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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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처럼 그럴듯한 과학적 지식을 본격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움베르토 에코처럼 진중하게 중세와 종교에 관한 지식을 풀어놓지도 않는다.
그다지 새롭지 않은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소설 '천사와 악마'는 마이클 크라이튼식의 과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움베르토 에코의 라이트 버전 같다.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를 염두에 두고 쓴 것 같은 현란한 장면 묘사와 사건들은 긴박감이 넘친다. 24시간 안에 사건이 시작되고 종결되는 24부작 드라마 시리즈 '24'처럼 이 작품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거의 하루만에 끝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박진감이 더욱 돋보이고 흥미진진하다.
마지막에 가서는 좀 어수선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것 또한 작가의 역량 부족이 아니라 최후의 반전을 위한 설정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작품 속에서 올리베티 사령관은 초반부에 끈덕지게 주인공들의 발목을 부여잡고 방해한다. 앞뒤가 꽉 막힌데다가 이해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막무가내의 인물이다.
다른 독자들은 어떤 생각일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갈등 구조를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신데렐라를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새어머니와 양언니들을 지나칠 정도로 밉살맞은 성격으로 설정해놓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런 좋은 소재와 구성의 작품이 이런 식의 답답한 갈등을 되풀이 하는데 지면을 낭비하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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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2-22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다빈치코드보다는 낫지 않나요^^

sayonara 2005-02-22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저것 너무 잡다하게 읽다보니까 아무리 베스트셀러를 읽어도 꼭 예전 히트작들의 모자이크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분들이 '다 빈치 코드'보다 이 작품이 낫다고 해서 먼저 읽었습니다. ^_^

sayonara 2005-02-2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가끔 전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내가 쓴 리뷰보다 제목이 더 그럴듯할 때가 많다구요..(진짜루~).. ^_^
새벽별님까지 '다 빈치 코드'보다 낫다고 말씀하시다니, 읽을까 말까 갈등 생깁니다. ㅋㅋ
 
에필로그 - 칼 세이건이 인류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
칼 세이건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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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라는 걸작으로 대중과 천문학의 접점을 찾아낸 과학자, 글로써 현실의 문제들에 대항했고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노과학자 칼 세이건의 죽음은 독자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더구나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영웅 아인슈타인의 말을 언급하며 신과 타협하거나 종교에 굴복(?)하기를 거부했던 진정한 과학자였다.

결국 이 책을 완성하지 못하고 떠난 칼 세이건은 이 책에서 현대사회가 직면한 생존의 문제와 해결책으로서의 과학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여전히 걸음마 단계인 우주 탐험, 미국과 러시아의 끝없는 군비경쟁, 오존층 보존을 위한 선진국들의 노력 촉구, 낙태에 관한 찬반 논쟁, 지구 온난화에 관한 대비책 등에서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과학자)을 델피의 사제와 카산드라에 비교하며 조심스럽게 미래를 전망해보기도 한다.

노과학자가 이 책을 통해 남긴 메시지는 최근 언론에서 다뤄지는 이슈들처럼 선정적이거나 급박한 것은 아니지만 인류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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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is ... War - 피말리는 마케팅 전쟁 이야기, '실패에서 배운다' 시리즈 마케팅편 1
로버트 F. 하틀리 지음, 송희령 외 옮김 / 아인북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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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은 피를 흘리지 않고 총성이 들리지 않지만 실제 전쟁만큼이나 치열한 분야다.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매달린다. 때로는 자신들의 운을 시험하는 도박과도 같은 일들도 벌어지고 말이다.

이 책은 대학의 경영학 교재로 사용되는 책이지만, 일반인이 읽기에도 그 지식과 교훈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 책이 그 어떤 스릴러 못지않게 흥미진진했으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거대기업들의 흥망성쇠는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드라마틱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실제상황’이다. 실제로 한 대기업이 망하면 말단사원들은 거리로 쫓겨나고, 수백 수천억의 돈이 사라진다.

이 책은 80년대 후반에 출간되었던 ‘거대기업 스토리’라는 책과 많은 부분이 중복된다.(‘거대기업 스토리’는 국내의 주간 경제잡지에 연재되었던 해외대기업들의 사례를 모아서 출간한 책이다.)
‘Marketing is ... War’에 언급된 몇몇 기업들은 80년대의 책 ‘거대기업 스토리’에도 등장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회생했던 스코트 재지는 또 한 번 구조조정으로 재기했으며, 당시 경쟁자들을 제치고 한숨 돌렸던 맥도날드는 또 한 번 과당경쟁의 위기에 처해있다. 80년대중반 뉴코트의 실패와 펩시의 거센 도전으로 위기에 처했던 코카콜라는 현재 펩시를 따돌리고 승승장구 중이다.

기업의 마케팅은 이처럼 한치 앞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길이다.
“나이키의 성공은 순전히 마이클 조던 덕분”이라는 잠깐 동안의 안일함이 리복의 쇠락을 불러왔던 것처럼 늘 노심초사하며 매달려야 하는 일이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작은 글씨와 시장점유율 등의 표를 그림으로 표현했으면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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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의 CIA - 할인행사
성룡 외 감독, 성룡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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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이 몸을 아끼지 않는 화끈한 액션과 시원한 스턴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서없이 산만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엉성한 연기는 예전의 성룡 영화들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성룡이 직접 각본, 감독, 제작할 당시의 영화들은 말 그대로 성룡의 '혼'이 담겨 있는 듯 느껴졌다.
액션 하나하나, 주제곡부터 배경음악까지 꼼꼼히 신경 쓰는 성룡의 노력이 말이다.

하지만 감독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기고 주연만 하는 이 작품은 '성룡영화'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하다. 그저 성룡의 개성이 묻어나는 홍콩영화라고 부르는 편이 좋을 정도다.(그만큼 성룡은 주연배우의 역할에만 충실했다. 물론 더 늙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작품을 찍고 싶은 성룡의 욕심은 이해한다.)

왜 CIA의 특수임무에 아시아 각국의 대원들이 한 명씩 모여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성룡은 이 작품에서도 죽도록 고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헬기에서 떨어지고, 레이싱 카로 사막을 가로지르고, 빌딩에서 뛰어내린다.

전체적으로 성룡표 액션이라고 하기에는 좀 초라하지만 마지막에 빌딩 옥상에서 두 명의 악당과 대결하는 장면은 엉성한 듯 하면서도 꽤 볼만하다. 성룡과 꽁지머리 백인이 시뻘겋게 상기된 표정으로 서로의 정강이를 향해 발차기를 해대는 장면에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럴듯하고 재미있다.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엔딩부분의 NG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성룡이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마카레나 춤을 가르쳐주는 장면이다. 역시 성룡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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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 가(家)의 사람들
피터 콜리어 외 지음, 함규진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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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903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하고도 두꺼운 책이다. 얇은 추리소설과 통속소설에 길들여져 있는 나에게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대단한(!?) 도전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무척 지루하고 기나긴 시간이기도 했다. 마치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어 내려갔다. 햇볕이 내리쬐는 모래밭을 쉬지 않고 걷다가 가끔 나타나는 오아시스에서 목을 축이고 다시 강행군을 계속하는 것처럼 말이다.

간혹 록펠러 가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록펠러 가문이 미국의 현대사와 자본주의에 대항해 어떻게 싸우고 부를 축적해왔나 하는 이야기다.

편집진은 30여 년 전에 출간된 이 책의 축약본을 읽고 완역을 결심했다고 했는데, 문자 중독증에 걸린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하겠는가? 개인적으로도 축약본을 구할 수 있었다면 이 책을 곧장 집어던졌을 것이다.

너무 많은 부분이 성공과 창조, 혁신보다는 언론과의 싸움, 노조 또는 정부에 대항하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러드로우 광산의 비극에 관한 이야기는 무려 30페이지가 넘는데, 그 지루함에 읽다가 지쳐버릴 정도다.

어쨌든 록펠러에 관해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흥미 있어 할 내용이 많이 있다.

우선 록펠러 1세는 무엇이 비즈니스이고 무엇이 아닌지를 알고 있었던 사람으로 무차별적인 탐욕을 드러내던 밴더빌트, 피스크같은 가문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단지 세계 최고의 부자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든 오명과 비난을 대표해서 뒤집어썼다고 할 수 있다.

록펠러 1세는 석유붐이 한창일 때, 석유 자체보다는 석유를 운송하는 사업에 투자할 정도로 통찰력이 있었다.
2세 또한 모건과의 협상에서 "뭘 팔러 온 게 아니고 뭘 사고 싶어 한다기에 왔다"는 말을 할 정도로 사업 감각이 있는 후계자였다. 그는 주로 록펠러 가문에 씌어진 오명을 벗겨내기 위해 자선사업에 몰두하고 또 어느 정도 성공한다.

나름대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3세의 이야기를 거쳐 4세에 이르면 가문의 결속력이 훨씬 느슨해지고 그 정신도 쇠퇴한다. 록펠러 4대를 다룬 4부의 제목이 '사촌들'이라는 것은 구성원들의 관계가 그만큼 멀어졌음을 암시한다.

4부에 나타나는 배부른 자들의 오만에는 짜증이 날 지경이다. 4대가 자신들이 '록펠러'이기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나 큰가를 장항하게 나열해나갈 때는 신물이 날 정도다.
서민 독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그들의 행동과 말은 가진 것에 우선 감사할 줄 모르고 투정만 부리는 미성숙한 세대의 것이다.
평소 낡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만 주말이면 자신의 비행기나 요트를 즐기고, 오래 된 폭스바겐을 몰고 다니지만 그 차를 타고 가는 곳은 자기 소유의 농장이다. 얼마나 이중적이고 어이없는 소탈함인가?

결국 부의 축적에 관한 그럴듯한 이론과 드라마를 기대했지만, 마지막에는 짜증스러움과 함께 책장을 덮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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