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많이 늦었지만,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요즘 한국어과가 인기라 많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지원을 하는 바람에 국어교육과는 2년 정도 학생을 받지 못했다 한다.
그래도 다행히 올해는 6명이 모여 함께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대학을 다닐 때 국어과 교수법 시간에 배운 것들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세월의 흐름 때문인지 관심의 부족 때문인지...
그러고 보니 처음으로 관심 분야의 공부를 해 보는 것 같다.
대학교 다닐 때 전과를 한 번 했다.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교대를 들어오고, 다시 전과를 해서 대학 때만 학번이 3개다.
전과를 할 때 국어과 전과를 생각하지 않은 걸 보면,
국어과에 대한 관심은 독서 교육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더욱 깊어졌나 보다.
학기중에는 너무 바빠, 계절제 수업을 선택해서 공부했는데, 힘은 들었지만 재미있었다.
이 책을 쓰신 김준형 교수님과 함께 수업을 했다.
"이런 것이 스토리텔링 기법입니다." 하시며 들려주셨던 이야기들은
이게 문학 수업인지, 역사 수업인지... 하는 생각을 하게도 했다.
수업을 다 마치고 나서
문학이라는 것이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면 그 이해가 더욱 깊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교수님 덕분에 5학년 2학기에 역사 수업을 해야 하는데, 더 재미있게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어느 선생님이 말했더니
"저는 역사 수업을 한 게 아니라 문학 수업을 했습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제 전공은 조선 후기입니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전공 분야의 깊은 이야기까지는 시간이 허락지 않아 듣지 못했다.
다음 학기에 한 번 더 만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다시 만나뵙기 전에 교수님의 책 한 권 정도는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 안에 시조를 3*4조의 3장 6구 45자의 정형시로 표현한 것은 잘못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시조는 음수율이 아니라 음보율이라고. 4음보격 정형시로 표현해야 한다고!
-옛이야기에 보면 끔직한(엽기적인?) 장면들이 나온다.
가령 이 책에는 호랑이가 막내를 잡아 먹는데,
오도독 오도독 씹어먹는 그런 장면들이 나온다.
부모들이 보면 기겁할 내용이다.
교수님은 이런 책을 아이들이 읽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혼자 읽게 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셨다.
믿고 의지할 든든한 지원병, 즉 부모가 곁에 있다면 아이들은 아무 문제 없다 하셨다.
수업 마지막날 학회가 열려 참석했다.
학회에서 우리 교과서에 실려 있는 엣이야기들의 정체는
새롭게 창작된 것들이지 원형 그대로의 구비문학이 아니라고 하셨다.
(원형의 이야기는 정말 끔직했다.)
그리고 구비문학으로 전승된 옛이야기의 성취기준 목표는 실감나게 읽기~와 같은 형태로 나오면 안 된다 하셨다. 교사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읽어주어서는 안 되고 들려 주어야 한다고 하셨다.(광주교대 최원오 교수님 말씀)
-우리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셨다.
저승편은 꼭 다시 한 번 더 읽어 보아야겠다.
-화랑세기에 얽힌 이야기도 새로웠다. 박창화가 베껴 쓴 것의 위서 진서에 대한 이야기가 진서라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고, 그렇게 되면 많은 이야기가 새롭게 시작 될 것이라 하셨다.
-세종이 얼마나 위대한 왕인가와 그의 아들 문종에 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한글 창제는 세종과 집현전 학사들의 합작품이 아니라 세종과 문종의 합작품이라고 하셨다. (요즘은 거의 이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도천수대비가 : 신라 경덕왕 때 희명이 지은 향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책이 떠 올랐다.
다시 찾아 읽어보려고 하니 집에서 잘 안 찾아진다.
학교에 있나 보다.
-파방즈라는 특이한 관습을 가지고 있는 동여국에 대한 이야기도 새로웠다. 모계 중심 사회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말이 남자는 귀한 존재고 여자는 천한 존재라는 의미가 아니라 '남자는 도망가는 존재, 여자는 머무름, 대지'의 의미를 포함하는 거라 하셨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시집은 모두 좋다고 하셨다. 믿을만하다고.
황순원의 아들인 황동규님의 시에 대해 이야기 하셨는데,
아, 우리집에 책 있으니 한 번 읽어봐야겠다 하면서 책을 찾아 가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드렸는데, 지금 가만 생각해보니
황동규님을 황지우님으로 착각하고 다른 책 챙겨갔구나~ 하는 걸 지금 알게 된다.
-달마와 혜가의 이야기
팔을 자른 혜가의 이야기가 이 책을 읽다보니 나온다.
나는 처음 들은 이야기인데, 달마와 혜가의 이야기는 유명한 이야기라 책에도 많이 나온다고 하니
책을 더 많이 찾아 읽어야겠구나 싶다.
-서울의 입지에 관한 이야기
동대문, 남대문 하는 식의 이름이 일제시대에 퍼진 이름이라고 하여 사용하지 말자는 말이 있는데, 그건 우리 역사책에도 나오는 말들이고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백성의 언어라 하셨다. 흥인지문이니 숭례문이니 하는 말들 열심히 가르쳤는데,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가르쳐야겠다.
-경복궁이 아닌 창덕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가 궁을 지을 때 정해진 원칙을 따르지 않아 그 형태가 특이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경복궁은 같은 형태를 지닌 더 큰 자금성이 있기 때문에 등재되지 않는 거라고.
듣고 또 금방 까먹겠지만,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척 풍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 드린다.
찾아 읽어야 할 책이 많아졌다.
까먹을까봐 기억하고 싶었던 이야기 몇 개에 대한 흔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