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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간디학교 아이들 - 간디학교 교장 양희규의 '행복한 작은 학교' 이야기
양희규 지음 / 가야넷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을 간디학교의 교장 양희규의 자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물이라는 폴더에 분류하여 글을 쓰려고 한다. 그 이유는 이 책을 통해 간디학교에 대해서 알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저자의 철학과 삶이 녹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간디학교와 간디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많이 담겨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의 바탕이 된 양희규 선생님의 교육철학과 인생관에 더 큰 감동을 느꼈기 때문에 이 책의 리뷰도 그것에 초점을 맞추려한다.
“새로운 학교가 시급하다.” 이것이 그가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다녔던 모교를 학교가 아닌 “수용소”라고 표현했다. 자유가 억압되고 사랑이 결핍된 곳을 교육의 현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처럼 학교를 “수용소”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저자와 마찬가지로 그곳에서 적지 않은 고통을 겪어야 했기에 암울한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교육의 가장 큰 속성은 “자발성”과 “사랑”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나라 공교육 현장에서 가장 결핍되어 있는 부분이다. 내가 저자의 생각에 큰 공감을 표하는 것은 내가 그 현장에 있었을 때 그것의 결핍으로 큰 고통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교육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일방통행적인 의사소통이 바탕이 되는 것이 아니었으며 권위를 앞세워 학생들의 입장을 전혀 존중해주지 않는 교육에서 “사랑”이라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주입식으로 정보를 전달받고 그것이 단순히 암기하는 것에 그치는 교육은 사고력을 막고 창의력을 말살시키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학창시절동안 불행하게도 그런 교육을 받아왔으면 그런 교육에서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성적이 나쁜 문제아 취급을 당해야 했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생각을 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교육이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것이 교육이 아닐까? 나의 학창시절 동안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수없이 해야 만했으며 수많은 참고서에서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답’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했다. 그것들은 모든 문제를 편협한 시각으로 해석하도록 유도하고, 획일화된 생각을 유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들도 그것에서 일탈했을 경우 그것은 엉뚱하고 이상한 생각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 원인이 선생님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제도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이라고 해석했으므로 교육제도가 변화되기만을 소망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큰 위안을 느꼈으며 저자의 철학에 입각한 교육모델이 최선의 교육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현행 교육에서 놓치고 있는 많은 것들을 지적하고 있으므로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교육 모델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 책의 몇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 그것을 모두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간디의 철학에 입각하고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간디는 “그것이 진리인가? 진리이면 가고 진리가 아니면 가지 말아야지!” 라고 말했다고 한다. 진리에 대해서 어떤 절대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괴리감은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다. 하지만 간디는 그런 고통과 갈등을 단순하게 해석한다면 인간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저자의 삶에도 그 괴리감을 의지로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간디학교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간디학교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공동체의 능력을 키워 함께 더불어 가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그것은 사회의 구조 악을 공동체를 만들어 저항했던 간디의 철학을 담고 있으며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실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부분으로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을 경쟁자로 의식하고 그 경쟁에서 승리했을 때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그런 교육의 속성이 현실성을 잃었다고 해도, 현실과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소외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나는 그 교육이 우리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것에 큰 기쁨과 위안을 느꼈다.
단지, 머리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교육보다는 삶의 의미를 모색할 수 있고, 자신만의 철학을 찾아 갈 수 있고, 그 안에서 자신의 꿈과 소신을 지켜갈 수 있는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간디학교가 지향하는 교육모델이 현행교육과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것이 불가능한 소망이라 할지라도 나는 내가 몸담고 있는 곳에서 간디학교의 교육모델과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는 나의 철학을 지켜나가면서 나의 제자들을 만나고 싶다. 그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이며 그들이 나의 생각과 나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쌍방적인 의시소통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작은 인식의 틀을 끊임없이 깨나갈 것이며 그 안에서 함께 탐구하는 공동체의식을 찾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싶다. 무엇보다 지식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의사소통하는 것을 시도하여, 그들이 성장기에 느끼는 두려움과 좌절감을 덜어주고 싶다. 나의 이런 바램이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는 행위로 여겨진다고 해도, 내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것이고 내 자신을 기만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