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의 과학 - 세종마케팅총서 1
파코 언더힐 지음, 신현승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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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쇼핑을 분석하고 과학적으로 측정, 개선하는 파코 언더힐의 통찰력과 노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십몇년 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고객들의 쇼핑습관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마법 같은 매출 상승을 불러일으킨 그의 성과는 과히 ‘업적’이라고 부를만하다.

저자가 주장하는 원칙은 매우 간단하다 은행, 식당, 할인점 등 모든 소매점포는 인간의 특성과 성향,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할인점의 바구니는 입구에 너무 가까이 놓여 있으면 고객들이 지나치기 마련이고, 대형 서점에서는 매장 곳곳에 바구니를 비치해놓아 고객들의 충동구매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 계산대의 고객들은 오래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고, 여성과 쇼핑하는 남성들이 앉을 수 있도록 의자 하나를 갖다 놓음으로써 여성들이 보다 편하게 쇼핑할 수 있다는 사실, 은행에서 전표를 쓰고 차례를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테이블의 팜플렛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 등 소매환경에 관한 놀라운 통찰력은 수도 없이 많다.

노인용품의 설명서는 글씨를 크게 인쇄해야 한다는 것, 어린이 제품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것 등 이미 상식화된 내용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신선하고 경이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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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과 아벨 1
제프리 아처 지음 / 하늘출판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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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두 주인공 카인과 아벨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겪으면서 온 몸으로 현대사를 관통한다.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독일군의 침략과 참혹한 포로생활, 타이타닉 호의 침몰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2차대전 참전과 패튼 장군과의 만남,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

이 작품은 시드니 셀던의 이야기와 비슷한 점이 많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훨씬 흥미진진하고 또 한편으로는 매우 황당하다.
열 살도 안된 아이가 능수능란하게 하인들을 부리고 조그만 사업을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장이 심하다.
그리고 주인공들에게는 모든 일이 너무 쉽게 풀린다.(이는 '한 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제프리 아처 작품의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천재적인 두뇌덕분에 공부를 앞서가고, 포로수용소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너무 쉽게 도와준다. 쉽게 도둑질을 배우고 외국어를 익힌다.
호텔 레스토랑의 웨이터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부지배인으로 스카웃 된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투자한 금액은(자세한 과정은 나와있지 않지만) 금세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고작 10대 소년이 시청 관급공사의 낙찰동향을 훤히 꿰뚫고 있는 거의 전지전능한 능력을 보여준다.

확실히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겪는 고생이 일사천리로 쉽게 스쳐지나가서 오히려 맥이 빠질 정도다.
하긴 때론 이렇게 물 흐르듯이 진행되는 이야기를 읽는 것이 마음 편하기도 하다. 지나치게 머리를 써야 하는 추리소설보다 덜 부담스럽고 말이다.

그리고 제프리 아처는 확실히 천부적인 이야기꾼임에 틀림없다.
어린 윌리엄이 골프장에서 자신의 유산을 관리하는 은행장과 대화하는 부분에서는 주인공의 냉정한 카리스마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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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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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는 A4 용지 반 페이지면 요약될 수 있는 앙상한 줄거리의 작품이다.
하지만 그 황량한 여백을 쥰세이의 아오이에 대한 사람, 과거에 대한 기억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채우고 있다.

확실히 ‘냉정과 열정사이’는 이국적인 유럽의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럴듯한 러브스토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을 끄는 그 어떤 감흥이 있는 작품이다.

블루편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문장들은 무척이나 섬세하다.
쥰세이는 지난날의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한 여자를 품으며 과거의 여자를 생각하고, 새로 알게 된 사실에 괴로워하고 지금의 처지를 고민한다.
작가가 자신만의 표현으로 펼쳐 보이는 쥰세이의 속마음은 가슴이 시릴 정도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언젠가 느꼈던, 그런 감정들을 되살아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영화를 이미 봐버렸다!
원작소설보다 감동은 덜할지 모르지만 100%의 쥰세이, 그 자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다케노우치 유타카의 표정과 목소리는 너무도 강렬하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기대하지 말기를... 큰 눈망울의 청춘배우들과 몽환적인 음악으로 덧칠한 진부한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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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4-03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님 읽으셨군요~ 일단 블루만 읽으신 건가요?

sayonara 2005-04-03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다. 읽었습니다. 블루의 평이 더 좋기에 먼저 읽었는데... 한껏 멋을 부린 문장들이(ㅋㅋㅋ) 확실히 제 타입이더군요. ^_^

icaru 2005-04-04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참...
 
더 파이팅 The Fighting 71
모리카와 조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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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71권이라는 사상초유의 분량이 계속되면서도 여전히 기다려지게 만들었던 이번 이야기는 일보와의 라이벌 전을 앞둔 일랑의 시합이 그려져 있다.
무명에, 실력도 고만고만한 도전자지만 일보와의 시합에 너무 신경을 쓰고, 객석의 어떤(?) 인물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일랑의 부주의함이 어려운 시합을 만든다.
아무리 약한 상대와의 시합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간단한 교훈을 잠시 잊었던 챔피언(일랑)의 고통스러운 시합이 그려진다.

발전이 없는 투박한 그림체는 여전하지만, 힘과 스피드가 느껴지는 장면들은 역시 멋지다.
공기를 가르는 듯한 펀치의 예리함, 피와 땀이 튀는 것 같은 타격 장면들은 확실히 과장된 터치로 그려졌지만 복싱이라는 스포츠의 박진감을 120% 이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특히 90~95 페이지의 펀치 장면들은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숨이 멎을 정도로 화끈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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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존 - 하얀 죽음의 땅, 북극 탈출기
발레리안 알바노프 지음, 홍한별 옮김 / 갈라파고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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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용기로 출발해서 참담한 실패를 겪고 극적으로 생존한 극지원정대의 이야기다.

혹독한 기후에 대한 과소평가, 부실한 음식준비, 계획된 대원 구성의 차질, 북극지형에 대한 턱없는 이해부족, 선장의 어리석은 고집과 탈출 준비... 낮에는 혹한의 추위와 눈보라 속을 행군하고 밤이면 얼어붙은 텐트 속에서 웅크리고 잠을 청한다. 그리고 설원에서 이국적인 항구에 대한 환상(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책은 하얀 죽음의 땅에서 살아 돌아온 생생한 기록이다.
알바노프는 비교적 간결하고 담담한 어조로 자신들의 체험을 기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경험과 이야기는 지독하게 극적이다.

극도로 위험한 순간을 영원처럼 느끼는 공포, 극한의 상황, 생사의 기로에 처해 있으면서도 안일한 게으름과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의 동료들과 함께 행동해야 하는 안타까움, 어쩌다 배불리 먹은 날에 느낄 수 있는 평화스런 모습, 사냥감(이)이 가득한 셔츠를 벗어 땅 위에 놓으면 옷이 저절로 기어갈 것 같다는 위트...
알바노프의 섬세한 문장들은 문학적으로도 흠잡을 데 없이 빼어나다.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자연의 고난을 격고, 피할 수 없는 위험을 견디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듯이 스스로 또 다른 위험을 만들어내는 어리석은 짓을 하기도 한다.

알바노프는 ‘온갖 고초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난 우리는 1914년 9월 1일 아르항겔스크에 상륙했다’는 담담한 한마디로 기록을 끝냈다.

책에 수록된 지도상으로 보기에는 고작 손가락 한마디의 거리(?!)인데, 그들은 목숨을 걸고 그 거리를 걸어야 했다니... 새삼 자연이 주는 거대한 공포에 몸서리가 쳐진다.

그리고 그와 함께 살아남은 콘라드의 일기에서 엿볼 수 있는 인생의 불예측성, 마치 신의 주사위 위에서 당황하는 듯한 인간을 보는 느낌도 안타까움과 비극적인 감동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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