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악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5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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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등장하는 트릭들은 한마디로 ‘기괴’하다. 밀실 살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벌이지는 살인 등 서양 작가들이라면 ‘기발’한 방식의 트릭을 선보였겠지만, 에도가와 란포의 트릭은 기괴하고 잔혹하다.
게다가 작품에 등장하는 동성애와 기형 등 개인적으로 ‘외딴섬 악마’에 등장하는 트릭과 등장인물들, 분위기, 모든 것이 거북했다.

엽기적인 설정과 엽기적인 살인, 엽기적인 인물들이 등장하고, 작품 안에서 지옥, 악마, 짐승 같은 표현들이 반복된다.(일본인 특유의 기괴하고 악마적인 설정이라고 해도 되려나...)

하지만 이야기의 흡입력만큼은 굉장하다.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재미있었다.
한 사건의 트릭이 밝혀지는가 싶더니 곧 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다.
정신없이 전개되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깔끔하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작가의 능력도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포의 ‘황금벌레’나 코넌 도일의 ‘여섯 개의 나폴레옹상’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이 작품에 스포일러성 글이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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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징 레인스 - 할인행사
로저 미첼 감독, 사무엘 잭슨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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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참 좋다. 가지 않은 길,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길, 우연한 사고로 인해 하루가, 앞으로의 삶이 바뀌어버린 두남자... 하지만 이렇게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치중했기 때문인지 이야기의 긴장감은 매우 느슨하고, 중간중간의 전개 또한 맥이 빠진다. 벤 에플릭과 사무엘 잭슨 두 배우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잠깐의 차선변경(?!)으로 인생이 좋은 쪽으로, 바람직한 쪽으로 바뀐다는 줄거리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스릴러의 구조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스릴이 느껴지지 않는 드라마같은 이야기는 무척 아쉽다.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 좋았던 점은 두 사람의 불행과 위기, 행복을 과장되지 않게 담담하게 그려낸 점이다.

사무엘 잭슨이 진퇴양난에 빠져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과 자신의 안타까운 입장을 아내에게 호소하는 장면에서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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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실패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이승욱 옮김 / 동방미디어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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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웨어와 그의 사단이 이룩한 LTCM의 놀라운 성공은 감히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던 바벨탑에 비견할만한 업적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천재들의 모임, 그들이 철저한 이론과 분석으로 이룩한 놀라운 성공의 연속...
그리고 마지막의 허망한 실패까지 읽다보면 한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물론, 확실히 전문적인 내용이 들어있고, 금융용어가 난무하기 때문에 중간 중간 읽어나가는 것이 고역인 부분도 많다.)

어쨌든 영원불멸할 것만 같았던 LTCM의 성공신화는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과 그 여파로 막을 내렸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이론은 틀린 것이 없다고들 한다. 충분한 시간만 있었다면 그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스프레드는 줄어들었을 것이며 결국에는 그들이 원하던 대로 충분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라는 존재에 대항하려 했던 것이 그들의 실패 이유가 아니었을까?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는 항상 균형을 찾기 마련이다. 그러나 케인즈가 말했던 것처럼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모두는 죽고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치열한 도전, 고도로 응축된 에너지가 폭발하던 LTCM의 성공과 몰락은 현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한편의 드라마 같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월스트리트도 나름대로의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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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동서 미스터리 북스 41
존 르 카레 지음, 임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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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구성이나 줄거리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영화 ‘이중간첩’과 비슷한 첩보스릴러다.

이 작품을 소개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문구는 ‘안티-제임스 본드’라는 표현이다. 멋과 낭만이 넘치는 스파이의 세계가 아니라 우중충하고 구질구질하기도 한 진짜 스파이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인 출신인 존 르 까레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의 이야기는 그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한다.
권력과 조직의 일개 부속품에 불과한 남자의 비애와 슬픔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멋진 BMW를 몰지도 않고 미녀와 근사한 섹스를 하지도 않는다.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추격전도 없고 상관의 명령을 가볍게 맞받아치는 속사포같은 말솜씨도 보이지 않는다. 독일의 한 거물을 제거하기 위한 임무를 띠고 이중간첩의 신분으로 잠입한 뒤에 지리하게 자신의 맡은 일을 수행해나간다. 차근차근 수행해나가던 주인공의 임무가 마지막에 가서는 완전히 망쳐지게 된다. 그리고 계속된 정부와 첩보기관의 음모가 펼쳐진다.
특히 마지막의 반전은 싸구려 스릴러에서나 기대하던 충격을 선사한다. 통쾌하고 놀랍다기 보다는 서글프고 가슴아픈 반전이다.

이 작품은 지금 21세기에 읽는다면 케케묵은 냉전시대의 비극이지만, 수준높은 고전들이 늘 그렇듯이 여전히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념이란 무엇이고 그 속의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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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2-3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은 냉전 종식 전에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더 비장미가 가슴에 와닿았을텐데 하는 마음이 드는 아주 슬픈 작품이었답니다...

40일백 2004-12-31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전은 아직 종식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휴전상태일 뿐입니다

한쪽의 힘이 일방적으로 드세면 다른 한쪽은 힘을 비축할 때까지 휴전을 할 뿐입니다

종식이나 종전 또는 승전이라는 말은 한순간의 미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냉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니 21세기에도 여전히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 봅니다



해피 뉴 이어! ^.^

sayonara 2005-01-02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지금 읽기에는 확실히 '우뢰매'만큼이나 생뚱맞죠.

하지만 아직 냉전은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란 걸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_^
 
...ing (아이앤지) 일반판 - [할인행사]
이언희 감독, 임수정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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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생각해보면 사진과 불치병이 등장하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ing’도 나름대로 매력적인 작품이다.

너무 허물이 없어서 오히려 가식적인 것 같은 민아와 엄마의 사이라던가, 슬픔을 못이긴 영재가 술에 취해 간판을 부수며 울부짖는 장면이 좀 오버같기는 하다.
하지만 ‘...ing’는 그 이상으로 과다하게 울음을 터뜨리거나 폼을 잡지 않는다.

마치 산뜻한 분위기의 순정만화같다.
서로 툭탁거리면서 친해지는 영재와 민아의 관계를 보는 것도 즐겁고, 귀를 간질거리는듯한 삽입곡들도 따로 음반을 구입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지나치게 웃기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비극성을 조장하지도 않는 ‘...ing’는 그저 평범하다 싶을 정도로 무난하다. 하지만 그런 아기자기한 장면과 사건들이 관객의 감수성을 촉촉이 적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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