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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와 하이드 삼성 어린이 세계명작 (고학년) 17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윤종태 그림, 한상남 엮음 / 삼성출판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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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선과악.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그것.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선과악이 공존하지만 그것의 경계선은 불분명하다. 그 경계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경과 학습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자아와 본능을 주관하는 초자아의 영향이라고 주장했으며 그 초자아는 부모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성장과정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간다고 말했다. 그것은 동양권에서 성악설로 불리우는 사상과 동일한 맥락을 갖는다. 그것은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따른 학습에 의해 본능에 내재되어 있는 악한면을 억압당하고 그와 반대되는 선한면은 사회적으로 계속 지지받고 강화받음으로써 더 의식화되고, 표면화된다는 것이다.

지킬박사도 악한 자신의 본능을 억압하고 선한면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표면화 시키면서 살아온 인간이었다. 그는 자신의 덕망과 명성을 중요시했으며 그에 부합되지 않는 악한면을 볼 때면 심한 괴리감을 느끼고 그것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는 쾌락을 중요시여기고 자신의 본능을 억압하는 것에 심한 불안을 느꼈기 때문에 죄책감이나 괴리감이 없이 자신의 악한본능을 들어내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그래서 신비한 약을 발명했으며 그 약을 먹은 후에 변신한 자아를 하이드라 불렀다. 하이드는 그의 내면에 있는 10%정도에 지나지않는 악한면?의해 만들어졌지만 100%악으로만 이루어진 악의 결정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이었다. 결국 지킬박사는 자신의 이중적인 면이 주는 고통에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 자신의 삶을 파멸시킨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악한면을 알게되고 그것을 알게되었을 때 자아가 불리되는 듯한 심한 괴리감을 경험할 것이다. 나는 그런 경험을 하게될 때면 내 자신의 성향이 아닌 주어진 상황에 귀인시켜 나의 입장을 합리화시키거나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아닌 마치 다른 사람의 모습인양 부인하고 인정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의 잘못을 반성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내 안에 악하지 않은 선이라고 불리울 수 있는 면도 공존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하지만 악한면만이 분리되어서 만들어진 하이드에게는 '반성'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된다. 그는 오로지 악에 대해 알 뿐 선에 대한 개념도 인식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보는 많은 사람들은 그를 알수없는 불쾌감과 소름끼치는 공포감의 대명사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닌 인간에 의해 발명된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악의 결정체인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 그것은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이중적인 모습을 정당화시켜주고, 오히려 그것이 완벽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만약 지킬박사가 지나치게 한쪽방향만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버리고, 보통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자신에게 내재되어있는 이중성을 인정하면서 조율을 추구했다면 스스로가 독약을 먹고 목숨을 끊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가 가진 욕망은 인간의 본능에 대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것은 그것 이상이다. 우리의 이중적인 본능을 조율하지 않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든다면, 특히 악한면이 극단적으로 많이 표면화되게 된다면 그것은 ' 반성의 부재' 를 낳게 되고, 결국 우리의 삶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선과악이 내재된 이중성적인 모습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을 조율하기위해 끊임없이 반성하는 인간만이 완벽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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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5-11-0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썼던 리뷰중 유일하게 저장해놓은 리뷰입니다,. ㅠ_ㅠ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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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생을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정말 사소한 사건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시각을 보여준다. 한 줄 한 줄 꼼꼼하게 읽으려고 하면, 저자와의 의사소통이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가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결코 내 삶의 본질과 다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전해지는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문자를 문자 그대로 읽어서가 아닌, 문자의 모습이 모여서 이루는 전체적인 맥락이 주는 느낌이 마음에 와 닿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저자와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은 저자의 분석적인 시각과 반대되는 전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마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은 어쩌면 모든 책에서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자세인지도 모른다. 한 편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면 한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듯이 하나하나의 사건이 아닌 전반적인 인생의 패턴을 살펴봐야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던 이유는 이 책이 사소한 사건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유는 이 책에 등장하는 태평양 한가운데 고아처럼 살아남은 포유류에 속하는 한 인간이 살아남고자 끊임없이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모습 속에 위협을 주는 대상을 향한 경쟁심과 증오감과 두려움을 볼 수 있었고, 결국 그런 자극조차도 삶의 의지를 자극하는 하나의 원인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을 포용하고 사랑하려는 모습은 한 마리의 호랑이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토록 자신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느꼈던 같은 포유류의 존재가 같은 부류의 존재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같은 욕망과 갈등 속에서 끊임없이 경쟁을 하고 자신의 영역을 확인하여 서로를 견제하고 갈등을 일으켜야 하지만 그런 것들이 삶의 절망 속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의 모습은 나에게 주어진 삶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주었다.


삶의 끊임없는 모순 속에서 우리는 그것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삶을 살아가지만 그것이 자연스러운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그것들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절망에서 구원해준 호랑이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낸다. 그리고 대화를 건넨다. 자문자답,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에게 대답을 구하는 모습, 어쩌면 그는 호랑이와 자신을 동일시시켜 이 황량한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하나의 개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삶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세라는 생각을 해본다. 끊임없이 뒤틀리고 끊임없이 왜곡되는 것들이 인간의 속성이고 삶의 속성이므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리라.


그것은 ‘신’이라는 절대자가 없더라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숙명이겠지?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것을 시지프스라는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끊임없이 돌을 언덕으로 굴려야하고 끊임없이 떨어지는 돌을 다시 언덕으로 올려야 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나는 삶과 죽음을 보았다. 그리고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보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태평양 한가운데 남을 수밖에 없는 불쌍한 인간의 모습은 모순과 왜곡으로 가득한 삶에서 살아가야 하는 불쌍한 인간의 숙명과 동시에 삶과 죽음 그리고 삶의 의지를 보았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수용해왔고, 포용하려고 노력했는가? 그것들이 나의 일부라는 것을 알면서도 얼마나 많은 시간 그것들을 외면해왔는가? 외면한다고 부정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는 모순과 끊임없는 굴곡을 만들어가는 나의 모습이 참으로 딱하게 보이면서도, 그런 모습을 알아가고 이해하고 포용하려고 노력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위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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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5-10-30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선물해준. 서연사랑언니! ^-^ 사실, 처음에는 이 책을 왜 추천해주셨는지 많은 생각을 해야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언니가 무엇 때문에 이 책을 선물해 주셨는지...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

파란여우 2005-10-30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는 아까아까 읽었는데 추천은 지금!
왜? 한번 더 읽어보려고. 캬아, 난 자기 나이였을때 왜 이런 글을 못 썼을까?
모하느라고..

가시장미 2005-10-3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감사! 칭찬이 과하십니다요~ 제가 언니나이가 되면 언니가 쓰시는 그런 내공있는 글을 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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