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때문에 기분이 좋을 때가 있다.
작년 우리 반 아이에게서 카톡 메시지가 하나 날아왔다.
000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폰을 새로 사서 내게 신고식을 한 것 같다.
(우리 학교의 인삿말은 "사랑합니다."이다.
실컷 야단 쳤는데, 뒤돌아서서 가면서 아이가 이렇게 인사하고 가면 가슴이 뜨끔해진다.
아, 내가 조금 더 참았어야 했는데 하고 말이다. )
새 폰을 사서 내 생각이 났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그 아이를 학교 가다가 만났다.
나를 보고 또 "사랑합니다."하고 인사를 한다.
친구랑 나란히 손 잡고 가던 아이가 갑자기 내 손을 쓱 잡는다.
아이가 전해주는 긍정의 기운이 그 날 아침 내 기분을 무척 좋게 해 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기말 평가를 위해 반에서 치른 단원 평가 문제들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다 맞추었다고,
3학년 때 잘 가르쳐주신 선생님 덕이라며 인사를 전한다.
잘 크는 아이들을 보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오늘은 우리 반 콩깍지 놀이를 마무리 하는 날,
아이들이 선생님의 콩알은 누구냐고 묻는다. (1회에서는 나도 뽑았고, 나의 콩알에게 책을 선물해 주었더랬다.)
선생님의 콩알은 바로 너희들이야~ (ㅋㅋ~ 이 무슨 교과서같은...) 하면서 그냥 웃어 주었다.
콩깍지 놀이를 하면서 얻은 기쁨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들이 해준 칭찬의 말에 기분이 참 좋았다고 했다.
집에 가기 전 자리가 너무 엉망이었는데, 도저히 이렇게는 못 보내겠으니 얼른 치우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척 만척 하는 아이가 보인다. 먼저 마친 다른 반 친구들이랑 교실 문에 매달려 이야기 하느라 바쁘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화를 낼까 말까 갈등하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이 그 아이의 자리를 사악 치워준다.
아이들에게 항상 자기 자리만 치우면 교실이 절대 깨끗해지지 않는다고,
다른 친구들 자리까지 치워주자고 이야기 했는데,
불평하는 친구 하나도 없이 눈깜짝할 사이에 청소를 다 해 준다.
아이들이 쑥쑥 잘 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서 참 좋다.
내일은 시험치는 날!!!
오늘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공부하자며 보냈는데...
모두들 노력의 단 열매를 땄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