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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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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유명하지 않은 저자의 책이었다면 내가 그 수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을 선택했을 이유는 없었을 것 같다. 대략적인 내용은 짐작하고 있었으나 파울로 코엘료만의 철학으로 내가 예상하는 이야기가 아닌, 즉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방향에서 접근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안목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여 어떤 희열감을 전해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 책은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감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 性을 통해 자아를 발견한다는 것이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가치관과 많이 대립되기 때문에 실망을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은 정신분석학을 배우면서 프로이트 리비도(libido)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그의 이론에 비판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던 이유와 같은 맥락을 이룬다고 생각된다.

이 책의 주인공 마리아는 창녀다. 그녀는 평범한 여성이었으며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누구나 그렇듯이 내면에는 자신의 성공과 행복을 갈망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性에 눈을 뜨게 되고, 자신의 내면에 성욕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몸소 체험하게 된다. 그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겪는 성장과정을 지나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육체가 어른이 되었을 뿐 그녀의 자아는 정체성을 찾지 못했으므로 그녀에게 다가오는 남들과는 다른 환경에 직면해야 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욕구에 이끌려 창녀의 길을 택하게 된다. 자신의 性을 매매하는 것은 자유이며, 그것이 사회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지탄을 받았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대가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性행위를 하는 동안 그녀가 상대에게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제공하는 위안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여 받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창녀의 길을 택했을 때 마치 운명의 힘에 의존하듯,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어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에는 유감을 표하고 싶다. 그것은 그녀에게 표하는 유감이 아닌 저자에게 표하는 유감일 수도 있다. 즉, 자신의 선택을 자신의 성향에 귀인 시켜 이해하려 하는 것보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상황에 귀인 시켜 이해하려고 했다는 점에 유감을 표하고 싶다. 그것을 환경에 적응하면 살아가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방어기제라고 이해한다면 그 유감도 별로 대수롭지 않는 것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그런 방식으로 절박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지는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 꿈틀거리는 욕망과 性추동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자신을 이끈 운명의 힘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무의식이 의식화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스스로의 선택을 합리화 시키면서 행동과 의식사이에서 모순을 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다면, 저자는 프로이트의  리비도(libido)설과 같은 맥락에서 인간을 이해하고 있다. 리비도는 성욕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인간의 내면에 있는 무의식에서 비롯된 일종의 에너지이다. 그 에너지가 어느 곳에 고착되느냐에 따라서 인간을 이해하는 것으로 그것은 자신의 신체에 고착되기도 하고, 타인에게 고착되기도 한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감정의 원인이 리비도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부모와 자식의 사랑과 친구들 사이의 우정과 자기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는 감정에도 性추동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대부분의 이론이 그렇듯이 알 수 없는 무의식의 영역에 의해 어떤 에너지가 발생된다는 것은 의식적으로 확인이 불가능 하므로 인과오판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수많은 감정은 여러 변수에 의해서 조작될 수 있으므로 그것의 원인을 단지 본능적인 性추동에 의해서 설명하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마리아 역시 性추동을 바탕으로 발생된 감정과 에너지에 의존하여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한다. 마치 그녀의 머릿속은 性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과 자긍심으로 가득차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것은 삶과 자아에게 던지는 수많은 상념을 단지 性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면서 해소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자신이 속하는 인간이라는 개체와 그 인간들을 둘러싼 환경이 만들어낸 세계를 잘 모른다. 하지만 모른다고 해도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아주 복잡 미묘한 정신활동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정신활동에는 분명 무의식의 영역이라 불리는 性추동도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파울로 코엘료가 그런 발상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고 단정 짓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의 글에 등장한 마리아는 그런 발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묘사되었고, 그것이 나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그 불편함은 어쩌면 (프로이트의 말대로) 나의 업압되어있는 性적 추동이 의식화 되는 것이 두려워 부인이라는 방어기제를 쓰면서 발생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이 나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발생된 괴리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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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18
헤르만 헤세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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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산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라고 한다.


삶은 모순으로 가득하고, 나의 세계는 그 모순과 맞물려 또 다른 모순을 낳는다. 내가 삶을 이해할 수 없으며, 내가 나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기에 나는 내가 만들어 놓은 알 속에 갇혀있다. 그 딱딱한 껍질은 모순을 거듭할수록 단단해지며 그 딱딱한 껍질을 깨부수는 행위는 모순이 거듭될수록 위험해진다. 하지만 새는 본래 알을 깨고 세상을 향해 비상하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에 나의 본능도 내가 만들어놓은 세계에 갇혀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모순을 거듭하더라도 언젠가는 비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소망을 품고,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득한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 처절한 몸부림이 나를 비로소 새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면, 그 처절한 몸부림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나의 몸뚱이가 찢기고, 뭉개져 앙상한 뼈만 남게 된다고 할지라도…….


소년 싱클레어가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사건들이 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많은 것들과 맞물려 수많은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간접적으로 바라보면서 그에게 투영되는 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어느 대상에 내 자신을 투영시켜 간접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내 자신과 나를 분리시켜 객관화 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줌과 동시에 나의 인식의 틀 안에서 또 다른 인식의 틀을 내가 이미 만들어 놓은 편협한 세계에 한정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 가능한 것들의 모순 사이에서 나는 삶의 모순을 발견하고, 내 자신의 모순점을 발견한다. 그것은 내가 바라보는 세계와 나를 바라보는 세계가 동시에 공존한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며, 그 공존하는 것들 사이에 하나의 객체로써의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다는 것이 전부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앎이란 어디까지나 이성적인 추론과정일 뿐이며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나의 감각과 감정을 동반되는 정신세계일 뿐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불확실함의 연속이며 모호함과 애매함으로 가득한 허상일 뿐이다.


그것은 알에 갇혀있는 나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자연스러운 현상에 의문을 던지고, 데미안의 존재에 끊임없는 회의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나의 정신세계의 혼돈이 나의 알을 깰 수 있는 아주 작은 시도가 된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며 그런 인정이 모순을 낳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또 다른 모순을 낳을수록 그 시도의 강렬함이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것이 나의 알에게 아주 작고 미세한 ‘금’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은 이 모순으로 가득한 글이 나의 가슴을 울린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문자들의 움직임이 나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이 의심스러우면서도 끊임없이 나의 뇌리를 스치는 섬광들이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으므로 나의 손가락은 통제력과 자제력을 상실했다. 어쩌면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인지 나의 섬광들이 문자를 타고 움직이는 것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모호함 속에서 내가 이 책의 리뷰를 쓴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알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으므로 나의 알이 깨지는 그 날까지 나는 나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허락하지 않을 수 없다.

알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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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5-11-1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드는 생각.
20여년 전에 읽었던 고전들을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떻게 읽힐까?
아들네미 읽으라고 사준 데미안의 첫머리를 얼마전에 조금 읽었는데.....
(요즘애들은 작은 글씨 세로로 박힌 옛날 전집은 보려고도 안하지... )
음... 딱 우리 아들내미 또래 이야길세.......
음..... 다음에 마저 읽어봐야겠다...... 지금 읽으면 어떻게 다가올까?

가시장미 2005-11-10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 언니~ 그 아들내미가 어느 또래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지금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고전이라.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5번 가까이 읽었는데도 여전히 저의 인식의 틀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편협된 시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 틀을 깨는 발상은 아이들이 제시해줄때면 아주 큰 희열을 느끼지만 그와 동시에 굉장히 초라한 자아를 발견하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의 알이 깨어질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 초라함이 곧 자긍심으로 변하기도 한답니다. ^-^
아마, 지금 읽으시면 그 때의 '알'과 지금의 '알'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시겠죠?!

2005-11-10 0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시장미 2005-11-10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저도 그 글귀 아주 마음에 와 닿았어요. 찌리리~~~ 했었죠. ^-^
격려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비밀리에 감사해야 하는 글만 써주시는 것 같아요. 으흐흐
 
노인과 바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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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헤밍웨이의 걸작 중의 하나이며, 그가 1954년 노벨 문학상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은 상어로 상징되는 죽음에 의하여 패배하지만, 용기와 자기극복으로 과감하게 죽음과 대결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존엄한 존재인지를 실존주의 철학을 담아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간결하고 힘찬 문체는 삶을 향한 인간의 의지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는데 특히 “인간은 싸움에 패배하려고 태어난 것은 아니야. 죽었으면 죽었지, 패배하는 법은 없어.” 라는 문구에서는 최선을 다한 싸움에서 적에게 쓰러지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단지 파괴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담겨있었고, 이는 강인한 인간의 힘을 믿는 헤밍웨이 작가 정신을 요약한 말이라고 생각되었다. 즉, 그것은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닥치더라도 거기에 굴복하는 것이야말로 패배라 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항해 끝까지 싸우는 것은 진정한 인간의 힘을 보여주는 것일 뿐 결코 패배가 아니라는 것이다.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어부의 생활을 천직으로 여기는 노인이 85일째 되던 날 18척이나 되는 큰 고기를 만나고 사흘간의 힘들고 고단한 시간을 끝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나 결국 상어 떼를 만나 물고기는 뼈만 남게 된다. 결국 그가 항구에 돌아왔을 때 남은 것이라고는 18척의 물고기가 남겨놓은 흔적뿐 인 것이다. 이것은 인간으로써 우리가 가질 수밖에 없는 삶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즉, 인생은 ‘공수레 공수거’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난관에 부딪쳐야 하고 그 순간 자신이 이룩한 성공과 업적이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들이 대단하고 위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없어진 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한 노인은 그 허망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바다로 나가길 꿈꾸면서 사자 꿈을 꾸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그가 인간으로써 가질 수밖에 없는 숙명을 수용하고, 자연의 섭리에 순종하여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생의 결과물보다는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이겨내는 과정에서야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음을 재확인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이라는 공통적인 속성을 지니고, 삶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각자 다른 삶을 꿈꾼다. 우리의 모습은 너무도 다르고,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도 너무도 다르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공통점은 그것에 순응하고 그것에 대항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노인이 보여주는 삶의 자세와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 책이 고전으로 우리에게 널리 읽혀질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책에 등장하는 노인의 모습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이데아’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습은 그 이데아의 속성이 조금 드러나 있는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절대적인 이데아의 속성을 지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이데아의 모습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조율해나가고 자신이 추구해야하는 인생의 목표를 수정해가면서 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에 모습에 도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노인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 해 가는 것이다. 결코,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을 지향하는 인간의 모습은 아이러니 하지만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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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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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키스! 그 순간을 얼마나 꿈꿔왔던가! 주변 풍경도 여느 날과는 달랐다. 하늘을 나는 왜가리, 석양, 거친 아름다움을 지닌 황량한 들판,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음악소리, 마리아는 그를 밀어내는 척하다가 힘껏 끌어안았다. 그녀는 영화와 잡지, 텔레비젼에서 수없이 본 동작을 따라했다. 리드미컬하면서도 다소 어색하게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젖히며 자신의 입술을 그의 입술에 대고 꽤나 격렬하게 비벼됐다. 때때로 청년의 혀가 자신의 앞니에 와 닿는 느낌이 무척이나 달콤했다. -23쪽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온 우주가 그 사랑을 위해 공모하는 것 같다. 오늘 석양 무렵,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 하지만 뭔가 하나만 잘못되어도 모든 것이 무너져 사라진다! 노을 속을 나는 왜가리,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달콤한 그의 입술, 그 모든것, 몇 분 전만 해도 분명히 거기 있었던 아름다움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사라질 수 있었을까? 삶은 아주 빠르다. 삶은 우리를 천국에서 지옥으로 데려다놓는다. 단 몇 초 사이에. -24쪽

그의 혀가 자신의 앞니에 와 닿을 때가 가장 짜릿했다고, 그러자 한 친구가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 너 입을 벌리지 않았던 거야? "

순간,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 왜 입을 벌려? "
" 그래야 혀가 들어올 수 있지. "
"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데? "
" 키스는 그렇게 하는거야."-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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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5-11-01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첫키스 열풍이라. 11분을 읽다가 기억에 남았던 장면을 올려봅니다.
이 책은 다시봐도 참.. 민망하고........ 발그레한 내용이 많은것 같아요. (-_-;;)~ ㅋㅋ

가시장미 2005-11-01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척하는 남자가 쓴 여자? 흠... 그래? 나도 다시 읽어보고 리뷰써야겠다. ㅋㅋ
 
지킬박사와 하이드 삼성 어린이 세계명작 (고학년) 17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윤종태 그림, 한상남 엮음 / 삼성출판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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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악.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그것.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선과악이 공존하지만 그것의 경계선은 불분명하다. 그 경계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경과 학습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자아와 본능을 주관하는 초자아의 영향이라고 주장했으며 그 초자아는 부모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성장과정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간다고 말했다. 그것은 동양권에서 성악설로 불리우는 사상과 동일한 맥락을 갖는다. 그것은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따른 학습에 의해 본능에 내재되어 있는 악한면을 억압당하고 그와 반대되는 선한면은 사회적으로 계속 지지받고 강화받음으로써 더 의식화되고, 표면화된다는 것이다.

지킬박사도 악한 자신의 본능을 억압하고 선한면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표면화 시키면서 살아온 인간이었다. 그는 자신의 덕망과 명성을 중요시했으며 그에 부합되지 않는 악한면을 볼 때면 심한 괴리감을 느끼고 그것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는 쾌락을 중요시여기고 자신의 본능을 억압하는 것에 심한 불안을 느꼈기 때문에 죄책감이나 괴리감이 없이 자신의 악한본능을 들어내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그래서 신비한 약을 발명했으며 그 약을 먹은 후에 변신한 자아를 하이드라 불렀다. 하이드는 그의 내면에 있는 10%정도에 지나지않는 악한면?의해 만들어졌지만 100%악으로만 이루어진 악의 결정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이었다. 결국 지킬박사는 자신의 이중적인 면이 주는 고통에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 자신의 삶을 파멸시킨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악한면을 알게되고 그것을 알게되었을 때 자아가 불리되는 듯한 심한 괴리감을 경험할 것이다. 나는 그런 경험을 하게될 때면 내 자신의 성향이 아닌 주어진 상황에 귀인시켜 나의 입장을 합리화시키거나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아닌 마치 다른 사람의 모습인양 부인하고 인정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의 잘못을 반성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내 안에 악하지 않은 선이라고 불리울 수 있는 면도 공존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하지만 악한면만이 분리되어서 만들어진 하이드에게는 '반성'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된다. 그는 오로지 악에 대해 알 뿐 선에 대한 개념도 인식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보는 많은 사람들은 그를 알수없는 불쾌감과 소름끼치는 공포감의 대명사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닌 인간에 의해 발명된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악의 결정체인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 그것은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이중적인 모습을 정당화시켜주고, 오히려 그것이 완벽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만약 지킬박사가 지나치게 한쪽방향만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버리고, 보통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자신에게 내재되어있는 이중성을 인정하면서 조율을 추구했다면 스스로가 독약을 먹고 목숨을 끊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가 가진 욕망은 인간의 본능에 대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것은 그것 이상이다. 우리의 이중적인 본능을 조율하지 않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든다면, 특히 악한면이 극단적으로 많이 표면화되게 된다면 그것은 ' 반성의 부재' 를 낳게 되고, 결국 우리의 삶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선과악이 내재된 이중성적인 모습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을 조율하기위해 끊임없이 반성하는 인간만이 완벽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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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5-11-0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썼던 리뷰중 유일하게 저장해놓은 리뷰입니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