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러져가는 로마 제국의 마지막 군단을 다룬 리얼리즘 역사소설의 진수
기독교가 제국을 좀먹고, 왕권 다툼으로 나라 안이 혼란스러운 시기, 그리고 계속되는 이민족의 침입으로 로마가 멸망해가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의 책무에 충실하고 제국에 대한 충성심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의 주인공 막시무스 같은 인물들입니다.
1977년 영국에서 출간된 <눈 속의 독수리>는 영화 <글래디에이터>뿐만 아니라 로마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 영감을 준 작품입니다. 로마제국을 다룬 소설 중 고증과 설정이 가장 탁월한 작품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이 책은 5세기 초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을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사라져 간 로마의 마지막 군단과 그 군단을 이끈 장군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막시무스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로마의 영원한 번영을 꿈꾸며 묵묵히 군인의 의무를 수행해 나갑니다. 브리타니아(영국) 북쪽 지방의 사령관이던 그는 변방 중의 변방이자 최전방인 갈리아 전선의 방위를 맡게 됩니다.
|
|
 |
그는 계속되는 병영생활에 지쳐 괴로워하기도 하고, 자신을 갈리아의 황제로 추대하려는 부하들을 꾸짖기도 합니다. 제국의 방위선을 구축하기 위해 탐욕스럽고 무능한 관리들과는 언성을 높이고, 국가보다 스스로를 우선시하는 기독교인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타협하기도 합니다. 피비린내 나는 눈보라 속에서 부하들을 독려하며 전투를 벌이다가도, 가끔은 폐허 위에 앉아 과거를 회상하기도 합니다.
당시 로마와 로마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전장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묘사가 이 놀라운 걸작의 특징입니다. 손가락을 자르는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하던 부유층 청년들, 군인과 행정가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 로마군단의 명령 체계와 전략 전술, 수많은 이민족과의 끊임없는 갈등……. 이 책은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당시 로마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만약 이 작품이 영화나 TV 시리즈로 만들어졌다면 <로마>(ROME)나 <글래디에이터>를 능가하는 대작이 되었을 것입니다. 눈보라고 매섭게 몰아치는 북유럽의 혹독한 전장, 넓은 회의장에서 벌어지는 나태한 관료들과의 설전, 쓸쓸한 풍경 속에 홀로 앉아 과거를 회상하는 주인공의 우수, 물밀듯이 밀려오는 게르만 전사들, 피로와 추위에 지쳤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로마의 병사들, 치열한 전투가 끝난 뒤의 적막과 시체들만 가득한 전장의 쓸쓸함……. 특히 마지막 수십 페이지가 넘는 전투 장면은 그 어떤 할리우드 영화도 재현해낼 수 없을 만큼 치열하고 비장합니다.
|
|
그 순간 내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훌륭한 전우들과 함께 죽는다!" - 책 속 밑줄 긋기 |
"나는 내 의무를 다할 뿐이네."
"누구에 대한 의무? 자기 닭밖에 모르는 황제를 위해서? 아니면 뇌물이나 받아 처먹으면서 자신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그 반달놈을 위해서인가? 자네를 돕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려는 갈리아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세력 강화를 위해 자네 몫을 도둑질해가는 콘스탄티누스를 위해서? 매달 급료를 받는 한에서만 자네를 따를 게 분명한 자네 병사들을 위해서? 그거도 아니라면 자네 아내에 대한 추억 때문에?" (250쪽)
"친애하는 친구여, 미트라 신의 이름으로. 이제 가게나."
"자네 역시, 나의 장군님. 미트라 신의 이름으로."
기병대 총사령관인 퀸투스 베로니우스와 우리 기병들은 어지러운 인파 속으로 파묻혀갔다. 반짝이는 투구가 하나씩 사라지더니 어느 순간 기병대의 깃발이 마치 날쌘 독수리가 하강하듯 갑자기 떨어져내렸다. 이어 반달족이 해자를 넘어와 도끼로 방책을 부수기 시작했다. 파비아누스와 아퀼라가 내 좌우에 있었고, 아르토리우스와 스쿠딜리오는 조금 멀리 있었다. 그 순간 내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훌륭한 전우들과 함께 죽는다!" (392쪽)
"이것이 우리 모두의 마지막이로군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손짓을 섞어가며 말했다.
"저는 제 가족을 위해 참으로 많은 것을 원했었습니다. 이런 것이 아니라오."
"자네는 정말로 용감한 사람이네. 아르토리우스. 나는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던 병사들이 막상 전쟁터에서는 일찌감치 도망치는 모습을 익히 보았다네." (528쪽)
|
영국 최고의 역사소설가 중 한 사람인, 윌리스 브림(Wallace Wilfred Swinburne Breem) |
 |
|
 |
|
 |
1926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웨스트민스터스쿨에서 교육을 받고, 18살 되던 해에 인도 주둔 영국 육군장교훈련소에 입대했다. 1945년에 엘리트 기병부대인 인도 이동 수비대의 중위로 임관하여 1947년까지 근무했다. 영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여러 직업을 거친 뒤, 이너 템플(Inner Temple) 법학원의 사서가 되어 1972년부터 고문서관으로 재직했다. 영국-아일랜드 법학 사서협회의 창립 멤버로, 그를 기념해 1990년 '월리스 브림 어워드'가 제정되기도 했다. 저서로 로마제국을 배경으로 한 <칙사의 딸>(The Legate's Daughter), <표범과 낭떠러지>( The Leopard and the Cliff) 등이 있다. 1990년 사망했다.
통합검색 결과 더 보기 |
|
|
 |
|
 |
|
로마와 로마군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독자라면 놓쳐서는 안 될 소설! - 네티즌 추천 리뷰 |
네티즌 리뷰 더 보기
|
스펙터클 영화 <글래디에이터>와 TV 드라마 <로마>, 소설과 비교하며 감상하세요 |
|
책을 통해 돌아보는 생의 흥망성쇠 - '사요나라'님이 권한,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
|
난세에 핀 영웅들, 그 찬란하고 빛나는 이름… 그들 이야기에 빠져들어 보아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