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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
강형원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12월
평점 :
절판
‘보이지 않는 손’은 조그만 증권투자클럽을 무대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간단명료한 구성에 깔끔한 문체, 지나치게 튀지 않는 캐릭터의 등장인물들...
이 작품은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추리의 과정을 보여준다.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들, 용의자로 의심되는 의외의 인물들...
그다지 새롭다거나 기발한 소재와 구성은 아니지만 군더더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 씌어진 작품이다.
셜록 홈즈와 같은 매력적인 주인공, 애거서 크리스티의 기발한 구조, 엘러리 퀸의 완벽에 가까운 치밀함은 없지만 국내추리소설로서는 드물게 간결한 추리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과도한 성적묘사와 너저분한 액션의 추리소설을 읽고나면 싸구려 술을 마신 것 같은 숙취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을 읽고 난 느낌은 한 병의 시원한 청량음료를 마시고 난 기분이다. 씁쓸한 뒷맛이 남지도 않고, 불쾌한 아쉬움도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독자와의 게임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줄거리의 과정에서 제시된 단편적인 정보를 토대로 범인의 정체와 동기를 추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결말부분에 가서 범인의 개인적인 사정과 원한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추리이야기에서 ‘부부가 아니라 남매였다, 재벌이 아니라 거지였다.’는 식의 진실이 결말에 펼쳐진다면 누구라도 허전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