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복수극과 사기행각

한푼도 용서없다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86
제프리 아처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처음 시작은 그저그런 스릴러처럼 보였다. 특히 하비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지나친 우연의 연속은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그가 부를 축척하는 과정이 너무도 억지스러웠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우연히 수표를 주워 주식투자의 밑천으로 삼고, 우연히 부자집 아들을 친구로 사귀는 식의 거듭된 행운이 말이다.
하비의 외모를 묘사하는 부분을 보면 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말이다.
줄거리는 시드니 셀던의 소설과 비슷하게 시작되는데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의 외모는 어찌 그리도 딴판인지 말이다. 시드니 셀던의 주인공들이 늘씬하고 젊은 미남미녀들인 반면에 이 작품의 악당 하비 매트카프는 땅딸막하고 교양없는 볼품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네 주인공의 사기행각(?)이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경쾌하고 가볍게 진행된다. 마치 시트콤 시리즈를 보는 것같은 코믹한 스릴러다.

번역자는 해설에서 ‘사람을 속이고 돈을 갈취하는 것이 범죄임에는 틀림없지만, 흉기를 휘두르고 살인을 하는 것도 아닌 이들 콘맨(신용사기꾼)들은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고 표현했다. 확실히 이 작품만큼 등장인물들 모두가 귀엽고 발랄한 스릴러는 읽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뛰어난 작가들의 훌륭한 작품들을 읽을 때면 늘 감탄하는 것이지만, 제프리 아처 또한 정치인이면서 뛰어난 소설을 쓰는 천재적인 작가같다. 변호사를 때려치우고 전업작가로 성공한 존 그리셤이나 소설을 써서 학비를 충당하고 전공을 바꿔가며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마이클 크라이튼처럼 말이다.

음향효과가 장난이 아닌 복싱 애니

더 파이팅 Vol.4
니시무라 사토시 감독 / 매니아 엔터테인먼트 / 2004년 1월

원작만화의 줄거리를 무난하게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이다. 제작진이 무리하게 욕심을 부려 쓸데없는 에피소드와 반복된 장면들을 지나치게 집어넣어 긴장감을 떨어뜨린 ‘드래곤 볼’ 시리즈의 실수가 없다는 점이 다행이다.

이번 회에서는 잇보가 제법 복서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오다와의 데뷔전이 펼쳐지는 에피소드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야기의 줄거리는 너무 뻔하고 평범하다 싶을 정도로 특색이 없다.
꾸준히 노력하는 주인공과 자신의 재능만 믿고 까불다가 여자친구의 사랑과 격려로 심기일전 시합에 입하는 복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파이팅’에는 복싱이라는 스포츠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남자다움이 있고, 노력과 근성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더 파이팅’과 다른 복싱 애니메이션의 다른 점이라면 마치 실제로 난투가 벌어지는 한 가운데에 있는듯한 음향효과다.(실제 복싱에는 그런 과장된 효과음이 없지만.) 복서들이 서로 펀치를 나누는 소리는 역동적인 화면과 함께 듣고 있노라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박진감 넘친다.

할 일을 마치고 안식을 찾은 이방인

터미널 - 할인행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5월

스필버그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이후로 가족주의를 추구하기로 마음을 굳힌 듯 하다. 개인적으로 초기의 ‘격돌’이나 ‘죠스’에서 보던 호쾌한 재미를 좋아하는데 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럴듯하게 시작해서 흐지부지하게 끝맺는 결말도 좀 그렇고 말이다.

처음에는 무국적자의 불청객이었지만 나중에 가서는 공항직원 모두의 친구가 되는 과정도 작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이유는 전적으로 톰 행크스의 빼어난 연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외딴 곳에 홀로 남겨진 이방인의 당혹스러움, 현재 자신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려는 의지 등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웨이’ 등에서처럼 변치않는 명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마지막의 대사와 표정은 잊혀지지 않는다.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한 일(?)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느끼는 주인공의 편안함에 공감할 수 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의도된 산만함

유턴
올리버 스톤 감독, 숀 펜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1월

갱단에 진 빚을 갚기 위해 급히 애리조나 사막을 건너던 바비는 갑자기 무스탕이 고장나는 바람에 외딴 마을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U-TURN’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던 이 마을은 극단적으로 짜증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현실에서도 볼 수 있을법한 성격의 사람들이지만 감독은 의도적으로 그들의 뒤틀림을 끝까지 밀어부친듯 하다.

더구나 정신없는 장면 전개와 클로즈업은 명감독으로 알려진 올리버 스톤 감독이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숀 펜의 신경질이 가득한 눈매와 빌리 밥 손튼의 구역질 날 정도로 얄미운 얼굴을 걸핏하면 확대해서 들이댄다.

마지막까지 꼬이고 또 꼬여서 비극인지 희극인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는 결말을 맺는 엔딩 부분도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독특하고 사이코틱 하다.

결국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교훈은 ‘인생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라는 정도였을까?

DVD 자체는 간촐하게 잘 만든 염가제품이지만 케이스의 표지가 싸구려 애로틱 스릴러를 떠올리게 한다. 가운데 크게 U자가 써 있는 갈색톤의 포스터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2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문제가 장점이지만...

전략경영시대의 경영학
오준석.설원식 지음 / 웅지경영아카데미 / 2001년 6월

확실히 요즘 입사시험에 대비한 경영학 교재가 부족하다. 중언부언 설명하는 것은 많은 책들이 몇몇 있지만 수험생들의 목적에 맞는 교재를 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 책 ‘전략경영시대의 경영학’도 그리 나은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비교적 문제의 양이 많다는 것이다.
다른 교재들은 보통 경영학 지식들을 죽 나열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문제들의 해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혼자 공부하는데 애를 먹게 된다.
몇 안돼는 기출문제는 전부 CPA 기출문제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스스로 ‘수험서적’을 표방한 만큼 좀 더 목적에 충실하게 간결하고, 최근 경향에 맞도록 개정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