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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나는 돌아가야만 한다
 내 시의 유일한 자양분은 그리움
 그리워하려면 멀리 있어야 하므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말끔히 정돈하고,
모든 사안에 대해 해결책과 모범 답안을 알고 있는 사람들.

누가 누구와 연관되어 있고, 누가 누구와 한편인지,
목적은 무엇이고, 어디로 향하는지 단번에 파악한다.

오로지 진실에만 인증 도장을 찍고,
불필요한 사실들은 문서세단기 속으로 던져버린다.
그리고 낯선 사람들은
지정된 서류철에 넣어 별도로 분류한다.

단 1초의 낭비도 없이
딱 필요한 만큼만 생각에 잠긴다.
왜냐하면 그 불필요한 1초 뒤에 의혹이 스며든다는 걸 알기에.

존재의 의무에서 해방되는 순간,
그들은 지정된 출구를 통해
자신의 터전에서 퇴장한다.

나는 이따금 그들을 질투한다.
- 다행히 순간적인 감정이긴 하지만.

유고시집<충분하다>중에서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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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것까지도 아빠랑 똑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멈추고 싶었지만 멈출 수가 없어다. 영지는 자기가 뭘 해주면 기분이 나아지겠느냐며 계속 나를달랬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발…… 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아니야, 절대 그 말만은 하지 마……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니야해줘, 아니야 하지 마, 사이에서 그냥 눈물만 났다.
"나 너네 아빠한테 엄청 잘 보이고 싶었어. 그게 아무 의미 없다는 거 알면서도 그랬어."
나는 계속 울었다.
은호야, 나는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어떤 식으로든."
영지는 계속 내 곁에 있었다.

아주 어릴 때 내가 울면 할머니는 커다란 솜이불을 덮어주었다.
"그 안에서 실컷 울어라."
눈을 떠보면 어둡고 솜이불은 무거운데 그 어둠과 무게가 나를달래주었다. 그동안 할머니는 나에게 먹일 달달한 음식을 마련해놓고 기다렸다. 냉동실에 얼려놓은 대봉시일 때가 많았다. 한참을 울다가 왜 울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때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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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재미지다




루소는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가장 사랑한 신체 기관인 심장에도 지력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마의 주름과 턱의 힘을 풀고 팔다리를 가법게 흔들 수만 있다면 심장의 지력에 닿을 수 있음을 알았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 앞에서는 으스대고 뻐기며 걷지만, 혼자있을 때는 그러지 않는다. 으스대며 걷는 것은 사회적 제스처다.
가장 느린 이동 형태인 걷기는 더 진정한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우리는 아마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을오래전에 잃어버린 낙원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걸을 수는 있다. 결어서 출근할 수 있다. 걸어서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줄 수 있다. 산들바람이 부는 상쾌한 가을날 오후, 특별한 목적지없이 혼자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잊기 위해 걷는다. 짜증내는 상사, 배우자와의 말다툼,
- P101

소로는 이렇게 적었다. "관찰이 흥미로워지려면, 즉 중요한 의미를 가지려면, 반드시 주관적이어야 한다."
아름다움을 개인적으로 판단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핏빛 노을, 수많은 별들이 수놓인 잉크처럼 새까만 밤하늘, 전부 개인적의견이다. 철학자 로저 스크러튼이 말했듯, "그런 아름다움을 위한 공간이 있는 세상에 당신을 위한 공간도 있다."
소로에게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소로는 느끼지 않고는 보지 못했다. 어떻게 느끼느냐가 어떻게 보느냐뿐만 아니라 무엇을 보느냐도 결정했다. 소로에게 보는 것은 감정적일 뿐만 아니라 상호적인 행위였다. 예를 들어 장미를 보면소로는 장미와 대화를 주고받았고, 어떤 면에서는 협력하기도 했다.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 다소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 안다.
하지만 많은 예술가들이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어떤대상을 볼 때 그 대상도 자신을 쳐다본다고 느낀다. 이들 모두가미친 것일 리는 없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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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입 브랜드의 운동화를 즐겨 신었는데, 조금 크고 무거워 보이는 그 신발이 그녀의 마르고 현 다리 아래 버티고있어 보는 사람에게 안타까움과 동시에 옅은 안도감을 불러일으켰다.
운동화는 체가 미국 사이트에서 직접 고른 보드화였다. 스케이E보드를 탈 때 신는 신발이라 디자인도 남달랐지만 밑창에 미끄럼 방지 고무가 부착돼 있어 넘어지기 쉬운 제에게 알맞았다. 체의 왼다리는 안쪽으로 휘어져 있었고 오른다리보다 길이가 짧았다. 가만히 서 있으면 왼쪽으로 몸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졌는데체는 걷거나 뛸 때 그 기울기로 작은 웨이브를 그리며 움직였다.
나아가는 쪽을 향해 어깨와 팔로 곡선을 그리고, 조금 짧은 발이그 선과 대칭돼 타원을 그리는 그 동작을 반복하면서 체는 일정한 리듬으로 걸었다. 체가 걷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녀의 귀에만 들리는 음악이 그녀 주변에 흐르는 듯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걸을 때도 체는 상대의 속도에 맞추려 애쓰지 않았다. 자기의 리듬대로 발을 뻗고 어깨와 팔로 타원을 그리며 나아갔다. 체와 함께 걷는 사람은 그녀가 자신의 속도로 걸어올 때까지 기다리면되었다. 신호등의 녹색 불이 깜박일 때면 체는 어깨의 원을 빨리그려 속도를 높였다.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오르거나 양발을 한 번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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