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목적지는 찾기를 위한 끊임없는 움직임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것의 영구한 유배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여기 이제 열여덟 해만에 돌아온 지금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똑같은 전쟁을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똑같은 고투 속에서 똑같은 목적지를 찾고있습니다. 우리는 둘로 잘렸습니다. 해방자라는 이름을 가진 추상적인적, 보이지 않는 적에 의해, 그들은 이 잘림을 편리할 대로 내란이라고 불렀습니다. 냉전, 막다른 궁지.
나는 똑같은 군중, 똑같은 반란, 똑같은 항거 속에 있습니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나는 시위대 속에 갇혀 그 움직임에 따라 운반됩니다. 음성들이 울리고 한 목소리가 외치고 나면 많은 목소리가 물결처럼 메아리치고 나는 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오직 한 방향, 음성들이 울리는 단 하나의 방향으로. - P93

데. 모. 한 단어, 두 음. 너 미쳤니 가정교사가 그에게 말합니다. 그들은 교복입은 학생은 닥치는 대로 죽여. 아무나 무엇으로 너 자신을 방어할수 있지 그가 묻습니다. 오빠, 나의 오빠, 오빠는 이유를 대고, 죽어도 좋다고 합니다. 죽어도 좋아. 꼭 그래야만 한다면, 그는 오빠를 때립니다. 가정교사는 오빠의 뺨을 때리고 오빠는 얼굴이 붉어져서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 문에 기대어 섭니다. 나의 오빠. 오빠는 남아 있는 모든 사람이고 다른 모든 사람은 곧 오빠입니다. 당신은 쓰러지고 죽고 생명을 바쳤습니다. 그날 비가 왔습니다. 며칠 동안 비가 왔습니다. 비가 더 많이 더 여러 번 왔습니다. 후에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얘기가 들렸습니다. 오빠의 승리는 그후 여러 날 동안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와 함께 섞였습니다. 나는 빗물이 땅 위에 떨어진 핏자국을 지우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른들로부터, 그 피는 아직도 얼룩져 있다고 들었습니다. 수년 동안 비가 왔습니다. 오빠가 쓰러졌던 돌 보도의 핏자국은 아직도 짙게 남아 있습니다. - P97

18년이 지납니다. 18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여기에 왔습니다, 어머니. 우리는 이 기억이 아직 생생할 때, 여전히 새로울 때, 이곳을떠났습니다. 나는 다른 나라의 언어, 제2의 언어로 말합니다. 이것이내가 얼마나 멀리 있나를 나타냅니다. 그때로부터 그 시간으로부터.
나는 그때로 돌아가 지금 아주 정확하게 그 시간, 그 날짜, 그 계절, 그 연기 안개, 가랑비 속으로 정확하게 다시 돌아갑니다. 나는 모퉁이를 돌아서고 그곳엔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도 나와 마주치지 않습니다. 도로엔 온통 돌조각들, 눈을 비비려고 손바닥을 눈에 대자 눈물이 마구 흘러내립니다. 책가방을 멘 두 학동이 서로 팔짱을 끼고 난데없이 나타납니다. 그들의 하얀 스카프, 그들의 하얀 교복 셔츠, 하얀 가스의 잔여물 속으로, 그들은 울고 있습니다. - P97

나는 도로의 두 번째 모퉁이를 지납니다. 군인들은 녹색으로 나타납니다. 항상 녹색 제복의 위장 헝겊을 두릅니다. 나무들은 녹색 트럭을 위장시켜 당신을 자연과 절묘하게 섞고, 나무들은 당신을, 총을숨겨주어 아무도 당신을 보지 못하도록 합니다. 당신은 버스 옆 땅에 앉거나 기대어 몇 시간씩 몇 날씩 당신의 존재를 과시하며 기다립니다. 틀린 움직임을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 행동을 개시할 것입니다. 단 하나의 유일한 그것은 틀린 움직임입니다. 그것은 절대적입니다. 그들의 잘못. 당신의 지루한 기다림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움직일 것이고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러면 당신은그들에게로 움직일 것입니다. 그들 가운데로, 당신은 탱크 위에 서있습니다. 다리를 정확히 몇 도의 각도로 벌리고 손을 총에 댄 채 총은 당신의 오른쪽 발과 똑같은 각도로 바닥에 세웁니다. 당신은 90도의 태양 아래 베레모를 쓰고 그늘도 없는 정문에 고정되어 움직일 수도 없고 감히 움직일 엄두도 내지 않습니다.  - P98

당신은 당신의 맹세 조국의 이름으로 초소에서 근무하고 당신은 당신의 국가 당신의나라를 반동적인 침입으로부터 당신의 국민으로부터 방어합니다. 당신이 서 있는 동안 당신의 살갗은 당신의 제복처럼 짙게 그을리지만 당신은 듣지 않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듣지 않습니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당신은 오직 먹잇감만 보이는 곳, 그들이 당신을 보지 못하고 당신을 볼 수 없는 곳에 숨어 있습니다. 숨겨진 당신 마치 나무 속에서 움직이듯 군중 속에서 움직이는 당신 그들 안에서 움직이는 당신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찌르고 터지고 넘쳐흐르는물이 그들의 기억의 그림자를 씻기고 당신으로부터 당신 자신의 피, 당신 자신의 살이 파도가 빠져나가듯 당신을 통하여 완전히 완전히사라질 때. - P98

당신은
요만큼
꼭 요만큼 가깝다.
팔을 꼭 그렇게, 그만큼, 벌려보라. 벌리라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꼭 고만큼만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꼭 고만큼만
고만큼만
당신은 억압자체인 그 시간을 소일하려고 한다.
당신을, 구제하지 않는 시간. 당신을,
그 팽창으로부터, 차원이 없는, 그것의
경계로 정의되지 않는, 공기가 없고, 엷은.
단 하나의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잊어야 할 것들이 있다는 생각조차. 힘이 들지 않는.
힘이 들지 않아야 한다. 힘들지 않게
접근할수록 그것에 더 가까워진다.
멀리 떨어져서 시간 맞추기와 반대로
뒤에서부터 한 발짝 앞으로, 뒤로 나가기
후퇴. 뻗어나간 외곽선에서 물러나서.
상상된 것으로부터 분단에 접근하는
적어도 적도와 관계있는 숫자의 어디엔가,
적어도 모든 지도에 나와 있고 적어도 그들 사이에 장벽이 쌓이고
적어도 군대의 제복과 충들이 그들을 제지하고 있다.
상상의 경계선들.
상상 못할 경계선들. - P99

그녀에 대한 반역은 배반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 가능한 모든 이름, 서로 바꿀 수 있는 이름, 반역을 고치고, 정당화하기 위하여. 그녀의 자신의 것. 낳지 않은 이름. 이름뿐. 실체가 없는 이름. 영원한, 영원, 끝이 없이.
언제나 있는 속임수들. 여기 악마들은 없다. 신들도 없다. 속임수의미로, 영구히 남는 시간은 없다. 스스로를 먹어 삼키기. 자기 자신을 삼켜버리는 것. 계속 사라지면서 자기 짝을 먹어버리는 곤충.
멜포메네를 충족시킨다, 뒤에서 번득이는 색깔, 보이지 않지만 뒤에서 그림자로 나타나는, 신들린 영사막을 멈추기에, 얼음처럼 금속, 유리, 거울처럼. 아무것도 받지 않고 아무것도 들여보내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채택한다는 목적으로 그 누구보다도 그 자신의 것. 그녀를 계속 분산시키는 기계를 멈추어라. 멜포메네가 충분하다. 이 입으로부터 그 이름 그 낱말들 잘림의 기억을 씻어내어, 그녀를 한번불러볼 수 있도록, 그리하여 이 부름의 행동, 이 행동 하나로 그녀가즉시 입을 열어, 그녀를 한번 불러보도록, 별개의 말을 해야 하는 일없이. - P101

그녀를 보자마자 당신은 그녀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게 된다. 어떤 것이었을지 당신은 알게 된다. 당신은 비스듬히 눕고, 당신은 깜박졸고, 당신은 넘어지고, 당신은 전에 본 적이 있는 것들을 다시 눈앞에본다. 당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반복된다. 거기 서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여름날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당신이다. 기다리고, 기다릴 줄 아는 그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어떻게. 기다리는지, 당신을 뒤따르는 남자로부터 몇 걸음 앞서 걷는 사람은 당신이다. 소나무 사이, 언덕들 사이, 꼭 세 걸음 그녀의 뒤를 말없이 걷는 사람은 당신이다. 그것은 침묵 속의 당신이다. 발설되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을 둘러싸고 있는그의 침묵, 침묵을 익히는 수련공이다. 오랫동안 지켜왔고, 끝나지 않는다. 즉시도 아니다. 곧도 아니다. 계속된다. 함축된다. 침묵. 말 없음.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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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씁니다. 당신에게 씁니다. 여기에서 쓰고 있지 않을 때는, 쓰기에 대해 생각합니다. 구상합니다. 움직임들을 기록하며, 당신은 여기에 있고 나는 언성을 높입니다. 소리와 잡음의 파편들이 모여 먼지, 티끌을 모읍니다. 흩어져서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말의 조각들, 깨어진 돌 부스러기들. 공허하지도 않고 비어 있지도 않은, 그들은 당신이 모두 하나이고 같은 쪽으로 향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위의 굉장한 소리가 보이지 않는 선의 거리 사이에서 윙윙거리고 이 선은 공허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들락거리며 연결시켜줍니다.
그들은 아직 묻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는 모두 똑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지시를 따릅니다. 아직 아닙니다. 그들은 아직 지도의 방법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목적한 바를 뛰어넘어 감추어진 것까지도 밝혀내는 목적한 바. - P68

나는 서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류, 증명, 증거물, 사진, 서명, 어느 날, 당신은 오른손을 들어 맹세하고 미국인이 됩니다. 그들은 당신에게 미국 여권을 줍니다. 미합중국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나의 정체를 뺏고 그대신 그들의 사진으로 대치시켰습니다. 다른 것. 그들의 서명 그들의 날인들. 그들 자신의 이미지. 그리고 당신은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제3의 부를 배웁니다. 정의, 사법부. 그것이 다른점입니다. 그 나머지는 과거입니다.
당신은 돌아가지만 그들 중의 하나가 아니고, 그들은 당신을 냉담하게 취급합니다.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당신은 언제나 알아들을 수있습니다. 그러나 서류는 당신을 폭로해버립니다. 10피트 거리마다그들은 당신의 정체를 묻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말을 할 수 있는지없는지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들은 당신이 국적에 대해 진실을 말하 - P68

는지 아닌지를 문제 삼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말하는 것과 달라 보인다고 말합니다. 마치 당신이 당신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것처럼. 당신은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하지만 곧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당신을 샅샅이 조사합니다. 그들, 알 수 없는 종류의 제복, 각 부서, 층, 계급, 기타 잡다한 뭔지 모르는 정복 차림의 그들. 그들은 계급이 무엇이든, 직책이 얼마나 낮든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권력은 그들 의상 속에 꿰매져 있습니다. 10피트마다 서 있는 그들은 매번 당신이 누구이며 어떤 존재이며, 누구를 대표하는 사람인지를 밝힐 것을 요구합니다. 그들의 시선은 해당 서류에 모아집니다. 그들의 시선은 당신의 얼굴과 서류 사이를 번갈아오가며 당신은 언제, 이 나라를 떠났고 당신은 왜 이 나라를 떠났으며 왜 다시 이 나라로 돌아왔는가 묻습니다. - P69

당신은 색깔과 색조의 똑같음을 보고, 똑같은 형태와 형체를 보고, 변하지 못할 것과 변하지 않을 것을 보고, 진보와 서구화를 통하여걸러지고 편집된 냄새를 맡고, 당신은 셀 수 있는 것과 셀 수 없는 것이 똑같이 서로 연결되어 겹침을 보고, 말도 똑같음을 봅니다. 당신은 의지를 보고, 당신은 숨결을 보고, 당신은 숨이 찬 것과 의지가 없음을 보지만, 그러나 여전히 의지를 봅니다. 의지, 오직 의지만이 이땅이 하늘 이 시간이 민족을 지탱할 것입니다. 당신은 똑같이 한 조그만 분자입니다. 당신은 떠나갔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오랫동안 비워놓았던 껍데기로. 그 공간을 요구하기 위하여 되찾기 위하여. 상처는 입 속으로 들어가며 그 순서가 거꾸로 되어 신체의 각 기관이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동맥, 선, 박동 요소, 이식되고, 피부 위에 피부로 수용된, 점막, 혈관, 물들, 댐들, 수로들, 운하들, 교량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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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당신은 열여덟 살입니다. 당신은 만주 용정에서 태어났고 이곳이 지금 당신이 사는 곳입니다. 당신은 중국인이 아닙니다. 당신은 한국인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가족은 일본의 점령을 피해 이리로 이주했습니다. 중국은 광대합니다. 광대함 그 자체보다도 더 광대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땅덩어리의 크기에 따라 측정된다고 당신은 늘 제게 말씀하십니다. 광대한 만큼 침묵하는 당신은 다른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에 삽니다. 당신과 같은. 피난민들. 이민자들.유배자들. 당신의 나라가 아닌 그 땅에서 머나먼 곳. 더 이상 당신의 나라가 아닌 그곳에서. - P55

당신은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그들이 하는 짓을. 그 땅과 사람들에게 하는 짓을. 그 땅이 당신 자신의 것이 아닌 이상. 그것이 다시 당신의 것이 될 때까지는 당신의 아버지는 그 땅을 떠났으며 당신의 어머니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떠났습니다. 당신은 떠나야 한다는, 떠났다는 것을 알고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ㅡ음, 영혼은 떠나지 않았습니다. 절대로 떠나지 않았으며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의 떠나지 않는 기억 속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기억이랄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과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거일 리가 없습니다. 도저히 과거일 수가 없습니다. 지금 불타고 있습니다. 활활 타오릅니다.
어머니, 당신은 아직도 어린아이입니다. 열여덟 살 난 당신은 늘 아프기 때문에 더욱더 어린아이입니다. 당신은 고된 일상생활로부 - P55

터 보호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다른 사람들처럼 강제로 주어진 언어를 말합니다. 그것은 당신의 언어가 아닙니다. 비록 당신의 언어가 아닐지라도 당신은 그 언어로 말해야만 한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은 이중 언어 사용자입니다. 당신은 삼중 언어 사용자입니다. 금지된 언어는 바로 당신의 모국어입니다. 당신은 어둠 속에서 말합니다.
비밀 속에서. 바로 당신의 언어를 말입니다. 당신 자신의 언어. 당신은 아주 부드럽게 속삭여 말합니다. 어둠 속에서, 비밀스럽게. 모국어는 당신의 안식처입니다. 당신의 고향입니다. 당신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진정으로 말한다는 것은 당신을 슬프게 합니다. 그리움. 말 한마디를 발설하는 것은 죽음을 무릅쓰는 특권입니다. 당신뿐만 아니라 모두의 죽음을. 법으로 혀가 묶이고 말이 금지된 당신들 모두 하나, 당신은 마음 한가운데에 위는 붉고 아래는 푸른색인,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 태극: 타이치taichi 마크를 가지고 다닙니다. 그것은 상징입니다. 속한다는 상징. 목적의 상징.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상징.
탄생에 의한. 죽음에 의한. 피에 의한, 당신은 그 상징을 당신의 가슴속에, 마ㅡ음 속에, 당신의 마ㅡ음 속에, 당신의 영혼 속에.
당신은 노래합니다. - P56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 P56

진정 이것이 애국가였을 것입니다. 부르는 것이 금지된 민족의 노래. 태어나지 않은.그리고 고아인. 그들은 당신에게서 언어를 빼앗아갔습니다. 그들은 당신에게서 합창의 찬가를 빼앗아 갔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언제까지나 이럴 수는 없다고,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영원히는 아니라고. 당신은 기다립니다. 당신은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마ㅡ음속에 불이 활활 타오릅니다.


자비송으로부터 대영광송까지 성모님의 노래 그리고 거룩하시도다. 응답송가까지. 분명히.곧, 응답이 올 것이다. 응답. 마치 메아리처럼. 예물봉헌 다음에. 봉헌. 희생, 축원, 헌신, 노베나, 아침기도, 새벽기도, 저녁기도, 철야기도, 저녁성가, 철야성가, 참례, 흠숭,공경, 영광, 기원, 간구, 청원, 암송, 서원, 제물, 확실히, 모두 그리고 더. 멈춤 없이. 다시. 반복에 반복. - P57

당신은 기다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미제레레에서 기다립니다. 글로리아에서 기다립니다. 마그니피카트에서 기다립니다. 상투스에서 기다립니다. 응답송가를 위해서. 응답성가. 합창 응답. 메아리의 밀물과 썰물 속에서.
그들은 당신 눈의 시력까지 금지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당신은 봅니다. 당신은 보게끔 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보아서 알고 있습니다.
당신 스스로, 눈은 저주받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결국 보았습니다. - P57

당신이 목격한 것. 그것이 교훈이 되도록 하십시오. 당신은 더욱 멀리 봅니다. 더욱 멀리 더 멀리, 당신은 보게끔 되어 있는 것, 보기만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넘어섭니다. 당신은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상징을 지나갑니다. 누구나 본 사람은, 더 멀리 봅니다. 허락된 것보다 훨씬 더 멀리. 그리고 당신은 기다립니다. 당신은 침묵합니다. 때를 기다립니다. 시간. 태양이 떠서 질 때까지 하루를 나타내는 돌멩이를 하나 놓습니다. 시간의 배를 채웁니다. 돌멩이 돌멩이. 삼백육십오 일을 삼십육 년으로 곱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속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 속으로 죽어갔습니다. - P58

광복 전의 몇 날들이었습니다. 당신의 아버지. 당신의 어머니. 그말을 하면서 죽어갔습니다. 그들은 단 하나의 유감. 그들의 눈으로 직접 전복을 보지 못한 것. 반격. 당신을 강제로 빼앗은 사람들의 축출, 유황과 불에 의한 척결을 목격하지 못한 것, 그 집의. 그 나라의. 당신은 씁니다. 당신은 쓰고 당신은 말합니다. 가면 속에 숨겨진 음성으로 달을 향해 말을 심고 바람에 말을 실어 보냅니다. 계절의 지나감을 통해, 하늘에 의해 물에 의해 말은 탄생하고 분별이 주어집니다. 한 입에서 다른 입으로 전해져, 한 사람이 읽고 다른 사람이 받아 읽으면서 그 말들은 온전한 의미를 실현하게 됩니다. 바람. 여명 또는 황혼에 진흙의 땅과 이동하는 철새들 남쪽으로 향하는 철새들은 주둥이 메시지의 씨를 위해 귀신의 베일을 씁니다. 통신, 말을퍼뜨리기 위한.
어머니, 당신은 열여덟 살입니다. 때는 1940년. 당신은 이제 사범 - P58

대학을 갓 졸업했어요. 당신은 시골 작은 마을에 첫 교사 발령을 받있습니다. 당신은 사범대학을 다닐 때 만주 정부로부터 빌린 융자금을 갚기 위해 이 정부가 지정하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삼 년 동안 가르쳐야 했어요. 어머니 당신은 아직도 성인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한 번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집을 떠난 적이 없었어요. 당신은 사남매 중 막내였습니다. 항상 몸이 아팠어요 당신은 고된 일상생활에서 보호받았지요. 언제나 가족 중 제일 어린, 아이.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와 함께 이 마을을 기차로 여행했습니다. 서양식 옷을 입었어요 기차역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천진난만한 눈길로 당신을 쳐다보고 어떤 사람들, 특히 아이들은 당신의 뒤를 따라다니기도 했지요. 그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 P59

당신은 이 마을에 육년 만에 온 첫 여교사입니다. 어떤 남자 선생이 당신을 맞이해요. 그는 일본말로 대화를 해요. 일본은 이미 한국을 점령했고 중국 점령을 기도하고 있었어요. 이 조그만 마을에서까지도 그들의 존재가 느껴져요. 일본말을 하는 것을 보면. 사무실 입구에 일장기가 걸려 있어요. 그 밑에는 메이지 천황의 교육 훈시가 보라색 헝겊 틀에 들어 있어요. 특별한 때에는 교장이 모든 학생들에게 그것을 읽어주어요.
선생들은 서로 일본어로 말해요. 당신은 한국 사람이에요. 선생들은 모두 한국인이에요. 당신은 1학년 반에 임명되었습니다. 당신의 학급엔 모두 50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름을 한국어로 말하고 동시에 일본어로 어떻게 부르는지를 말해야 합니다. 당신은 그 - P59

들에게 한국어로 말을 해요. 아이들이 일본어를 알기에는 너무 어리기 때문이지요.
때는 2월입니다. 만주에서. 이 마을에서 당신은 혼자이고 당신은고생이 극심합니다. 당신은 수줍고 마을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당신은 지불해야 할 하숙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월급 모두를 집으로 보내요. 당신은 좁쌀과 보리 이상의 음식을 요구할 수 없어요. 당신은 주어진 것만을 받아요. 언제나 그렇습니다. 언제나 그랬습니다. 당신, 당신의 민족은. - P60

당신은 기차를 타고 집에 가요. 어머니... 벌써 불러요, 대문에서부터요. 어머니, 당신은 기다릴 수 없었어요. 그녀는 만사를 제쳐놓고달려 나와 당신을 반겨 맞이했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음식을 내왔어요. 당신은 이제 집에 왔어요. 당신의 어머니, 당신의 집에 그녀의 정체성, 그녀의 존재가 나온 떼려야 뗄 수 없는 어머니. 같은 공기를 마시고 손은 더 이상 손이 아니고 깨어지고 해진 도구, 제발 죽음이 그 손을 가져가지 마옵소서. 어머니, 절대로 그 손은 죽음도 가져가지 못합니다. 어머니, 저는 당신을 만나볼 수 있기 위해 꿈을 꿉니다.
잠 속에서는 천국이 가까이 내려옵니다. 어머니, 내 최초의 소리. 최초의 말, 최초의 개념,
일요일 오후입니다. 당신은 학교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학생들이 정거장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집까지 배웅하고 음식을 날라옵니다. 5일이었습니다. 만주는 아직 추웠습니다.
당신은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일을 하고 목요일이 지납니다. 금요 - P60

일 아침에는 몸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열과 오한이 동시에 온몸을 휩싸고 있습니다. 당신은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미지근한 담벼락에 기대어 서서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당신은 말려들어갑니다. 당신의 앞뒤로 온 주위로 향한 쓰러짐과 미끼, 피부 속으로 싸늘한 공기가 온몸에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하고, 승리를 향한 검은 불길이 일어나고 소집, 회유, 거절할 수 없는 끌어당김이 영상으로 가득 찬 틈도 없이 빼곡한 잠을 대치시킵니다. 심문, 말, 잡음의 연속이 마를 사이가 없습니다. 음악도 동등하게 과장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이모든 것에 양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너무 빨리 다가옵니다. 당신은 그들을 모르고, 결코 본 적도 없지만 그들은 당신을 찾아와 당신의 전부를 점령하고 공기도 없고 공간도 없는 곳에 당신을 매달아놓습니다. 그들은 당신에게 그들의 말을 강제로 듣게 하고 그들에게만 말하도록 당신에게 명령합니다. - P61

당신은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딘가에 있습니다. 이 정적. 당신은 어떻게 이렇게 고요할 수가 있을까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정적. 온 주위가 고요합니다. 그러한 정적. 끝이 없습니다. 공간에대한 확인도 필요치 않을 정도로 광활한,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그런 적막함. 아무런 고생도 없습니다. 그 자체 단지 그 자체의 것이있을 뿐, 다른 아무것도 없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시간도 없습니다.
시간을 확인해볼 필요가 없는 총체적인 시간.
당신은 안으로 움직입니다. 이 정적 속으로, 느림이 동작을 거의 - P61

알아볼 수 없도록. 멈춤들. 휴식이 못 되는 멈춤들. 새로운 움직임. 단지 다음 동작으로 연결되기 위한 움직임. 새로운 동작으로 길어지기 위하여 멈춥니다. 당신은 천국이 이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죽음이 이러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억도 없고, 꿈도 없는.) 그후에 두터운 정적의 무거움. 당신은 하라는 대로 움직입니다. 전혀 움직임을 앞서가거나 뒤지지 않고 당신은 밖으로부터 운반하는 무게를 내부의 무게로 만듭니다. 당신은 움직입니다. 당신은 옮겨집니다. 당신이 곧 움직임입니다. 따로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정의를 내릴 수도 없습니다. 고정된 어휘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단 하나도 없습니다. - P62

당신은 어느 집으로 옵니다. 크기가 굉장합니다. 집 앞에 여인들이서 있는데 이상하고 아름다운 헝겊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몸에 날개를 단 듯 미풍에 실려 땅 위에 떠서 날아왔습니다. 멀리서는 그들의 동작이 축소되어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집 한쪽에 아주 넓은 화단이 보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곳을 지나 커다란 홀에 이르면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연주합니다. 그반대쪽에는, 긴 비단 헝겊을 몸에 두른 여자들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황홀하게 합니다. 당신의 감각을 마비시킵니다. 당신은 오랫동안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그 고요한 상황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표현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호기심은 당신을 더욱이끌어 가고, 당신은 식당처럼 보이는 곳을 향해 발길을 옮깁니다.
그곳엔 옷을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의 전통의상 - P62

도 아니고 외국 의상도 아닙니다. 당신은 그들을 지나 한참을 걷습니다. 반대 방향에서 세 여인이 당신에게로 다가옵니다. 그들이 당신에게로 가까이 올수록 이상한 아름다움이 더해갑니다. 당신은 그들이 제각기 음식이 담긴 커다란 접시를 가지고 오는 것을 봅니다. 그접시는 어디의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것은 당신을 완전히 매혹시킵니다.
그들의 영혼이 당신의 영혼을 사로잡습니다. 당신은 움직일 수 없고, 그들은 당신을 그들의 시선으로 붙들고 더욱 가까이 다가옵니다.
그들은 당신에게 미소 지으며 당신을 위해 특별히 이 음식을 준비했노라고 말합니다. 첫 번째 사람은 당신과 마주 서서 당신에게 음식을 먹으라고 합니다. 당신은 맛있는 냄새가 아름답게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저어 거절합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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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경 Theresa Hak Kyung Cha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3월 4일 부산의 피난민 가정에서 태어나 열한 살이던 1962년에 가족을 따라 하와이로 이주했다. 2년 후인 1964년,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학풍으로 유명한 UC버클리에서 비교문학과 미술을 공부했다. 이때 한국 현대시를 비롯하여 유럽의 모더니스트 작가들을 많이 탐독했는데, 그중에서도 사뮈엘 베케트, 제임스 조이스, 스테판 말라르페,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을 즐겨 읽었다. 그리고 "프로듀서, 감독, 연기자, 비디오와 영화작가, 공간설치예술가, 공연과 출판문학가" 라고 자평할 만큼 전방위적인 작품 활동에 열정을 쏟았다. 1976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영화 이론을 공부한 뒤, 1980년 뉴욕으로 가서 작품 활동을 하는 한편, 친구가 경영하는 출판사에서 작가 및 편집자로 일했다. 1979년 말에는 한국을 떠난 지 18년 만에 고국을 방문했으며, 1981년 다시 방문해 기획 영화 「몽골에서 온하얀 먼지 촬영을 남동생과 같이 시작했다.
그러나 31세이던 1982년 11월 5일, 불의의 죽음을 당했다. 사진작가 리처드 반스와 결혼한 지 6개월, 그의 첫 책 『딕테』가 출간된지 3일째 되던 날이었다.

육신보다 더 적나라하고, 뼈대보다 더 강하며,
힘줄보다 더 질기고, 신경보다 더 예민한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사포

문단 열고 그날은 첫날이었다 마침표 그녀는 먼 곳으로부터 왔다 마침표 오늘 저녁 식사 때 쉼표 가족들은 물을 것이다 쉼표 따옴표 열고첫날이 어땠지 물음표 따옴표 닫고 적어도 가능한 한 최소한의 말을 하기 위해 쉼표 대답은 이럴 것이다 따옴표 열고 한 가지밖에 없어요 마침표 어떤 사람이 있어요 마침표 멀리서 온 마침표따옴표 닫고 - P11

그녀는 말하는 시늉을 한다. 말과 비슷한 것을 무엇과 비슷하다면.) 노출된 소음, 신음, 낱말들로부터 뜯겨 나온 편린들. 그녀는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해 주저하기 때문에, 입으로 흉내 내는 짓을 할수밖에 없다. 아랫입술 전체가 위로 올라갔다가는 다시 제자리로 내려앉는다. 그러곤 그녀는 두 입술을 모아 뾰족이 내밀고 무엇을 말할듯. (한마디. 단 한마디.) 숨을 들이쉰다. 그러나 숨이 떨어진다. 머리를 약간 뒤로 젖히고, 어깨에 힘을 모아 이 자세로 남아 있는다. - P13

오 뮤즈여, 나에게 이야기해주소서
이 모든 것들에 대하여, 오 여신이여, 제우스의 딸이여
원하시는대로 어디에서든지 시작해, 우리에게까지도 이야기해주십시오. - P17

유관순

출생: 음력 1903년 3월 15일
사망: 1920년 10월 12일 오전 8시 20분

그녀는 한 어머니와 한 아버지로부터 태어났다. - P35

그녀는 삶의 시간을 완성시킨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시간을 완성시켰듯이 그들은 자신의 생애를 끊이지 않는 신화로 만들었고, 역사의 재고에 따라 자신의 행적이 거짓이나 진실 중 어느 것으로 판명될지 따져볼 여유도 없이 그들의 행동을 불멸의 것으로 만들었다.


진리는 그 자체 외의 모든 절제를 진실과 함께 포용한다. 그 밖의시간, 그 밖의 공간, 자체의 시간의 유유한 광휘, 죽음의 유유한 표식을 상관하지 않고, 다른 삶들과 병행한다. 그 자체에게는 전혀 모르게. 그러나 노래하기 위하여. 누구에게 노래하기 위하여, 아주 부드럽게. - P38


그녀는 잔 다르크 이름을 세 번 부른다.
그녀는 안중근 이름을 다섯 번 부른다.


국가가 없는 민족은 없고, 조상이 없는 민족은 없다. 아무리 영토가 작다 해도 자주성을 지킨 나라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천년의 역사를 가지고도, 일본에 그것을 빼앗겼다.
"일본은 즉시 의회를 창립했다. ‘그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모든 일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천황의 이름으로, 이 의회는 처음에는 날마다 열렸는데, 후에는 더 긴 기간을 두고 열렸다. 서울에는 50명이 넘는 일본인 고문들이 투입되었다. 그들은 경험 없고 책임은 더욱 없는 남자들이었으며 그들은 하루 해가 떠서부터 질 때까지 그사이에 한국을 변형시키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 P38

관순은 애국자 아버지 어머니의 네 자녀 중 외동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그의 행동은 남달랐다. 역사는 그녀의 짧고 격렬했던 삶의 전기를 기록한다. 그녀의 행동은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들의 역정과 갈라놓는다. 그러한 인생 역정의 정체성은 역사 속의 어느 다른 여성 영웅들과 바꾸어도 상관없다. 그들의 이름, 시대, 행위들은 관대함과 자기희생의 헌신으로 따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없다.
관순이 16세 되는 해, 1919년, 한국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일본의 음모는 명성황후와 그의 왕족들을 암살함으로써 성취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관순은 동료 학생들과 함께 항거 단체를 조직해 본격적으로 혁명운동을 시작한다.  - P40

이미 민족적으로 조직된 운동 단체가있었는데, 그들은 관순의 진지함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어린 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그녀의 위치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녀를 설득해 단념시키려고 했다. 그녀는 용기를 잃지 않고, 그들에게 자신의 신념과 헌신을 보여주었다. 1919년 3월 1일 민족적 대시위를 조직하기 위해 그녀는 40여 군데의 마을을 도보로 여행하며, 천명을 받은 사신의 역할을 해냈다. 이날은 역사의 전환점으로 기록된다. 이날의 시위는 한국인들이 일본의 지배에 항거한 최대 규모의 시위였으며, 그들은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쳤다.
네 자녀 중의 외동딸인 그녀는 다른 형제들이 그러했듯이 자신의 - P40

삶을 완성해나갔다. 그녀의 어머니 그녀의 아버지 그녀의 오빠들.


"나는 네 곳에서 적군과의 교전을 보았다. 한 곳에서는 일본이 다섯 명의 사상자와 함께 후퇴한 무승부 전쟁이었다. 다른 세 곳에서는 장거리 총과 우세한 탄약으로 인해 일본이 승리했다. 그중 사상자 없이 이긴 곳은 단 한 군데였다. 일본인들에게 이것이 단순한 소풍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충분히 보았다."
"산도적에 불과한 이 남자들은 도대체 누가 지휘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전쟁 방식은 순진무구한 사람들을 선동하여 미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안해낸 것 같다. 이것이 그들의 목표인가? 아니라면, 왜 그들은 이다지도 악랄하고, 광적인 정책을 실행하는가? 공권력으로 하여금 호의를 잃은 지역을 효과적으로 정당하게 순찰하거나, 아니면 한국에 대한 통치에 있어서 무능력함을 고백하라!" - P41

‘원수‘. 누구의 적, 적국, 전체 민족에 대항하는 또 다른 민족 전체. 한민족이 다른 민족의 제도화된 고통을 즐거워한다. 적은 추상화된다. 그 관계는 추상화된다. 그 민족, 그 원수, 그 이름이 그 자신의 정체성보다 더 거대해진다. 그 자신의 크기보다 더 커진다. 자신의 속성보다도 더 커진다. 자신의 의미보다도 더 커진다. 이 국민에게는 그들의 원수인 국민들에게는, 그들의 통치자의 지배와 통치자의 승리인 국민들에게는.
일본은 기호가 되었다. 알파벳, 어휘, 
이 원수의 민족에게. 그것의 의미는 도구이며, 살갗을 찌르고, 살을 저미는 기억, 기록으로 남아있는 낭자한 피, 물리적 실체인 피의 양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사적으로 남아 있다. 이 원수 민족의. - P42

목격해보지 않은 민족은, 이와 같은 억압으로 지배받아보지 않은민족, 그들은 알지 못한다.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 특수 용어들: 원수, 악랄, 정복, 배신, 침략, 파괴, 그것들은 다만 한 적대 국가가 다른나라의 인간성을 말살시켰다는 명백하고도 어김없는 기록, 즉 역사적 기록에 대한 커다란 지각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이것은 실로 실체적이 못 된다. 살과 뼈로 된, 골수까지, 각인된, 개입이 필요한그 지점까지, 이 경험을, 이 결과를, 표현을, 새로 발명하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하기를 그치지 않는 그것과는 다르다.
다른 민족에게는, 이 이야기들은 (또 하나의) 먼 땅, (다른 어떤)먼 땅과 같이, 이야기에 나타나는 아무런 특징도 없이, (다 똑같이) - P42

다른 어느 것과 마찬가지로 멀리 들릴 것이다.
이 기록은 전달된다. 똑같은 수단으로, 아무런 특징 없이 같은 경로로 같은 양식으로 전달되어 알려진다: 그 말. 그 영상, 대중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정보를 조작하여 단조롭고, 속되게 만들어버린다. 그들의 연출이 아무리 매혹적이라고 해도 더 이상 그들 자신의 공모의 수법을 벗어나지 못한다. 반응은 미리 정해져 있다. 아무리 수동적으로 가능하다 하더라도 무반응을 성취하기 위해, 흡수시키고, 일방적 소통에 순응시키기 위해 중화되어 있다.
왜 지금 그 모든 것을 부활시키는가. 과거로부터 역사를, 그 오랜 상처를 지난 감정을 온통 또다시. 그것은 똑같은 어리석음을 다시 사는 것을 고백하기 위해서다. 지금 그것을 불러일으켜 잊힌 역사를 망각 속에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말과 영상 속에서 또 다른말과 영상을 조각조각 끄집어내어, 잊힌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다. - P43

1919년 3월 1일. 모든 사람들은 자신 속에 나라의 국기를 지니고 다닐 것을 알고 있다. 동시에 모든 사람들은 이 행동에 따른 처벌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 행진이 시작되고, 태극기는 꺼내져, 보이고, 물결치고, 개인마다 이 나라 이 민족의 독립과 자유를 부르짖는다. 이에 따른 처벌을 잘 알면서도 앞장서서 행진하던 그녀의 부모가 쓰러졌다. 그녀의 오빠들도. 수많은 사람들이 총탄에 맞아 쓰러지고 적의 군대가 무차별하게 휘두른 칼에 찔렸다. 관순은 혁명의 지도자로 체포되고, 거기에 해당하는 벌을 받는다. 그녀는 칼로 가슴을 찔리고, 문초를 받지만 아무 이름도 밝히지 않는다. 7년의 형이 내려지고 그때에 그녀의 대답은 나라 자체가 감옥살이를 한다는 것이다.
어린 혁명가 어린 애국자 여자 군인 민족의 구원자. 영원히 기억될 한 행위. 한 존재의 완성이다. 한 순교. 한 나라의 역사를 위한, 한 민족의 - P47

어떤 사람들은 나이를 모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시간이 멎는다. 시간은 어떤 사람들을 위해서는 멈추어 준다. 그들을 위해 특별히, 영원의 시간. 나이가 없는 시간은 일부 사람들을 위해서 고정된다. 그들의 영상, 그들의 기억은 쇠퇴하지 않는다. 자신을 재생산과 번식으로, 영혼으로부터 추출되어 잡힌 이미지와는 달리, 그들의 면모는 성스러운 아름다움, 계절의 부패를 모르는 아름다움을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며, 피할 수 없는 것이나, 죽음도 아니고 죽는것 자체를 상기시킨다. - P47

기억과 정면으로 마주 대보면, 그것은 빠져 있다. 그것이 빠져 있다. 여전히. 시간은 어떠한가. 움직이지 않는다. 거기에 머물러 있다. 아무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시간이 말이다. 나머지 모든 것, 모든 나머지 것들. 모든 다른 것은, 시간에 지배된다. 시간에 대답해야 한다. 다만, 사산된. 무산된. 겨우. 영아. 씨, 씨눈, 새싹, 그보다도 못한 잠자고 있는 정체되어 있는, 사라져버린.


목이 잘린 형상들. 낡은. 흉진, 이전의 형상의 과거의 기록, 현재의 형상은 정면으로 대면해 보면 빠진 것, 없는 것을 드러낸다. 나머지라고말-해-질, 기억. 그러나 나머지가 전부다.


기억이 전부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열망, 빠진 것을 지킨다.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부정의 사이에 고정되어 진보의 표시라고는 보이지않는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나이를 먹는다. 단지. 어떤 사람들은 나이가 없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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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학경 차는 
˝민주주의를 시행하는 척하면서 오히려 민주주의에 연속적인 굴절을 초래하는 장치를 저지하라˝고 적는다. 서구의 가장 파괴적인 유산은 누가 우리의 적인지 규정하는 권력이며, 이 권력에 의해 우리는 남북한이 그랬듯 동족을 적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나의 적으로 삼는다. p257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의 성폭행 피해와 관련해 신뢰할 만한 통계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아시아 태평양 성폭력 연구소는 아시아 여성의 21~55퍼센트가 신체적, 성적 폭력을 경험한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다소 폭넓은 수치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모든 인종 가운데 아시아계 미국 여성의 성폭력 신고율이 제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조사는 "표본 크기가 너무 작다"라는 이유로 아시아 여성을 아예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나는 이 조사 결과들을 도저히 신뢰할 수가 없었다. 내가 남자를 사귈 때 엄마는 이렇게 묻곤 했다. "너 무슨 못된 짓 하는 거 아니지?" 그것이 섹스에 대한 엄마의, 말하자면 완곡어법이었고, 그 외에는 절대로 언급되는 법이 없었다.
나는 실종되거나 실성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 P212

내가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엄마는 아무 일도 아니라며 조용히 하라고 했다. 아시아 문화에서 여자들이 이유 없이 사라지거나 실성하는 이야기는 무성하다. 노출되는 부분은 기껏해야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났다는 것뿐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신경을 자극하는 고통은 일단 그 고통에 관해 이야기하면 신체로부터 분리된다고 본다. 고통을 명명하면, 일어났던 일에서 아픔이 떨어지고, 한계가 그어지고, 그 일을 감당하고 심지어 소멸까지 가능해진다. 그러나 나는 마치 말이 치유법이 아니라 남을 오염하는 독인 양, 자칫 고통을 언급했다가는 정신적 외상을 또 한 번 입을 뿐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트라우마를 입히게 되는 문화에서 자랐다. 이런 비밀과 수치의 문화에서 성폭행을 고발할 만큼 대담한 아시아 여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 P213

현실 부정은 항상 상처에 바르는 연고가 되어주지만, 그건 국소적 요법에 불과하다. 겪은 일이 꿈에 나오거나 다른 더 치명적이고 만성적인 형태로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 학자인 친구에게 왜 아무도 차의 죽음에 관해 쓰지 않는지 의견을 물었다. "아마 차의 가족에게 또다시 트라우마를 주고 싶지 않아서일 거야"라고 그가 말했다. 그말을 듣자, 나를 포함한 차의 비평가들이 차의 이야기의 일부로 보이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은 여성 시인 중에서도 거인에 해당하는 실비아 플라스를 생각한다. 플라스에 관한 각종 평전 출간이 그동안 일종의 소규모 산업을 이루며 떠올랐다. 평범한 독자에서 가장 헌신적인 학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탐정이 되어 뒷소문을 교환하고, 그의 삶에서 간과된 부분을 - P213

찾아내려고 서한과 일기를 샅샅이 뒤졌다. 실비아 플라스 재단과 학자들 사이의 법적 분쟁이 길게 이어졌다. 지인들은 나름대로 회고록을 써서 혹독한 관점을 제공했다. 그러나 플라스와는 달리 차의 개인사는 대부분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았다. 학자들이 역사적 참극에 의해 침묵당한 한국 여성들의 삶을 차가 어떻게 재발견했는지에 대해서는 열심히 논하면서 차의 생명을 앗아간 참극에 대해서는 끈질기게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이해되지않는다. 일레인 킴, 노마 알라콘이 엮은 평론집 『자기 쓰기,민족 쓰기』와 앤 안린 쳉, 티머시 유 같은 학자들의 논문 등「딕테」와 관련해 중요한 학술 연구가 존재한다. 그러나 딕테』는 해당 학자가 몸담은 학술 분야를 장황하게 인증하는 도구로써 이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나는 차에 관해서 읽으면 읽을수록그를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를 모르면 모를수록, 차도 결국 아무 설명 없이 사라진 또 한 명의 여성으로 보이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 P214

차가 사망한 뒤 「딕테」는 금방 절판되었다.
그랬다가 침묵의 10년이 흐른 후, 형식상 접근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애초에 「딕테」에 무관심했던 전위 영화 비평가및 아시아계 미국인 학계가 순서대로 서서히 주목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출판사에서 재출간된 『딕테』는 이제 아시아계 미국 문학에서 중대한 작품으로 간주되어 여러 대학에서 널리 교재로 쓰이며, 그의 비디오 아트, 조형 작품, 사진 등은 전부 버클리 미술관 및 태평양 영화 보관소에 보존되어 전 세계 주요미술관에서 전시된다.
나는 「딕테」를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마치 새로운 언어를 배우듯 접근하라고 일러준다. 그 언어가 말하는 사람을 직접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입속에 치아를 본뜨는 퍼티를 넣어 모음을 찍어내는 것처럼 생각하라고 말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차가 마치 아직도 가톨릭 여고에서 서투른 영어로 이야기를 구술하는 학생인 것처럼 글을 쓰기 때문이다. - P219

차가 마침표를 사용하는 방식은 너무나 공격적이어서 그의목소리를 기계적이고 단단한 드릴 소리로 완전히 바꿔놓는다. 점묘화를 그릴 듯한 이 마침표들은 사실상 우리가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예컨대, 차가 운전자라면, 그가 브레이크를 밟고, 또 밟아서, 글이 앞으로 찔끔 나가다가 멈추고, 찔끔 나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 나는 그의 문체가 꼭 즐겁지는 않더라도 해방감을 준다고 보는데, 왜냐하면 차가 -실은 프랑스어, 영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이민자가 영어에 느끼는 불편을 하나의 잠재적 표현 형식으로 삼았기때문이다. - P220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은 자국어 사용을 금지당했고 심지어 자기 이름을 버리고 일본식 성을 써야 했다. 독립하자마자 한반도는 양분되어 각각 미군과 소련군에 점령당했다. 조국의 식민 역사 때문에 차는 언어를 상처로 취급하기도 하고 상처를 내는 도구로 취급하기도 한다. 차의 언어는 정체성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언어다. 그의 예술 작업에서 언어는 영어든 프랑스어든 한국어든 관계없이 고무도장처럼 뻣뻣하고, 돌에 새긴 무늬처럼 불가사의한 질감을 지닌 대상물로, 자신의 일부가 아니라 자신과 동떨어진 대상물로 간주된다.
글과 저자를 독실하게 분리하는 후기구조주의 학파비평계는 『딕테』가 자서전이기를 거부하는 책, 파도에 떠밀려온 편지들을 엮은 원고라고 조심스럽게 강조한다. 차의 가족은 완전히 다르게 해석한다. 차는 막 출간된 『딕테」 한 부를 - P220

사망하기 며칠 전에 부모에게 발송했고, 그 책은 차의 장례일에 도착했다. 존이 우편물을 뜯어 책을 펼쳤는데 제일 먼저 보이는 사진에 어느 일본 탄광에 갇힌 한국 광부들이 탄광 벽에 낙서한것을 복사한 흐릿한 이미지가 담겨 있었다. 아이 같은 글씨로 끄적거린 낙서를 옮기면 이렇다. "어머니 보고 싶어. 배가 고파요. 고향에 가고 싶다." 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와서 너무심란해진 존은 어머니가 보지 못하도록 책을 숨겼다. 두 달 후 어머니는 『딕테』를 읽다가 딸이 당신에게 직접 말하는 것처럼느껴져서 몇 번이고 읽기를 멈추어야 했다. - P221

나는 차가 침묵으로 미학을 다듬고, 생략법을 통해 영어가 동포들이 견뎌낸 역사적 참변을 포착하기에 지나치게 빈약하고 간접적인 매체임을 명백히 한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사포의 파편화된 시처럼 그 공포의 일부만 표현하고 나머지는 남겨두어, 차마 말할 수 없는 부분을 독자가 상상하도록 청하는 것이 더 진실했다. 어떤 의미에서 앞서 언급한 학자는 차가 구사하는 침묵의 수사법을 미러링하고 있다. 그 학자는 차의 죽음을극도로 절제된 방식으로 밝힘으로써("1982년 11월 5일, 차는 죽임을 당했다") 그 살해 사건이 작가 약력을 통해 전달하기에는 지나치게 잔혹하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고 암시한다. 하지만 차를 무시하는 침묵이 끝나고 차를 존중하는 침묵이 시작되는 경계선은 어디인가? 침묵의 문제점은 침묵하는 이유를 목청 높여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침묵은 쌓이고, 증폭되고, 우리의 의도 밖으로 자체의 생명을 얻어 무관심이나, 회피나, 심지어 수치심으로 잘못 해석될 수있으며 결국 이 침묵은 망각으로 이어진다. - P222

나는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내 인종 정체성을 소재로 글을 쓰는 일은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다는 편견을 한참 고수했는데, 그런 변명의 저변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 그것을비집어 열어야 했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마치 해부용 테이블에 뇌를 올려놓고 반으로 갈라 글쓰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신경을 핀셋으로 골라내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나는 이 우리라는 것과 씨름해야 했다. 저들에게 맞서는 수천 개의 나팔과도 같은 우리를 청중에게 강력하게 내세울 만한 자신감이 내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그러나 여전히 너무 불특정해서 공유하는언어가 있는지조차 의문인 아시아인이라는 인종 집단을 내체험의 무게로 - 동아시아인, 전문가 계급, 시스젠더 여성,
무신론자, 반골로서 - 규정해 버릴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그일인칭 복수 대명사를 누가 건드린 달팽이 촉수처럼 오그렸다. - P245

나는 2008년 이후로 서울에 가지 않았지만, 당시 100세인 할머니를 뵈러 갔더니 열악한 요양원에서 천천히 노쇠해지고 계셔서 지금도 할머니만 생각하면 가족들에게 화가 난다. 그 요양원은 기괴한 탁아소처럼 벽을 온통 분홍색으로 칠하고 아이들이 합창하는 섬뜩한 찬송가 녹음을 온종일 틀어놓았다. 10인 1실로 꽉 찬 방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은 방문한 자녀들에게자주 좀 오라고 투정했다. 중증 치매인 우리 할머니를 돌보기에 나머지 친척들은 너무 노령이었기 때문에 내 동생이 1년 동안서울에서 할머니를 돌봤다. "늙어서 가족이 나를 버리기 전에 죽고 싶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나는 서울에서 못 산다. 그곳은 여자들이 살기 좋은 곳이 못된다. 많은 여성이 선천적으로 넓은 몽골형 얼굴을 성형수술로 깎아 하얗게 표백한 하트형 얼굴로 만든다. 교육제도도 무자비하다. 금융위기 수습을 위해 1997년에 국제통화기금이한국에 58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그 조건으로 - P256

외국 투자자에게 시장을 개방하고, 노동시장 규제를 완화해 노동자의 고용과 해고를 용이하게 하고, 탄소 배출 기준을 완화해 미국 자동차 수입을 허용하도록 했다. 이제 실질 임금은 침체되었다. 실업률도 심각해졌다. 대학생들은 억압적 봉건체제였던 조선왕조의 이름을 따서 자기 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른다. 탁하고 뿌연 미세먼지가 서울 전역에 내려앉는다. 그 먼지는 육안으로는 안 보여도 목 뒤로 느껴지며 장기적으로 암같은 병을 일으킨다. 한국인들은 특정한 몇 개월 동안은 밖에도 잘 안 나가고 나갈 때는 수술용 마스크를 쓰지만, 그것도 그들을 충분히 보호해주지는 못한다. - P257

그렇다면 미국에 사는 것을 은혜로 여겨.


테레사 학경 차는 "민주주의를 시행하는척하면서 오히려 민주주의에 연속적인 굴절을 초래하는 장치를 저지하라"고 적는다. 서구의 가장 파괴적인 유산은 누가 우리의 적인지 규정하는 권력이며, 이 권력에 의해 우리는 남북한이그랬듯 동족을 적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나의 적으로 삼는다. - P257

내가 한국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곳과 그곳의거리를 좁히기 위해서이다. 한때 운동가들이 쓰던 표현으로 바꿔말하면,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은 당신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 P258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은 당신이 내 조상의 나라를 둘로 쪼개놓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설픈 중간급 미군 장교 두 명이 1945년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지도를 놓고 남북한을 가르는 경계선을 자의적으로 그었고,
결과적으로 이 분단은 우리 할머니의 가족을 비롯해 수백만 가족을 갈라놓았다. 그 후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전역에서 일본군에게 투하한 것보다 더 많은 폭탄과 네이팜을자유의 기치 아래 좁은 우리 땅에 투하했다. 한국전쟁과 관련해 잘 알려지지 않은 기막힌 사실 하나는 당시 한국에서 복무하며 화상 피해자를 치료했던 미국 외과 의사 데이비드 랠프 밀러드가 바로 아시아인의 눈을 서구적으로 만드는 쌍꺼풀 수술을 창시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 수술법을 한국 성노동자들에게 시술하여 미군 병사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오늘날 쌍꺼풀 수술은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성형수술이다. 내 조상의 나라는 당신이 영구적 전쟁과 초국가적 자본주의를 통해 필리핀, 캄보디아, 온두라스, 멕시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엘살바도르,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나라에서 저지른 살상과 자원 착취의 작은 예시에 불과하며, 이것은 주로 미국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배를 불렸다. 그러니까 나한테 은혜를 논하지 말란 말이다. - P259

우리가 각자 치는 인종 차단선은 우리 서로를 고립시키며, 우리의 투쟁이 너무 특별하여 우리 집단에 속한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공감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강화한다. 바로 그래서 나와 나를 통해 대리되는 다른 아시아계 미국인을 더 인간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보편성을 파괴하고 싶다.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다. 우리야말로 지구상에서 다수이므로, 보편적인 것은 백인성이 아니라 우리의 차단된상태다. 여기서 우리란 비백인을 말한다. 즉 과거에 식민 지배를 받았던 자, 조상이 이미 멸망을 겪은 아메리카 원주민 같은 생존자, 서구 제국이 초래한 기후 변화 때문에 악화된 가뭄과홍수와 집단 폭력으로부터 피신한, 현재 멸망을 겪고 있는 이주자와 난민을 가리킨다. - P261

나는 빚진 상태를 통째로 부인할 수는 없다.
나는 과거에 투쟁한 운동가들에게 빚지고 있다. 나는 학경 차에게 빚지고 있다. 윤리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곧 역사에 책임지는 것을 의미하므로, 나는 세상이 자기에게 빚지고있다고 여기는 부류의 백인 남자가 되느니 차라리 빚을 지겠다.
또한 나는 우리 부모님께 빚지고 있다. 하지만 내 삶을 비밀로 유지하거나 내 것을 챙기는 사유화의 꿈을 뒤쫓는 방식으로 부모님께 진 빚을 갚지는 못하겠다. 엄마는 내게 감사할 것을 거의 매일 요구했다. 엄마는 내가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되도록 미국에 온 거라고 거의 매주 말했다. 그러고는 물었다. "너는 왜 그렇게 힘들게 사니?" - P266

아시아계 미국인은 무슬림이나 트랜스젠더처럼 보이지만않으면 다행히 심한 감시 속에 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일종의 연성 파놉티콘 속에 산다. 이것은 아주 미묘해서 우리는 이것을 내면화하여 자기를 감시하며, 바로 이것이 우리의 조건부 실존을 특징짓는다. 우리가 여기서 4세대째 살았어도우리의 지위는 여전히 조건부이다. 만족을 모르고 사들이는 물질적 소유물이든 주류 사회에 편입했다는 마음의 평화로서의 소속감이든 빌롱잉(belonging: 이 문장에서 소유물과 소속감이라는이중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옮긴이)은 언제나 약속되며,
아슬아슬하게 손 닿지 않는 곳에 있어서 우리가 유순하게 처신하도록 유도한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의식이 해방되려면 우리는 이 조건부 실존으로부터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투쟁을 이어가기위해 고통을 감수하는 것을 의미할까? 아니면 그저 우리의 고통을 자각하는 것을 의미할까? 나는 다른 이들이 보여준 행동을 통해서만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다. 현재 나는 역사가 - P267

디지털 아카이브로 대거 흡수되어 우리 스스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글을 쓰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클라호마주에 설치했던 일본인 강제 수용소 한 곳을 다시 열어 중남미 아동들로 채우려고 계획 중이다. 일본인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소수의 생존자가 이 재설치에 반대하는시위를 매일 벌이고 있다. 한때 나는 일본인 강제 수용소생존자가 다들 어떻게 됐는지 한가한 태도로 궁금해하곤 했다. 왜 자취를 감췄지? 왜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지? 재설치반대 시위에서 톰 이케다가 말했다. "우리는 취약한 공동체에 동맹이 되어주어야 한다. 1942년에 일본계 미국인은 그런 동맹이 없었다."
우리는 이 나라에 늘 있었던 존재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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