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구멍만 바쁘다 - 이정록 동시집
이정록 지음, 권문희 그림 / 창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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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를 쓰는 이들이 동시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이정록도 그 중 한 분이다.

이 매력적인 제목 속에서 얼마 전 읽었던 시그림책의 동시를 만났다.

그러고 보면, 시집에서 잘 가려보면 그림책이 될 만한 것들이 많을 거 같다.

시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보면 내 마음 속에서 그림 그려 한 권, 아니 여러 권의 그림책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

 

      달팽이 학교

이정록

 

달팽이 학교는

선생님이 더 많이 지각한다.

느릿느릿 할아버지 교장 선생님이 가장 늦는다.

그래서 실외 조회도 운동회도 달밤에 한다.

 

이웃 보리밭으로

소풍 다녀오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뽕잎 김밥 싸는 데만 사흘이 걸렸다.

교장 선생님은 아직도 보리밭 두둑

미루나무 밑에서 보물찾기 중이다.

 

화장실이 코앞인데도

교실에다가 오줌 싸는 애들 많다.

전속력으로 화장실로 뛰어가다가

복도에 똥을 싸기도 한다.

 

모두모두 풀잎 기저귀를 차야겠다.

 

이 시는 그림책 내용과는 약간 다르다.

그림책은 조금 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거 같다.

이 시만으로도 참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림과 함께 읽었을 때 내용이 마음에 더 오래 남긴 했다.

 

책을 읽기 전에 콧구멍이 바쁜 이유는 뭘까 상상해 보아도 재미있겠다.

콧구멍이 하는 일은?

숨쉬기다.

숨 쉬는데 왜 바쁜 걸까?

비밀은 책 속에서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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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크면 문학동네 동시집 50
송선미 지음, 설찌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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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 한 편 감상해 보아요.

 

바람이 분다

송선미

 

솔잎이 파르르

가지가 흔들

하품하던 고양이가 멈칫

 

그래서 안다

바람이 불고 있다는 걸

 

지금 이 안은

위이이잉 컴퓨터 돌아가는 소리

슈슉쉬익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치칙칙칙 밥 되는 소리

 

한 번 더

소나무 가지가 살랑

내 귀밑머리도 간질

 

바람이 불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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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가 잘 사는 법 - 김응 동시집
김응 지음, 박정섭 그림 / 창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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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는....

아무 거나 잘 먹고

아무 데나 싸고,

(때로 그거 먹기도 하는. 윽~)

 

돈 한 푼 없고,

사랑해주는 주인 없고,

그래서 사료도 넉넉히 먹지 못하는 똥개가 잘 사는 법은

그냥 똥개로 살아가는 거라고 시인은 이야기 한다.

마음껏 똥개로 살아가는 것.

얽매이지 않는 그것이

작가가 누리고 싶은 자유일까?

 

제목이 재밌어서 손이 가는 책이다.

 

아래 시는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매운맛도 다같은 매운맛이 아니라는 뜻이 지가 아무리 그래봐야 청양고추 아닌 풋고추고, 지가 아무리 그래봐야 광식이 아닌 정수일 뿐이라는 뜻일까?

 

매운맛

김응

 

청양고추랑 풋고추랑

나란히 심으면

풋고추도 매워진다

 

주먹 센 광식이랑

붙어 다니더니

정수도 주먹을 휘둘러 댄다

 

매운맛도 다 같은 매운맛이 아니다

 

 

아래 시는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다.

 

오이와 오이지

김응

 

 

여드름쟁이 막내 삼촌은

오이를 닮았고

주름 많은 할아버지는

오이지를 닮았어

 

그 옛날엔 할아버지도

여드름쟁이였대

먼 훗날엔 삼촌도

할아버지가 될 거야

 

새파란 오이도

항아리 속에서

짠물을 견디고

시간을 견디면

겉은 쭈글쭈글해도

속은 꼬들꼬들한

오이지가 되잖아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도 있다.

 

일방통행

김응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일방통행 길이 있다

무시하고 가면

벌금을 내고 벌점을 받는다

 

친구들과 놀다 보면

제멋대로만 하는 애가 있다

그런 녀석한테도

벌금을 받고 벌점을 주고 싶다

 

웃픈 시 한 편

 

아홉 살 할머니

김응

 

하루는 집에 와서

숙제를 하려는데

숙제가 뭐였는지

까먹었지 뭐야!

 

그래서 그냥 놀았어

온종일 노니까 즐거웠지

 

또 하루는 엄마가

심부름을 시켰는데

심부름이 뭐였는지

까먹었지 뭐야!

 

그래서 그냥 안 했어

맘대로 하니까 신이 났지

 

어느 동짓날 아침

다 함께 팥죽을 먹는데

나이만큼 새알 먹는 걸

까먹었지 뭐야!

 

그래서 그때부터

나이를 먹지 않았지

 

일 년이 가고

십 년이 가고

오십 년쯤 흘렀을까

칠십 년쯤 흘렀을까

 

하루는 잠을 자려는데

저녁을 먹었는지

저녁을 굶었는지

까먹있지 뭐야!

 

그래서 그냥 자 버렸어

배고픈 줄도 몰랐지

 

또 하루는 손님이 왔는데

딸인지 며느리인지

옆집 아줌마인지

까먹었지 뭐야!

 

그랬더니 병원엘 데려가네

의사 선생님이 물었어

할머니 몇 살?

그래서 큰 소리로 말했지

아홉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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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그리는 방법 - 2015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도서 문학동네 동시집 31
송진권 지음, 송지연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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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시인 <새 그리는 방법>이 재미있다.

어릴 때 많이 그렸던 해골 바가지 생각도 나고!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저녁 먹고 땡

창문을 열었더니 비가 주룩주룩

지렁이 세 마리가 기어가네요.

아이고 무서워라 해골 바가지

뭐 이랬던...

 

새 그리는 방법은 책을 직접 읽어봐야 한다.

새 그리는 방법이 나오기 때문에.

 

맘에 쏙 든 시 한 편 소개하자면...

 

         도꼬마리

 

송진권

 

학원 빼먹고

친구들과 메뚜기 개구리 잡으러 다니다 집에 왔다

엄마가 왜 이렇게 늦었냐고 했다

학원 가서

친구들하고 공부하느라 늦었다고 했다

콩콩 심장에서 기차가 지나갔다

찬찬히 나를 살피던 엄마

등에서 뭔가를 떼어 냈다

 

도꼬마리

엄마가 내 몸에 붙여 둔 추적 장치

 

 

 

 

맘이 짠한 시 한 편 소개하자면...

 

            어둑시니 만근이

송진권

 

미련하고 데통맞아 쓰잘데기 없어 국민핵교 제우 댕기다 농투산이로 주저앉힌 시째 만근이 제삿밥을 얻어 먹는구나 즈이 성들은 다 대처 나가 전답 팔아 올려 떵떵거리고 큰 집에 좋은 차 타고 잘산다는데 우리 만근이는 오십이 넘어서도 혼자구나 그때 중핵교래두 마쳤으믄 이렇게는 안 살걸 즈 성들은 다 바쁘다고 못 왔는데 물정 모르는 만근이만 그래두 에미 제삿날이라구 혼자 장 봐다 조율이시 홍동백서 제사상을 차렸구나 괴발개발 지방도 썼구나

 

미안타 미안하다 에미 죄구 애비 죄다 제삿밥도 목에 걸려 울며 울며 가는 길에 만근이 절하는 그림자만 길게 대추나무 그림자로 가슴을 후벼 온다

 

이 시집은 전체적으로 조금 어렵다.

산문시도 여러 편이 보인다.

어른들에게 조금 더 맞지 않을까 싶은 시들이 많이 보인다.

사투리 읽는 맛도 있고,

그림 작가의 그림 보는 맛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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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놈 - 제1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동시집 27
김개미 지음,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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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을 확 끌어 당긴다.

동화에 비해서 시는 관심 받기가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이번에 산 이 책은 17쇄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말.

김개미 시인은 이름도 재미있다. 아마 필명이겠지?

재미있는 시들도 많아서 띠지도 여러 개 붙였다.

표지에는 제1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이라는 표시도 되어 있다.

표지 그림도 맘에 쏙 든다.

손이 가게; 하는 그림이다.

 

엄마들 공감할 만한 시 하나 소개하자면...

밀가루 봉지

김개미

 

 

입을 열 때

밀가루가 나온다

 

입을 닫을 때

더 많이 나온다

 

 

재미있는 시 한 편 소개하자면...

이게 뭐야

김개미

 

 

눈이 침침한 할머니가

화단 앞에서 뭔가를 주워

편지 봉투에 넣어 줬어요

내년 봄에 심으면 분꽃이 필 거라나

 

할머니도 참,

확인해 봤기 망정이지

공벌레 한 줌을

주머니에 넣고

서울까지 올 뻔했잖아요

 

 

102호에 사는 다섯 살짜리 동생 이야기-어이 없는 놈-는 책 속에서 직접 만나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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