기에는 확실히 난이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학생들의 수준이 그리도 낮은지... 예전에 마이클 델(델 컴퓨터 사장)이 대만학생들을 예로 들면서 미국학생들의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을 질타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 이렇게 재미있는 책으로 교육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인지도.. ㅎㅎ
 
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감독, 장동건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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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으로 인한 형제간의 비극을 다룬 한국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장엄하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장동건, 원빈 등 주연배우들은 물론 카메오 출연한 최민식, 김수로 등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을만큼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그늘을 지우기 힘들다.
총알이 빗발치고 사지가 절단되고 흙덩어리가 날아다니는 영화 속의 전장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헐리우드를 흉내냈지만 헐리우드만큼 깔끔하지 못한 화면도 아쉽다.
카메라는 지나치게 흔들리기만 해서 멀미가 날 지경이고, 진지를 향해 추락하는 전투기는 3D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하다.

두 형제가 강제로 징집당하고, 안타깝게 이별하고, 전장에서 다시 만나고... 감동을 위해서 이야기를 너무 극단으로 몰고 간 것도 개인적으로는 좀 어색한 감을 느꼈다. 관객의 눈물샘을 쥐어짜내기 위해 이야기를 꼬아놓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평생 총 한번 잡아보지 못했을 진태가 입대하자마자 놀라운 사격솜씨를 보이는 것도 세부적인 설정에 신경을 좀 썼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색했다.

'쉬리'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강제규 감독은 대단한 감독이고,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단계 높여놓은 훌륭한 감독이다. 또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2004년 똑같이 1000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예비군훈련영화같은 '실미도'보다 훨씬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꼭 헐리우드의 흉내를 내지 않더라도 '올드보이'처럼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충무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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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을 어떻게 옮길까? -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바이벌 면접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정준희 옮김 / 해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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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들의 채용방식이 복잡해지고 면접방식이 어려워지면서 구직자(피면접자)들은 생각지도 못하던 질문에 시달려야 한다.

‘후지산을 어떻게 옮길까?’는 면접관들이 제시하는 고난이도의 퍼즐면접에 대처하기 위한 책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면접문제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데다가 전체 분량의 2/3가량이 IQ테스트에 탄생과 발전, 프로그램 관리자와 프로그램 테스터와의 관계 등 일반구직자들이 보기에는 쓸데없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수록된 면접문제들이 전반적으로 프로그래머들을 위한 퍼즐식 문제, 수학적 문제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는 최근의 채용면접 경향에 관한 깊이있는 책이 없고, 퍼즐문제들이 구직자들에게 무척 생소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책에는 최근 채용면접에서 자주 등장하는 ‘후지산을 어떻게 옮길까?’, ‘세상의 피아노 조율사는 몇 명이나 되는가?’, ‘저울을 사용하지 않고 비행기 무게를 어떻게 잴 수 있나?’하는 식의 문제와 모법답안들이 등장한다.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지원자들이 무엇인가를 설득력있게 대답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바보같은 소리를 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름대로 조그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책의 문제와 정답들이 100% 옳은 것만은 아니다.
일례로 이 책에서는 ‘후지산을 어떻게 옮기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적당한 대답으로 정교한 수학적 계산을 통한 소요인력과 소요기간을 설명하고 있지만, 국내기업의 실제 면접에서는 차라리 ‘사진을 찍어 다른 곳에 붙여놓겠습니다’하는 식의 대답이 더 높은 점수를 받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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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자 -하
프레드릭 포사이드 지음 / 한마음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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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포사이드는 ‘재칼의 날’이라는 작품 한 편으로 정상에 올랐던 작가다. 이후의 작품들이 데뷔작만큼의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더구나 최근 작품들은 기대에 못미치는 관계로 요즘은 한물 간 스릴러작가로 치부되고 있다.(포사이드다운 스릴러의 멋을 잃어버린 ‘오페라의 유령’ 속편이란...)
다큐멘터리스릴러라는 장르를 창조했다는 찬사도 톰 클랜시같은 작가들에 밀려서 많이 퇴색되었다. 그의 고만고만한 작품들 중에서 그나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오뎃사 파일’과 이 작품 ‘교섭자’ 정도다.


이 작품에서는 협상전문가의 모험이 과장된 스타일로 묘사되어 있다.
실제로 협상전문가들이 협상의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고 알려져 있지만,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보다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한 전개를 위해 필요한 설정이기 때문에 그다지 불만은 없다.


하지만 길게 늘어지는 문체와 느릿느릿 전개되는 이야기 전개가 문제다.
존 그리셤의 작품들이나 우라사와 나오크의 ‘마스터 키튼’같은 작품들의 간결한 재미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길고 지루하다.


나름대로 장점을 찾아본다면 ‘교섭자’에는 스릴러소설에서 예상할 수 있는 일반적이고 뻔한 스타일의 반전이 아닌 작품 전체의 구성을 뒤흔들만한 충격적인 이야기 전개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중반의 어떤 사건 이후로 소설의 분위기가 확 바뀌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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