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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우리 뇌가 가진 능력의 10% 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그럴듯한 오해로 시작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는 작가 스스로가 이미 많이 써먹었던 공식에 갖혀버린 듯한 느낌의 작품이다.
DNA를 본뜬 나선형의 이야기 구조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확실히 신선했다. 이미 기존의 추리소설 등을 통해 많이 쓰였던 방식이지만, ‘개미’는 그런 상식적인 구조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서 완성도 높은 긴장감을 선사했다.(확실히 로빈 쿡의 작품들보다는 그런 점이 뛰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뇌’에 이르도록 변하지 않는 그런 식의 이야기 구조는 좀 식상한 편이다.
더구나 물체의 영상이 망막과 수정체를 통해... 시신경... 이런 저런 감각기관을 통해 뇌에 전달됐다는 식의 생물학적이고 분석적인 표현도 계속 반복되니까 오히려 지루해질 정도다.
학생에 대한 평가에 따라 성적이 달라진다는 이론, 냉동 컨테이너 안의 사람이 스스로 춥다고 생각해서 죽은 사건 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이라 별로 재미가 없다.
그리고 주인공이 보던 TV 뉴스에서 나오던, UN이 일본정부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항의했다는 내용은 구매력이 큰 한국독자들에 대한 아부성 발언 같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기분이었다.
전체적으로 너무 익숙한 구성과 소재가 실망스럽긴 했지만, 늘 그렇듯이 기본 이상으로 재미는 있었다.
번역과정에서 주전부리, 동을 달다는 식의 순우리말 표현들을 사용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