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면 선생님이 웃었다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동화동무씨동무 선정, 2017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7 오픈키드 좋은 어린이책 추천 바람어린이책 5
윤여림 지음, 김유대 그림 / 천개의바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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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학교에 나와 아이들과 좌충우돌 할 때, ‘나는 언제 아이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지 않고 멋지고 근사하고, 폼나게(!) 가르치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내게 선배 교사는 10년 정도 지나고 나니 이제 뭘 좀 알겠더라 했고, 나는 그 10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10년을 기다리는 동안 선배님들이 준 가르침 중 하나는 아이들 앞에서 절대 웃지 말라는 거였다. 특히 3월에는 절대로! 아이들에게 처음에 방실방실 웃고 친절히 대하면 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안 듣는다고. 처음에는 엄하게 대하다가 나중에 친절한 선생님이 되면 우리 선생님 참 좋다는 말을 듣지만 처음에 친절히 대하다 말 안 듣는 아이들 잡느라고 아이들에게 화내고 그러면 우리 선생님은 만날 화만 낸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다. ‘, 그렇구나!’하고 그 말을 좇아 무뚝뚝한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웃고, 화내고, 울 일이 얼마나 많은지... ‘세상에 불변의 진리란 없으니 나는 내 방식대로 하자!’고 마음먹었다. 3월 초지만 아이들을 위해 환하게 웃어 주었고, 야단 칠 일이 있으면 헐크로 변해서 혼내겠노라 협박(?)도 하면서 열심히 달려왔다. 1학년 우리 반 아이들은 선생님이 전근 가는 학교로 전학 갈 거라 이야기 하고, 6학년 제자들은 짬짬이 교실에 들러서 동생들도 보살펴 주고, 급식판도 밀어준다. 선생님이 무섭고 안 무섭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나 안 통하나가 중요하다는 것을 교사 생활 20년을 달려오면서 느끼게 된다.

얼굴이 콩처럼 작고 까마니까 콩, 가면을 쓴 것처럼 웃지도 울지도 않으니까 가면, 그러니까 콩가면 선생님! 이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을까? 책을 펼치면서 살짝 걱정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도 언젠가는 웃는 날 있을 테니 기다려 보라 하더니만, 말썽꾸러기 녀석들 보지 않게 되어 좋다면서 여름방학식날 활짝 웃는다. 아니, 이 무슨...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니 콩가면 선생님반 아이들이 선생님이랑 지내는 동안 눈치 채지는 못했겠지만 선생님의 세심한 손길은 곳곳에 숨어있었다. 숙제만 하려고 하면 엉덩이가 간질간질 거려 숙제를 하지 못하는 숙제병에 걸린 동구가 숙제를 해 온 것도, 물려받은 옷만 입는다고 잔디에게 놀림받은 아린이의 의류 리폼 솜씨를 칭찬해서 당당하게 어깨 펴게 한 것도, 미녀와 야수라는 별명이 듣기 싫었던 가빈이가 덩치 크고 바보같은 지국이랑 앉기 싫다고 짝꿍 바꾸어 달라 부탁할 때 모른 척 한 것도, 꼬집기 여왕 차은솔, 태권 소녀 김여경이 준혁, 지훈, 예준 삼총사와 하나 되어 비밀 탐사대를 만들기로 한 것도... 모두모두 콩가면 선생님의 표 나지 않은 관심이 스며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모두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는 말썽꾸러기 강성인의 마음을 빼앗은 걸 보면 콩가면 선생님은 무섭도록 놀라운 고수 선생님이 분명하다. 잔디와 아린이가 서로 화해한 것도, 지국이의 따뜻한 마음을 가빈이가 눈치 챈 것도, 친구가 없었던 슬하가 그림 잘 그리는 세영이랑, 고모네에 살고 있어 주눅들어 있던 서연이랑 친구 하기로 한 것도 콩가면 선생님의 교실이어서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선생님이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다독거려 줄 수 있을까 했던 나의 처음 걱정과 달리 콩가면 선생님은 딱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줄 아는 아이들의 친구같은 선생님이었다.

초동 초등학교 3학년 나반 친구들과 콩가면 김신형 선생님이 펼치는 이야기는 모두 여덟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비밀 탐사대의 탄생은 깜깜한 밤에 읽었는데, 순진한 우리 친구들이 읽노라면 제법 가슴 콩닥거릴 이야기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큰 어른인 나도 긴장하면서 읽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콩가면 선생님이 방학식날 말고 다른 날도 조금 더 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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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섬 이야기 - 세계화는 지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내인생의책 그림책 61
오진희 글, 엄정원 그림 / 내인생의책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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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작은 동물들이 모두 함께 나누며 사는 ‘모두섬’의 행복한 날들 같은 그런 때! 그 때가 언제였을까 생각해 보니 까마득한 원시 시대는 아닐지....... 국가가 탄생하면서 재산, 신분, 법이 생기고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전쟁이 생겼다. 풍요로워지면서 더욱 가난해지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오늘날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풍요로워질수록 가난해지다니! 이 얼마나 모순인가!

  작은 동물들이 모두 함께 나누며 사는 모두섬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이다. 싱싱하고 맛있는 풀들이 그득해서 겨울이 와도 먹을 것 걱정이 없어 토끼들도 다람쥐도 식량을 따로 저장해 둘 필요가 없었다.

  모두모두 즐거워하고 감사하며 기뻐했던 그곳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낯선 손님들이 섬을 찾고 부터다. 그들은 노랑보숭이로 만든 문명 식품은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어 그걸 심어 판다면 모두 부자가 될 것이라고 꼬드긴다. 부족한 것이 없었던 모두섬의 사람들은 숲과 풀밭을 없애고 노랑보숭이를 심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호기심 강한 이들, 따라쟁이들의 위험한 시도는 어느새 모두섬을 노랑보숭이섬으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다른 곳보다 두 배나 크고 꿀맛인 노랑보숭이를 낯선 손님들은 모두 사들이고 신기한 선물들도 잔뜩 주고 간다. 모두섬의 사람들은 노랑보숭이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고 풀을 뽑고 나무를 베어 낸 후 노랑보숭이를 심기 시작한다. 모두섬 사람들이 노랑보숭이를 팔아 산 문명식품에 푹 빠지고 얼음죽, 랄랄라물에 물들어 갈 즈음 노랑보숭이는 벌레들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 낯선 손님들이 뿌려 준 하얀 가루는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줄 듯 했지만, 이번에는 물고기가 죽고, 수달과 곰이 사라진다. 물도 말라간다. 노랑보숭이의 수확도 예전 같지 않고, 맛도 뛰어나지 못하다. 모든 것을 내걸고 심은 노랑보숭이, 모두섬의 모든 것과 바꾼 노랑보숭이는 모두섬에 재앙만 남겨준 채 모두섬의 모든 것을 빼앗고 말았다. 낯선 손님은 모두섬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고, 모두 함께 살던 모두섬은 아무도 살지 않은 섬이 되었다.

  『모두섬 이야기』!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는 아닌지? 바로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기계화, 문명화되어 삶이 편리해지면서 자연까지도 우리 손 안에서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자연은 그런 우리를 비웃듯 여러 재앙을 내려 주고 있다. 환경에 관한 끝없는 반성을 해 보지만 때늦은 후회는 아닌지 염려가 된다. 모두가 함께 행복했던 그 시절의 꿈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은 두렵기까지 하다. 책을 함께 읽은 준0이 말처럼 노랑보숭이 나무를 심기 위해 모든 나무를 밴 것은 행복을 찾다가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잃는 일이다. 이것이 우리의 나중 모습이 아닐까 겁이 난다는 서0는 모두섬 이야기가 바로 우리 사는 지구의 이야기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챈다.

  더 이상 환경이 파괴되지 않도록 힘쓰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이 책은 짱뚱이의 작가 오진희님이 쓰고, 『도서관 할아버지』의 그림작가 엄정원님이 그려 더욱 반가웠다.

  문명의 복수를 당하지 않도록 우리는 더욱 깨어 이를 경계해야겠다. 『모두섬 이야기』가 그런 우리의 마음을 응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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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불량한 자전거 여행』과의 만남

2015년 첫 번째 <찾아가는 작가>인 동화작가 김남중 선생님이 지난 1월 29일에 부산 기장군에 있는 00초등학교를 찾았다.

아이들은 교과서에서 읽었던 「나를 싫어하는 진돗개」(단편 동화집『자존심』에 수록된 동화)를 쓴 작가 선생님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게 흥분했다.

작가 강연회에 참여하는 5학년 친구들을 위해 담임선생님들은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읽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여러 날에 걸쳐서 읽어주어야 하는 장편이다 보니 ‘지겨워하면 어쩌나?’, ‘재미없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그런 염려는 첫 장을 읽으면서 사라졌다. 아이들은 귀를 쫑긋거리며 자신이 주인공 호진이가 된 것처럼 이야기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호진이 엄마, 아빠가 싸우는 장면에서는 부모님의 싸움에 가슴 졸였던 자신의 모습을 대비시키기도 하였고, 집을 나가 석기 삼촌을 찾아 떠날 때는 호진이의 무사함을 함께 빌기도 했다. 10여일에 걸쳐서 날마다 책을 읽어주는 동안, 뒷이야기가 궁금해진 아이들은 선생님 책상 위에 놓인 책을 슬쩍슬쩍 들춰 보기도 하였다. 아이들은『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듣는 동안 주인공 호진이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다리도 건너고 고개도 넘으면서 힘들지만 뿌듯한 상상의 자전거 여행을 해 보았다.

 

2. 강연장 스케치

강연회가 있었던 날은 도서관에 있는 김남중 선생님의 책을 작은 책꽂이를 마련해서 전시해 놓았다. 김남중 선생님께서 독후활동 자료를 보내주셔서 책을 읽은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볼 수 있었다. 김남중 선생님의 책 옆에 독후활동지를 정성껏 한 아이들의 작품을 모아 작은 전시대를 마련해 두었다. 그 전시대에는 작가 선생님께 궁금한 것을 적은 아이들의 질문지도 함께 붙여 두었다. 미술 시간에 스크래치 페이퍼를 이용한 수업을 하면서 책표지를 따라 그리면 강연장 꾸미기에 도움이 되겠다고 했더니 그림 잘 그리는 친구(민규)가 책표지를 멋지게 따라 그려 주었다. 커다란 응모함에는 아이들의 독후활동지를 접어 넣어 두었다. 때맞추어 ‘고래가숨쉬는도서관’이 『불량한 자전거 여행』과 『자존심』, 『미소의 여왕』을 보내주어서 독후활동을 잘 한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작가 선생님께 좋은 질문을 한 친구들에게도 선물을 할 수 있었다. 강연 후, 응모함에 넣어 두었던 독후활동지를 추첨하여 남은 책들을 선물하였는데, 선생님께서 따로 책을 준비해 오셔서 생일인 친구들에게도 나누어 주셨다.

책을 선물로 받은 아이들과 선생님 책을 사 온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작가 사인회에 참여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면서 이름을 물어 봐 주시고,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사인을 해 주셨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사인이 담긴 책을 안고 더 큰 기쁨을 누렸다. 좋은 책 읽고, 책 선물 받고, 선생님의 좋은 강연도 듣고, 저자의 사인도 받은 복된 시간이었다.

학습지의 질문을 통해 아이들은 호진이를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었는데, ‘호진이가 되어 뒷이야기 상상하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과 그 이유 쓰기, 호진이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을 이겨낸 경험 떠올려 보기, 책에 대한 자유로운 감상 써 보기’ 등의 질문에 진지한 답변들을 해 주었다. 마지막 날 밤에 모닥불을 피우고 이야기 나누는 장면(민수, 희성, 민서, 지호), 앵규 아저씨를 새 식구로 받아들이는 장면(민성, 유림, 승우, 동준, 태석, 재혁), 가지산이나 미시령 고갯길을 달리는 장면 등이 인상 깊었다(요원, 유진)고 이야기 했고, 부모님의 다툼, 친구와의 다툼, 학업 성적 등의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잘 이겨낸 이야기도 하나둘 풀어내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은 호진이가 자전거를 달리며 그랬던 것처럼 많은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3. 김남중 선생님과의 만남

드디어 김남중 선생님을 만나는 날이다. 선생님은 새벽 5시에 집을 나서서 직접 운전하여 먼 길을 달려오셨다고 한다. 많이 피곤했을 텐데도 그런 내색 없이 작품과 관련된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 이야기에 푹 빠져 들었다.

자전거 순례를 직접 인솔하셨던 선생님께서는 책 속의 장면 같은 실제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여 주며 “‘작가는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서 글을 써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하멜표류기에서 이야기의 씨앗을 건져 올린 『나는 바람이다』라는 작품을 쓰면서 하멜을 따라 나선 조선 소년 태풍이의 여정을 따라 가 보기 위해 직접 범선을 타고 그 길을 가 보았다니 놀라웠다. ‘선생님의 글이 생생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이 책은 현재 선생님께서 가장 공을 들이는 작품으로 모두 11권까지 나올 계획이라고 하니, 우리 도서관에서도 한 권 한 권 사서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남중 선생님은 현재 30여 권의 책을 냈다. 선생님은 자신이 쓴 책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간단한 내용을 설명해 주셨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김남중 선생님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많은 책을 썼다. 삼별초 항쟁을 다룬 『첩자가 된 아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친일과거 청산과 관련한 반민특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새 나라의 어린이』등은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해 줄 책들이다.

 

4. 자전거 여행을 꿈꾸며

“저, 김남중 선생님이랑 악수 했어요. 이다음에 자전거 여행 하게 되면 선생님 만날 수도 있을 거라 하셨어요.”라며 설렘을 안고 이야기 하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들은 멀리 부산을 찾은 김남중 선생님과 만나면서 삶과 여행과 역사라는 새로운 세상을 보고, 듣고, 느꼈다.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들이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살면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어려운 순간에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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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5-02-2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남중 작가는 준비가 아주 철저하신 분이군요. 전라도 광주에 사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전 <첩자가 된 아이><새나라의 어린이>를 읽어봤어요.
역사의식, 사회의식이 투철한 분이라서 좋아합니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도 읽어봐야겠네요.

희망찬샘 2015-02-23 20:57   좋아요 0 | URL
아이들에게 주신 가르침도 컸지만, 저도 많이 배웠답니다. 문예창작을 가르치시던데, 한수 배우고 싶어졌어요. <<나는 바람이다>>도 읽어보아야 겠어요.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일공일삼 94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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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 M2'

주경이에게 날아온 문자 한 통.

어떻게 하다가 주경이는 혜수같은 애들에게 찍힌 걸까?

자기에게 거스르는 행동을 (모르고) 했다는 이유로 (실수에 대한 무수한 사과에도 불구하고) 주경이는 혜수의 요구대로 M초콜릿을 사다 바친다. 더 이상 눈 밖에 나지 않고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내성적인 주경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자기보다 먼저 당했던 정아가 혜수 편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것에서 묘한 배신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정아보다 긴 시간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전학 온 명인이가 혜수의 새로운 먹잇감이 되리라는 생각은 명인이와 힘을 합쳐 혜수를 이겨내리라는 마음 보다는 혜수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선사한다는 슬픈 현실.

혜수와 미진이가 전학 온 명인이의 신발 한 짝을 주경이에게 창문 밖으로 던지라고 한다. 자신들이 하는 나쁜 일에 주경이를 공범으로 끌어들인 거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도덕성이 뛰어난 35%의 사람이라는 영상을 보여 주었을 때 우리 반 친구들은 그 35%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책은 65%에 놓여 있는 혜수와 미진이의 행동이 옳지 않음을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더 가르쳐 준다. 모르고 한 일이지만 상대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미안한 것’이라는 걸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 친구는 울고 있는데, 울린 녀석은 ‘모르고 했기 때문에’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 한다. 하긴, 작정하고 한 나쁜 일에 대해서도 ‘미안해 할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것을 가르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나의 이런 고민을 함께 해 주어 더욱 고맙다.

주경이는 혜수가 시켜서 하긴 했지만, 명인이의 구두에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고 더욱 미안해 졌다. 주경이가 용기를 내어 쓴 진심어린 사과 편지를 통해 속상했던 독자들의 마음도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들이 결성한 ‘깜짝팀’이 학예회 무대 위에서 더욱 빛날 것이라고 기대되는 것은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로 서로 마음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황선미님은 어느 화가에게서 들었던 구두에 얽힌 슬픈 이야기를 이렇게 글로 적어서 그 때 일을 용서하지 못하고 상처로 가지고 계신 그 분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으셨다고 한다.

사과하고 싶은 일을 편지로 쓰거나 시로 표현하는 공부를 하고 있었던 우리 반 친구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었다. 민성이는 “나도 신발을 잃어버린 적 있는데 그 화가의 마음이 이해된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달려가 위로해 드리고 싶다.”고 했다. 태석이는 “저 세상에 먼저 가신 엄마의 선물이었던 구두를 잃어버린 명인이를 생각해 보면 안쓰럽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만약에 내가 명인이라면 아무리 혜수가 시켜서 했더라도 주경이를 용서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주경이를 용서한 명인이를 보면 마음이 참 넓은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요원이는 “눈깔들(혜수와 미진이)에게 M초콜릿을 사 주던 주경이가 없던 친구를 사귀고 같이 학예회의 무대를 준비하며 웃게 되고 마음을 열게 되어 정말 기뻤다. 이 책은 나의 친구 관계를 돌아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고 했다.

이 책이 싫은 것을 싫다 못 하는 주경이와 같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기를...

이 책이 명인이처럼 소중한 것을 잃고도 사과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이 책이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할 줄 모르는 혜수와 같은 아이들에게 함께 쓰는 반성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여)학예회를 준비하던 주경이가 깜짝팀과 함께 준비하던 노래, 엄마가 자장가처럼 불러주시던 노래, 돌아가신 아빠를 기억나게 해서 슬퍼 끝까지 부르지 못했던 노래, 그 노래를 한 번 찾아 보았다.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282(등불 노래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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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달인 돌개바람 32
유타루 지음, 김윤주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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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많이 사용하면 머리가 좋아진대요. 젓가락질은 손가락으로 하는 거니까, 젓가락질을 잘하면 당연히 머리가 좋아지겠죠?"(p5) 라는 말과 함께 스티커와 문화상품권을 걸고 아이들의 젓가락 대회를 준비하시는 선생님이 계시다.

나무젓가락으로 삼십 초 안에 바둑알을 다섯 개 옮기면 초급, 일곱 개 옮기면 중급, 쇠젓가락으로 삼십 초 안에 콩 일곱 개를 옮기면 고수가 된다. 젓가락 달인이 되려면 삼십 초 안에 콩을 열 개 이상 옮겨야 한다는데... 젓가락질이 서툰 2학년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겠다.

성규의 '농게 집게발 젓가락 권법', 민지의 '악어 입 탁탁 젓가락 권법'이 등장하면서 교실은 젓가락 연습으로 시끌벅적하다.

우봉이는 할아버지의 은젓가락으로 집기 어려운 반찬을 집어가면서 맹연습을 했고, 성규와 민지처럼 멋진 이름도 생각해 냈다. 우봉이의 '구리구리 딱따구리 권법'이 멋진 한 판 승을 이끌어 내어 달인 중의 달인이 될 수 있을까?

우봉이는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어설펐던 젓가락질을 고쳐 나가면서, 제대로 된 방법으로 젓가락질을 해야 젓가락 달인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어도 모든 일은 순서와 절차를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덤으로 배우게 된다.

손자를 보고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할아버지와 달리 할아버지에게서 나는 냄새와 할아버지의 틀니가 괴물 이빨 같기만 해서 할아버지와의 시간이 달갑지만은 않던 우봉이는 젓가락질을 통해 할아버지와 가까워진다. 젓가락질은 세대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주었다.

이 책은 젓가락질을 매개로 한 세대간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에 덧붙여 다문화에 관한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김해 김씨임을 유난히 강조하던 전학생 주은이는 친구들 앞에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라오스 사람이다. 라오스 사람들은 '카오리아오'라는 찐 찹쌀을 손으로 조물락거려서 먹는다고 한다. 손으로 밥을 먹는 엄마가 한없이 창피했던 주은이는 엄마의 야채 가게 일을 도와주면서 젓가락으로 마늘도 집고 콩도 집어서 비닐 포장을 하면서 젓가락 대회를 준비한다. 달인이 되어서 젓가락과 예쁜 머리핀이 사고 싶다고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젓가락질 잘 하는 한국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것 아닐까?

지난 여름 방학 동안 가족과 함께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보았다. 우리가 잠시 머물렀던 ‘한삶의집’은 다문화 아이들과 새터민들의 정착을 돕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는 수녀님들과 봉사자들이 방과후의 아이들을 보살피고 계셨다.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학교생활에서 주눅 든 아이들이 이곳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있는 듯하여 안심이 되기도 하였지만, 수녀님께서 전해주시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우리의 역할에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기 위해 아이들이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수녀님의 바람은 이 책의 주은이의 삶의 모습과 통한다. 해내고야 말겠다는 주은이의 노력이 빛나기를 응원한다.

이 책의 다문화 이야기는 심각하고 무겁지 않아 읽는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이 책 속의 우봉이가 주은이를 대하는 것처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젓가락 대회는 주은이를 라오스 엄마를 둔 다문화 아이가 아닌, 같은 생각을 하고 자라는 또래 친구로 받아들이게 하는 징검다리가 되어 주었다. 친구를 이기는 것 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는 할아버지 말씀을 생각하면서 주은이의 '쏙쏙 족집게 수법'에게 희망을 양보할 준비를 하는 우봉이가 멋지다.

우봉이네 반 친구들의 젓가락 달인 도전기는 세상을 만나는 이야기다. 경쟁보다 소중한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갈 아이들이 습득해야 할 과업이다.

 

>>>>고쳐야 할 부분이 있네요.

84:3 숟가락과 머리핀 사야지!

87:1 젓가락과 머리핀을 사고 싶다던...

114:4 상품권을 타서 젓가락과 머리핀을 사고 싶다던...

글의 내용상 84쪽의 숟가락을 젓가락으로 고쳐 써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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