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성인 유대철 베드로 바오로딸 성인전 7
고정욱 지음, 이지현 그림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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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의 의미를 모를 때, 유대철의 나이만했을 즈음, 나는 그를 만났다. 성당에서 교리시간이었는지, 신부님의 강론시간이었는지... 

그리고 한국의 103위 순교 성인 중 가장 어린 나이로 순교한 그를 참 위대한 인물로 기억하는데는 순교의 의미같은 것은 몰라도 좋았다.  

추천사를 쓰신 김청란 수녀님(한국순교복자수녀회)은  

유대철 베드로 성인처럼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피의 순교도 있지만,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는 백색 순교도 있고, 끊임없이 속죄하며 고통을 참아내는 녹색 순교도 있다고 이야기 해 주신다.  

역관인 아버지 유진길은 정하상 바오로와 함께 중국에 가서 세례를 받고 많은 선교사들을 우리나라에 모시고 와서 신앙의 씨앗을 퍼뜨리고 뿌리를 내리도록 하다가 기해박해 때 하느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잡혀가 순교를 하게 된다. 13살의 어린 유대철은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것을 막기 위해 믿지 않는 다른 가족(어머니와 누님)에 의해 집안에서 내쳐지지만 스스로 자수를 하여 하느님을 증거하게 된다. 하느님이 주신 고통을 기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어린 나이에 가능하단 말인가! 그의 죽음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신자들의 참수형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목을 졸라 죽이는 교수형으로 순교하게 되는데, 감옥에서 목숨을 잃는 순간까지 기도의 끈을 놓지 않은 어린 대철의 신앙의 자세는 큰 감동으로 벅차 오른다.  

많은 순교성인이 우리나라에 탄생하였지만, 천주교 4대 박해를 통해 목숨을 잃은 신자가 수천명에 이른다고 하니, 시련없이 신앙생활을 하는 나는 순교선조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주일을 지키는 것만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하는 것처럼 여기던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책, 희망이에게는 어떤 마음을 키워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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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친구들 한겨레 옛이야기 8
장주식 글, 노을진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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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귀한 내 친구 똥퍼>>를 읽던 날, 뭔가로 한 대 쿵~ 맞은 느낌이었다. 아, 아름답구나~ 했었다.  

그런데, 그 책의 원문이라던 예덕선생전이 이 책에 있는 거다. 책을 펼쳐서 가장 먼저 <예덕선생 이야기>를 읽어 보았다.  

<예덕선생 이야기>-똥지게 하나로 세상을 일구다  

박지원의 절친 선귤자 이덕무에게는 엄행수라고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는 꼭 엄행수를 '예덕선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예'는 더럽다는 뜻이고 '덕'은 크고 훌륭하다는 뜻이니 '예덕'이란 '더럽고도 훌륭하다'는 참 묘한 뜻을 가진 말이 되겠다. 똥퍼의 우두머리인 엄행수를 귀하게 여겨 이덕무가 붙여준 별명이다. 다 쓰러져가는 움막집에 살아도, 누더기만 걸쳐도, 날마다 똥통을 져도 누구에게도 부끄러울 것이 없고 유쾌하기까지 한 그를 이덕무는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선생이 천한 사람이랑 어울리는 것이 못마땅한 제자가 어느 날 더 이상 이덕무에게 배우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떠나는 것은 네 마음이나 친구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가도록 하라시며 들려주시는 이야기들.  

큰 사귐이란 오로지 마음으로 사귀고 덕을 벗하는 것. 마음으로 사귀는 사람은 천 년 전의 인물이라도 오래되었다 하지 않고, 만 리나 떨어져 있어도 멀다고 하지 않는다. 물론 큰 사귐은 신분도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따지지 않는다.  

이런 큰 사람을 알아보는 이덕무는 진정 멋진 사람임을 알겠다.  

큰 절 한 번 하고 뒤돌아 보며 사라진 제자와 달리 박지원은 예덕선생의 참모습을 알겠다고 함께 뵈러 가자 그런다. "좋지, 그래야 벗이라 할 만하지." 

희망이에게 어떤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냐고 물으니 첫 이야기인 <민옹 이야기>를 든다.  

<민옹 이야기)-지혜로운 농담으로 세상을 비꼬다 

그는 어릴 때부터 슬기롭고 책읽기를 좋아했는데 마음에 드는 대목이 나오면 벽에다 크게 글씨를 써 붙이곤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벽이 온통 까맣게 되었더란다. 민옹의 나이 일흔살이 되어 쓴 글귀가 '범증은 기묘한 꾀를 좋아하다.'였다. 그리고는 아내에게 "(항우의 스승이었던)범증은 젊었을 때보다 일흔 살이 되었을 때 좋은 꾀를 더 많이 냈다는구먼. 허허허."한다. 다 늙어 언제 그런 꾀를 써 보냐는 아내의 타박에 강태공의 예를 들며 그 보다 열 살이나 적으니 해 볼만 하지 않냐 그런다. 유머로 세상을 통쾌하게 살아가는 민옹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 재미있다고 이야기 했던 희망이 말이 이해가 되었다.  

<오행수 이야기>-양반을 사려다 양반에 질리다 

'행수'란 어떤 패의 우두머리라는 뜻인데 땅도 많고 돈도 많지만 양반이 아니어서 좌수니, 동지니, 참판과 같은 멋진 이름을 가질 수 없어 행수라고 부른다 한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한 <양반전> 이야기다.  

일은 하지 않고 환곡을 털어먹다 관찰사에게 들켜 큰 곤란을 겪는 무능한 양반에게서 오행수는 곡식 천석을 대신 갚아주는 걸로 하고 양반을 사는데, 군수가 읊어주는 '양반으로 사는 법'을 들으면서 기겁을 하고 갓을 벗어 던져 버린다.   

"양반이 왜 양반이냐 하면 무술을 하는 장수를 '무반'이라고 하고 글을 읽는 선비들을 '문반'이라 하므로 이를 합쳐 문무양반이라고 부르며 임금님 앞에 늘어설 때 무반은 서쪽에 문반은 동쪽에 서는데 오행수 너는 두 반 중에 하고 싶은 걸로 해라. 여기에 양반이 지켜야 할 도리가 있으니 이방이 읽으면 말끝마다 '예'하고 대답하라... 그리고 궁시렁궁시렁~" 

아주 쉽게 쓰여져 있어서 중학년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양반전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광문 이야기>다. 

<광문 이야기>-광대놀음으로 백성을 위로하다 

탈춤을 잘 추고, 재주를 잘 넘는 광대이기도 한 그의 거지 아이들과의 생활을 다룬 이야기와 정직한 생활로 모든 사람의 신임을 받은 일들은 읽는 내내 맑은 영혼을 만난 기쁨을 준다. 이야기 구절구절이 마음에 들어와 콕콕 박힌다.  

"사람은 얼굴보다 맘일세. 얼굴은 사흘만 지나면 다 똑같아지지 않나. 익숙해지면 그만이지. 하지만 맘이야 어디 그렇나? 맘이 착하고 성실하면 그게 가장 낫지." 가끔씩 잊고 사는 것 같은 요즘, 한 번 더 새겨 볼 것. 얼굴보다 중요한 것이 맘이다. 맘 가꾸기에 애쓰자!!! 

이 책을 읽으면서 박지원의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참으로 복된 선물을 받는 것이다. 제대로 감상해 보기. 사색하는 책 읽기를 해 볼 것. 그런 친구들을 찾는 것도 귀한 일이지만, 그런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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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4 2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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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4 06: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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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의 너를 믿어 봐 - 꿈이 있는 사람들의 10가지 도전 이야기
장세련 지음, 박미경 그림 / 국민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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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어머님이 물으신다. 아이에게 위인전집을 사 주고 싶다고. 위인 이야기는 조금 고학년부터 권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고 말씀 드렸다.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전집 보다는 각 출판사에서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단행본으로 권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것과 요즘 인물 이야기는 앞서 산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에 덧붙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주변 인물 이야기도 많이 있다고 말씀 드렸다.  

이 책은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들이 우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그 장애를 극복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가끔 장애를 힘겹게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들을 좀 더 특별하고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마치 죄를 짓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보통 사람들이 흉내낼 수 없는 대단한 정신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낸 그 놀라움을 어떻게라도 표현하고 싶기에 나는 그저 감탄, 또 감탄한다.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유명한 사람은 <<오체 불만족>>의 저자인, 오토다케 히로타다! 그는 초등학생들이 읽을 수 있는 <<내 마음의 선물>>과 더불어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책 표지에서 눈부시게 웃던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던 상반신의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은 지금도 내 마음을 울린다. 뿐만 아니라, 선로 위로 떨어지려는 아이를 구하려고 자신의 몸을 던진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 아저씨의 이야기는 고 이수현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세상의 편견 앞에 당당히 맞서는 건강한(비록 몸은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다) 10인의 10가지 도전 이야기를 만난 아이들은 분명 두 주먹 불끈 쥐면서 세상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맘을 먹으리라.  

출판사와의 개인적인 인연으로 이 책을 남보다 먼저 읽게 되었고, 이 책을 추천하게 되었다. 책 뒷면에 실린 추천사를 옮겨 본다.  

어린이 여러분은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나요? 지금까지는 조금 하다가 안 되면 금방 포기해 버렸더라도 이 책의 주인공들을 만나고 나면 자기 자신을 이겨 내는 것이 얼마나 값어치 있는 일인지를 알게 될 거예요. 그들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에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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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래 - 인권변호사 우리시대의 인물이야기 6
박상률 지음 / 사계절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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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인물 이야기는 언제나 커다란 감동을 선물한다. 그런 점에서 고학년 아이들에게 꾸준히 인물도서 소개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무언가 고집스러운 성격들이 위인들을 구성하는 하나의 힘이다. 특별한 일을 한 사람들은 나름의 고집이 강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영래 변호사도 어릴 때부터 그 고집이 말도 못 했다 하니... 

조영래,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통해 먼저 들었다. 전태일 평전을 썼으나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그 책을 출간도 하지 못했고, 일본에서 먼저 출간되었다 한다. 작가인 조영래 변호사의 사후에서야 정식 작가의 이름을 달고 이 세상에 제대로 얼굴을 드러 낸 책. 오늘 반드시 <<전태일 평전>>을 사리라.   

서울대학교 수석 합격. 법대생으로서 자신이 갈 수 있는 평탄한 길을 마다하고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 애써 싸운 조영래 변호사의 삶도 참으로 극적이다.  

사실, 의사와 변호사들에 대한 시선이 썩 곱지 않을 때가 있다. 그것이 사회적 안정 계층인 그들이 누리는 많은 혜택들에 대한 묘한 시샘인지, 사회적 약자들을 애써 외면하려 하는 (사실 돌보려면 끝이 없기도 하다.) 그들의 무책임함(?)에 대한 서운함인지 나도 사실 조금 헷갈린다.  

하지만, 이태석 신부님 같으신 분이 계시고, 그리고 조영래 변호사 같은 분이 계셔서 우리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 시키고 있으니 그들의 능력은 참으로 값지다. 많은 의사와 변호사들도 이런 분들과 같이 베풀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이 있으니 더욱 부럽다.   

억울한 옥살이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와 '민청학련 사건(74년)'의 수배로 인하여 도망다니기도 했지만, 약자들을 위해 변호사의 길로 들어섰고, 수험 준비를 하는 동안 만난 전태일의 죽음을 쫓겨다니던 6년의 세월 동안 정리하여 책으로 출간까지 한 그,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하는 소송을 자처하여 맡고, 그리고 소송에 승리하기까지 열심히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뛰었던 그의 너무나도 앞선 죽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이른 죽음이 우리에게 그를 더욱 그립게 하리라.  

남아 있는 자가 죽은 자를 대신하여 무엇인가 일을 하여야 할 터~ 우리가, 우리 아이들이 그 일을 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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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노동자 전태일 우리시대의 인물이야기 7
위기철 지음, 안미영 그림 / 사계절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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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태일의 분신에 대해서 나는 그닥 관심이 없었다. 이 인물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서? 라는 말 한 마디면 끝이었다.  

그런데,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를 읽고 있는데, 씨앗 문장과, 씨앗책, 그리고 이웃 도서들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책을 읽는 중에 또 다른 책을 만나게 되는데 이를 이웃도서라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가 여러 차례 언급한 <<전태일 평전>>에 급관심이 생겼다. 아직 <<전태일 평전>>책은 없으나 아동용 도서가 있으니 우선 이거라도 읽어보자 맘 먹었다.  

 ■풀빵 

전태일의 어린 시절의 고단한 삶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하자. 놀라운 것은 그렇게 어렵게 살았으면 삐뚤어질 법도 하고, 마음이 고약해 질 법도 한데, 전태일은 남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평생 가지고 살았다는 거다. 청계천 평화시장 내 피복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견습공들, 하루 14시간에서 16시간의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점심 사 먹을 돈이 없어 점심 시간이 되면 그저 멍하니 앉아 있어야만 했다. 이 모습을 보고 전태일은 자신의 버스비를 가지고 풀빵을 사서, 그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신은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 오느라 통행금지에 걸려서 집으로 들어오지도 못했다고 하니, 보통 우리네 심성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그 풀빵을 먹고 그들은 얼마나 감사함을 느끼고, 또 얼마나 눈물이 났을까? 그것이 태일의 차비였다는 사실을 알았을테니 말이다. 그들을 위해 좀 더 힘이 되어 주고 싶어서 재봉사 일을 하다가 재단사 일을 해야 겠다고 맘 먹은 태일은 그저 노동자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근로기준법 

그가 노동현실에 눈 뜨면서 사게 되는 값비싼 책 한 권, 그것은 어느 노동법 학자가 썼다는 근로기준법 해설서였다. 당시 2,700원을 주고 샀던 그 책은 한자가 많아 배움이 짧았던 태일에게는 엄청 어려운 책이어서 그는 꼬박 하룻밤을 세워 한 장밖에 못 읽은 날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얻은 새로운 사실은 태일의 행동에 불씨가 되고 있었다.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에서 인용한 전태일 평전의 내용) 달라져야 한다, 노동 현장이 달라져야 한다!

  ■대학생 친구 

그가 원했던 것은  이렇게 어려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도와 줄 많이 배운 대학생 친구를 가지는 것이었다. 그에게 이런 동무 하나 있었더라면 그의 삶은 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지도 모르겠다. 운동권 학생들의 활동이 활발했던 때를 돌이켜 보니 그들은 공장에 불법 취업도 하고, 노동자들을 모아 놓고 가르치기도 하였는데, 왜 전태일과는 인연이 안 닿을까? 그런데, 시기적으로 이러한 대학생들의 활동보다 전태일의 분신이 먼저였고, 이러한 활동들의 기폭제가 된 것도 어쩜 전태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보회 

혼자 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하는 것이 낫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면 부당한 노동현실을 바꿀 수도 있다. 그리하여 전태일을 회장으로 하여 모임이 결성되는데 그 모임의 이름이 '바보회'였다.  

이 책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자 하는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가난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거다. 이 명제는 많은 인권 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열심히, 많이 일한다는 사실을 두고 보았을 때 이는 사회 구조적인 모순이요, 빈곤의 악순환의 끊기 어려운 고리인 것이다. 그 고리를 끊기 위해 가난한 이들만 노력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빈곤의 중심에 놓여 있었던 전태일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어린 여공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일한만큼 대우받으면 모든 것이 나아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이 안타까웠다. 백방으로 뛰어 보아도 그들을 도와 줄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근로기준법을 공부한 전태일은 사람들과 함께 모임을 결정하기로 맘을 먹는다. 이런 노동운동을 하려 하니 아는 선배가 바보같은 짓 하지 말라고, 그렇게 노력해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다며, 기계처럼 일하는 바보가 되기보다는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바보가 되자고 이야기 한다. 그렇게 이 모임의 이름이 결정되었다.

 ■불꽃 

약자의 편을 드는 이보다 강자의 편을 드는 이가 많다. 태일이 아무리 뛰어다니며 도와 달라고 애원해도 모른척 하는 사람들, 노동자를 보호해 주어야 할 근로감독관 조차도 사장들의 편이고, 불의를 물리쳐야 할 경찰들조차도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으니 전태일의 가슴은 얼마나 답답하고 아팠을까? 자신을 불사르는 일, 얼마나 많은 밤을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었을까?   

죽어가면서 그가 했던 많은 말들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어머니 마음을 굳게 먹고 담대해지세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만큼은 저를 이해해 주실 수 있지요? 저는 이 세상 어두운 곳에서 버림받는 목숨들, 불쌍한 노동자들을 위해 죽습니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조금도 슬퍼 마세요. 두고두고 더 깊이 생각해 보시면, 어머니도 이 불효 자식을 원망하지만은 않을 거예요.  

어머니 제가 못다 이룬 일을 어머니가 꼭 이루세요.  

우리가 하려던 일, 내가 죽고 나서라도 꼭 이루어주게.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되네. 내 죽음을 헛되이 말게. 

죽어가면서까지 자신의 뜻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전태일의 모습에서 비장함을 느낀다.  

그러다가 죽기 직전 그가 했다는 한 마디 말에 나는 그만 주루룩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배가 고프다......"

평생을 배고픔에 시달리며 살다가 다른 이들을 위해 또 배가 고프다가, 그렇게 죽어가면서까지 배가 고팠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그의 삶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가난에 굽히지 말고, 부유함에 오만하지 말고, 언제나 성실하고 정의롭게 살아가야 할" 이 땅의 아이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해 보리라 마음 먹었다. 사실, 이 책 표지부터 제목까지 아이들의 시선을 잡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태일의 시대와 우리 아이들의 시대가 너무 멀어졌기도 했거니와 이 책에 무지한 어른(나)이 이 책을 한 번도 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구나. 나만 몰랐나 보다. 이미 1판 21쇄를 찍고 내가 읽은 책이 2판 8쇄니 말이다.) 

머리말에서 위기철 선생님이 한 부끄러운 고백, 그 고백을 빌어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할게. 어린 시절 가게에 가서 물건을 훔친 일이 있었어. 조그만 손에 쏘옥 들어갈 물건이었으니 아마 작은 사탕 하나 정도였을 거야. 아무도 보는 사람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떨리더라. 그런데, 갑자기 내 등 뒤에서 누가 "뭐해?" 하면서 툭 치는 거야. 친구였어. 친구도 내가 한 일을 알지 못했지만 그 때의 두근거림이 아직도 남아 있구나. 그 날 이후 나는 다시는 양심에 꺼리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어. 전태일은 그런 사람이야. 나쁜 짓을 하고 있을 때, 게으름을 피우고 있을 때, 혼자만 욕심 부리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나타나 "너 거기서 뭐해?" 하고 물을 사람 말이야. 너희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면 좋겠어.  

그렇게 말해주면 교실의 친구 중 누군가는 이 책을 읽을 거다. 만약 아이들이 머리말을 읽는다면 그 이야기가 선생님의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아이가 머리말을 읽지 않는다고 보았을 때 이 이야기는 "엄마, 우리 선생님도 도둑질을 했대~"가 되어 어머님들에게 전달 되겠지? 그러다가 학년말 문집에 이야기를 쓰는 거다. 감동깊게 읽었던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렇게 하면 아이들의 마음에 전태일이라는 이름이 더 깊이 새겨질 수 있지 않을까?  일종의 충격요법이랄까?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너무 긴 시간이 걸리는 거 아니가!" 하고 한마디 거든다.  

하여튼 이 책은 머리말부터 나의 마음을 몽땅 빼앗아 가 버렸다.  

이번 방학도 이렇게 멋진 책 한 권을 만났으니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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