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이 된 스탠리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16
제프 브라운 지음, 양정아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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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원북에서 중고단행본을 구입했습니다. <<납작이가 된 스탠리>>라는 책 제목이 낯이 익어서, 그래서 스탠리라는 이름에 친근감이 느껴져서 이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지요.

스탠리가 투명인간이 되는 과정은 '어느 순간 갑자기'입니다. 작가가 만들어 둔 설정은 번개가 치는 동안에 과일을 먹었다는 것. 그래서 스탠리가 나중에 투명인간이라는 상황을 벗어나는데도 똑같은 설정을 만들어 보지요.

투명인간이 되어 스탠리가 펼치는 몇 가지 모험은 참 신나는 일입니다. 국어 시간에 도깨비 감투같은 걸 쓰고 투명인간이 되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만화로 그리는 과정이 있었을 떄 아이들은 자기가 갖고 싶은 물건을 몰래 가지고 오고 싶다거나, 나를 못살게 굴었던 친구을 때려 주고 싶다거나, 또는 못된 장난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조금 씁쓸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스탠리의 활약에 대해 이야기 해 준다면 참 좋을 듯합니다.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해 쩔쩔매는 아이가 제대로 용기를 낼 수 있게 뒤에서 밀어주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사랑고백을 못 해 쩔쩔매는 청년을 대신해서 그 청년의 목소리로 사랑을 고백해 주어 결혼이 성사되도록 해 주고, 은행강도들의 변장을 눈치채고, 경찰이 은행강도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 일 등은 참으로 신나는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유명해진 형 속에 묻힌 동생이 TV에 나가서 멋지게 마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그리고 그걸 도와 준 사람이 바로 투명인간이 된 형 스탠리라는 사실을 이야기 하며 동생이 멋지게 형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준 멋쟁이 꼬마랍니다.

앞서 읽은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에서 트리혼의 변화에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은 가족들과는 달리 스탠리의 가족은 스탠리를 사랑하고, 그 문제를 문제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진정한 가족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런 가족애 덕분에 스탠리는 다시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지요.

납작이가 된 스탠리에서 스탠리는 어떤 활약을 벌이고 있을지 궁금해 지네요. 기회가 되면 그 책도 읽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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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 - 개정2판 창비아동문고 4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트 그림 / 창비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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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카알 레욘과 나의 멋진 형 요나탄 레욘이 펼치는 모험이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레욘이란 사자라는 뜻이랍니다.)

언제나 병약한 동생 스코르빤(요나탄 형은 형이 가장 좋아하는 과자 이름을 따 나를 그렇게 불렀습니다.)은 어느 날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랑하는 형은 이런 동생을 위로하면서 죽게 되면 "껍데기는 땅에 묻히나 진짜의 너는 어딘가 전혀 새로운 세계로 날아가는 거야."라는 이야기와 함께 동생에게 낭기열라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줍니다. 낭기열라에서의 시간은 이곳과 달라, 형인 자신이 평생을 살고 그곳으로 가더라도 그곳에서의 시간은 겨우 이틀 정도일 것이고, 이틀 정도 후면 형제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동생을 안심 시키지요. 하지만, 낭기열라로 먼저 떠나는 것은 병약한 동생 카알이 아니라 형, 요나탄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아이들에게 왜인지 혹시 정말 궁금하거든, 이 책을 읽어보라며 책을 흔들어 보여 주었습니다. "아앙~ 그냥 이야기 해 주세요. 궁금해서 못 참겠는데요."라는 아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뒷이야기를 해 주고는 무지 후회 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정말 딱 잘라서 이야기 해주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하고 말이지요. 하지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긴장되는 부분, 딱 끊어서 그만 읽어주기 좋은 부분은 이 책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사실, 다른 여러 권의 책과 더불어 저자의 이름을 믿고 덥석 책 하나를 더 샀기에 이 책은 조금 뒷전이었습니다. 그저  앞 부분만 잠깐 읽어 보려고 책을 펼쳐 든 것이 그만!!! 책을 읽다가 보니 이 책은 읽다가 덮어 둘 그런 책이 아니더라구요. 어찌나 재미가 좋은지... 아이들에게 22쪽까지 읽고는 그 대목까지 이야기 해 주면서 시작부터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정말이지 처음 만났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집에 불이 났지만 침대에 누워서 꼼짝할 수 없는 동생을 생각하며 불길 속으로 뛰어 든 요나탄, 그 동생을 업고서는 불길을 헤치고 다시 나오지 못하고 2층에서 뛰어 내리고 맙니다. 그리고 형은 동생 먼저 낭기열라로 들어 가지요. 아픈 동생도 곧 이어 형을 따라 낭기열라로 가게 됩니다. 아무 걱정도 없이 평화롭기만 할 것 같던 그 곳 낭기열라도 선이 있으면 악이 있다고 모든 선한 사람을 괴롭히는 텡일이라는 악당과 그 악당을 돕는 선한 마을의 첩자 요시스 같은 사람으로 인해 평화롭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자왕 형제는 그곳의 평화를 되찾아 주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지요. 목숨을 걸고 말이지요. 우리를 돌보아 주시던 마티아스 할아버지가 적과의 전투에서 돌아가셔서 카알은 상심하지만, 또 괴물(용) 캬틀라로 인해 목숨이 꺼져 가고 있는 형을 보며 새로운 슬픔에 잠기게 되지만.... 할아버지가 먼저 가 계신 낭길리마에 가기 위해 형을 업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동생 카알도 진정한 사자왕입니다.

죽어서 낭기열라, 낭길리마 같은 곳으로 가게 된다면 죽음이 두려울 이유가 없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동생을 보살펴 주는 정말로 따뜻한 형의 마음과 무조건적으로 형을 믿고 따르고, 의지하는 동생을 보면서 진한 형제애를 느꼈습니다. 동생이나 형, 언니, 오빠로 부터 무언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낀 이런 진한 형제애에 대한 감동을 느끼고, 자신의 형제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지난 번 읽어주다가 만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이 있어 오늘 국어 시간에 그걸 마저 읽어 주겠다고 했더니, 그러지 말고 사자왕 형제를 읽어 달라고 합니다. 진도도 한 시간 빠르고 해서 3장 정도까지 열심히 읽어 주다가 나머지 부분은 이야기로 들려 주었습니다. 사부작대며 열심히 듣지 않는 친구들이 있어서 방해가 되어 도저히 못 읽어 주겠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저를 대신하여 째려 봐 주네요.

이야기를 다 들은 아이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아! 지인짜 재밌다."

여러분들도 한 번 읽어 보세요. 진짜 재미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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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둑 호첸플로츠 1 비룡소 걸작선 7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 요제프 트립 그림, 김경연 옮김 / 비룡소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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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왕도둑 호첸플로츠니 주인공은 호첸플로츠???

하지만 아닌 것 같다. 호첸플로츠가 책 말미에 마법이 풀리고, 달아나고... 해서 다음 이야기를 연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이 책에서 정말 중요한 인물은 호첸플로츠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소년, 카스페를과 제펠이 아닐까?!

카스페를네 할머니가 호첸플로츠에게 노래가 나오는 커피 가는 기계를 도둑 맞고, 그 기계를 찾으려고 카스페를과 제펠이 도둑의 소굴로 찾아 갔다가 잡히는 신세가 되고... 그리고 제펠 모자를 쓴 카스페를은 위대하고 사악한 마법사인 페트로질리우스 츠바켈만의 멍청한(?) 머슴이 되고 만다. - 여기서 모자가 이 이야기의 전개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꼭 기억하시라.

열심히 마법사의 감자를 깎던 제펠 모자를 쓴 카스페를은 마법에 걸려 두꺼비의 모습을 하고 갇혀 있는 요정 아마릴리스의 말을 따라 요정의 약초를 구하러 떠난다. 마법사가 집 주위에 쳐 둔 마법의 원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몸에 걸친 어떤 것을 그 곳에 두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제펠의 모자를 벗어 두고 떠난다. 카스페를이 없어진 것을 안 마법사가 모자의 주인을 마법으로 불러 오려 하지만 마법사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그동안 마법사의 감자를 깎던 제펠 모자를 쓴 카스페를이 아니라 진짜 주인인 제펠이다.  

요정의 도움으로 마법사를 물리치고 요정도 구해주어서 요정으로부터 소원을 들어주는 반지를 받아 든 카스페를이 빈 세 가지 소원은 뭘까? 좀 더 제대로 된 소원을 빌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이런 소원을 빌어야지 이 책에 좀 더 어울릴 것 같은 생각도 든다.

1. 서로 바꾸어 썼다가 사라져 버린 둘의 모자를 원했다. 모자는 원래의 모습으로 주인에게 돌아오고.

2. 호첸플로츠에게 도둑 맞은 (호첸플로츠네 집에 보관되어 있던) 할머니의 커피 기계를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불러 온다. - 좀 부지런히 걸어서 직접 가지러 가지, 그리고 좀 더 근사한 소원을 빌지. 안타깝기 그지 없다.

3. 피리새가 되어 버린 호첸플로츠를 새장에 넣어진 채로 경찰서에 데리고 가지만 호첸플로츠임을 절대 믿지 않는 경관을 위해 호첸플로츠를 마법에서 풀려나게 하는데 마지막 소원을 빌고 만다. -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결국 다시 사람으로 돌아 온 호첸플로츠는 또 다시 다른 모습으로 <<호첸플로츠 다시 나타나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단다.

이 책은 남편이 어린 시절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며 옛날을 그리면서 산 책이다. 내용도 똑같고 그림도 똑같다며 어찌나 이 책을 사가지고는 좋아하던지, 내가 예의상 안 읽어 줄 수가 없었다. 이 책이 나온 것이 1962년이라고 하니,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책 중의 하나인 셈이다.(여전히 잘 나가고 있는 책이라는 가정 하에) 이렇게 어린 시절에 재미있게 읽은 책을 내 아이가 자라 읽어 주기를 소망하는 것이 부모의 맘일테고, 이 말은 옮긴이의 말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이 책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라 할 수 있겠지?) 지금은 책이 워낙 많이 나와 있고, 그 책들도 너무 재미있는 것들이라 이 책이 정말정말 재미있는 1등 책이라 말하기는 뭣하지만. 술술 읽히는 정말 재미있는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고, 시리즈 도서 2권도 마저 사 보고 싶은 맘이 든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리라 생각한다. 비슷한 마법의 소원이 나오는 <<영리한 공주>>가 여자 아이들의 취향이라면 이 책은 남자 아이들의 취향에 적합하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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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 파티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43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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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아침독서 학교에서 강백향 선생님으로부터 여러 권의 책을 추천 받았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였고, 꼭 하나 사서 읽어야지 하고 표를 해 두었다. 그리고 책을 사서는 읽지 못한 채로 9월 생일 잔치에 아이들에게 이 책 정말 재밌다더라며 고르라는 압력을 넣었건만 다른 책에 밀려서 선택되지 못했다. 이 책을 바라보며, "이 책 정말 재밌다던데... 여학생들이 껌뻑 죽는다던데..."하며 아쉬움을 표하자 아이 하나가 쪼르르 책꽂이로 가더니 책 하나를 가지고 온다.

"선생님 이 책하고 그림이 똑같아요."한다. <<공룡 도시락>>!!! 아~ 나는 왜 그걸 알아보지 못했을까?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공룡 도시락의 글작가, 그림작가가 이 책을 함께 만들었다니!

이 책은 잡자마자 후딱 읽어지는 그런 책이다.

알파벳클럽의 다섯 명의소녀 Amy, Bella, Chloe, Daisy, Emily는 생일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잠옷 파티(친구 집에 모여 하룻밤을 지내는 파티)를 연다. 장애인 언니를 둔 주인공 데이지는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이 무척 곤란한 입장. 차례차례 친구들의 집에 초대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자신의 생일이 다가올수록 부담스럽기만 하다. 클로에는 시시때때로 데이지를 골탕 먹이고, 괴롭혀서 미운 아이가 되어 버린다. 나는 책을 읽다가 어떤 계기로 데이지처럼 클로에도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이 있어 동병상련의 맘으로 화해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는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아픈 언니 때문에 항상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는 딸아이에 대한 애처로운 맘이 든 아빠, 엄마는 데이지의 멋진 잠옷파티를 열어 주신다. 항상 트집만 잡으면서 데이지의 생일파티에서 "따분하다"를 연발하던 클로에가 밤중에 화장실을 가는 길에 릴리언니가 내는 이상한 소리에 너무나 겁이 나서 옷에 오줌을 싸 버리는 바람에 갈등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데, 굉장히 통쾌하다. 101마리 달마시안의 비디오 테이프에 무서운 유령 이야기를 담아와서 생일 선물로 내밀고, 그걸 아이들이 보게 하고, 무서운 유령이야기만 잔뜩 하던 클로에는 아마도 릴리 언니의 상태를 제대로 몰랐기에 언니가 내는 소리를 유령소리로 착각하고 무척이나 무서웠을 것이다. 데이지를 공격하고 데이지를 알파벳 클럽에서 몰아내고 싶었겠지만, 친구들의 마음은 클로에에게서 떠나서 절교를 하고 싶은 맘이 가득했는데 고맙게도 클로에가 제 입으로 절교를 하자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비밀(옷에 오줌을 눈)을 알고 있는 4명의 소녀가 그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할까봐 못마땅하지만 C빠진 알파벳 클럽을 무시할 수 없다.

다 읽고 나니 정말 여학생들이 좋아할 만하다. 그리고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데이지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 대한 따뜻한 이해도 더불어 선물로 받을 수 있어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클로에를 제외한 에이미, 벨라, 에밀리가 릴리 언니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줘서 참 다행이다. 언니에 대한 애틋한 맘이 있긴 해도 데이지는 아직 어리니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무게가 있을 것이다. 때로는 언니가 밉고 언니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자신의 삶이 고달플 것이고, 엄마의 모든 관심을 언니에게 빼앗긴 데 대한 박탈감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런 데이지가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행복해져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가 자라면 생일날 이렇게 단짝 친구들을 모아서 잠옷파티라는 걸 한 번 열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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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간 귀뚜라미 체스터 - 1961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0
조지 셀던 톰프슨 지음, 김연수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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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미있어요. 다 읽었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또 읽는 거예요.

라고 말하는 우리 반 아이의 말을 그냥 한 번 따지지 않고 믿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재미있어질까를 내심 기대하면서 읽었지만, 도대체 어느 부분이 재미있다는 건지...

얼마 전 절판 된 책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를 어렵게 시립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는 굴곡진 권정생 선생님의 삶에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남편에게 권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책 읽고 거의 우는 일이 없지만, 저의 남편은 책 읽다가 잘 울고, 자기가 눈물 흘렸던 감동적인 대목을 이야기 하면서 또 눈물을 찍는 그런 사람입니다. 당신이 읽으면 아마 펑펑 울거라는 말과 함께 책을 건넸더니 책 읽는 내내 어떤 대목에서 울어야 하나를 생각하느라 오히려 눈물이 쏙 들어갔다는 겁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책에 크게 감동받지 못한 이유는 이 책이 무지 재밌다는 우리반 녀석을 떠올리며 내심 엄청난 기대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영화도 소문이 괜찮다고 해서 나섰다가 예고편이 전부더라(볼 내용이 없더라.)며 씁쓸레 하던 기억들을 다들 가지고 계시잖아요. 책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기대를 하면 할수록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웬만한 내용엔 감동받지 않는...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귀뚜라미 체스터와 감초 역을 맡은 쥐 터커, 또 그러한 터커의 놀라운 친구(쥐와 고양이가 친구라니 실로 놀랍지요.) 해리가 함께 펼치는 잔잔한 감동드라마 정도로 정리 해 볼까요?  동물 아닌 사람으로서는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 마리오와 마리오의 부모님(벨리니씨)이 중요한 인물이 되겠네요. 도시락 바구니에서 나는 냄새에 유혹되어 음식을 먹고는 배가 불러 잠이 들어서 그 도시락 바구니 속에 든 채로 뉴욕까지 오게 된 귀뚜라미 체스터, 그 체스터가 내는 아름다운 소리를 신문판매소를 지키던 소년 마리오가 알아듣고는 귀뚜라미를 키우게 되고, 귀뚜라미는 터커, 해리와 더불어 뉴욕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여러 우여곡절은 제쳐 두고, 이야기 전개에서는 터커와 해리가 머나먼 곳으로 오게 된 체스터를 위해 보이는 따뜻한 선심들이 인상적이며 귀뚜라미에 대한 큰 애정을 품고 있는 소년 마리오가 마음에 남습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들을 스스로 매니저라 자처하는 터커와 더불어 연습을 하고, 그 음악을 신기하게 연주해 내는 체스터는 이제 더 이상 평범한 귀뚜라미가 아닙니다. 신문, 잡지에도 기사가 오르내리는 신기한 귀뚜라미에 등극하게 되는 거지요. 항상 어렵기만 하던 지하철 앞 신문 가판대의 신문은 체스터 덕에 신문, 잡지 등을 불티나게 팔 수 있게 되고, 귀뚜라미를 싫어하던 엄마도 돈 앞에서는 모든 것을 다 수용하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네요. 따뜻한 마음의 마리오처럼 벨리니씨도 개성있는 인물로 표현되지는 않았으나 시종일관 체스터 편에 서 있어 읽는 내내 맘을 편하게 해 줍니다.

별로라고 생각한 책이 리뷰를 한 번 써 보리라 맘 먹으니 자꾸자꾸 맘에 떠오르면서 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정도의 글이라면 아이들의 정서에도 무척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엄마가 읽는 책이 무엇인지 알아서 묻는 것인지??? 갑자기 딸 아이가 귀뚜라미 소리가 듣고 싶노라 이야기를 하더니, 쥐는 또 무엇을 먹느냐고 묻습니다. 우리 아이가 글을 제대로 읽을 줄 안다면, 지금 초등학교 4학년 정도라면 (4학년이라면 이런 질문은 하지 않겠지만) 이 책을 주며 한 번 읽어보라고, 여기에 니가 궁금해 하는 것이 다 나와 있다고 이야기 해 주고 싶었습니다.(수집가인 터커는 여러 가지를 모으지만, 그 중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많이 모으지요. 그리고 그것을 체스터를 위해 열심히 운반하는 수고까지!)

씹으면 씹을수록 그 맛이 느껴지는 오징어 뒷다리를 씹는 맛이랄까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제대로 맛이 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제게 추천 해 준 아이는 참 의외입니다. 이렇게 잔잔한 책을 좋아하다니, 다시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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