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다녔지만, 아직도 편안하지 않은 출근길.
나보고 이제는 '슈퍼 초보 딱지'를 떼라고들 하시지만... 내겐 일종의 부적과도 같은 것인지라~
얼마 전 눈이 많이 오던 날, 차를 들고 갔다가 얼굴이 정말 노래졌던 경험이 있었다.
우리 동네는 분명 비였는데, 기장 지역으로 들어가니 펑펑 눈이 내리고,
학교 가는 오르막길 경사에는 눈이 쌓여 말이 아니었다.
저기 저 앞에 학교가 보이는데, 차 하나가 제 자리에 서서 꼼짝을 않고 있고,
다른 차들은 모두 돌아가는데, 가던 길 외에는 가 보지 않은 나는 차를 돌릴 수 없어 뽀작뽀작 조금씩 가다가...
계속 움직이지 않은 차를 보고는 차에서 내려서...
"저기요, 왜 안 가세요?" 하고 물었더랬다.
지나가던 아저씨가 날 보고는
"아지매, 보면 모르는교~ 그 차는 못 가고 있네요. 돌아가소, 돌아가~" 하셨다.
아니, 이 눈길에 날 보고 백을 하라고?
다행히 뒷 차가 갈림길에서 더 전진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어서 차를 돌릴 수 있었고,
큰길까지 나가서 학교를 어찌어찌 찾아 갔다.
그런데, 또 학교가 저 앞에 보이는데, 이번에는 내 차의 바퀴가 움직이지 않는다.
아, 이런~
차에서 또 내려서 전화를 걸고 있는 어느 젊은 남자분께 다가가서...
"저기요, 제가 초보라서 그러는데요... 차가 움직이지 않아서 그러는데, 차 좀 빼 주시면 안 될까요?" 하고 물었다.
냉정한 대답!
"안 할랍니다."
옆 차선에서 운전하는 아저씨께 또 부탁을 드렸더니...
"남의 차 운전하다가 사고나면 우짤라고요. 그리는 못 하겠습니다. 뒤쪽에서 내가 좀 밀어 드릴까요?" 한다.
뒤에서 줄줄이 차가 서서 나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니 땀이 삐질삐질~
"언니, 왜 못 가?" 하고 뒤 쪽에서 따라 오던 차에서 울 학교 샘이 묻는다.
자기 신랑에게 전화해서는 "언니, 저단으로 놓고 밟아봐." 하는데, 저단이 무엇인지.... ^^;;
하여튼, 시키는 대로 학교에 도착했더니 동학년 부장님이 날 보고는 깜짝 놀라신다.
"나도 오늘 눈이 많이 와서 차를 두고 왔는데, 지가 어떻게 차를 들고 왔노?" 하고 말이다.
회식 할 때도 절대로 차를 가지고 가지 않는 날 아는지라, 놀라실만도 했다.
내가 이리 될지 상상이나 했나요...
차가 올라가지 않은 것도 문제였지만, 이리저리 지 맘대로 바퀴가 돌아서 정말이지 정말이지 진땀을 뼀더라는...
그렇게 눈이 많이 오던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부재중 전화는 작년 학부모님이셨는데, 혹시 잘못 누르셨나 하고 덕분에 안부 여쭙는다 했더니,
눈이 많이 와서 먼 길 운전은 힘들지 않으셨냐는 안부 전화였다. 아, 감동~
그리고...
오늘 나는 교사 연수 때문에 월평초등학교에 다녀왔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기는 했는데... 그 학교가 어디있나 검색을 해 보니
우리 집에서 택시로 17000원이다. 돈이 많이 나와도 택시 타는 거는 문제가 아닐 것 같은데...
한 번 들어오면 나오기 힘든(콜도 안 불러 질 때가 있어서) 우리 학교 보다도 더 시골이어서
택시를 타고 가면 집으로 돌아올 일이 문제였다.
어떻게 해서라도 차를 가지고 가야 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언니보고 드라이브 갈까 물으니, 같이 가 준다 해서 네비를 켜고는 언니의 안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좌회전 신호에서 각을 잘못 잡아 도는 바람에 제 자리로 돌아오느라 한참 걸렸고.
집으로 가는 길에 좌회전 해서 가라 해서 갔더니 보도 블록이 나와서
놀라서 차를 돌렸더니 다른 차랑 마주 보고 서게 되었다.
급당황하여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갔던 길 고대로 돌아 나오는데
정말 지금 생각하니 아찔하다.
언니가 "야, 니 지금 뭐하는데?" 놀라서 소리치는데...
아, 이래서 운전 연수하다가 이혼하는 부부가 있는 거구나. 싶었다.
그 날 비는 오고, 시골이라 길은 캄캄하고...
돌아와서 다시 살펴보니 조금만 덜 돌리면 돌아나가는 길이 있더라는...
다행스럽게도 신호를 받은 모든 차가 정지해 있어서
나의 이런 곡예에도 아무도 빵빵거리지도 않더라는...
보면서 다들 "쟤가 미쳤나?" 했겠지만 말이다.
우울한 기분을 추스리고 있는데, 다음 날 언니가 한 번 더 같이 가 주겠다고 한다.
아, 우리 언니가 성격 좋은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좋은 줄은 정말 몰랐다.
그리고 하는 말이, 차 안 가지고 가면 가만 안 둘테니 각오하란다.
두 번 다녀오고 나서 드는 생각은 (3시간 30분 투자했다.)
딱 한 번만 더 가 보면 잘 갔다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거였다.
운전연수 선생님(시동생)에게 한 번만 같이 가 달라했더니 저녁에는 시간이 안 되니
시간을 내어 아침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겠단다.
내가 이리 여러 사람을 괴롭히고 살다니!!!
목숨을 걸로 따라나서 준 언니에게 한 약속도 있고, 매번 염치 없게 부탁해서 면도 안 서고 해서,
그냥 혼자 가 보겠노라고 하고 집을 나섰는데... 가는 길은 어느 정도 머리에 그려지는데 오는 길이 자신이 없다.
도시 고속도로를 벗어나는데, 차들이 움직이지 않고 슬렁슬렁 기어 가는데,
가만 보니 차 하나가 사고가 나서 앞 범퍼가 박살이 났다.
아, 무서워~
폰 네비까지 두 개의 네비를 켜고 오는데, 한 녀석이 좌회전 해라 해서 갑자기 당황~
그래도 연수 다녀왔던 길로 오자 싶어 왔는데...
잘못 길을 들어서면 이대로 서울 가야 한다는 언니 말도 무섭고...
지난 번이랑 다른 터널 구멍을 탄 것도 같고...
이러다가도 부산 안에서 도는 거니 오늘 내로 집에는 오겠지~ 하면서 돌아 왔는데...
어찌어찌 무사히 잘 다녀왔더라는~
그래도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
남들은 다들 쉽게 하는 이 운전이 내게는 정말 큰 시련이다.
나도 운전 잘 하고 싶어라~
오늘은 연수에 집중하기 보다, 운전에 집중 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부었다.
네비 요 녀석 말을 들으니 집에 와 지긴 하는구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