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6
S.S. 반 다인 지음, 안동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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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김전일식의 간결한 추리만화, 존 그리셤같은 템포 빠른 스릴러에 익숙해져 있었던 나로서는 꽤나 적응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파이로 번스는 무하마드 알리 못지 않은 떠벌이다. 현학적이고 박학다식하긴 하지만 말이 진짜 많다.
가장 압권은 메컴에게 그린 집안에 깃들인 암울한 분위기와 악의적인 기운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셜록 홈즈같았으면 두어 마디로 족했을 이야기를 한 페이지가 넘어가도록 그칠 줄 모른다.
어떤 부분에서는 포도주에 관한 지식을 한 페이지 늘어놓기도 한다.
이번 사건을 함께 맡은 지방검사 메컴도 걸핏하면 “자네의 호메로스적 해설은 잘 들었네만...", ”듣기 거부간 자네의 긴 수다를 늘어놓는 것은 사절하겠네"라면서 번스의 말을 끊는다.

더구나 일본식 번역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한자어의 사용으로 책읽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파이로 번스의 수다를 참을 수 있다면 ‘그린살인사건'은 최근 유행하는 얄팍한 추리물과는 격이 다른 명품추리를 보여준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있고, 가장 멍청해 보였던 사람이 사실은 천재였다는 식의 전개는 보이지 않는다.
그린 저택에서 벌어진 지극히 평범한 총격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독자에게 도전할 뿐이다. 기묘한 트릭도 없고, 불가능한 밀실살인도 없는 이 작품은 확실히 무게감있는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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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2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낫죠^^

비연 2005-06-29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낫습니다, 정말. 다만 DMB는 대부분이 번역의 문제로 읽는 내내
짜증이 난다는 게 흠이지만 말이죠. 너무 한꺼번에 많은 책을 내다보니
그런가보다 이해하려고 해도 가끔 참기 힘들죠..=.=;;

sayonara 2005-06-3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런... 반 다인 작품은 '딱정벌레 살인사건'과 이 작품 단 두 편만 읽었는데... 이 작품이 젤 낫다고 하신다면, 반 다인은 이만 접어야겠습니다. 정말 제 취향이 아니군요. -_-+
 
의천도룡기 [dts] - 골든 하베스트 콜렉션
왕정 감독, 이연걸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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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김용의 작품들은 위대하다. 중국학교의 교과서에 사용되는 것 이상으로, 대학생의 논문 주제가 되는 것 이상으로 가치 있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그 위대함은 너무나 큰 짐이다.
김용의 소설들을 영화화한 작품들 중 원작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았던 영화가 없었다.(원작소설 '소오강호'의 일부를 멋지게 재구성한 '동방불패' 정도가 예외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 '의천도룡기' 또한 예외는 아니다.
주인공 장무기가 주먹으로 쏘아대는 장풍은 '우뢰매' 수준이고, 고수들이 구사하는 무공은 필름을 빠르게 돌리는 수준이다.
공격당한 사람들이 입에서 뿜어대는 피분수는 주성치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특히 '당백호 점추향')
게다가 관객을 황당하게 만드는 어울리지 않는 개그란...(아침에 텐트(?)를 쳤다고 좋아하는 장면)

이 작품도 결국 원작의 감동과 묘미를 1/100조차 담아내지 못했다.

정신 없이 날아다니기만 하는 스타일의 액션은 이연걸의 경이로운 무술실력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다.
'황비홍'에서 중국무술의 화려함과 우아함을 제대로 보여줬던 서극 감독이 본다면 땅을 치며 아쉬워 할 것 같다.

그나마 조악한 특수효과 속에서도 제 몫을 다하는 것은 굉장히 박진감 넘치는 타격음과 배경음악이다.
그리고 배경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중국 대륙의 장엄함과 웅장함이 눈요기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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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노트 Death Note 1
오바 츠구미 지음, 오바타 다케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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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이 인간계에 떨어뜨린 데스노트, 그 책을 주운 주인공 레이토, 그리고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추적자 L과의 두뇌싸움.
어디서 본 듯한 소재면서도 새롭고, 익숙한 그림체면서도 새로운 느낌이 드는 만화인 ‘데스 노트’는 ‘고스트 바둑왕’의 오바타 다케시가 새로운 스토리 작가와 시작한 작품이다.

선과 악의 모호한 구분, 무조건 반듯하고 정의감 넘치는 기존의 영웅들을 비웃는 삐딱한 성격의 주인공, 강렬한 액션이나 박진감 넘치는 장면 없이도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는 탄탄한 줄거리...
‘데스 노트’는 확실히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이다.

이름을 적어 넣으면 죽는다는 단순한 설정의 데스노트를 기본 소재로 했지만, 세세하고 꼼꼼한 규칙과 L과 라이트의 관계가 촘촘하게 엮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반전과 갈등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마지막에 부록처럼 등장하는 4컷 만화는 시종일관 진지하게 끌어오던 분위기를 순식간에 얼려버린다. 이런 식의 기분전환을 굳이 1권에서부터 시도해야 했을까!? 이야기가 좀 더 복잡해진 중반부에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개그도 썰렁하기만 하고 별로 재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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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mcherry 2005-07-29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토가 아니라 라이토 인듯.

sayonara 2005-07-29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옙... ^^;;;
 
슈퍼스타 감사용 (2disc)
김종현 감독, 이범수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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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요즘은 어려운 시대다.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들이 과장이 아니다.
그런 시대에 어울리는 감동의 드라마가 ‘슈퍼스타 감사용’이다. 80년대의 고도 성장기였다면 아마 ‘슈퍼스타 박철순’같은 작품이 나왔을 것이다. 실제로 당시 인기 있었던 야구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은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주는 까치와 마동탁이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패배의 시대’에는 꼴찌의 이야기가 더욱 감동적이다.
찬란하고 화려한 길을 걷는 스타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먼 나라의 이야기 같기 때문이다.
“1등보다 꼴찌가 더 많은 세상, 비록 꼴찌의 자리에 있다 해도 결코 그들의 인생마저 꼴찌는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람들은 꿈을 이루지 못하면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꼴지팀에서도 꼴찌였던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 보여주고 싶다”라는 실제인물 감사용의 말이 관객의 심정을 대변하는듯하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너무나 멋진 장면들이 많다.
어머니 가게에서 시계 배터리를 찾다가 서랍에서 발견한 자신의 경기입장권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장면, 한 편의 코믹한 뮤직비디오처럼 재미있게 구성된 삼미슈퍼스타즈의 연패...
특히 덕아웃에서 사우는 장면에서는 3류 선수들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 실실 웃음을 터뜨리며, 아무리 심각한 상황에서도 진지해질 수 없는 3류 선수들의 어설픔...

사랑하는 여인의 응원에 힘입어 멋지게 승리한다거나, 드라마틱한 마지막의 역전승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슈퍼스타 감사용’은 야구라는 스포츠의 묘미를 잘 살린 걸작이다.

이 세상에는 슈퍼스타 삶을 사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고 불굴의 투혼으로 정상에 서지 않더라도 인생은 살만한 것이며, 꿈을 잃지 말라고 이 영화는 말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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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학원 Q 10
아마기 세이마루.사토 후미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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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번 사건에서는 시종일관 갈팡질팡하고 당황스러워하기만 하는 류를 대신해서 큐가 사건의 전모를 밝혀낸다.
역시 예정된 수순에 따라 범인의 음모와 사건의 트릭이 밝혀지고, ‘저승의 마에스트로'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충격적인 사건이 또 벌어진다.
그리고 완벽하게 밝혀지는 류의 정체...

다음 이야기 또한 탐정학원의 주인공들이 ‘환주관 살인사건'에서 힌트를 얻은 비밀(?!)을 파헤치는 줄거리다.
전설적인 인물 쿠즈류 다쿠미의 과거 행적을 추적하던 류와 큐는 또 다른 음모에 말려들게 된다.

아무래도 ‘김전일’의 아류같은 느낌은 류의 정체가 제대로 드러나고, 명왕성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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